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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80일간의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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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6.23 13:4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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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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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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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 2일차 - 백업술사 (1)

DUMMY

15.


문을 열자, 그곳엔 나미유가 녹색 이불 한 쌍을 든 채로 서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았지만, 오라버님 그래도 이불은 덮고 주무시라고 가져왔어요.”


“...”


“그럼 전 가 볼 테니, 주무시던 말던 마음대로 하세요.”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하더니, 고개를 홱하고 돌리는 나미유.


탁-!


“잠깐만.”


“어엇?”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방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쿵-!


문이 닫히자, 녹색 눈의 소녀. 나미유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난봉꾼 정우 오라버님. 저 같이 연약한 여자를 방 안에 들인 이유가 뭔가요?”


“...”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 지 모르겠다.


일단 난 난봉꾼이 아니라 혜지바라기라는 건 둘째치더라도, 뭐? 자기가 연약해?


줄리가 지적했듯, 지금 내가 있는 이 유우키 대도서관이란 곳에 책이라 할 만한 것은 단 한 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그냥 ‘도서관’도 아니고 ‘대도서관’이라고 불리는 단 하나.


유우키 가문의 후계자들이 대대로 [고대의 기술] 중 [상속]으로 물려받는 정보의 양이, 그 어떤 데이터베이스보다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보량’은 곧 ‘용량’이고, ‘용량 레벨’은 즉 힘.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현재의 ‘대도서관장’인 나미유는, 이 디지털 세계에서는 그 누구보다 ‘힘’만큼은 가장 센 존재인데... 뭐. 연약?


차라리 척화비가 영어로 적혀 있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 있겠다.


애초에 나미유가 원치 않았다면, 그녀의 손목을 잡았을 때 내 팔은 그대로 뜯겨나갔겠지.


“말해 보세요. 연약한 저를 이렇게. 남자 방에 들이는 이유가-”


“흠흠... 잠깐 나미유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 뭔가요?”


“여기 시간으로 5000년 전에 내가 인간 세계로 떠나고, 안나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


내가 나미유를 방 안으로 들인 이유는 역시, 5000년 전 나의 파티였던 안나의 행방을 묻기 위함이었다.


‘안나의 일기’를 읽음으로써, 안나 걔가 뭔가 수상한 꿍꿍이를 품었단 걸 눈치챌 수 있었고.


또 ‘엔지니어링 베이’에서 ‘군단장’이 준 크랙 때문에 오메가 녀석들이 뻥뻥 터져나간 걸 봤지.


그 두 사실을 종합해, 나는 안나가 오메가에 붙었다는 가정을 ‘의심’단계에서 ‘합리적 의심’단계로 발전시킨 것 뿐.


그리고 나미유는 그걸 확인해 줄 수 있는 존재-


“싫어요.”


“... 응?”


“싫다고요. 안나 헤르츠 그 여자 얘기는 죽어도 안 할 거예요.”


“...”


얘... 5000년 동안 전혀 바뀌지 않았네.


우리 파티의 기술자였던 메이한테는 언니언니 거리며 따르지만, 치유사인 안나한테는 그르렁대던 그 나미유 유우키 그대로다.


나미유와 안나가 왜 사이가 안 좋았는지는 지금의 나로서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안나가 오메가한테 붙은 것 같아.”


“... 그 여자라면 이상할 것도 없잖아요.”


“나미유. 그러지 말고. 너 뭐 알고 있지?”


나미유가 짐짓 고개를 돌렸다. 홱이 아니라 스윽이었다.


“... 아무리 오라버니라지만, 안나 헤르츠에 대한 정보는 공짜로 알려줄 순 없어요.”


나미유가 ‘공짜로는 알려줄 수 없다’라고 말한 것은 오히려 좋은 소식이다.


유우키 가문은 대대로 정보를 팔면서 살아온, ‘정보 상인’의 가문.


나미유가 공짜로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은, 안나에 대한 정보는 그만큼 고급이고 귀한 정보라는 걸 의미했다.


“말만 해!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 줄 테니까.”


“그럼 5000년 전의 약속대로...”


“미안. 나 여자친구 생겨서, ‘약혼’은 못 지켜. 다른 건 안 될까?”


나의 말에 경악하는 표정을 짓는 나미유.


“여... 여자친구가 생기셨다고요?”


“나... 나도 여자친구 하나 쯤 만들 수 있는 거 아냐?”


“그... 그렇지만! 오... 오라버니가 그러셨다면 5000년을 기다려 온 저는 뭐가 돼요!”


여태 조곤조곤 말하다 갑자기 소리를 빼액 지르는 나미유.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사실 나는 죄가 없다. 이 ‘약혼’은 순전히 나미유와 유우키 가문 측에서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5년. 아니 이쪽 시간 기준으로 5000년 전.


‘워닝 산맥’ 근처에서 약초를 캐다가 오메가한테 쫓기던 리그베를 구해 줬을 때의 일이다.


“하아. 저...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겁니다.”


“나의 손길이 닿는 곳에선, 그 어떤 약자도 죽게 하지 않아.”


