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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80일간의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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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6.23 13: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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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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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1일차 - 버스 안에서

DUMMY

2.


나. 이정우. 20세.


수능 대박, 의대 합격, 코인 떡상에 이어 좋아하던 여자애와 사귀게 되었으나.


디지털 세계가 ‘또’ 위험에 빠졌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만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젠장... 내일 혜지랑 데이트하려 했는데...”


나는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 [버스]의 좌석에 앉아 중얼댔다.


그러자 바로 옆자리에서, 누군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죄... 죄송해요. 정우 님.”


풍성한 갈색 머리에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그녀는, 자기를 ‘마리 헤르츠’라 밝혔다.


[고대의 기술] 중 하나인 [로그 인]으로, 나를 소환해낸 개색... 아니. 장본인이다.


“그래서. 이번엔 왜 ‘또’ 나를 불렀는데?”


“그... 그게...”


빰빠밤빠밤- 빰 빰빠밤빠밤- 빰 빰빠바바 빰빰-!


[ 곧 디지털 세계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합니다. ]

[ 안전벨트를 꼭 착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


“... 일단 안전벨트부터 매고 얘기하자.”


“네...”


아무리 화가 나고 짜증이 나더라도, [버스]에선 안전벨트 착용이 우선이다.


저번에 왔을 땐, 멋모르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가 ‘골절’ 디버프를 이틀 동안 달고 다녔었으니까.


철컥- 철컥-


안전벨트를 했다고 방심해선 안 됐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또 안전벨트가 끊어져서 왕창 굴렀으니까.


팟팟-


나는 내 안전벨트를 땡겨서 확인한 후.


팟팟-


마리의 것도 확인했다.


“가... 감사합니다.”


“됐고, 본론이나 얘기해 봐. 아니. 디지털 세계는 왜 또 위험에 빠진 건데?”


“그게...”


“설마 또 [오메가] 놈들 때문이라면 가만 안 둔다.”


“...”


고개를 푹 숙이는 마리.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분명 떠나면서 말했지? [오메가]놈들 계속 나타날 테니까, 알아서 잘 관리하라고!”


“네...”


“근데 고작 5년 만에, 똑같은 놈들한테 세계가 휘청거려?”


“저... 정우님 세계에서는 5년이지만 저희 세계에서는 5000년이에요!”


“야!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5000년이든 5만 년이든 결국 또 내 도움 필요하다고 불러 놓고서!”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안전벨트에 묶인 마리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아파왔다.


“하... 다시는 디지털 세계로 가게 될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디지털 세계는 우리 인간들이 사는 세계인 ‘현실 세계’의 하위 차원으로, 인간들이 쓰는 전자기기 내부의 세계이다.


우리가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라면, 이곳 디지털 세계 주민들은 ‘정보’로 이루어진 존재들.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 디지털 세계의 존재조차 모르고, 설령 그 존재를 안다 하더라도 별 접점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디지털 세계에 가 본 적이 있다.


그것도 그냥 ‘안녕하세요 여러분~’ 하고 방문한 수준이 아니라, 그 세계를 한 번 ‘구원한’ 바 있다.


때는 내가 5년 전 여름. 그러니까 내가 중학교 2학년이던 시절.


“뭐 재밌는 거 없나?”


여름방학을 맞이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웹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DM(Direct Message)로 웬 요상한 링크가 날아오는 게 아닌가.


- 디지털 세계를 구해주세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 바로 구하기


XYZ축 어디서 봐도 스팸스러운, 너무나도 수상한 메시지.


바보가 아닌 이상 저런 링크를 클릭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후. 역시 나란 존재가 갖는 무소불위의 가치를 파악하는 사바세계가 있는 건가.”


... 당시의 나는 중2병이었다.


“디지털 세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구해 주지. 내 구원에 범벅이 되어 살아라.”


철없던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로서는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헛소리를 지껄이며 링크를 클릭했고.

딸깍.


“엥? 여기가 어디...”


“성공했다! 안나 님께서 인간님을 부르는 데 성공하셨어!”


“만세! 우린 이제 살았어!”


그게 나의 디지털 세계 첫 방문이었다.


일단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나는 디지털 세계를 구해 냈다.


하지만 그냥 덜렁 구해낸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나는 디지털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몸.


