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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80일간의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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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6.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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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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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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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일차 - 크랙

DUMMY

13.


사실상 한 합의 공방처럼 오간 대화에, 가장 놀란 것은 제3자인 마리였다.


“저... 정우 님. 여자친구가 있으시다고요?”


“왜 그런 눈으로 봐? 난 여자친구 있으면 안 되냐?”


“그... 그건 아니지만...”


마리가 우물쭈물하는 것에 반해, 오히려 말을 꺼낸 당사자인 줄리는 크게 웃을 뿐이었다.


“아하하! 이정우 귀엽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오해?”


“좀 더 정확하게 말할게. 난 이정우 네가 아니라, 네 몸을 원해.”


“역시 주군. 대단하십니다...!”


로빈의 얼굴이 붉어지는 와중에, 나는 줄리가 말하는 바를 정확하게 캐치했다.


“줄리 너 내 아바타르... 딸꾹! 원한다는 거지?”


“역시 전설의 용사답게 머리회전이 빠르네. 맞아.”


나는 언제가 이 디지털 세계를 떠나겠지만, 지금 나의 몸인 아바타는 남는다.


줄리는 그 아바타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싶다는 걸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내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좋아. 내 아바타. 이까짓거. 일만 다 끝나면 그냥 너 가져.”


“오. 정말이지?”


당연하지.


어차피 내 목표는 ‘80일간 세계정복’.


이 디지털 세계를 정복해서, 다시는 나를 이곳으로 불러오지 못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하고 떠나는 것.


즉, 내가 이곳에서 탈출하는 순간 쓸모없어지는 아바타 따위, 당장 계획을 위한 [고급 바이러스 제조] 스킬을 가진 기술자를 위해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줄 수 있다.


“대신 조건이 있어.”


“흐응. 조건? 뭔데?”


“앞으로-”


콰과과광!


순간 가게 밖에서 폭발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건물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이란 것이 없는 디지털 세계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은 단 하나를 의미했다.


띵↘ 딩→ 딩↗ 딩↑


- 아아. 스택 오버플로 타워에서 전파합니다. 현재 A-11구역에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출몰했습니다. 현재 ‘원로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인력 편성 중이니, 해당 구역의 주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다시 종사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현재 A-11 구역에...


‘정체불명의 괴한들’이라고?


수능 국어 100점인 내가 볼 때, 지금 등장할 만한 녀석들은 단 하나뿐이다.


내가 왔다는 것, 그리고 아바타를 잃었다는 걸 개나소나 다 아는데, ‘녀석들’만 모를 리가 없으니까.


일단 녀석들 얼굴이나-


기우뚱-


“주군! 조심하십시오!”


“고... 고맙다.”


...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쓰러질 뻔했다. 로빈이 붙잡아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했네.


젠장. 상태이상 ‘고주망태’ 때문에 균형감각이 엉망이다.


이 상태로는-


“이정우! 여기 숨어 있는 거 다 안다!”


펑! 쿠웅-!


갑작스럽게 터져나가는 가게 문짝.


철문이 맞은편 벽까지 날아가기가 무섭게, 여덟이나 되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Bar 취소선’안으로 들이닥쳤다.


디지털 세계의 주민들이 기본적으로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음에도, ‘정체불명의 괴한’들은 모두 오른팔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져 있고 이족보행이 어떻게 가능한 건지 궁금할 정도로 신체의 밸런스가 엉망이었다.


아무튼 남의 가게에 무단으로 침입한 녀석들이 슬쩍 가게 안을 살피더니.


“역시 여기 있었군!”


“이정우! 5000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네놈에게 발목 잡히지 않는다!”


딱 나를 꼬집어 소리쳤다.


... 아니. 이게 어딜 봐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야.


하는 말들도 말이지만, 일단 옷에 큼지막하게 ‘Ω’ 마크가 새겨져 있다.


녀석들이야 말로 이 디지털 세계를 정복한 이후, 인간 세계까지 넘보는 존재이자.


날 이곳 디지털 세계로 불러와 혜지와의 알콩달콩을 방해한 존재.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오메가’의 일원들이었다.


띵↘ 딩→ 딩↗ 딩↑


- 아아. 스택 오버플로 타워에서 전파합니다. 현재 A-11구역에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출몰했습니다. 현재 ‘원로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인력 편성 중이니, 해당 구역의 주민들은 안심하고...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방송.


아까와 내용은 같았지만, ‘정체불명의 괴한들’을 직접 보고 나니까 그 의미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교활한. 늙은이들...”


