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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80일간의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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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6.23 13:4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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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
추천수 :
166
글자수 :
14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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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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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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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 1일차 - 누구나 헤매는 숲

DUMMY

3.


[ 디지털 세계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


[버스]에서 내리자 익숙한 풍경이 날 반겼다.


울창한 나무들과 무릎까지 오는 잔디. 그리고 수없이 많은 이정표.


‘누구나 헤매는 숲’이다.


난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후우- 디지털 세계 기준으로 5000년이 지났는데도, 여긴 변한 게 없네. 여전히 복잡해.”


“... 네... 아직도 저희는 여기서 자주 길 잃어요...”


무조건 헤매는 숲이 왜 ‘무조건 헤맨다’라는 수식어가 붙었냐 하면, 애초에 구조도 미로처럼 빙글빙글 꼬아져 있는데.


[ 이 간판은 거짓이다. ]

[ 북쪽으로 가면 남쪽 끝이 나온다. ]


길을 알려줘야 할 이정표들이 이렇게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기 때문이다.


TMI 하나 하자면, 이런 이정표들은 우리 같은 인간들에겐 그냥 헛소리나 다를 바 없지만 이곳 디지털 세계 주민들에게는 엄청나게 강력한 [저주]이다.


나는 [저주]들이 새겨진 이정표들을 무시하고, 5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지금 가야 하는 곳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아앗! 정우 님! 어디 가세요?”


“[데이터베이스 성소].”


“그... 그곳은 이미 쑥대밭이 되어버렸을 텐데요... 차라리 저희 헤르츠 가문의 영지로 가시는 게...”


“아니. 거기서 챙겨야 할 게 있어.”


지금 내가 말한 [데이터베이스 성소]가 어디냐 하면, 바로 내 아바타가 숨겨져 있던 장소다.


누구나 헤매는 숲에서도 아주 깊고 외진 곳에 있어서, ‘우연적’으로는 거의 찾기 힘든 곳이고 위치를 아는 존재도 많지 않다.


그런데-


“대체 오메가 놈들이 데이터베이스 성소 위치를 어떻게 알았지?”


“... 모르겠어요.”


“그럼 데이터베이스 성소에 내 아바타가 숨겨져 있단 사실은 어떻게 안 거야?”


“... 그것도 모르겠어요.”


“아니. 다 제쳐두고 거길 먼저 공격했단 건, 이번엔 오메가가 내가 넘어올 거란 걸 예상하고 있던 건가?”


“... 그것도...”


“이 쓰레기들아! 너희들은 대체 여태껏 뭘 한 거야!”


“죄송해요! 죄송해요!”


마리는 그냥 죄송하다는 말 밖에 모르는 건가?


젠장. 의문점들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밟고 튀어나오는데, 답은 하나도 못 얻었다.


답답해 죽을 것 같은 가운데, 마리가 내 눈치를 슬슬 보며 물었다.


“그... 정우 님.”


“뭐?”


“그래도 요즘은 오메가가 잠잠해졌는데... 일단 저희 헤르츠 가문 영지에 들러서 천천히 차나 한 잔 하시는 게...”


“뭐? 천천히? 차?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놈들이 잠잠해졌다는 건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건데, 그걸 알면서도 그런 말이 나와?”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냥 해 본 말이에요! 죄송해요!”


“죄송하단 말은 그만 하고, 당장 따라오기나 해!”


“네...”


마리는 풀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다.


자업자득이다. 얘가 대체 뭘 믿고 저리 한가한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겐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한시라도 빨리 성장해서, 오메가 놈들을 두들겨 패고, [로그 아웃]을 얻어서 이 디지털 세계를 탈출해야 한다!


이리 급하게 나가야 할 이유가 있냐고?


당연하지.


과거 무슨무슨 사이트에서 본 무슨무슨 기자의 무슨무슨 기사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는 행위. 이른바 ‘읽씹’을 하는 커플은 80%의 확률로 헤어진다. 그러나 연애 중에 ‘읽씹’보다 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우 님! 데이터베이스 성소는 이쪽이에요!”


이크. 딴 생각 하다가 순간 길을 헷갈렸다. 5년 만에 찾아온 곳이라 기억도 약간 가물가물하긴 했고.


마리가 가리킨 방향으로 달리길 10분.


[ 데2터!%#걗스 성소 ]


깨져버린 이정표와 함께, 우리는 데이터베이스 성소였‘던’ 곳에 도착했다.


내가 떠날 때만 하더라도 데이터베이스 성소는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석조건물과, 수많은 동상들이 진열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석조 건물은 무너져버려 잔해만 남았고, 동상들 역시 다 파괴되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나는 ‘영웅’이라는 명목으로 세워진 동상을 확인했다.


내 중학교 2학년 시절의 얼굴이, 반으로 갈라진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 에휴. 아주 개박살을 내 놨네. 얼굴은 좀 놔두지.”


