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80일간의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6.23 13:4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330
추천수 :
166
글자수 :
140,076

작성
21.05.24 13:50
조회
38
추천
7
글자
12쪽

14. 2일차 - 유우키 대도서관

DUMMY

14.


줄리라는 ‘유능한’ 기술자를 구한 것 까진 좋았지만, 오메가와 대치하게 되다니.


“흐흐흐... [크랙]을 맞으니까 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방심하지 마라. 너의 나쁜 버릇이다.”


더욱이 그게 [크랙]으로 ‘변이가 끝난’ 녀석들이라면, 둘이라 해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나와 로빈이 한껏 긴장한 채 자세를 잡자, 녀석들이 달려오려던 찰나.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소대장님. 제가 먼저 가겠구루루루루룩!”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오메가 부하 녀석의 목이, 순간 독개구리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냐!”


“모... 모르게르르륵...”


“어째서 이런 현상이르르륵-!”


뒤이어 오메가 소대장마저도 목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녀석이 뭔가 깨달은 듯 중얼거렸다.


“구... 군단장님이 설마 배신으르르르르륵-”


“여... 역시 그 여자를 믿은 게 잘못이어우루루루룩-”


파앙-! 파앙-!


그렇게 녀석들은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데이터로 분해되어 가게 안에 나빌렸다.


마리가 황당한 듯 물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주... 줄리 씨 바이러스의 위력인가요...?”


“... 아니. 내 바이러스에 저런 기능은 분명 없을 텐데...”


“... 주군. 저희가 이긴 겁니까?”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듯 멍한 눈으로 오메가 놈들이 있던 자리를 응시하는 가운데, 가게 바깥에서 방송이 울려퍼졌다.


- 아아. 스택 오버플로 타워에서 전파합니다. A-11 구역으로 현재 원로원 산하 인력들이 파견되었으니 해당 구역 주민 여러분은 모두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전파합니다. A-11 구역으로...


그에 호응하듯, 발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추측컨데, 우리를 잡으러 오는 녀석들은 못해도 스물이 넘었다.


지금의 우리로서는 도망치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마리! [바로가기]부터 열어!”


“하... 하지만 제 [바로가기] 로는 많아야 셋밖에...”


“형님과 형님의 동료 분들! 모두 이쪽으로 오십시오!”


순간 우리 파티원 모두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여태 어디 숨어있었는지 싸우는 동안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리그베가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앞에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가기] 포탈이었다.


“유우키 대도서관으로 연결된 포탈을 생성했습니다! 어서 타세요!”


쿵쿵쿵!


어느새 추적자들의 발소리마저 들릴 만큼 가까워졌진 지금,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로빈이었다.


“제가 먼저 넘어가서, 안전지대를 확보하겠습니다!”


슈우우-


“뭐야. 유우키 대도서관? 첫날부터 너무 부려먹는데? 뭐. 별 상관없지만.”


“... 형님도 빨리 오십쇼! 놈들이 옵니다!”


줄리와 리그베가 뒤따랐다.


이제 몸이 약한 마리가 넘어가는 걸 확인하고, 내가 마지막으로 문 닫으며 넘어가면 되는 상황인데.


“으으...”


포탈 앞에서 덜덜 떨기만 하는 마리.


젠장. 계속 조짐은 있었지만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발암 행동을 할 줄이야.


물론 마리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유우키 대도서관’은 그녀의 집인 헤르츠 가문 영지나 엔지니어링 베이와는 애초에 대륙부터가 다르기에, [바로가기] 레벨이 고작 2밖에 되지 않는 그녀로서는 한 번 포탈을 건너면 돌아올 수 없다.


‘WWW의 바다’ 너머로 포탈을 뚫기 위해선 [바로가기] 레벨이 최소 5는 돼야 하니까.


하지만 나와 함께 다니려면, 이래선 안 된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모... 몰라! 저... 정우 님만 믿으면 다 잘 될 거야!”


슈우우-


... 엉덩이를 걷어차 버리려던 게 무색해졌다.


아무튼 마리마저 포탈을 통과하고, 이제 건물 안에는 나 혼자밖에 남지 않은 지금.


“도망칠 때 도망칠더라도, 그냥 갈 순 없지.”


나는 언제라도 포탈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기댄 채, 가게 문 쪽을 응시했다.


쿵쿵쿵쿵!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쫓던 추적자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정우를 생포해!”


“녀석이 죽으면 메이 패킷의 연구일지가 사라진다! 반드시 생포해야 해!”


그리고 가게 문 너머로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게다가 녀석의 몸은 오메가와 거래할- 윽!”


“대사형!”


푹!


[ 대상의 상처 부위에서 ‘괴사’가 일어납니다. ]

[ ‘적당한 철검’이 내구도가 다해 파괴됩니다. ]


난 깨지기 직전의 ‘적당한 철검’을 던졌고, 결과는 가장 앞장서서 들어오던 녀석의 눈에 명중.


