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프 먹은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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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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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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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서막

DUMMY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점점 사라져가는 시각.

군대의 재편성을 마친 스타우드는 4만 5천 명의 군사들을 이끌고 서둘러 킹존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도 가고 싶은데.”


엔드라인 요새의 성벽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카가 씁쓸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데미셀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카 형, 나흘 동안 말 위에서 계속 달리는 것보다 여기 남는 게 훨씬 이득인데,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데미셀은 비록 로열 나이츠를 보좌하는 부관이긴 했지만, 제카와는 거의 말을 터놓고 지낼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그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묻자 제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데미셀. 생각해봐. 이곳에 남아있으면 공을 세울 수가 없잖아. 이렇게 허송세월한다면, 난 죽을 때까지 이름을 못 날릴 것 같아.”


엄청난 공을 세워 뛰어난 기사로 이름을 떨치고 싶었던 제카.


이번 광폭룡 습격 사건은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꿈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으나, 킹존으로 출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다시 팍 식어버렸다.


엔드라인 요새에 남아 있어야 하는 현실에 제카가 매우 실망하고 있자 옆에 있던 거도픈이 입을 열었다.


“제카야. 넌 아직도 그런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 있냐? 이 형이 늘 말했지만, 우리 같은 군인들은 평온한 게 최고라니까.”


데미셀과 마찬가지로 제카와 절친한 사이인 거도픈.


그는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치고 싶은 마음보다 현실의 평화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적들과 싸우지 못해 안달이 난 제카를 거도픈이 지긋한 목소리로 다독이자, 그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잘 알겠습니다. 거도픈 형님.”


“······이 녀석, 싸우러 가지 못해서 완전히 삐졌구먼.”


“거도픈 형. 이 싸움에 미친 형은 내버려 두고, 우리는 사령관님이 지시한 일이나 하러 가죠.”


엔드라인 요새를 떠나기 전 허수아비를 만들어 성벽 곳곳에 세워두라는 지시를 남긴 스타우드.


바다 건너편에 있는 적국 데모니아에게 많은 군사가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두 사람은 서둘러 그 명령을 이행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도록 하자. 그러면 우리의 제카 사령관님. 저희는 병사들에게 허수아비를 만들라고 지시할 테니. 그동안 우울한 마음을 홀로 달래고 계시죠.”


말을 마친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나자 제카는 씁쓸한 표정으로 엔드라인 요새에서 슬슬 멀어져가는 스타우드의 군대를 바라보았다.


***


한편 엔드라인 요새의 높은 상공.

구름 위에 용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거렸으며, 그 용의 등 위에는 미역 머리에 짙은 다크서클을 지닌 남성 헤이즈가 있었다.


“크흐흐흐······모든 것이 그분의 뜻대로 되어가고 있군.”


검은 가운과 함께 로열 가든의 멸망을 계획한 헤이즈.


그는 용의 습격으로 죽은 킹존의 병사에게 저주를 걸어 살아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만들었으며, 위조된 편지를 자신의 조종하는 꼭두각시에게 주어 엔드라인 요새의 사람들에게 넘기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철벽의 요새라 불리는 엔드라인 요새 내에서 가장 유능한 사령관인 스타우드를 비롯한 수많은 병사가 자리를 비우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모든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그는 자신을 태워주고 있는 용에게 말을 걸었다.


“자, 이제 이곳에서의 볼일은 모두 끝났습니다. 그러니 저를 데모니아로 데려다주시죠.”


하늘을 날고 있던 용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바다 건너편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


대부분의 사람이 잠든 깊은 밤.


하늘에서 비치는 은은한 달빛이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비춰주고 있었으며, 그 바다가 일으키는 파도 소리가 엔드라인 요새의 기나긴 방벽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에게 들려왔다.


“으으······갑자기 이게 무슨 난리인지.”


방벽 위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갈색 머리카락의 병사는 무척이나 피곤한 얼굴로 기지개를 켰다.


