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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80일간의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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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6.23 13:4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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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글자수 :
14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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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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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 1일차 - 안나의 일기(1)

DUMMY

7.


자말과의 결투가 끝나고, 나는 연무장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저격수랑 기술자 합격자는 없다. 저격수는 전원 기준 미달, 기술자는 지원자가 없네. 이상.”


“...”


“날 이길 자신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해도 좋다. 다만. 두 번째 도전자부터는 저 녀석처럼 봐주진 않을 거다.”


나는 연무장 한구석에서 쓰러져 있는 자말을 가리켰다.


끝까지 자기가 졌다고 인정하지 않던 자말은, 그만 ‘과다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당연히 심판은 나의 ‘판정승’을 선언했고, 아마 자말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듣게 될 건 자기가 판정패했다는 소식일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추가적으로 도전할 사람. 손?”


“...”


분명 웃으며 말했건만, 연무장에 있는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시간 절약하고 좋군. 나는 녀석들에게 따봉을 날려주며 말했다.


“굳. 이만 해산.”


---


디지털 세계에서의 1일차. 밤이 되었다.


“정우 님은 여기서 머무시면 될 거예요!”


마리는 헤르츠 가문에서 가장 좋은 손님용 방을 안내해 주었다.


뭐 이것저것 화려하게 치장된 방이긴 했지만, 다른 것보다는 퀸사이즈 침대 두 개를 합쳐 놓은 것보다도 큰 침대가 눈에 띄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혜지 보고 싶다.”


내가 이곳 디지털 세계로 넘어온 지 15시간 정도가 지났다.


15시간이면 900분. 시간비가 1000대 1인걸 고려하면 현실 세계에선 1분도 채 안 된 셈이다.


아직 혜지가 내 걱정하기엔 너무 이르겠-


똑똑!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겼다.


“누구냐?”


“로빈, 로빈 옴입니다.”


로빈 옴.


앞으로 나와 함께 다닐 ‘탱커’였지. 근데 이 시간엔 왜?


끼이-


방문을 열자,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로빈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 뭐 하냐?”


“감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감사? 뭐에 대한 감사?”


“낮에 저를 감싸주신 것 말입니다!”


내가 그랬나? 아.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 자말이랑 싸우게 된 건, 누군가가 로빈의 선발이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지.


로빈은 그걸 여태 마음에 두고 있던 건가.


“마음에 둘 필요 없어. 나는 나를 위해 싸웠던 것뿐이니까.”


“... 또!”


“또?”


“배신자의 피가 흐르는 저를 뽑아주신 것! 그것 또한 감사합니다!”


“야. 건물 무너지겠다. 조용히 좀 말해라.”


“옙!”


“...”


실내에서 아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에 한 마디 했건만, 역효과였는지 로빈의 목청은 한층 더 더 커졌다.


“정우 님! 옴 가의 남자에게는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원칙?”


“그것은 바로! 자신을 믿어 주는 자를 주군으로 모셔, 평생 충성을 다 바치는 것입니다!”


“그래?”


“옙! 정우 님이 저를 믿어 주신 만큼! 이 한 몸 모두 정우 님을 위해 쓰도록 하겠습니다! 정우 님께서 [데이탈로스]에 가라면 갈 것이고, [딜리트]를 맞으라면 맞겠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 그래. 알았다.”


“옙!”


“그럼 가 봐.”


“... 옙!”


스윽-


계속 무릎을 꿇고 있던 로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로빈의 뒷모습은 왠지 힘이 없어 보여, 나는 녀석을 불러세웠다.


“로빈.”


“옙! 주군! 부르셨습니까?”


“네가 잘못 아는 사실을 하나 알려 줄게. 네 조상. [마검] 크레이그 옴은 배신자가 아니야.”


“예? 그게 무슨...”


“하암. 피곤하네. 이만 들어가.”