하나하나 디지털 세계에 대해 배우고, 또 스펙업을 하고, [오메가]놈들을 후드러패기 위해 열심히 구르고, 구르고 또 굴러야만 했다.


그것도 무려 2년 동안이나!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시간비가 1000:1이라서 돌아왔을 땐 고작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데다가.


“엄마...”


“응?”


“앞으로는 꼭 효도할게요...”


“어머. 우리 정우 갑자기 어른스러워졌네? 어제만 하더라도 적염룡이니 푸른 눈의 봉황이니 이상한 소리만 하더니만.”


“...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중2병이 완치된 채로 돌아왔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젠장.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다.


“정우 님... 어떻게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잊고 싶은 과거가 자꾸 떠오르는 와중에, 당장 내 옆자리에 앉은 마리가 애절하게 물어왔다.


표정도 굉장히 간절한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저 가증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내가 못 도와주겠다고 하면 돌려보내 줄 순 있고?”


“...”


“어차피 [로그 아웃]도 [오메가]놈들한테 빼앗겼을 거 아냐. 그러니까 날 부른 걸 테고.”


“네... 죄송해요...”


모기 기어다니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마리.


에휴. 난 다시 한 번 한숨이다.


지금 내가 있는 장소, [버스]는 총 2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지금 내가 타고 있는, 현실에서 디지털 세계로 가는 버스.


또 다른 하나는 반대로, 디지털 세계에서 현실로 가는 버스.


그리고 각각의 버스를 탈 수 있는 [고대의 기술]이 바로 [로그 인]과 [로그 아웃]이다.


그러니까, 마리는 날 디지털 세계로 불러오는 [로그 인]은 가지고 있지만 날 현실로 돌려보내주는 [로그 아웃]은 없는 셈이다.


나는 짜증 섞인 어투로 물었다.


“아니. [오메가] 걔네는 대체 왜 자꾸 현실 세계를 침략하고 싶어 하는 거야?”


“그러니까요...”


5년 전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문제를 일으킨 건 [오메가]라는 집단이다.


이 [오메가]라는 녀석들은 디지털 세계의 사이비 종교 추종자들로, 극렬 테러리스트들이다.


이른바 RPG 게임이나 용사물에서 ‘마왕군’이나 ‘마족’ 포지션의 놈들이지.


놈들의 목표는 디지털 세계를 정복한 이후, 현실 세계로 넘어와 인간들까지 자신들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것.


물론 하위 차원인 디지털 세계의 존재들이, 상위 차원인 현실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현실 세계로 나가는 [버스]의 탑승권. [로그 아웃].


그리고 이미 [오메가] 놈들이 [로그 아웃]을 가지고 있으니, 나는 좋으나 싫으나 [오메가] 놈들을 족쳐야 하는 셈이다.


내일 혜지랑 데이트하려면 말이다.


“에휴. 이미 일어난 일을 어쩌겠냐.”


“죄송해요...”


“나도 현실 세계로 돌아가려면 도와 줄 수밖에 없네...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돌아갈 테니까, 이번엔 ‘안나’때처럼 나 붙잡지 마라.”


“네! 네! 감사합니다! 정우 님!”


사실 5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내가 처음 디지털 세계로 들어갈 때 나의 스탯은 모두 1이었다.


여타 RPG 게임에서 체력이나 다를 바 없는 자가 복구 레벨도 1.


마나인 호환성 레벨도 1.


힘, 민첩, 지력인 용량, 전송속도, 연산속도까지 전부 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


하지만 난 이미 한 번 디지털 세계를 ‘구원’한 몸.


시작할 때의 나약한 몸이 아니라는 거다.


빰빠밤빠밤- 빰 빰빠밤빠밤- 빰 빰빠바바 빰빰-!


[ 지금 우리 버스는 입국심사소에 도착했습니다. ]

[ 현실 세계의 주민분께서는 ‘아바타’상태로 입국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드디어 입국심사소네. 일단 아바타부터 챙겨 올 테니까 기다려 봐.”


아바타(Avatar)라는 것은 상위 차원, 즉 현실 세계의 존재가 디지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화신(化身)이다.


뭔가 어려운 단어 쓰면서 말했지만, 실상은 게임 캐릭터나 다름없다.


다만 디지털 세계는 ‘게임’이 아니기에, 아바타가 죽으면 나도 죽어버린다는 엄청난 제약조건이 달려 있지만 말이다.


