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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80일간의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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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10
최근연재일 :
2021.06.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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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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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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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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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 3일차 - 감금 (2)

DUMMY

19.


[ ‘혼수상태’에서 벗어납니다. ]


“허억!”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나미유의 침대 위였다. 설마 벌써 뭔가를 ‘당한’ 건 아닌가 싶었지만.


철커덕-


다행히 왼팔에 족쇄가 좀 채워졌을 뿐, 딱히 엄청난 짓을 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한편 나와 함께 이곳에 들어왔던 여자, 마리는.


“읍읍읍!!”


입에 재갈을 물린 채, 의자에 꽁꽁 묶여 있는 상태. 쟤보단 내가 낫지. 아무튼 마리의 도움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편 이 모든 사태를 발생시킨 장본인, 나미유 유우키. 그녀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었다.


스윽-


나미유가 빗질을 한 번 할 때마다 녹색 머리가 보리밭처럼 찰랑거리는 와중에, 나는 최대한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했다.


“나미유. 내 왼팔에 이거, 풀어주는 건 어떨까?”


“싫어요.”


“... 그러지 말고.”


“제가 바보도 아니고, 도망칠 게 뻔한데 왜 풀어줄 거라 생각하시나요?”


“...”


그리 말하며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는 나미유.


“이건 다 오라버니 잘못이에요. 전 사실 몰래 찍은 사진이랑 음성만으로 충분했는데. 그냥 사진만 좀 얻으려고 한 건데...”


“... 그런데?”


“그렇게 노골적으로 절 자기 여자라고 말해버리면... 제가 안달이 나 버리잖아요.”


... 나미유가 왜 예니프 사이를 죽여 달라 부탁한 건지 이제야 이해가 되네.


이제 보니까 방 벽면, 천장 할 것 없이 붙어 있는 내 사진들은 하나같이 리그베의 시점으로 촬영된 것들이다.


나미유 얘, 자기 오빠한테 [백도어]를 붙여서 시력이랑 청력이랑 공유하고 있었던 거다.


“읍읍읍-”


콰당!


한편 격렬하게 버둥거리다가 그만 묶여 있던 의자채로 자빠지는 마리.


나미유는 그런 마리를 일으켜 세워주며 의미심장한 대사를 내뱉었다.


“미안해요.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아까 말했듯, 나와 정우 오라버니와의 관계를 증언해 줄 증인이 필요하거든요. 마리 씨가, 그 사람이 돼 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쿵!


아예 쓰러질 수 없게 하려는 듯, 마리가 앉은 의자를 벽에다가 고정하는 나미유.


“마리 씨는 거기 가만히 앉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 그저 즐겁게 보시기만 하면 돼요.”


“읍읍!”


나미유는 재갈을 문 마리가 뭐라 하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은지, 내 쪽으로 홱 돌고는.


“오늘은 절대로 안 놓쳐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오라버니. 제가 5000년간 오라버니만을 기다리며 어떤 생각을-”


“나미유. 그보다 안나 얘기나 해 봐.”


“... 정우 오라버니는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지. 난 네가 부탁한 대로 예니프 사이라는 녀석 없애버리고 왔으니까, 너도 약속대로 안나 얘기를 해. 설마 정보상인 유우키 가문의 일원, 아니 당주가 약속을 안 지키려는 건 아니겠지?”


“흥. 또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시려고요? 전 이제 더 이상 순진한 소녀가 아니에요.”


... 들켰네.


사실 나미유가 이렇게 날 잡아두려 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자주 이러지.


5년, 아니 5000년 전의 경우. 이곳 유우키 대도서관에서 고작 6일 머무르는 동안, 그 동안 4번이나 나를 감금하려 시도했으니까.


그리고 그 때 얻은 교훈이 바로, 나미유를 상대하기 위해선 절대로 얘 페이스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돌렸다.


“그래서, 신용으로 먹고사는 유우키 가문의 당주님께서 약속을 안 지키겠다는 거야? 실망인데?”


“... 약속을 안 지키다뇨. 후후. 오라버니. 말했지만 저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5000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차이...? 뭔데?”


나의 되물음에, 나미유는 마치 고양이처럼 침대 위로 올라오며 답했다.


“지금의 저는, 밤이 꽤 길다는 걸 알아요.”


“...”


