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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배우얼굴 그렇게 쓸거면 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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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리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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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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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5화 지후를 지켜주는 법

DUMMY

사실 미국에서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긴 했다.

그동안 설마 내가 아무런 방비책도 없이 놀고만 있었겠는가?


“어머니. 미국에선 아동 연기자들에게 쿠건 법이 적용돼요.”

“쿠건 법? 그게 뭔데?”


민소영의 미간 사이로 내 천(川)자가 그려졌다. 다행스럽게도 어머니는 아직 쿠건 법에 대해 모르고 있었군.

역시 법을 들이대니 그녀의 기세가 한풀 꺾인다. 좋았어!


“할리우드에서는 아역 배우가 번 돈을 100% 신탁에 넣어줘요. 그래서 부모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만드는데, 그렇게 어린 배우들을 보호하는 법을 쿠건 법이라고 해요.”


사실, 번 돈의 일부만 신탁에 넣는 수준이지만. 일부러 이런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가 번 돈 대부분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가 없는 동안 난 서점으로 달려가, ‘미국 아동보호 관련 법’에 대한 내용이 적힌 책을 모조리 구매했다.


민소영이 평소 지후의 등골을 얼마나 뽑아먹는지, 나중에 대한민국 국민 전부가 알게 될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가 몇 개 있다.

그러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맘졸이고 있었겠어?


‘후유.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에 미성년자 노동과 복지에 관한 규정이 있어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어머니한테 어릴 때부터 착취당할 뻔했네.’


이 법이 사실 초반엔 귀찮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어린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하려면, 주 노동 기준 집행국에서 발급하는 ‘연예 산업노동허가서’를 소지해야만 한다.


여기서 발행하는 개별허가서를 받느라 나는 한동안 고생해야만 했다. 입학이 예정된 학교로 가 학업 성적증명 테스트까지 미리 받았어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어머니가 미심쩍은 눈초리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진짜야? 그럼 나이 어린 배우들은 출연료 받아도 그 돈 못 꺼내쓰는 거야?”


난, 마치 억울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어머니에게 호소했다. 제발 속아 넘어가야 할 텐데.


“네! 진짜 어이없죠?”

“아니. 본인도 손을 못 대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앗. 너무 오버했나?

어머니가 괜히 변호사를 찾아가기 전에 난 설명을 덧붙였다.


“어머니 혹시 찰리 채플린이 출연한 ‘키드’라는 영화 보셨어요? 1921년 작품인데.”

“아니.”

“거기 출연했던 재키 쿠건이 어릴 적에 4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었데요. 그런데 그걸 자기 부모가 다 써버려서, 나중에 소송을 걸게 되었거든요.”

“그...래?”


정곡을 찌른 듯한 내 한마디에 어머니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찔리겠지. 내 일본 수입도 그동안 어머니가 다 삥땅 쳐왔으니.

좋아. 계속 몰아붙이자.


“그래서 미국에서 아역 배우의 재산을 부모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을 제정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저도 제가 번 돈을 성인이 될 때까지 손도 못 대요. 참 안타깝게 되었죠, 뭐.”


이 말에 민소영은 분통을 터트렸다.


“아씨. 미국은 왜 그런다니? 돈도 마음대로 못 꺼내 쓰게 만들고. 참나!”


어머니는 역으로 짜증을 내면서도, 내가 한 말이 100% 맞는지 확인할 생각은 못 하고 계셨다. 생각이 깊지 않은 어머니라, 정말 다행이다.


* * *


쿠건 법 덕분에 어머니로부터 내 출연료는 지킬 수 있었지만. 이 법이 상당히 날 귀찮게 하는 건 사실이다. 미국 나이로 14세 미만인 나는 지금은 학기 중이 아니기에, 하루에 8시간 이하로만 촬영할 수 있다.


덕분에 진즉에 끝났어야 할 촬영이 늘어지고 있었다.


‘뭐. 내 나이 탓도 있지만, 나랑만 붙여놓으면 로라가 집중을 못 해 NG를 내는 탓도 컸지.’