갑작스럽게 발령된 소집령 때문에 긴급히 소집된 그는 오늘이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경계 근무를 서야 했으며, 경계 근무를 서기 전에는 계속 허수아비를 만들고 있어야 했다.


그가 몸을 풀며 잠을 깨우자 옆에 있던 흑발의 병사가 하품하며 입을 열었다.


“하암······어쩔 수 없지 않나. 사령관님이 수도인 킹존에 큰 위기가 발생했으니, 지원군을 파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 그건 이해가 되는데.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나 많은 병력을 데려가신 걸까?”


사령관인 스타우드는 집결한 병사들에게 광폭룡에 대한 이야기는 발설하지 않았다.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그 괴물의 습격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가는 모든 군사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것을 염려한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병사들은 의문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나야 모르지. 하지만 사령관님께서 괜한 일을 하시는 분은 아니시지 않은가?”


스타우드는 엔드라인 요새를 맡아서 지켜온 지 벌써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그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엔드라인 요새를 지키는 데 성공했으며, 요새 안에 있는 병사들의 마음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타우드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렇긴 한데. 이러다가 데모니아 녀석들이 기습이라도 해오면 난리 나는 거 아냐? 지금 병사도 없어서 이 녀석들 세워두고 있는 거잖아.”


옆에 있는 허수아비를 들고 있는 창으로 툭툭 건드리며 말하는 갈색 머리 병사의 모습에 흑발 병사는 웃으며 말했다.


“풉, 정말 조잡하게 만들었다. 이걸 보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마족이 있기나 할까?”


“다, 닥쳐! 이래 보여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두 사람이 허수아비로 옥신각신하는 사이,


쾅!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동시에 허수아비가 날아가 버렸다.


“뭐, 뭐야!”

“내 허수아비가!”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이 폭발음이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드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백 척의 배들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저, 적의 기습이다!””


그렇게 데모니아의 기습을 시작으로 엔드라인 요새의 공방전이 막이 올랐다.


***


쾅!


“뭐, 뭐야?”


커다란 폭발음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난 제카.


그는 킹존으로 가지 못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이 엔드라인 요새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제카는 소란의 근원지를 찾아내기 위해 방 안에 있던 창문을 열었고, 그의 시야에는 불길이 치솟고 있는 방벽이 보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갑작스러운 소란에 당황한 제카는 서둘러 하얀 제복으로 갈아입은 뒤. 허리춤에 검 한 자루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섰다.

복장을 갖춘 그가 밖으로 나서자 한 병사가 달려오고 있었다.


“제, 제카 경! 큰일 났습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데, 데모니아가 대군을 이끌고 기습해왔습니다!”

“뭐라고요!? 그게 사실입니까?”


적의 기습 소식에 깜짝 놀란 제카가 되묻자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방벽을 지키는 병사들이 막아내고는 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습니다.”


“······제가 서둘러 그곳으로 갈 테니. 당신은 엔드라인 요새 내에 남아있는 병사들에게 현 상황을 전파하십시오. 그리고 상황을 들은 병사들에게 모두 방벽으로 집결하라고 하시고요.”


“아,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제카는 병사를 놔두고 서둘러 방벽으로 향했다.


***


기다란 해안가를 전부 막을 수 있을 만큼 펼쳐진 엔드라인 요새의 방벽.


그 철옹성처럼 단단한 방벽은 특별한 광석으로 만들었기에, 웬만한 마법이나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으며, 지금 불타고 있는 것은 방벽 곳곳에 세워둔 허수아비들뿐이었다.


“침착해라. 이 방벽을 적들에게 내줘서는 안 된다.”


방벽 전체를 총괄하는 성문 위에서 오늘의 당직을 맡은 거도픈은 병사들을 독촉하며, 쳐들어오는 데모니아를 상대로 수비하고 있었다.


그의 침착함 덕분에 혼란스러워하던 병사들은 이내 평점심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방벽위에 준비해두었던 대포를 이용하여 반격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발사된 대포알은 해안가에 상륙하려던 데모니아의 배에 맞았으며, 몇 척은 그대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젠장. 무진장 많네.’


