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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80일간의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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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6.23 13:4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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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1
추천수 :
166
글자수 :
140,076

작성
21.05.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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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 0일차 - 운수 좋은 날

DUMMY

1.


단지 놀이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으으으...”


신음이 절로 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이불에서 뒹굴다가.


“무야호!”


신남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방구석에서 소리치고 말았다. 거실에 있던 엄마도 덩달아 소리쳤다.


“우리 의대생 아들! 무슨 좋은 일 있어?”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래? 과일 깎아 줄까?”


“아녜요! 괜찮아요!”


“그래~ 먹고 싶으면 말만 해~ 의대생 아들~”


“네!”


이리 말했지만 아마 과일을 먹을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상황이니까.


왜냐?


“예스! 성공했어!”


수능 대박, 의대 합격, 코인 떡상.


인생에서 ‘흐름’을 타버린 나.


“혜지야! 좋아한다! 나랑 사귀자!”


나는 그 기세를 몰아 평소 짝사랑하던 혜지에게 고백했고.


“... 고... 고마워!”


혜지는 나의 고백에 고맙다는 말 한 마디를 남긴 채 도망치듯 사라졌다.


놀이터 한복판에 홀로 남은 나는, 고백했던 그 자리에 서서 혜지가 남긴 말의 의미를 되새겼다.


“고맙다...”


정황상 ‘고맙다’ => ‘고백해줘서 고맙다’고.


‘고맙다’는 ‘남이 베풀어 준 호의나 도움 따위에 대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다.’는 뜻이니까.


“결국 혜지가 내 고백을 받아준 거잖아?”


확실하다! 수능 국어 100점인 내게 이 정도 의미 파악은 간단하지!


아. 그나저나 혜지가 정말 내 고백을 받아줄 줄이야.


사실 원래 나만 짝사랑했던 게 아니라, 우리 서로 좋아하고 있던 게 아닐까?


나와 혜지는 고등학교 내내 계속 같은 반, 같은 학원 반이었으니까.


“그럼 언제부터?”


모든 사랑에는 시작이 있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지.


아무리 혜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귀엽다곤 하지만, 나도 처음 본 순간부터 혜지를 좋아했던 건 아니다.


당연히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지.


그게 아마 올해 6평, 그러니까 6월 전국 모의고사 때였을 것이다.


수험생이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올해 6평은 불수학이었다.


수학이 드럽게 어려웠다는 얘기지. 나도 박살날 정도였으니까.


그 때 수학시간 끝나자마자, 애들은 전부 30년은 늙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와. 미친 이번 시험 겁나 어려웠어...”


“수능 때도 이 난이도로 나오면 어떡하지?”


여기까지는 다 똑같았지만, 그 이후의 반응은 정말 다양했다.


“... 자살할까?”


“자살할 거면 나 니 핸드폰 주라.”


“인생 멈춰!”


“멈춰!”


몇몇은 멘탈이 나가버렸고.


“엄마한테 줘터지겠다...”


“아... 데이터 끊길 각인데...”


몇몇은 훗날을 두려워했으며.


“... 인생은 수시지!”


“수시는 인정이지~ 아직도 정시코인 타는 흑우들 없지?”


몇몇은 당장 마주한 현실을 외면했다. 이번 6평은 그만큼 어려운 시험이었다.


허나 강인한 멘탈을 가진 몇몇은 그 불수학을 버텨내고 현실을 마주했는데.


그들은 바로 좀비처럼 터덜터덜 시험지를 든 채.


“으... 그래도 답부터 맞춰봐야겠지...”


“그래야지... 혜지야...”


혜지를 찾는 이들이었다. 나 또한 그 중 하나였다.


“혜지야... 16번 답 뭐야?”


“4번.”


“아아악!”


“혜지야... 30번은 답 뭐냐...”


“336.”


“까비! 1000분의 1로 맞출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문항 번호를 얘기하면, 혜지는 답을 불러 준다.