“...”


... 젠장. 최면 치료라도 받고 싶다. 중2병 시절의 기억이 이렇게 나를 또 괴롭힐 줄이야.


아무튼 난 그렇게 만난 리그베를 유우키 가문의 본가, 즉 유우키 대도서관으로 돌려보내주기로 했고.


“이 아이가 제 여동생이자, 우리 유우키 가문의 차대 당주. 나미유 유우키입니다. 나미유. 인사드려.”


그렇게 난 처음으로 나미유를 처음 만나게 되었으며.


“당신. 아바타라고 들었는데, 강한가요?”


“강함? 살아남아 있다는 그 자체로 증명된 거 아닌가?”


“... 당신이 그렇게 강하다면 나를 이겨보시죠.”


“투쟁을 원하는 존재가 있다면, 나 또한 그 부름에 응해야겠지.”


만난 지 5분도 되지 않아, 싸웠다.


일단 싸움의 결과는, 나의 압승이었다.


당시의 나는 지금처럼 아바타가 초기화 된 상태가 아니었고, 평균 스탯도 700이상.


나미유 역시 만만찮은 상대는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힘’위주의 전투방법을 고수했기에 내 상대가 될 순 없었다.


“... 졌습니다.”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


“... 제 실례를 용서하세요. 당신의 적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처음부터 우린 친구였으니까.”


“...”


그렇게 연무장 한가운데 쓰러져 있던 나미유를 일으켜 세워준것까지는 좋았는데,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바로 유우키 가문의 노인네들이 이상한 제안을 해 왔던 것이다.


“유우키 가문의 현 당주를 이긴 ‘강하신 존재’께서는 부디... 저희의 대를 잇는 데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 예?”


“나미유.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별 말 같지도 않은 유우키 가문의 전통 때문에, 나는 싸움에서 이기고도 곤란한 처지가 되었고.


“... 받아들일게요. 전통이라면...”


“저기요? 나미유 씨? 아니. 유우키 가문 선생님들? 제 선택권은요?”


“그렇다면, 전설의 용사 이정우 님. 저희 부족한 나미유를 잘 부탁드립니다.”


... 이렇게 된 일이다.


참고로 이 사건은 내 ‘중2병을 강제로 낫게 한 4대 사건’중 하나지만,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정우 오라버니가! 절 버리고 간 이후로!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컥!”


팍! 팍!


[ 속 깊은 곳까지 전해지는 충격에, ‘내출혈’ 상태이상에 걸렸습니다. ]

[ 기절하기까지 - 00 : 35 : 00 ]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내 가슴을 치며 말하는 나미유를 달래는 것. 안 그러면 죽으니까.


“쿨럭... 나미유. 과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어. 우리는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해.”


“그게 약혼녀를 두고 애인을 만든 사람이 할 말이에요?”


“... 누가 누구 약혼녀야. 그리고 유우키 가문이 필요로 하는 건 널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한 존재잖아? 지금의 내 아바타는 너에 비해 한참 약하다고. 그때의 내가 아닌 건 너도 잘 알잖아.”


“...”

지금은 내가 더 약하다 논리가 통한 것인지, 나미유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다른 부탁을 할게요.”


“굿. 잘 생각했어.

“하아. 오라버니. 혹시 사이 가문의 예니프 사이라는 자를 아세요?”


“미안. 모르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보는 나미유. 모르는 걸 어떡하겠는가. 나는 이곳에 5000년 만에 왔는데.


“... 최근 자꾸 저희 영지를 찾아와서, 저에게 구애를 하는 남자에요.”


“잘 됐네. 그 남자랑 맺어져서 알콩달콩...”


“알콩달콩 같은 소리 하시네요. 그 녀석이 말하는 거랑 하는 짓만 보면 찢어죽여도 모자랄 판인데.”


“...”


눈을 시퍼렇게 뜨는 나미유. 내가 오한이 다 들던 찰나, 그녀가 눈에 힘을 빼고 말했다.


“녀석을 죽여주세요.”


“응?”


“자꾸 저를 귀찮게 하는 예니프 사이를 죽여주시면, 안나 헤르츠. 그 여자가 어떻게 됐는지 알려드릴게요.”


---


나미유가 나간 방에서, 나는 녹색 이불을 덮은 채 생각했다.


“나미유는, 대체 왜 나보고 녀석을 죽여 달라는 거지?”


뭐. 듣자하니 예니프라는 녀석은 무려 300년 동안이나 나미유에게 껄떡댔다고 하니 죽여달라는 건 그리 이상하지 않은데, 왜 직접 죽이지 않는지가 의문이었다.


지금의 나보다는 나미유가 훠얼씬 강한데 말이다.


비록 나미유가 ‘대도서관장’이기에 받는 ‘제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예니프 사이라는 녀석이 직접 찾아온다면 그 제약은 별 의미가 없을 텐데...


에휴. 모르겠다. 시키면 해야지. 뭐.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냥 외우는 게 답이다.


나는 예니프 사이를 죽이고, 나미유는 그 대가로 안나 헤르츠에 대한 정보를 준다. 이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다.