쿵-


나는 문을 닫고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잠시 후에야 로빈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로빈에게 진실을 다 말해 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


“혜지 생각할 시간이 줄어든단 말이지. 아. 혜지 보고 싶다~”


생각해 보면 나보다 불쌍한 사람도 없을 거다.


첫 여자친구를 사귄 지 1시간도 채 안 돼서-


똑똑!


“이번엔 또 누구야?”


“저... 정우 님. 저예요.”


마리 목소리였다.


끼이-


“넌 또 왜 왔어?”


“에헤헤... 좋은 차랑 ‘그래픽맛 쿠키’가 있어서...”


마리의 손에는 먹음직스러운 쿠키가 가득 담긴 바구니와. 찻주전자가 올려진 쟁반을 들려 있었다.


“... 들어와라.”


“넵!”


쪼르르-


방 안에 들어온 마리.


내가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그녀는 테이블에서 조심스레 차를 따르며 말했다.


“역시 정우 님은 대단하세요.”


“뭐가?”


“오늘 낮에, 암페어 가의 장남을 완전 박살내 놓으셨잖아요.”


“... 그게 대단한 일인가?”


“그럼요! 평균 스탯 차이가 200은 될 텐데요! 그런 건 아무도 못 한다구요. 오늘 연무장에 있던 몇몇은, 서재에서 정우 님 위인전 대여해 갈 정도였어요.”


그런가? 나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인물이 뉴비 괴롭힌 거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튼 자말과 싸운 건, 결과적으로 ‘맞는 판단’이었다.


가장 빠르게 명문가 자제놈들의 입을 닫게 했으며.


조금이지만 추종세력을 얻었고.


결투에서 승리하며 ‘업적’까지 얻을 수 있었다.


[ 업적명 : 법보다 주먹 ]

[ 조건 : 결투에서 승리하십시오. ]

[ 보상으로 모든 스탯이 5씩 증가합니다. ]


이 모든 것들은 나의 ‘80일간의 세계정복’ 계획에 힘을 실어 주겠지.


딸그락-


한편, 차를 다 따른 마리는 내게 잔을 건넸다.


“정우 님. 따뜻할 때 드세요.”


냄새만 맡아도, 좋은 차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잔을 받아든 나는.


주룩-


내 허벅지에다가 차를 쏟았다.


“꺄아아악! 정우 님! 뭐 하시는 거예요!”


마리의 비명이 귀를 괴롭히고, 허벅지에서 살이 익는 고통이 이는 가운데 창이 하나 떠올랐다.


[ 신체에 가해진 과도한 열기로 인해 ‘화상’에 걸립니다. ]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마리에게 말했다.


“마리. [새로고침] 부탁해.”


“아... 아니. 정우 님! 이건...”


“새로고침.”


“... 네...”


[ 당신의 신체에 ‘새로고침 lv.5’가 적용됩니다. ]


슈우웅-


마리의 마력에 반응해, 화상이 치유되며 고통도 잦아들었다.


완전히 고통이 사라졌을 무렵엔, 새로운 창이 하나 떠올랐다.


[ 업적 달성! ]

[ 업적명 : 뜨거운 것이 좋아 ]

[ 조건 : ‘화상’에서 벗어나십시오. ]

[ 보상으로 자가 복구 레벨(체력)이 5 상승했습니다. ]


아무리 ‘아바타’가 업적을 통해 치트처럼 성장할 수 있다지만, 그 업적 달성을 위한 ‘조건’이란 것들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자가 복구 레벨(체력)을 높이기 위해선 생명의 위협을 겪어야 하고, 호환성 레벨(마력)을 높이기 위해선 정신적으로 몰려야 한다.


마침 마리와 단 둘이니, 지금 업적을 달성해 두는 것이 적절하겠지.


나는 머리를 두드리며 5년 전의 ‘업적’들을 떠올렸다.


“흠... 업적을 얻을 수 있는 상태이상들이 가만 보자... ‘출혈’, ‘동상’, ‘탈진’, ‘골절’이랑... 아. ‘절단’을 까먹을 뻔했군.”


“...”