“대사형! 괜찮으십니까?”


“나한텐 신경 끄고! 이정우부터 생포해! 녀석이 도망치면 끝장이다!”


“... 옙! 다들 이정우를... 아앗!”


놈들이 뒤늦게 나를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이미 [바로가기] 포탈을 통과하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나는 나를 쫓던 녀석들에게, 작지만 단호하게 일렀다.


“내가 이곳에 돌아오질 않기를 빌어라. 내가 돌아오는 날이 곧, 이 엔지니어링 베이의 마지막 날이 될 테니까.”


---


슈우우-


포탈을 통과하자 나타난 곳은 ‘도서관’이 아닌 ‘서재’같은 공간이었다.


“다들 무사하지?”


“옙! 주군의 상자도 무사합니다!”


“네... 그런데 왜 이리 늦으셨어요. 걱정했다고요...”


“여기가 근데 유우키 대도서관이 맞아?”


... 다행히 모두 무사해 보이는군. 나는 리그베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며 말했다.


“굿. 리그베.”


“하하. 저는 전투능력이 없으니까, 숨고 도망치는 거라도 잘 해야죠.”


그것조차도 못 하는 녀석들이 태반인 걸 생각하면, 역시 리그베는 쓸만한 녀석이었다.


나는 녀석에게 작게 물었다.


“나미유는... 아직 안 나타났지?”


“예. 걔한테는... 최대한 들키지 말아야겠죠.”


“어이. 두 사람. 여기가 유우키 대도서관 맞냐니까? 왜 책이 하나도 없어?”


줄리가 시끄럽게 물어오자, 나는 입에다 손가락을 대며 말했다.


“쉬잇. 조용히 해. 줄리. 나미유가 듣기라도 하면-”


“그렇게 소란을 피우시면서, 설마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순간 문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고.


쿵-!


문이 열렸을 때 나타난 것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녹색 머리, 녹색 로브, 눈동자마저 녹색. 모든 것이 녹색인 소녀.


리그베의 동생. 나미유 유우키였다.


그녀는 시선과 표정에 경멸을 가득 담아, 우리를 향해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했다.


“대체 누가 겁도 없이 기어들어와서 시끄럽게 하나 했더니, 5000년 전에 가출하고선 코빼기도 안 비치던 망나니. 리그베 오라버니와...”


“하하. 동생아. 오랜만이다.”


“전설의 용사이자 영웅이라고 불리지만, 실상은 소녀의 마음을 온통 헤집어 놓고 인간 세계로 도망친 양아치. 정우 오라버니셨군요.”


“아하하. 안녕.”


나와 리그베는 최대한 능청스럽게 받았지만, 우리는 둘 다 약간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럴 것이, 나미유는 ‘오메가와는 비교도 안 되게 두려운 존재‘다.


그녀의 비위를 거슬렀다간 그대로 0과 1로 분해될지도 모르는 일.


절대로 나미유를 놀라게 해서는 안 됐다.


“특히 정우 오라버니는, 제게 할 말이 있으실 텐데요?”


“내가 할 말...? 글쎄. 나미유 너도 많이 예뻐졌다? 이건가?”


“... 그거 말고요.”


다행히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군. 좋아.


물론 ‘내가 나미유한테 해야 할 말’이란 게 뭔지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둘러대야 할 때였다. 원래 15살이 구두계약으로 한 약혼은 법적으로도 무효다.


한편 나의 대답에 얼굴을 붉힌 나미유는, 저 혼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그래도 됐어요. 결국 돌아오셨으니까 약속을... 메이 언니?”


줄리를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나? 나 메이 패킷 아닌데.”


“메이 언니! 살아계셨군요! 역시 언니라면 살아계실 거라 생각했어요!”


“나 메이 아니... 컥!”


줄리가 스스로를 메이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나미유는 그저 줄리를 거세게 껴안을 뿐이었다. 줄리가 숨이 막힌다는 표정을 짓자, 리그베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나미유. 그래도 손님들이 왔는데 차라도 먼저 대접하는 게 예의 아닐...”


“리그베 오라버니. 5000년 동안이나 집 나가 있다가, 이제 와서 오라버니 노릇 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요?”


“... 그렇긴 하지만...”


“지금 유우키 가문의 당주는 저예요. 오라버니가 스스로 포기한 자리니까, 오라버니는 그냥 가만히 계세요.”


리그베가 도와달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나도 나미유는 무섭다고.


---


다행히도, 그 이후에는 모든 것이 ‘대화’만으로 잘 풀렸다.


“죄... 죄송해요. 메이 언니인 줄.”


“아냐. 그럴 수 있지.”


줄리가 메이와 아주 닮은 사람일 뿐 다른 사람이란 것도 설명이 됐고.


