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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80일간의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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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6.23 13:4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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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2
추천수 :
166
글자수 :
14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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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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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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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2. 2일차 - 철벽

DUMMY

12.


“이정우?”


나의 부름에, 답하는 여자.


메이. 메이 패킷.


과거 나와 함께 디지털 세계를 구한 불세출의 천재 기술자이자, 내가 떠날 때 마중도 안 나온 안나 헤르츠와는 달리 펑펑 울어줬던 여자. 메이 패킷.


이곳 디지털 세계 시간으로 5000년이 흐르며 당연히 늙어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가, 지금 내 눈앞에 있-


“하하하!”


갑자기 시원하게 웃어제끼는 메이.


순간 메이가 5000년의 세월을 버티지 못하고 치매라도 걸린 건가 싶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내 예상 밖의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메이 패킷이 아냐. 내 이름은 줄리. 그쪽은... ‘기술의 재앙’ 이정우지?”


이게 무슨 소린가 하여 반사적으로 리그베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까, 녀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 저도 처음엔 메이 씨인 줄 알았습니다.”


“... 메이가 아니라고?”


“예. 아주 닮은 사람일 뿐, 줄리 씨는 분명 메이 씨와는 다른 분입니다.”


리그베의 설명을 듣고 나서 나는 다시 한 번, 자신을 줄리라고 밝힌 여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작은 체구와 생김새는 물론이고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 하며.


“왜. 내가 메이 패킷이 아니라니까 안 믿겨?”


“...”


아저씨같은 말투와 대충대충 편함만을 추구하는 패션 센스는 말할 것도 없고.


허리를 살짝 굽힌 채 양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특유의 자세에다가 심지어 직업까지 기술자.


모든 것이 그녀가 메이 패킷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그녀는 자신을 줄리라고 밝히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뿐이었다.


“메이. 장난 그만 치지?”


“아니라니까 그러네. 아무튼 리그베! 오늘 장사 하는 거지?”


줄리라는 여자는 나를 무시한 채 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폴짝 뛰어 의자에 앉았다.


“실례실례~ 합니다~ 리그베. 술 줘.”


“줄리 씨.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야. 가게를 열었으면 장사를 해야지. 군소리 말고 술이나 줘.”


“오늘은 쉬는 날인데다가, 심지어 귀한 손님까지 오셨기 때문에-”


“아이~ 진짜! 바이러스 맛 좀 볼래? 빨리 칵테일 내놔.”


키 작은 소녀가 손가락을 흔들며 협박하자, 눈물을 머금고 술병을 만지작대는 리그베.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물었다.


“리그베. 쟤 정말 메이 아냐? 둘이 짜고 장난치는 거 아냐?”


“예. 장난 아니라 진짜 메이 씨 아닙니다.”


“거짓말. 그럼 나를 어떻게 알아봐?”


“이 디지털 세계에서 형님 얼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 그럼 진짜 메이는 어디 있는데?”


“형님이 인간 세계로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워닝 산맥’으로 들어가셨다는 기록만 남아 있습니다. 안나 씨와 거의 동시에 자취를 감추셨어요. 아마 5000년이 지났으니... 두 분 다 돌아가시지 않았을까요?”


“야! 리그베! 빨리빨리 만들란 말이야! 칵테일 만드는게 어려워? 바이러스 한 방 놔 줘?”


“빠... 빨리 만들겠습니다! 기다리세요!”


줄리의 재촉에 바 안쪽으로 후다닥 달려가는 리그베.


... 지금 나만 저 줄리라는 여자가 수상한 건가?


5000년 전 내가 인간 세계로 돌아간 이후, 모습을 감췄던 메이.


그런데 지금 눈앞에, 그런 메이랑 똑같이 생긴 여자가 있다.


이건 누가 생각해도... 메이가 장난치는 거 아닌가?


호환성 레벨(마력) 50을 찍으면 배우는 [자세히]스킬이 있다면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지금 내 호환성 레벨은 고작 46.


지금 당장 호환성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


“아니. 있다!”


순간 내게로 집중되는 모두의 시선.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추억상자를 뒤졌다.


“분명 그 때 못 먹고 둔 영약이...”


줄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저게 진짜 기술의 재앙 이정우야? 나는 또 무슨 우락부락한 야만인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귀여운 구석이 있네.”


“귀엽다뇨... 직접 대해보이면 여간 까탈스러운 게 아니세요... 그나저나 정말 메이 님 아니세요? 위인전에서 본 거랑 똑같이 생기셨는데...”


“아니라니까. 하긴. 내가 봐도 나랑 메이 패킷이랑 닮긴 했더라. 히히.”


두 여자가 대화하는 동안, 나는 결국 원하던 아이템을 찾아냈다.


- 빼애애애애액!


“흐음. ‘곤드레만드레이크’인가?”


메이, 아니 줄리가 한눈에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뭐. 바이러스 만드는 녀석들은 특히 이런 약초에 조예가 깊으니 당연한 건가.