“마리. 도와줄 거지?”


나는 분명 웃으면서 물었는데, 마리는 몸을 떨고 있었다.


“정우 님...”


“응?”


“꼭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응. 있지.”


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혜지를 1분 1초라도 빨리 보려면 다 필요한 행위다.


그리고. 어차피 언젠가는 다 겪게 될 상태이상들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도와줄 거지?”


“네...”


마리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난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마리. 당장 주방 가서, 날카로운 것 좀 가져와 봐.”


“...”


---


띠링!


[ 업적 달성! ]

[ 업적명 : 붙었다! ]

[ 조건 : ‘절단’ 상태에서 벗어나십시오. ]

[ 보상으로 자가 복구 레벨(체력)이 20 올랐습니다. ]


[붙었다!]를 마지막으로, 지금 얻을 수 있는 업적들은 대충 다 달성했다.


[ 자가 복구 레벨(체력) : 91 ]


이제 자가 복구 레벨(체력)은 벌써 100언저리.


5년 전에는 여기까지 오는데 두 달이 넘게 걸렸지만, 이번엔 고작 하루도 안 돼서 달성해낸 셈이다.


나는 마리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수고했어. 마리. 그럼 이제... 같이 차라도 마실까?”


“네에...”


마리는 조금 비위가 상한 듯한 표정으로 차를 따랐다.


쪼르르르-


차의 향기가 강해서 다행이었다. 비린내가 덜 났으니까.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쿠키를 집었다.


와삭-


“음. 쿠키가 맛있네.”


“그쵸? 이게 ‘픽시 아일랜드’에서 직수입한 쿠키에요. 하나당 무려 20000비트짜리...”


“아. 그러보니까 ‘식중독’이 업적을 줬던가...? 기억이 안 나네.”


“...”


꿀꺽- 꿀꺽- 딸그락-


고급 차 한 잔을 마시는데 걸리는 시간. 단 1분.


빈 잔을 내려놓자마자 마리가 당황한 기색으로 물어왔다.


“버... 벌써 다 드셨어요? 한 잔 더 드릴까요?”


“아니. 됐어. 마리. 난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차 마시는 걸로 낭비하고 싶지 않아.”


“예?”


“난 네가 필요해.”


그렇게 말한 나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했다.


용량 레벨(힘)을 올리는 업적을 위해서였다.


“적당히 지쳐 보이면 회복 스킬이나 날려 달라고.”


“네...”


11, 12, 13, 14, 15, 16...


[ 업적 달성! ]

[ 보상으로 용량 레벨(힘)이 4 올랐습니다. ]


29, 30, 31, 32...


[ 업적 달성! ]

[ 보상으로 용량 레벨(힘)이 5 올랐습니다. ]



62, 63, 64...


[ 업적 달성! ]

[ 보상으로 용량 레벨(힘)이 6 올랐습니다. ]

[ 당신의 몸에 ‘초급 데이터 회복 lv.Max’ 가 깃듭니다. ]


이제 슬슬 한계다 싶을 때 즈음, 마리가 눈치 좋게 회복 스킬을 날려 주며 물었다.


“정우 님. 안나 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안나? 안나 헤르츠?”


“네.”


5000년 전 나의 동료이자, 당시 파티의 치유사였던 안나 헤르츠.


마리는 그녀와 같은 가문이니까 궁금할 수도 있으려나. 나는 가감 없이 사실만을 전했다.


“악마지.”


“네?”


“안나가 괜히 복구의 ‘마녀’겠냐. 악마였어. 악마. 걔 생각만 하면 치가 떨린다.”


110, 111, 112, 113...


“그래도 함께 이 디지털 세계를 구하신 동료인데...”


“내가 이 디지털 세계를 구한 게 아니라, 안나로부터 나를 구하다 보니 이 디지털 세계가 구해져 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몰라.”


“...”


“그보다! 회복!”


“... 네? 네!”


[ 당신의 몸에 ‘초급 데이터 회복 lv.Max’ 가 깃듭니다. ]


126, 127, 128!