“약속대로 안나 헤르츠. 그 여자에 대해 알려는 드릴게요. 다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알려드릴게요. 이 밤을 다 써서.”


... 천천히 알면 늦는다. 이미 3일차라고.


디지털 세계에서 3일차면 현실 세계 기준으로는 약 4분 20초.


내 파파야톡 답장을 받지 못한 혜지가 손톱을 한 번 물어뜯을까 말까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 경과했는데, 정보 하나 얻자고 밍기적댈 순 없다.


이 고착상태를 깨려면... 어쩔 수 없다.


“나미유.”


“예. 오라버니.”


“일단 이리로 와 봐.”


"우훗. 네."


나의 말에, 나미유는 기쁜 표정으로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이 거리에서는 내가 그녀를 이길 수 없다.


“더 가까이 와 봐.”


“... 더요?”


의문을 표하는 것과 별개로, 나미유는 순순히 내 바로 옆까지 다가와, 턱을 괸 채 엎드렸다. 하지만 지금도 조금 멀었다.


“더 가까이 와봐."


“더... 더요? 지금도 좀 가까운..."


"왜? 더 이상 소녀가 아니라며? 설마 부끄러운 거야?"


“부... 부끄럽다뇨! 저도 엄연한 성인인... 읍!”


그리 말하는 나미유가 팔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내 입으로.


“음음음!”


나미유가 발버둥쳤지만, 발버둥이 아니었다.


애초에 나미유가 밀어내려 했다면, 나는 침대를 박살내고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데이탈로스]까지 처박혀야 했으니까. 실제로 나미유는 나를 밀어내기보다 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목적은 단 한 가지.


나미유가 쓰러졌던 마리를 일으켜 주는 틈을 타, 입 안에 넣어놓았던 ‘알약’을 그녀의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이었다.


“음음!”


내가 나미유의 입 안으로 알약을 밀어 넣자, 그제야 나미유도 나의 의도를 읽은 것인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나미유는 나를 힘으로 밀어내진 않았다. 단지 ‘방어’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펼칠 뿐이었다.


“...”


“...”


치열한 시간이 지나갔다.


나와 나미유는 입을 맞추고 있었지만 이건 달달하고 낭만적인 개념의 행위가 아니었다.


나는 나미유에게 약을 삼키게 하려 했고 나미유는 그걸 방어하려 한다는 점에서, 우리 둘의 행위는 그야말로 설전(舌戰).


그리고 설전이야말로, 현재 내 능력치로 나미유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수 분 후.


파하-.


치열한 공방 끝에, 나와 나미유는 축축한 소리를 내며 입을 떼었고.


“... 5000년 전. 오메가를 퇴치한 정우 오라버니께서 인간 세계로 돌아가시고... 안나 헤르츠가 저를 찾아왔었어요.”


나미유는 황홀한 표정을 지은 채, 내가 했던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 인생은 아름다워 ]

[ 고급 바이러스 제조 lv.Max로 만들어진 바이러스. 복용한 대상은 ‘행복회로’ 상태이상에 걸리며, 30분 동안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


... 순간 양심의 가책이 몰려왔다.


아무리 설전이었다지만,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자랑 입을 맞추는 건 사람이 해선 안 될 짓이란 것쯤은 나도 알고 있으니까.


허나 이렇게 안 하면... 입술이 아니라 다른 걸 뺏긴다.


그나저나 아까 [러브 젤리]와 예행연습을 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아니. 그런 걸 시시콜콜한 걸 따질 때가 아니지. 지금은 안나의 행방이 우선이다.


“안나가 널 찾아왔었다고?”


“네.”


“왜?”


“안나 헤르츠는... 제게 [동기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었어요.”


[동기화]라면... 대상의 시간을 1000배 느리게 지나가게 하는 [고대의 기술].


그것도 [로그 아웃]과 함께, 오메가가 현실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고대의 기술] 중 하나다.


그런데 [동기화]는...


“[동기화]는 오메가 토벌 이후, 메이가 챙겨갔었잖아?”


“예. 그래서 메이 언니까지 셋이 모였죠. 그리고 안나 헤르츠가 말하길...”


“말하길?”


“데이터베이스 성소. 그러니까 정우 오라버니의 이전 아바타가 보관돼 있던 장소에... 자기를 봉인해 달라고 했어요... [동기화]로 시간의 흐름을 인간 세계와 맞춘 채로...”