[ 곤드레만드레이크 ]


[ ‘주정뱅이 현자의 풀’이라 불리는 약초. 복용 시 ‘고주망태’ 상태이상에 걸리는 대신, 영구적으로 머리가 좋아진다. 미성년자가 섭취할 경우 강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복용 시 효과 : 영구적으로 호환성 레벨(마력) + 5

복용 시 효과 : 영구적으로 연산속도 레벨(지력) + 5

부작용 : 영구적으로 연산속도 레벨(지력) - 20 ]


과거 이 아이템을 얻었을 때에는 중학교 2학년이었기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디지털 세계 나이로나 현실 세계 나이로나 엄연한 성인. 부작용을 고려할 필요가 없지.


게다가, 우리 파티에는 상태이상 회복을 할 수 있는 ‘든든한’ 치유사가 존재한다.


나는 영약으로 분류되는 ‘곤드레만드레이크’를 먹기 전에, 마리 쪽으로 다가갔다.


마리는 벌써 줄리와 친해진 것인지,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엄청 힘들죠... 밥 먹다가 혼나고, 무겁다고 혼나고, 또 발걸음은 어찌나 빠르신지...”


“그래? 그런데 왜 따라다녀? 그냥 놔두고 도망치면 되잖아.”


“그... 그래도 [버스] 안에서 안전벨트도 확인해 주시고 계단에선 또 업어 주시고... 뭐 이런저런 좋은 점도...”


“흠흠... 마리.”


“아. 그리고 스택 오버플로 타워에선... 네? 넵!”


얼굴을 붉히던 마리가 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리. 내 상태가 좀 이상하다 싶어지면, 곧바로 [새로고침]부터 쏴 줘.”


“새... [새로고침] 말씀이시죠! 네!”


“좋아. 간다.”


마리에게 일러두자마자, 나는 곤드레만드레이크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와삭.


“어... 어떠세요?”


“... 끔찍해. 안나의 요리보다 조금 나은 수준...”


학교 급식으로 나오는 된장국에다가 가지볶음을 섞은 듯한 구역질나는 맛을 참으며, 나는 턱관절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꿀꺽-


[ 연산속도 레벨(지력)이 5 올랐습니다. ]

[ 호환성 레벨(마력)이 5 올랐습니다. ]

[ 스킬 ‘자세히 lv.1’을 습득했습니다. ]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곤드레만드레이크의 마지막 뿌리 하나까지 목구멍을 통과시키고 나서야 창들이 떠올랐다.


[ 영약의 기운으로 인해, 상태이상 ‘고주망태’에 걸립니다. ]


물론 좋지 않은 창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난 술기운으로 화끈거리는 볼에 손을 얹으며, 마리에게 다가갔다.


“마리. 나. 새로고침. 빨리.”


“네... 넵! [새로고침]!”


슈우-


[ 당신의 신체에 ‘새로고침 lv.5’가 적용됩니다. ]


마리가 스킬을 시전함과 동시에, 순간 바닷가에서 바람을 맞는 것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어. 어라.”


그러나 상쾌함도 잠시, 다시 머리가 핑 돌더니.


[ 영약의 기운으로 인해, 상태이상 ‘고주망태’ 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예상치 못한 창이 떠올랐다.


“뭐. 뭐야.”


“무...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이. 이런 효과가 있다고는 안 적혀 있었는-”


휘청-


“어어! 넘어지시면 안 돼요!”


“아. 안 넘어져.”


“킥킥. 원로원은 쟤가 무서워서 하루종일 방송 친거야? 그냥 귀여운데.”


메이, 아니 줄리, 아니 메이가 도발적으로 비웃는데도,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가 않는 상황.


“젠장. 곤드레만드레이크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효과가 있을 줄이-”


“조... 조심하세요!”


내가 자꾸 휘청거리니까, 마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 다시 한 번 [새로고침] 해 볼게요!”


슈우-


[ 영약의 기운으로 인해, 상태이상 ‘고주망태’ 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다시 한 번 [새로고침]을 받았지만 소용없는 상황. 이렇게 된 이상 회복은 포기한다.


어차피 ‘고주망태’는 취한 느낌만 들 뿐 큰 패널티는 없다.


‘중요한 일’이 우선이기에, 나는 깔깔대며 술을 마시던 줄리의 옆자리까지 다가갔다.


나를 보며 힐끗힐끗 웃는 줄리를 바라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이봐. 줄리.”


“뭐.”


“너. 진짜. 메이. 아니야?”


“아니라니까 그러네.”


줄리가 실실 웃으며 나를 응시했다. 나도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


'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는 [ 자세히 lv.1 ]을 발동시키기 위한 주문이다.


스킬 숙련도의 중요성은 뭐 말할 것도 없지만, 이 디지털 세계에서는 숙련도가 낮으면 스킬 발동에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누구나 헤매는 숲’에서 마리가 [ 바로가기 lv.2 ]를 사용할 때 “컨트롤 씌븨씌븨!”같이 부끄러운 주문을 외워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 자세히 lv.1 ]의 경우는, ‘대상과 눈을 마주친 상태’로 “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라는 주문을 외야만 하지.