[ 업적 달성! ]

[ 보상으로 용량 레벨(힘)이 7 올랐습니다. ]


이렇게 팔굽혀펴기로 얻을 수 있는 업적은 총 10개로, 연속 1024개를 하면 총 55의 용량 레벨(힘)을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윗몸일으키기와 턱걸이를 통해 용량 레벨(힘)을 최대 165까지 올릴 수 있다.


턱걸이는 당장 봉이 없으니 무리지만, 맨몸운동인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는 충분히 가능하지.


이렇게 짬짬이, 마리와 함께 있을 때 업적을 달성해 놔야 한다.


181, 182, 183...


묵묵히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으려니까, 마리가 또 말을 걸어왔다.


“... 안나 님은 정우 님이 현실 세계로 돌아가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감추셨다고 전해져요. 저는 안나 님의 동생이신, 푸르나 헤르츠 님의 자손이고요.”


“그래? 그래.”


“...”


214, 215, 216...


“정우 님. 혹시 이 디지털 세계에 안나 님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는 걸 아시나요?”


“... 아니. 근데 안나 걔 성격을 고려하면 그럴 것 같긴 해. 어지간해야지.”


“... 정우 님. 이게 뭔지 아세요?”


그리 말한 마리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고풍스러운 양장본 느낌의 책이었다.


고개를 든 채 팔굽혀펴기를 하려니까, 두 배로 힘들었다.


“이게 바로 안나 님이 남기신 유일한 기록. ‘안나의 일기’에요.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여기 보안이 걸려 있어서 아직까지 그 누구도 이 일기장의 내용을 몰라요. 하지만 정우 님이라면, 그 보안을 풀 수 있으실 지도 몰라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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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4일차 - 재회(5) +1 21.06.23 14 4 11쪽
25 24. 4일차 - 재회(4) 21.06.22 16 3 13쪽
24 23. 3일차 - 재회 (3) 21.06.21 14 3 11쪽
23 22. 3일차 - 재회 (2) +1 21.06.03 50 7 11쪽
22 21. 3일차 - 재회 (1) +1 21.06.02 36 6 11쪽
21 20. 3일차 - 감금 (3) 21.06.01 27 7 14쪽
20 19. 3일차 - 감금 (2) +1 21.05.31 32 5 12쪽
19 18. 3일차 - 감금 (1) +1 21.05.28 38 6 12쪽
18 17. 2일차 - 백업술사 (3) +2 21.05.27 35 6 18쪽
17 16. 2일차 - 백업술사 (2) +1 21.05.26 35 7 14쪽
16 15. 2일차 - 백업술사 (1) +1 21.05.25 37 6 12쪽
15 14. 2일차 - 유우키 대도서관 +1 21.05.24 39 7 12쪽
14 13. 2일차 - 크랙 +2 21.05.23 45 5 12쪽
13 12. 2일차 - 철벽 21.05.22 35 5 12쪽
12 11. 2일차 - 재회 21.05.21 33 5 12쪽
11 10. 2일차 - 원로원 21.05.20 37 6 13쪽
10 9. 2일차 - 엔지니어링 베이 21.05.19 46 7 12쪽
9 8. 1일차 - 안나의 일기(2) 21.05.18 43 7 14쪽
» 7. 1일차 - 안나의 일기(1) +1 21.05.17 48 5 13쪽
7 6. 1일차 - 불릿 타임 21.05.17 46 5 14쪽
6 5. 1일차 - 명문가 (2) 21.05.15 53 6 12쪽
5 4. 1일차 - 명문가 (1) 21.05.14 63 6 12쪽
4 3. 1일차 - 누구나 헤매는 숲 21.05.14 86 6 12쪽
3 2. 1일차 - 버스 안에서 +1 21.05.13 111 6 12쪽
2 1. 0일차 - 운수 좋은 날 +2 21.05.12 150 13 9쪽
1 프롤로그 +3 21.05.12 180 1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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