뭐, 조각상이 박살난 건 아쉽지만 이미 부서진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떨그렁.


나는 반으로 갈라진 중학생 시절의 머리통을 아무데나 던지고, 이번엔 숲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 여기 근처일 텐데...”


“... 뭐 찾으세요?”


다행히 오메가 놈들은 성소 건물과 동상들만 박살냈을 뿐, 숲의 나무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애초에 놈들의 목적은 성소에 보관돼 있던 내 아바타와, 성소 속 [고대의 기술]이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아무튼 다행이다. 덕분에 ‘그것들’이 묻힌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었으니까.


“여기네.”


내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XXX 문양이 새겨진 소나무 앞이었다.


이곳 기준으로 5000년이 지났음에도, 그대로인 나무를 보고 있으려니까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역시 [읽기 전용]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저... 정우 님. 이 나무는 뭔가요?”


“이 나무? [읽기 전용]으로 내가 뭔가 새긴 나무인데... 아무튼 별 거 아냐. 중요한 건 그 밑에 묻혀 있는 것들이지. 내겐 추억이 담긴 것들이거든.”


“아하...”


“그러니까. 마리.”


“네?”


내가 빤히 쳐다보자, 마리는 순간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물었다.


“저... 정우님.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니. 묻긴 뭐가 묻어.”


“그럼 왜 그렇게 보시는지...”


“왜 보긴? 당장 파.”


“네?”


“못 들었어? 땅 파라고. 정확하게 여기야. 여기 파.”


툭툭.


나는 나무 아래의 어느 한 지점을 발로 두들겼다.


마리의 얼굴이 아주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얜 왜 이래?


“... 그거 말씀하시려고...”


“그럼 뭔 생각을 한 거야?”


“아... 아니에요. 당장 팔게요.”


스응-


마리가 [인벤토리]에서 삽을 꺼냈다.


헤르츠 가문은 귀족 집안이지만, 유서 깊은 ‘채굴’ 가문이기에 삽은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푹팍푹팍!


마리는 삽질을 썩 잘했다.


이른바 뼈대 있는 가문다운, 일품인 삽질이랄까.


푹팍푹팍- 툭!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우 님! 뭔가 나왔어요!”


“맞아. 잘 했어. 마리.”


“에헤헤...”


“하지만 내가 오기 전에도 이렇게 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헤르츠 가문 여식들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5년 전, 그러니까 이곳 기준으로는 5000년 전에 날 불러들인 것 역시 헤르츠 가문 여자였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헤르츠’.


그 여자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


“정우 님. 추우세요? 왜 몸을 떠시는지...”


“아... 아냐. 잠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일단 묻혀 있던 것부터 확인하자.”


“네!”


툭툭.


마리는 땅 속에 파묻혀 있던 것을 꺼내 흙을 털었다.


묻혀 있던 물건의 정체는 바로 상자.


“이건... 정우 님이 묻어 두신 건가요?”


“응.”


“와. 5000년이 지났는데도 멀쩡하네요.”


당연하다. 다른 이도 아니고 당시의 내가 직접 부여한 [읽기 전용]이니까.


“열어나 보자고.”


“네! 제가 열어볼- 아뜨뜨뜨!”


파즈즈즈!


마리가 상자를 열려고 하자, 곧바로 강력한 스파크가 튀었다. 놀란 마리가 홈런볼만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겨... 결계인가요?”


“결계 같은 소리 하네. 그냥 간단한 보안이야.”


순간 상자에서 부슝하고 떠오르는 창들.


[ 대상에 ‘읽기 전용 Lv.Max’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

[ 권한이 없는 존재는 해당 대상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


마리는 텍스트를 차근차근 읽고서, 내게 물어왔다.


“맥스 레벨의 보안이 걸린 상자를 열 수 있을까요? 정우 님의 옛 아바타는 이미 데이터로 회귀해 사라진 터라 지금은 권한이 없으실 텐데...”


“다 방법이 있지.”


나는 그리 말하고서, 상자에다 손을 댔다. 곧바로 마리 때처럼 격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파즈즈즈!


“크윽!”


손 전체가 저려오며 머리가 띵해지는 것 같았지만, 나는 정신력으로 버티며 상자에다 대고 소리쳤다.


“내 기억의 파편들이어! 네 주인을 맞이하라!”


“...?”


마리가 순간 뭐지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녀의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파스스-


스파크가 잦아들며, 다시 한 번 상자에서 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비공개 비밀 코드’ 입력을 감지하였습니다. ]

[ ‘이정우’님께 대상에 대한 권한을 부여합니다. ]


딸깍!


딱히 만지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열리는 상자.


마리가 갑자기 북받친 표정으로 소리쳤다.


“역시 정우 님! 대단하세요!”


“... 뭐야. 나 멕이는 거야?”


“아뇨! 정말 만에 하나를 생각해서 미리 [비밀 코드 등록]까지 해 놓으신 거잖아요? 아바타가 삭제되지 않으셨다면 그냥 열 수 있는 건데도... 철두철미하신 성격까지! 역시 5000년 전의 ‘용사’ 다우세요!”