게다가 주문을 외고 나서도, 상대가 동의하지 않으면 애초에 스킬 자체가 취소돼버린다.


그러니까, 이 여자가 메이가 아니라면-


“맘대로.”


팟-!


[ ‘이정우’님의 ‘자세히 lv.1’을 사용하셨습니다. ]

[ 대상에 대한 정보가 공개됩니다. ]


[ ID : ??? ( 대상의 ID는 ‘특수 암호화 lv.8’로 감춰져 있습니다. )

자가 복구 레벨 (체력) : 46

호환성 레벨 (마력) : 206

용량 레벨 (힘) : 41

전송속도 레벨 (민첩) : 55

연산속도 레벨 (지력) : 406

기능 (스킬) : [ 초급 바이러스 제조 lv.Max ] [ 중급 바이러스 제조 lv.Max ] [ 고급 바이러스 제조 lv. 3 ] ... [ 보안 해제 lv.6 ] [ 파이어월 lv.7 ]


그녀의 ‘동의’로 인해 상태창이 뜬 것까지는 좋았지만, 거기까지였다.


ID는 비록 [특수 암호화]로 가려져 있지만, 너무 낮은 스탯.


메이가 아니다.


‘곤드레만드레이크’의 술기운 때문에 표정관리를 못한 걸까. ‘줄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왜. 내가 메이 패킷이 아니라 실망했어?”


“뭐. 조금은.”


“흐응. 왜?”


“너가. 메이여야. 일이. 좀. 편해지거든.”


“흠. 나는 불편하다 이거구나?”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만일 ‘메이 패킷’이었다면 내가 가자고 한 마디 하면 군말 없이 따라왔겠지만, ‘줄리’였기에 내가 ‘영입’해야 한다는 것 뿐.


음지 기술자는... 까탈스럽다.


“딱 보니까 내가 필요한 것 같은데. 내 ‘수임료’는 얼마나 하지? 참고로 나는 꽤 비싸게 받아.”


“... 메이의. 연구일지는. 어때?”


“됐어. 같은 기술자인데 연구기록까지 베꼈다간, 정말 그 메이 패킷의 아류로 살게 될 것 같거든.”


역시 음지 출신이라 그런지, ‘원로원’과 그 산하 녀석들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양지 녀석들이었다면 얼씨구나 좋다 하면서 받아들였을 텐데.


나는 터져나오는 한숨을 참지 못했다.


“휴우. 그럼. 뭘. 원하는지. 말해. 봐. 가능하면. 다. 들어줄. 테니까.”


나의 말에, 줄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음... 전설의 용사이자 기술의 재앙이라 불리는 남자, 이정우가 내게 원하는 걸 준다라...”


“...”


“나 그럼. 네가 가지고 싶은데.”


“그건 안 돼. 나 여자친구 있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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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4일차 - 재회(5) +1 21.06.23 15 4 11쪽
25 24. 4일차 - 재회(4) 21.06.22 16 3 13쪽
24 23. 3일차 - 재회 (3) 21.06.21 14 3 11쪽
23 22. 3일차 - 재회 (2) +1 21.06.03 50 7 11쪽
22 21. 3일차 - 재회 (1) +1 21.06.02 37 6 11쪽
21 20. 3일차 - 감금 (3) 21.06.01 27 7 14쪽
20 19. 3일차 - 감금 (2) +1 21.05.31 32 5 12쪽
19 18. 3일차 - 감금 (1) +1 21.05.28 38 6 12쪽
18 17. 2일차 - 백업술사 (3) +2 21.05.27 35 6 18쪽
17 16. 2일차 - 백업술사 (2) +1 21.05.26 35 7 14쪽
16 15. 2일차 - 백업술사 (1) +1 21.05.25 38 6 12쪽
15 14. 2일차 - 유우키 대도서관 +1 21.05.24 39 7 12쪽
14 13. 2일차 - 크랙 +2 21.05.23 45 5 12쪽
» 12. 2일차 - 철벽 21.05.22 36 5 12쪽
12 11. 2일차 - 재회 21.05.21 33 5 12쪽
11 10. 2일차 - 원로원 21.05.20 37 6 13쪽
10 9. 2일차 - 엔지니어링 베이 21.05.19 47 7 12쪽
9 8. 1일차 - 안나의 일기(2) 21.05.18 43 7 14쪽
8 7. 1일차 - 안나의 일기(1) +1 21.05.17 48 5 13쪽
7 6. 1일차 - 불릿 타임 21.05.17 46 5 14쪽
6 5. 1일차 - 명문가 (2) 21.05.15 53 6 12쪽
5 4. 1일차 - 명문가 (1) 21.05.14 63 6 12쪽
4 3. 1일차 - 누구나 헤매는 숲 21.05.14 89 6 12쪽
3 2. 1일차 - 버스 안에서 +1 21.05.13 112 6 12쪽
2 1. 0일차 - 운수 좋은 날 +2 21.05.12 152 13 9쪽
1 프롤로그 +3 21.05.12 182 1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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