"안나. 안나 헤르츠..."


[복구의 마녀] 안나 헤르츠.


팔다리가 뜯어져 나가도 복구하는 무시무시한 회복 스킬 외에도, 치유사 주제에 무지막지한 무력을 가진 여자.


뿐만 아니라, 갖가지 저주 스킬에도 능통했었지.


사실상 요리랑 [새로고침] 빼고 다 잘 하는 녀석이었기에, 적이 된 안나보다 까다로운 존재는 상상하기 힘들다.


아직 안나가 오메가에 붙었다는 게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에휴. 안나랑 싸우려면 [랜섬웨어]가 필요하잖아. 그거 만들려면 또 굳이 갈 필요도 없는 ‘사이버루스 협곡’까지 가야 하는데... 하아. 제발 안나가 그냥 평범하게 늙어 죽었기를...”


똑똑!


창문을 보며 기도를 하고 있는데, 나미유에 이어 또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려 왔다.


“이번엔 또 누구야?”


“형님. 접니다.”


끼이-


문을 열자, 웬 거대한 생선을 통으로 든 채 웃어 보이는 리그베가 있었다.


“마침 주방에 좋은 게 있더군요.”


“... ‘이건못참치’인가?”


“예. 맛도 좋고, 약간이지만 영약의 기운도 있다고 하는 바다의 영물이죠. 무엇보다...”


“무엇보다?”


“내출혈에는 또 이만한 특효약이 없습니다. 하하.”


“... ”


리그베는 비록 전투능력은 없지만, 정보 상인 유우키 가문. [도청]과 [잠입]만큼은 달인 수준이다.


캉캉!


내가 나미유에게 배정받은 방은 정말 ‘창고’였기에, 리그베는 방 한구석의 이부자리에도 개의치 않고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그나저나 형님. 나미유의 부탁을 들어주실 겁니까?”


“사이 가문의 예니프 사이라는 놈을 죽여 달라는 거? 당연히 해야지.”


“흐음. 형님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 녀석을 죽이는 것은. 당장은 힘드실 수 있습니다.”


리그베는 예니프 사이라는 녀석에 대해 뭔가 아는 눈치였다.


“말해 봐.”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 웹 대륙이 ‘힘의 논리’로 굴러가는 곳이란 것쯤은 형님도 아실 겁니다.”


“알지. 강해져라. 그럼 네가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쳐 줄 것이다...”


“하하. 웹 대륙의 아주 유서 깊은 속담이죠. 아무튼. 사이 가문은 그런 웹 대륙에서도 적이 아주 많은 가문입니다.”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웹 대륙에서 ‘적이 많은’ 부류는 드물다.


약한 자는 죽고, 강한 자에게는 ‘친구’밖에 없는 게 웹 대륙.


그런 웹 대륙에서 적이 많다는 건...


“그 사이 가문 녀석들. 잡기술에 능한가 보네.”


“예. 사이 가문은 대대로 [백업술사]였던 가문. 상당히 까다로우실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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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 3일차 - 재회 (3) 21.06.21 14 3 11쪽
23 22. 3일차 - 재회 (2) +1 21.06.03 50 7 11쪽
22 21. 3일차 - 재회 (1) +1 21.06.02 37 6 11쪽
21 20. 3일차 - 감금 (3) 21.06.01 27 7 14쪽
20 19. 3일차 - 감금 (2) +1 21.05.31 32 5 12쪽
19 18. 3일차 - 감금 (1) +1 21.05.28 38 6 12쪽
18 17. 2일차 - 백업술사 (3) +2 21.05.27 35 6 18쪽
17 16. 2일차 - 백업술사 (2) +1 21.05.26 35 7 14쪽
» 15. 2일차 - 백업술사 (1) +1 21.05.25 37 6 12쪽
15 14. 2일차 - 유우키 대도서관 +1 21.05.24 39 7 12쪽
14 13. 2일차 - 크랙 +2 21.05.23 45 5 12쪽
13 12. 2일차 - 철벽 21.05.22 35 5 12쪽
12 11. 2일차 - 재회 21.05.21 33 5 12쪽
11 10. 2일차 - 원로원 21.05.20 37 6 13쪽
10 9. 2일차 - 엔지니어링 베이 21.05.19 47 7 12쪽
9 8. 1일차 - 안나의 일기(2) 21.05.18 43 7 14쪽
8 7. 1일차 - 안나의 일기(1) +1 21.05.17 48 5 13쪽
7 6. 1일차 - 불릿 타임 21.05.17 46 5 14쪽
6 5. 1일차 - 명문가 (2) 21.05.15 53 6 12쪽
5 4. 1일차 - 명문가 (1) 21.05.14 63 6 12쪽
4 3. 1일차 - 누구나 헤매는 숲 21.05.14 89 6 12쪽
3 2. 1일차 - 버스 안에서 +1 21.05.13 112 6 12쪽
2 1. 0일차 - 운수 좋은 날 +2 21.05.12 152 13 9쪽
1 프롤로그 +3 21.05.12 182 1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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