가라앉은 배들을 무시하고 계속 들어오는 데모니아의 배들의 모습에 거도픈은 속으로 혀를 찼다.


너무나 많은 수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기에 이 정도의 반격으로는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고민하는 거도픈의 귓가에,


“거도픈 부관님! 위험하십니다!”


한 병사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의 말을 들은 거도픈이 고개를 올리자 검은 날개에 이마에 뿔 두 개가 달린 마족이 창을 휘둘렀다.


“뭐, 뭐야!”


하늘에서 내려온 마족의 모습에 거도픈은 서둘러 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이미 마족의 창은 거도픈의 목을 날릴 위치까지 다가왔기에.


‘이렇게 허무하게 내 인생이 끝나다니.’


씁쓸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려는 순간.


“컥!”


창을 들고 날아오던 마족은 갑자기 날아온 바람에 의해 몸이 갈가리 찢기며 방벽 밑으로 떨어져 버렸다.


“거도픈 형님, 무사하세요?”


그와 동시에 나타난 것은 하얀 제복에 검을 든 제카였다.

그가 나타나자 거도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제카야, 고맙다. 네 덕분에 살았어.”

“형님, 그것보다 현재 방벽의 상황을 알려주세요.”


제카의 질문에 거도픈은 가까이 다가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직 뚫린 방벽은 없지만, 쳐들어오는 적의 수가 너무 많아서 뚫리는 건 시간문제일 거야.”


근처에 있는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거도픈이 조용히 현실을 말해주자, 제카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답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가요?”


“······싸우고 싶어도 싸울 병사가 턱없이 부족해. 아무리 제일의 요새라 불려도 병사가 어느 정도 있어야 막아내는 건데. 지금은 이 요새 전체를 커버할 수도 없어. 이건 사령관인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현재 엔드라인 요새에 남아있는 병력은 오천 명.


그 정도의 병사 수로는 이 기다란 방벽을 지닌 엔드라인 요새를 방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사실을 거도픈이 정확히 인지해주자 제카는 방벽의 끝으로 가며 말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막아보죠. 허무하게 이곳을 내 줄 수는 없으니까요.”


스타우드에게서 이 엔드라인 요새를 맡은 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고작 하루 만에 요새를 내줄 수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눈앞으로 다가오는 적에게서 등을 보이며 도망칠 수는 없었다.


제카가 싸울 결의를 보이자 거도픈과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사령관님이 그러시다면, 죽을 각오로 막아보죠. 안 그러냐? 얘들아.”


“““명 받들겠습니다.”””


필사의 각오를 한 병사들의 외침을 듣던 제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마족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한편 데모니아의 거대한 다섯 척의 배 중 하나에 타고 있던 마족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누구냐? 어떤 녀석이 기습하는데. 대놓고 대포를 쏜 거냐?”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마족은 데모니아의 사천왕 중 하나인 사일런스였다.


그는 검은 날개와 더불어 잿빛 피부, 이마에 두 개의 뿔과 더불어 붉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으며, 건장한 체구를 지닌 마족이었다.


한 손에 든 와인 잔에 담겨 있는 붉은 와인을 흔들며 묻는 그의 말에 옆에 있던 마족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다른 사천왕 중 하나이신 볼케인 님이 그러신 것 같습니다.”


“······하아. 전신을 근육으로 채우더니, 머리까지 근육으로 채운 건가. 그 바보 같은 자식은.”


사일런스의 말대로 이번 엔드라인 요새 습격은 고요한 밤을 이용한 은밀한 기습작전이었다.


하지만 볼케인의 갑작스러운 행동 때문에 적들이 눈치채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이르게 되었다.


그 사실에 사일런스가 한탄하자, 옆에 있던 마족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볼케인 님이 한 성격하지 않습니까. 그분 성격상 이런 은밀 작전은 안 어울리긴 하죠.”


“······그런 녀석에게 선봉장을 맡기시다니. 마왕님 생각은 알다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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