그리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평가원이 제공하는 답안지는 의심해도 혜지에가 부른 답에는 토 달지 않는다.


우리에게 있어 혜지는 그런 존재였다.


수학에서만큼은, 혜지가 곧 신이었다.


“혜지야... 29번은 88?”


“88.”


“하... 다행이다.”


“혜지야. 나 시험지 좀 빌릴게...”


“응.”


몇 번에 답 뭐냐고 하나하나 감질나게 물어보던 애들은, 결국 지쳐 시험지채로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혜지의 시험지를 빌려가자마자, ‘사건’이 발생했다.


“어? 혜지야. 1번 3이야?”


“응? 1번 4잖아.”


“어? 뭐라고?”


수학 1번.


2점짜리 문제.


아무리 불수학이더라도 1번이 어려울 순 없었다.


그냥 주는 문제라고 여기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봐봐. 이게 어떻게 3이야. 4지.”


“응. 이건 그냥 4지.”


“와. 살다가 혜지가 수학 틀리는 것도 보네.”


혜지는 1번 틀렸다.


수험생들 멘탈 박살내려고 작정한 어려운 문제들은 다 맞춰 놓고는, 정작 가장 쉬운 문제를 틀린 것이다.


“...”


눈이 똥그래진 채로 1번 문항을 보던 혜지.


그녀는 점점 도토리 잃은 다람쥐 표정이 되어가더니, 정확하게 이렇게 말했다.


“아뿔싸...”


난 그 때. 살면서 ‘아뿔싸’란 단어를 처음 ‘들었고.’


그게 뭐라고, 반해버렸다.


아무튼 그 ‘1번의 난’이라고 불리는 사건 이후로부터는, 정신이 남으면 항상 시선이 혜지 쪽으로 갔다.


그렇게 되니까, 그 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혜지 또 잔다.”


“잔다니! 혜지느님은 지금 수학의 신이랑 과외하고 있는 거야.”


“아하! 수학의 신은 혜지한테 배워서 수학의 신이 된 거구나!”


혜지가 수학시간에 계속 고개를 떨구고 있는 건,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사실 자는 거였다는 걸 새로 알았고.


“검은 콩 우유 주세요.”


“다 떨어졌는데?”


“... 히잉...”


점심시간엔 항상 매점에서 검은콩 우유를 사 먹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또... 포도 젤리랑 야채호빵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아무튼 먹는 걸 미끼로, 나는 그녀와 조금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대화해 본 결과, 혜지는 조금...


“혜지 성격 원래 그러냐고? 어. 혜지가 원래 좀 또라이끼가 있긴 해.”


“...”


“근데 갑자기 혜지 성격은 왜 물어봐? 이정우 너 전혜지 좋아하냐?”


“미... 미쳤냐? 누가 전혜지같은 여자를 좋아하냐?”


“흐음. 그러셔?”


... 또라이는 아니고, 약간 4차원? 같은 느낌이었다.


혜지는 절대 성격이 나쁘지 않았다. 근데 애가 조금 사고가 튄다 해야 하나.


예시를 하나 들자면, 혜지는 수능이 끝나고 컴공, 컴퓨터공학과를 썼다.


신기한 일이었다. 혜지는 인서울 의대도 넉넉히 남는 점수대였으니까.


내가 이유를 물었을 때, 혜지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컴공 가서 블록체인 공부해가지구, ‘원’의 주인이 될 거야.”


“원의 주인? 칭키즈칸?”


“아니. 원나라 말고 화폐 원.”


“... 응?”


“언젠가 이 나라의 돈이 다 가상화폐로 대체될 거야. 그 때. 내가 이 나라의 경제를 장악할 거야!”


... 이런 식이었다. 이거 말고도 많다.


에어컨 틀어서 춥다고 학교에 전기담요를 가져오지 않나.


반에다 호빵기계를 설치하지 않나...


“... 나한테 야채호빵 줬을 땐, 진짜 심장 터질 뻔했지...”