그래도 오늘은 은근히 얄미운 로라와 마주칠 일 없다.

오늘 촬영될 장면은 내 양부모 역할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장면이어서, 일찍 끝날 것 같다.


“안녕하세요.”

“오! 지후 왔구나. 인사해. 오늘 지후의 양부모 역할을 맡은 빌리 모랄과 힐러리 리들리야.”


중년의 남성과 여성 배우가 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만나서 반갑구나. 난 빌리 모랄이라고 해.”

“힐러리 리들리야. 우리 아이가 정말 귀여운데요? 아무래도 날 닮았나 봐요.”


이 말과 함께 윙크를 날리는 힐러리는 나이가 조금 있음에도 사랑스러운 배우였다. 빌리 모랄은 진중한 성격이었는데,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혼자서 대본을 연습하며 연기에 열정을 다하는 이였다.


‘빌리 모랄이라니. 나중에 연기력으로 세계적인 배우가 되는 사람이잖아!’


난 내 양아버지 역할의 배우를 처음 만나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너무 좋아서.

박훈남으로 살았던 시절, 그가 출연한 영화는 DVD로 다 소장했을 정도로 그의 열렬한 팬이었거든.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 연기에 대해 많은 지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허리를 숙이며 부쩍 저자세로 나오자, 오히려 이 단역 배우들은 그러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이런. 동양인들은 다 이런가? 이러지 말아요. 우린 고작 단역인걸.”

“오-, 빌리. 촌스럽긴. 이건 그냥 아시아인들이 인사하는 방식이야. 맞지, 지후?”

“네? 아... 네. 맞습니다. 하하. 혹시 끝나고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같이 사진도 찍어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내 말이 너무 오버스러웠나. 빌리와 힐러리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내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호호호. 지후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경향이 있네. 사실, 무명 생활을 오래 해서 누군가에게 이런 요청을 듣는 게 참 오랜만이지 뭐야?”


힐러리는 내 요청에 기분 좋아했고, 빌리는 뒤통수를 긁으며 멋쩍게 말했다.


“이런. 난···. 아직 적당한 사인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부끄러워하는 빌리를 조르고 졸라 기어코 사인을 얻어내고는, 뿌듯한 마음에 그에게 선언했다.


“오늘부터 제가 빌리 모랄의 제1호 팬이에요.”


나름 성공한 덕후의 기분을 느끼며 한 말이었는데. 이 말에 빌리의 얼굴이 하회탈처럼 변했다. 이렇게 연기자들끼리 훈훈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자, 준비되셨으면 스텐바이 하실게요!”


FD의 스탠바이 요구에 얼른 지하실로 꾸며진 스튜디오로 향했다. 거기엔 문제의 노란색 체벌 의자가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다.

감독이 조명 감독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에게 다가와 걱정스레 말했다.


“지후. 오늘 일은 단순한 연기일 뿐이야. 알지? 혹시 연기 후에 어디 아프다거나 혹은 힘든 점이 있으면 바로 대기 중인 지도 교사에게 말하면 된단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감독님.”


하. 이놈의 어린 나이.


‘사실 제가 겉모습만 어릴 뿐이지 이 몸 안에는 마흔이 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밝히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최소한 연기가 뭔지는 구별이 되는 나이입니다. 걱정 내려놓으세요. 네?


하지만 제작진들은 혹시라도 내가 연기하는 감정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질 못할까 봐 걱정 중이었다. 저기 심리상담 교사까지 특별히 불러두고, 말이다.


‘고작 이런 일로 미칠 만큼 내 정신 상태가 그렇게 연약하진 않은데.’


오늘 촬영 내용이 다소 폭력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이러나 보다.


“자, 그럼 다들 준비해주시고요. 지후야. 넌 의자에 앉아.”

“네. 감독님.”


노란색 바 의자 위로 올라갔다. 좁은 의자에 쭈그려 앉아 다리를 손으로 모았다. 오늘은 또 어떤 학대를 당할지 몰라, 불안한 입양아의 모습을 나타내기엔 효과적인 자세라 생각한다.