언젠가는 원로원 녀석들을 다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눈앞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제군들, 준비됐나! 군단장님 지시대로, 이정우를 생포해라!”


“나머지는 어떻게 할까요?”


“별다른 지시 없었으니, 그냥 죽여 버려!”


“옙!”


“그리고 상대는 용사 이정우! 아무리 아바타가 초기화됐다지만 이정우는 이정우다! 전원 ‘그걸’ 준비해!”


대장 노릇하는 녀석의 지휘에, 오메가 녀석들은 숙련된 동작으로 주사기처럼 생긴 무언가를 꺼냈다.


저건...


“전원 준비됐으면! [크랙] 투여 실시!”


“실시!”


아니. 첫 만남에서 [크랙]을 쓴다고? 이러기가 어디 있어!


[ 과도한 심적 충격으로 상태이상 ‘고주망태’에서 벗어났습니다. ]

[ 상태이상 ‘숙취’에 걸립니다. ]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크랙]은 사용자의 자료구조, 그러니까 신체를 개조해 일시적으로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약물이다.


물론 변형된 신체가 영구히 돌아오지 않는다거나 평생 환각을 본다거나, 운이 나쁘면 죽기까지 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약물이지만 오메가는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던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이봐요. 전설의 용사씨.”


줄리였다.


“싸워야 할 타이밍인 것 같은데 이거 한 번 써봐. 아직 시험 단계지만.”


술기운 때문인지 알딸딸한 표정의 그녀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내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그녀가 건넨 물건의 정체는, 바로 해골 마크가 그려져 있는 유리병.


병 안의 수상한 검은 액체를 보고 있으려니까,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다.


[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

[ ‘고급 바이러스 제조 스킬’로 만들어진 바이러스. 매우 높은 확률로 ‘실명’, ‘괴사’, ‘피해망상’ ‘마비’ 상태이상을 일으킨다. [방화벽 lv.7] 이하의 보안 스킬을 무시한다. ]


‘괴사’와 ‘마비’를 거는 것도 모자라서, 보안 스킬까지 무시한다니.


이 정도면 메이의 바이러스에도 비견할 만한 수준이다.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대단한데...”


“내가 쫌.”


줄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씨익 웃었다.


“뭐. 워낙 독한 거니까 조심히-”


“일단 잘 쓸게!”


퐁-! 부왁-


인벤토리에서 아무 무기나 꺼내 줄리의 바이러스를 붓자,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소리치는 줄리.


“조... 조심하라니까! 그걸 그렇게 확 부으면 어떡해! 튀기라도 하면-”


“조심하고 있어! 로빈! 너도 칼 꺼내서 이리로 와!”


“옙!”


부왁-!


바이러스에 젖은 나와 로빈의 검이 검게 물들어가더니, 순간 창이 떠올랐다.


[ ‘적당한 철검’에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가 깃듭니다. ]

[ ‘적당한 철검’의 내구도가 급속히 줄어듭니다. ]

[ 아이템이 파괴되기까지 : 00 : 05 : 00 ]


아무리 싸구려 칼이라지만, 아이템을 부서뜨리는 바이러스라니.


뭐. 무기가 ‘깨지면’ 얻는 업적도 있으니 오히려 좋은 일인가.


“로빈. 네 검은 내구도 문제 없어?”


“예! 설령 부서져도 괜찮습니다! 제가 곧 주군의 검이자 방패입니다!”


좋다. 파이팅이 넘쳐서 좋다.


하지만 로빈한테 바이러스를 부을 순 없으니까, 녀석의 검이 깨지는 건 좀 곤란하다.


한편 오메가 녀석들은.


“전원! [크랙] 안 놓고 뭐 해?”


“소대장님! 오른팔의 변형이 심해서, 혈관이 안 보입니다!”


“저도 못 찾겠습니다!”


“이 멍청이들아! 왼팔에 놓으면 되잖아!”


“아하! 투여 실시!”


이제야 [크랙]을 자기들 팔에 꽂아 넣고 있었다.


왜 저런 바보들을 내게 보냈... 아니. 바보니까 오메가 같은 사이비 종교 집단에 물들겠지.


아무튼 녀석들의 지능이 개판이라서 엄청난 이득을 봤다.


‘바이러스로 장비를 강화할 시간’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로빈. 녀석들이 변이를 시작하면 바로 덮친다.”


“옙!”


녀석들은 ‘거대한 빈틈’을 노출했으니까.