에이 몰라. 어차피 중요한 건 언제부터 혜지가 날 좋아했는지가 아니다.


우리 둘이 사귄다는 게 중요한 거지.


“흐흐흐... 내일 혜지랑 뭐 하고 놀까?”


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이불에서 굴렀다.


-파톡!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파파야톡이 울렸다.


나는 빛보다 빨리 휴대폰을 확인했다. 혜지였다.


- 혜지 : 정우야.


파파야톡을 보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혜지가 진짜 내 여자친구라니.


꽈악.


볼을 꼬집었을 때 아프면 아플수록, 더 신이 났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행위.


이른바 ‘읽씹’을 한 커플은 깨질 확률이 80% 이상 증가한다고 무슨무슨 사이트에서 무슨무슨 기자가 쓴 무슨무슨 기사에서 봤다.


나는 재빨리 손가락을 놀렸다.


토토토톡.


- 나 : 웅웅!


파톡! 파톡!


- 혜지 : 아까 말이야...

- 나 : 웅웅!


파톡!


- 혜지 : 사실...


그 때.


띠리리리리리리리링!


“뭐... 뭐야?”


갑자기 휴대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화면이 하얗게 변하더니.


- 정우님! 디지털 세계가 ‘또’ 위험해요!


검은 글자가 새겨졌다. 나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이게 무슨소리야! 분명 '5년 전에' 이미 한 번 구해줬잖아!”


- 그러니 부디, ‘한 번 만 더’ 도와주세요!


"안 돼! 나는 혜지랑 꽁냥-"


허나 나의 진심어린 절규에도 불구하고, 순간 휴대폰에서 기묘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파톡! 파톡!


나는 파파야톡 소리를 들으며, ‘디지털 세계’로 [로그 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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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4일차 - 재회(5) +1 21.06.23 14 4 11쪽
25 24. 4일차 - 재회(4) 21.06.22 15 3 13쪽
24 23. 3일차 - 재회 (3) 21.06.21 14 3 11쪽
23 22. 3일차 - 재회 (2) +1 21.06.03 49 7 11쪽
22 21. 3일차 - 재회 (1) +1 21.06.02 35 6 11쪽
21 20. 3일차 - 감금 (3) 21.06.01 27 7 14쪽
20 19. 3일차 - 감금 (2) +1 21.05.31 32 5 12쪽
19 18. 3일차 - 감금 (1) +1 21.05.28 36 6 12쪽
18 17. 2일차 - 백업술사 (3) +2 21.05.27 35 6 18쪽
17 16. 2일차 - 백업술사 (2) +1 21.05.26 34 7 14쪽
16 15. 2일차 - 백업술사 (1) +1 21.05.25 36 6 12쪽
15 14. 2일차 - 유우키 대도서관 +1 21.05.24 39 7 12쪽
14 13. 2일차 - 크랙 +2 21.05.23 44 5 12쪽
13 12. 2일차 - 철벽 21.05.22 35 5 12쪽
12 11. 2일차 - 재회 21.05.21 33 5 12쪽
11 10. 2일차 - 원로원 21.05.20 37 6 13쪽
10 9. 2일차 - 엔지니어링 베이 21.05.19 45 7 12쪽
9 8. 1일차 - 안나의 일기(2) 21.05.18 42 7 14쪽
8 7. 1일차 - 안나의 일기(1) +1 21.05.17 47 5 13쪽
7 6. 1일차 - 불릿 타임 21.05.17 45 5 14쪽
6 5. 1일차 - 명문가 (2) 21.05.15 53 6 12쪽
5 4. 1일차 - 명문가 (1) 21.05.14 63 6 12쪽
4 3. 1일차 - 누구나 헤매는 숲 21.05.14 84 6 12쪽
3 2. 1일차 - 버스 안에서 +1 21.05.13 109 6 12쪽
» 1. 0일차 - 운수 좋은 날 +2 21.05.12 149 13 9쪽
1 프롤로그 +3 21.05.12 179 1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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