“녹화 들어가겠습니다. 스탠바이-, 큐!”


감독의 큐사인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루카스 핸드빌. 넌 핸드빌 가의 일원으로서 오늘 큰 실수를 했어.”


빌리가 검은색 채찍을 손에 들고는 음흉하게 웃었다. 힐러리는 멀리서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학대를 방관할 뿐이었다.


물론 심의에 걸리기에 대놓고 내가 그 채찍에 맞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빌 리가 카메라 앞에서 채찍을 휘두를 타이밍에 맞춰, 나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


“아-악! 아버지. 제발!”

“그동안 우리가 널 어떻게 길렀는데. 겨우 이런 하찮은 성적을 받아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크흡!”


극 중 내가 맡은 배역의 루카스는 PE(Physical Education) 성적이 나빴다. 체육 시간에 수영하는 것을 거부해 성적이 나빴을 뿐. 그것 말고는 전부 A를 받을 만큼 성적이 우수했다.


하지만 핸드빌 부부는 그런 사소한 점까지 자신들 명예를 훼손시키는 행동이라 여겼다. 완벽한 자신들이 길러주는 아이마저 모든 게 완벽하기를. 그들은 바라고 있었다.


‘루카스가 수영을 거부한 것도, 체벌 받은 몸의 상처를 혹시라도 다른 이에게 들킬까 봐서였는데.’


그런 부모라도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라니. 강지후도 이런 마음으로 살았을까?


결국 난 체벌 의자에서 몸이 휘청이며 굴러떨어졌다. 떨어질 때 난 쿵 하는 소리가 너무 컸던지. 힐러리의 표정이 잠깐 움찔거렸지만, 다행히 카메라에 잡히진 않았다.


빌리가 큰소리를 치며 내게 손가락질과 함께 욕을 퍼부었다.


“이 애새끼! 오늘 종일 여기에 가둬! 물 한 모금 주지 마! 알았어?”


그러더니 몸을 돌려 쿵쿵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갔다. 힐러리 역시 내게서 등을 돌렸다. 난 그녀를 향해 애원했다.


“어머니. 제가 잘할게요. 제발 지하실에 가두지 말아주세요.”


몸을 떨며 바닥을 기어가 힐러리의 발목을 붙잡고 호소했다.


“불이라도 켜주세요. 여긴 너무 무서워요. 가끔 어딘가에서 웃는 소리도 들린단 말이에요. 제발···.”


힐러리는 날 차갑게 쏘아보더니, 내 손을 사정없이 차버렸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잘못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내가 널 그렇게 키웠니? 오늘은 여기서 반성하면서 지내!”


떠나는 힐러리를 바라보다, 나는 손톱으로 바닥을 긁어 주먹을 꽉 쥔다. 어느새 클로즈업된 카메라에는 내 분노어린 눈빛이 잡혔다.


“오케이 컷! 지후. 괜찮니? 아까 떨어질 때 많이 아팠어?”


출연자 보호를 위해 바닥에 매트를 깔아둬서 충격을 완화했다. 당연히 아프거나 어디 한 군데 다치지도 않았다.


“저 태권도 유단자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감독님.”

“태권도?”

“한국 전통 무술이에요. 몸을 지키고 정신 수련을 하는데 효과적인 운동이죠.”

“호오. 흥미롭구나. 다음 장면을 위해 30분간 쉴 텐데, 지후는 그동안 우리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 좀 나눌래?”


진짜 안 그래도 되는데. 저 멀리서 상담 교사가 날 사탕으로 유혹하고 있다. 내가 진짜 애인 줄 아나.

어휴, 할리우드 시스템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뭐.


휴식 시간 중 상당 부분을 상담 교사에게서 지금 기분이 어떤지, 또 이 상황이 단순한 연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등의 설명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상담 교사를 안심시킨 뒤, 다음 장면 대본을 다시 체크하며 몰입하던 중이었다.

그때, 스튜디오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저 사람이 왜 여길 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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