신체 강화 약물 [크랙]은 부작용만큼이나 화끈한 성능을 보이지만, 지속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과 신체가 변이하는 도중엔 무방비해진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5000년 전의 오메가는 3교대 전술로, 번갈아서 크랙을 맞아가며 그 약점을 보완했다.


허나 지금, 멍청한 오메가 녀석들은 동시에 주사를 놨지.


꾸루루루룩-!


기괴한 소리와 함께, 오메가 중 하나의 팔뚝이 거품이 인 것처럼 부풀어올랐다. 나머지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거대한 빈틈’이다.


“지금!”


“옙!”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로빈이 총알처럼 달려 나갔다.


지원서로 확인한 로빈의 전송속도 레벨(민첩)은 314.


내 민첩 레벨은... 아무튼 스탯상으로, 로빈은 나보다 8배 정도 빠르다.


내가 아직 놈들에게 절반도 채 다가가지 못했는데, 로빈은 벌써 변이 중인 오메가에게 검을 박아 넣고 있었다.


“하압!”


푹!


아쉽게도 로빈은 아직 실전 경험이 모자랐다.


바이러스가 묻은 칼로는 강력한 일검보다는 최대한 많은 상처를 내는 게 더 주요한 전법이다.


나중에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뒤로한 채, 나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칼을 놀렸다.


슈욱. 푹- 슈욱. 슈욱.


[ 대상이 ‘마비’에 걸립니다. ]

[ 대상이 ‘실명’에 걸립니다. ]

[ 대상의 상처 부위에서 ‘괴사’가 일어납니다. ]

[ 대상의 연산속도 레벨(지력)이 지나치게 낮아, ‘피해망상’ 상태이상에 빠지지 않습니다. ]


“그으으으윽!”


파앙-! 파앙-!


나의 공격을 받은 녀석이 데이터 단위로 분해되자, 이어서 로빈이 상대하던 녀석도 분해됐다.


띠링-!


[ 업적 달성! ]

[ 업적명 : 0과 1을 분해시켜 주... ]


“업적창 off!”


창이 떠오르다가 말았다.


어차피 [0과 1을 분해시켜주마]은 모든 스탯을 10씩 올려주는 업적. 이미 알고 있는 보상을 한가하게 읽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변신 중에는 공격하지 않다는 착한 불문율은 악당들이나 지키는 거고.


나 같은 용사는 악랄하게 변신 중에 공격해야 하는데,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파앙-! 파앙-! 파앙-!


내가 셋, 로빈이 두 명째 오메가를 쓰러뜨렸을 때, 업적창 아닌 알림창이 떠올랐다.


[ ‘숙취’ 상태이상으로 인해 피로도가 2배로 쌓입니다. ]

[ 피로도가 위험 수준입니다. 수면을 권장합니다. ]

[ 피로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아바타의 통제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


젠장. 어제 잠 못 잔 게 이렇게 굴러간다고? 피로도는 [새로고침]으로도 회복 못 시키는데...


“그윽-! 그으으윽!”


그렇다고 멈출 순 없었다. [크랙]의 변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파앙-!


“좋아. 이제 둘-”


“바... [방화벽]!”


콰앙! 쿵!


순간 옆구리 쪽에 가해지는 엄청난 충격에, 난 그만 벽까지 튕겨나가고 말았다.


마리의 [방화벽]스킬이 아니었다면, 아니. 그 레벨이 낮기라도 했다면 단 한 방에 분해될지도 모를 만한 공격.


‘변이가 끝난’ 것이다.


“소대장. 이정우 자식... ‘생포만’ 하면 됩니까?”


“그래. ‘죽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이제 더 이상 사람의 형태가 남지 않은 오메가들을 주시하며, 나는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움직였다.


“...”


“...”


나는 힘겹게 줄리와 마리 앞에 섰다. 포지션이 우선이다. 이 둘이 죽으면 끝난다.


어느새 내 옆에 따라 선 로빈. 녀석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하아- 하아-. 주군. 이제 녀석들은 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니.


둘이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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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3일차 - 감금 (2) +1 21.05.31 3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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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2일차 - 백업술사 (2) +1 21.05.26 34 7 14쪽
16 15. 2일차 - 백업술사 (1) +1 21.05.25 36 6 12쪽
15 14. 2일차 - 유우키 대도서관 +1 21.05.24 39 7 12쪽
» 13. 2일차 - 크랙 +2 21.05.23 45 5 12쪽
13 12. 2일차 - 철벽 21.05.22 35 5 12쪽
12 11. 2일차 - 재회 21.05.21 3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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