“... 쪽팔리니까 그만 해.”


나는 비밀 코드가 창피하다는 거에 초점을 맞춘 반면, 마리는 비밀 코드를 부여했다는 자체에 놀란 모양이었다.


젠장. 중학교 2학년 시절의 흑역사를 여기서 마주하게 되다니...


“그나저나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은 뭔가요?”


“이거? 내가 약할 때 쓰던 장비들.”


상자 안엔 내가 5년 전에 왔을 때 쓰던 장비가 들어 있었다.


이게 왜 여기 들어 있냐 하면, 사실 나는 좀 물건에 애착을 갖는 스타일이라 쓰던 걸 잘 못 버리는 성격이다.


허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아공간, [인벤토리]는 한정된 터라 이렇게 [인벤토리]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상자 안에 넣어놓고 묻어둔 것이다.


다행히 아바타가 초기화됐음에도, 이렇게 내 [인벤토리] 밖에다가 보관한 상자는 남았으니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나는 적당한 장비 하나를 꺼냈다.


[ 밀레니엄 바이러스의 장갑 ]


[ 늙은 바이러스가 아끼던 장갑이다. 약간 띨띨해지지만 맷집이 늘어난다.


연산속도 레벨(지력) -5

자가 복구 레벨(체력) + 20


필요조건 : 연산속도 레벨(지력) 10, 자가 복구 레벨(체력) 10 ]


흠. 저번엔 초반부에 조금 쓰다가 버린 싸구려 장갑이다.


스펙업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더 좋은 장갑을 빨리 구했기 때문.


아무튼 지금의 나는 모든 스탯이 1이라 이런 장갑도 못 끼는 게 현실이다.


사실 [밀레니엄 바이러스의 장갑] 말고도 이 상자 안에 있는 장비들 중 당장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건 없다. 스탯이 모자라니까.


나는 장갑을 도로 상자 안에 넣었다.


“쳇. 빨리 ‘업적’들부터 달성해야겠는걸. 일단 가자. 마리.”


“네? 어디로요?”


이제 이곳 ‘무조건 헤매는 숲’에서 당장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물론 숨겨놓은 것이 더 있지만, 그걸 쓰기에는 아직 시기가 알맞지 않은 상황.


당장 가야 하는 곳은 한 곳 뿐이다.


“어디긴. 이젠 너희 영지로 가 봐야지.”


“네! 저희 영지로 모실게요! 이번에 아주 좋은 ‘그래픽맛 쿠키’가 들어왔으니 꼭 맛보세요!”


“쿠키도 좋지만. 그보다...”


나는 그리 말하며, 마리를 그윽히 쳐다봤다.


“네? 아...”


순간 얼굴을 붉힌 마리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 힘 빠진 표정으로 상자를 들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따봉을 날렸다.


“굿!”


“... 굿...”


“그럼 이제 가자고. 너희 헤르츠 가문의 영지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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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 3일차 - 재회 (2) +1 21.06.03 50 7 11쪽
22 21. 3일차 - 재회 (1) +1 21.06.02 36 6 11쪽
21 20. 3일차 - 감금 (3) 21.06.01 27 7 14쪽
20 19. 3일차 - 감금 (2) +1 21.05.31 32 5 12쪽
19 18. 3일차 - 감금 (1) +1 21.05.28 38 6 12쪽
18 17. 2일차 - 백업술사 (3) +2 21.05.27 35 6 18쪽
17 16. 2일차 - 백업술사 (2) +1 21.05.26 35 7 14쪽
16 15. 2일차 - 백업술사 (1) +1 21.05.25 37 6 12쪽
15 14. 2일차 - 유우키 대도서관 +1 21.05.24 39 7 12쪽
14 13. 2일차 - 크랙 +2 21.05.23 45 5 12쪽
13 12. 2일차 - 철벽 21.05.22 35 5 12쪽
12 11. 2일차 - 재회 21.05.21 33 5 12쪽
11 10. 2일차 - 원로원 21.05.20 37 6 13쪽
10 9. 2일차 - 엔지니어링 베이 21.05.19 46 7 12쪽
9 8. 1일차 - 안나의 일기(2) 21.05.18 43 7 14쪽
8 7. 1일차 - 안나의 일기(1) +1 21.05.17 48 5 13쪽
7 6. 1일차 - 불릿 타임 21.05.17 46 5 14쪽
6 5. 1일차 - 명문가 (2) 21.05.15 53 6 12쪽
5 4. 1일차 - 명문가 (1) 21.05.14 63 6 12쪽
» 3. 1일차 - 누구나 헤매는 숲 21.05.14 87 6 12쪽
3 2. 1일차 - 버스 안에서 +1 21.05.13 111 6 12쪽
2 1. 0일차 - 운수 좋은 날 +2 21.05.12 150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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