“오라버니들이랑 메이 언니랑 짜고 장난치시는 거 아니죠?”


“... 내 목숨이 열 개 쯤 있으면 나미유 너한테 그런 장난 칠 수 있지.”


“형님 말이 맞다...”


장난이 아니라는 것도 잘 넘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우 오라버니. 5000년 전의 약속은...”


“그것보다. 여기서 좀 지내도 될까?”


“네... 뭐... 제 집이... 오라버니 집이기도 하고...”


나미유로부터 우리가 당분간 이 ‘유우키 대도서관’에 머물러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낸 것이었다.


이곳 ‘유우키 대도서관’이 있는 웹 대륙은, ‘노숙’이라도 했다가는 정말 뼈도 못 추리기 십상인 곳이니까.


얘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나미유로부터 머무를 방을 배정받았다.


“세 분은 각자 이 방을 쓰시면 되고요.”


마리와 줄리, 로빈은 고급스러운 손님용 방에 머무를 수 있었고.


“정우 오라버님은 여기서 주무세요.”


“... 여기서 자라고?”


“싫으시면 리그베 오라버니와 함께 주무시던가요.”


“나갈 땐 청소해놓으면 되지?”


나는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나 다름없는 방을 배정받았다.


그래도 개집에서 자라고 배정받은 리그베보다는 나았다.


아무튼 나미유가 안내해 준 방에 누워 있으려니까, 갑자기 창이 하나 떠올랐다.


띠링-!


[ 피로도가 ‘아주 위험’수준에 다다랐습니다. 1시간 이내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아바타의 통제권을 잃습니다. ]


쳇. 사람은 왜 자야 하는 걸까.


디지털 세계로 들어온 지 1일 하고도 18시간이 흘렀다.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시간비가 1000대 1라는 걸 고려하면, 현실 세계에서는 약 2분 30초가 흘렀다.


2분 30초동안이나 답장을 하지 못했으니, 이쯤 되면 혜지도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겠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나가서 혜지와 영상통화라도 하고 싶은데, 꼼짝없이 잠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 업적 창 on.”


[ 업적 달성! ]

[ 업적 달성! ]


새롭게 달성한 업적이라 해 봐야, ‘웹 대륙’에 첫 발을 내딛으면 얻을 수 있는 [ 웃차! ]와 아이템이 깨지면 얻을 수 있는 업적 [ 취급주의 ] 뿐.


성장이 느린 편은 아니지만, 이 속도로 80일 안에 오메가를-


똑똑-!


“오라버니. 주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80일간의 세계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1, 22화 수정했습니다. 21.06.21 11 0 -
26 25. 4일차 - 재회(5) +1 21.06.23 14 4 11쪽
25 24. 4일차 - 재회(4) 21.06.22 15 3 13쪽
24 23. 3일차 - 재회 (3) 21.06.21 14 3 11쪽
23 22. 3일차 - 재회 (2) +1 21.06.03 49 7 11쪽
22 21. 3일차 - 재회 (1) +1 21.06.02 35 6 11쪽
21 20. 3일차 - 감금 (3) 21.06.01 27 7 14쪽
20 19. 3일차 - 감금 (2) +1 21.05.31 32 5 12쪽
19 18. 3일차 - 감금 (1) +1 21.05.28 36 6 12쪽
18 17. 2일차 - 백업술사 (3) +2 21.05.27 35 6 18쪽
17 16. 2일차 - 백업술사 (2) +1 21.05.26 34 7 14쪽
16 15. 2일차 - 백업술사 (1) +1 21.05.25 36 6 12쪽
» 14. 2일차 - 유우키 대도서관 +1 21.05.24 39 7 12쪽
14 13. 2일차 - 크랙 +2 21.05.23 44 5 12쪽
13 12. 2일차 - 철벽 21.05.22 35 5 12쪽
12 11. 2일차 - 재회 21.05.21 33 5 12쪽
11 10. 2일차 - 원로원 21.05.20 37 6 13쪽
10 9. 2일차 - 엔지니어링 베이 21.05.19 45 7 12쪽
9 8. 1일차 - 안나의 일기(2) 21.05.18 42 7 14쪽
8 7. 1일차 - 안나의 일기(1) +1 21.05.17 47 5 13쪽
7 6. 1일차 - 불릿 타임 21.05.17 45 5 14쪽
6 5. 1일차 - 명문가 (2) 21.05.15 53 6 12쪽
5 4. 1일차 - 명문가 (1) 21.05.14 63 6 12쪽
4 3. 1일차 - 누구나 헤매는 숲 21.05.14 84 6 12쪽
3 2. 1일차 - 버스 안에서 +1 21.05.13 109 6 12쪽
2 1. 0일차 - 운수 좋은 날 +2 21.05.12 148 13 9쪽
1 프롤로그 +3 21.05.12 179 17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가시멧돼지'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