[ ‘이정우’ 님의 아바타를 로딩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아무튼, 저번에 디지털 세계를 떠나면서 확인한 나의 스탯은 5가지 종류 모두 1023으로,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스탯 한계치까지 꽉꽉 채워 놓은 상태다.


게다가 디지털 월드 구석구석을 뒤지며 습득한 [바로가기 생성], [즐겨찾기], [일시정지], [해상도 변환] 등의 수많은 스킬은 물론이고, [슈퍼 디버깅 도끼], [데이터 분해 광선검]등의 위력적인 아이템까지.


지금 나의 아바타는 사실상 밸런스 파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내가 출두한 이상 [오메가] 정리에는 길어 봐야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


띠링!


[ ‘이정우’님의 아바타가 없습니다. ]

[ ‘이정우’님의 아바타를 새로 생성합니다. ]


“응?”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알림창에, 나는 눈을 비볐다.


그대로였다.


벅벅.


더 격렬하게 비벼 봤지만 그대로였다.


잘못 본 건가? 하고 다시 읽어 봐도. 한 글자씩 떼어 읽어 봐도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그 내용인 즉슨.


[ ‘이정우’님의 아바타가 없습니다. ]


내 아바타가 없어서.


[ ‘이정우’님의 아바타를 새로 생성합니다. ]


새로 만든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알림창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으려니까, 마리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 그게... 오메가가 정우 님의 아바타에다 대고 [롤백]을 사용하는 바람에...”


“뭐라고? [롤백]도 놈들한테 뺐겼어?”


“... 네...”


롤백(Rollback)은 단일 대상의 시간을 되돌리는 [고대의 기술]이다.


물론 ‘시간’과 관련된 스킬들은 하나같이 성능이 워낙 사기적인 만큼, 많은 제약조건이 필요하다.


대량의 [비트]를 요구하는데다가, 대상에 대한 장시간의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항하지 않는 존재에게만 쓸 수 있다.


내가 현실에 있는 동안 내 아바타가 기능정지하고 있으니, [롤백] 당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그런데 내 아바타는 ‘무조건 헤매는 숲’의 데이터베이스 성소에 보관됐을 텐데? 그걸 어떻게 오메가 놈들이 뺐었지?”


“그... 그게 오메가가 가장 먼저 공격한 곳이 거기라서...”


“그럼 너희들은 오메가가 거기 공격하는 동안 안 막고 뭐했는데? 아니. 너희 ‘헤르츠 가문’ 말고도 ‘테슬라 가문’이라던가, ‘엔지니어링 베이’의 사람들도 있었잖아. 걔넨 대체 뭐 한 거야...?”


“그... 다들 오메가가 퍼뜨린 거짓 정보에 속아서 엄한 데를 지키느라...”


“뭐? 이 얼간이들아! 그게 대가리 박힌 놈들이 할 짓이야? 적어도-”


“히이이익! 죄송해요! 죄송해요!”


마리는 머리로 망치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계속 숙였다.


이젠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이미 실망을 넘어 불안 그 이상에 닿았으니까.


“아바타가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그 고생을?”


[ ‘이정우’님의 아바타가 생성되었습니다. ]


나의 절규에 대답하듯, 떠오르는 상태창.


[ ID : 이정우 ]

[ 권한 (종족) : 아바타 ( Avatar ) ]

[ 자가 복구 레벨 (체력) : 1 ]

[ 호환성 레벨 (마력) : 1 ]

[ 용량 레벨 (힘) : 1 ]

[ 전송속도 레벨 (민첩) : 1 ]

[ 연산속도 레벨 (지력) : 1 ]

[ 기능 (스킬) : 없음 ]


5년 전 처음 왔을 때처럼, 하나같이 모두 1인 스탯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하던 찰나.


[ 우리 버스는 지금, 누구나 헤매는 숲에 도착했습니다. ]

[ 디지털 세계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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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 3일차 - 재회 (1) +1 21.06.02 3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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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3일차 - 감금 (2) +1 21.05.31 3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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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1일차 - 안나의 일기(1) +1 21.05.17 48 5 13쪽
7 6. 1일차 - 불릿 타임 21.05.17 46 5 14쪽
6 5. 1일차 - 명문가 (2) 21.05.15 5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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