“읍읍?”


의자에 묶여 있던 마리의 눈동자가, 순간 놀란 고양이처럼 커졌다. 나도 조금은 놀란 투로 되물었다.


“... 안나가 자기를 봉인해 달라고 했다고?”


“네...”


“왜? 아니. 그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된 건데? 데이터베이스 성소는 오메가한테 털렸잖아. 내 아바타도 [롤백]을 맞고 초기화됐고. 그럼 거기 봉인돼 있던 안나는 어떻게 된 건데?”


“그건... 저도 몰라요. 수소문해보고는 있지만... 아직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어요. 제가 아는 건 여기까지예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제발 안나가 평범하게 늙어죽었길 바랐는데, [동기화]로 시간의 흐름을 늦춰서 고작 5살밖에 더 먹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랑 동갑인 채로 살아있는 셈이다.


게다가 데이터베이스 성소에 스스로를 봉인한 상태였다는 건 즉, 안나는 거의 100% 오메가와 접촉했다는 것.


그건 곧...


“안나가... 진짜 오메가한테 붙었을 수도 있겠네.”


“...”


처음엔 그저 의혹이었다. 그 다음엔 합리적 의심이었다.


그리고 이젠... 안나 헤르츠는 확실히, 반드시 대비해야 하는 ‘위협’이 되었다.


설령 안나가 자의적으로 오메가에게 협력하지 않았더라도, 무방비하게 봉인돼 있었다면 무슨 술수를 당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 디지털 세계에 정신조작계열 스킬은 수도 없이 많으니까!


나는 이마에 손을 얹은 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계속 머리를 굴렸다.


“안나를 상대하려면... 사이버루스 협곡을 들러야 하는데...”


“... 오라버니. 이제 안나 헤르츠 이야기는 그만 해요.”


“잠깐 조용히 좀 해봐. 지금 내가 사이버루스 협곡에 가면 죽을 게 뻔하고... 그렇다면 포털 제국을 들러서...”


“... 지금은 안나 헤르츠가 아니라 저랑 있잖아요. 저를 좀 봐 줘요.”


느긋한 소리를 지껄이며 내 허리춤을 끌어안는 나미유. 보긴 뭘 봐.


안나가 합류한 오메가를 족치고, 다시는 나를 부를 수 없는 시스템까지 정립시키려면 80일이 아니라 800일도 빠듯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오라버니... 제발... 저를... 좀... 봐... 달...”


[ 대상이 ‘행복회로’에 빠집니다. ]


약기운이 완전히 돈 것인지, 내 허리를 감싼 나미유의 팔에서 힘이 쭉 빠졌다.


‘행복회로’는 현재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꿈을 꾸는 상태이상이기에, 나미유에게도 나쁜 시간이 되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나미유가 깨기 전에 어서 이곳 유우키 대도서관을 벗어나야 한다.


나는 나미유를 밀쳐내고, 침대에서 일어-


철컥!


... 나려고 했는데, 왼팔에 묶인 족쇄만이 찰랑댈 뿐이었다.


“...”


“읍읍읍!”


한편 의자에 묶인 마리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가운데.


“아앙... 오라버니. 조금 천천히...”


내 무릎을 베고 잠든 나미유가 잠꼬대 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뭐. 나미유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족쇄에서 벗어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목이 묶인 것도 아니니까.


[ 아이템을 인벤토리에서 꺼냈습니다. ]


내가 꺼낸 것은 [폴리곤 커터]. 식사용 칼처럼 생겼지만 예리함은 면도칼 못지않다. 나는 [폴리곤 커터]를 팔목에 대며 말했다.


“야. 좀만 기다려. 곧 풀어 줄 테니까.”


“읍읍읍!”


마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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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52 아침기상
    작성일
    21.06.01 04:06
    No. 1

    주인공 이렇게 유혹에 강한 거 보니까 아바타나 현실 세계 사람은 디지털에서 연애 감정을 못 느끼는건가?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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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 3일차 - 재회 (3) 21.06.21 14 3 11쪽
23 22. 3일차 - 재회 (2) +1 21.06.03 50 7 11쪽
22 21. 3일차 - 재회 (1) +1 21.06.02 37 6 11쪽
21 20. 3일차 - 감금 (3) 21.06.01 27 7 14쪽
» 19. 3일차 - 감금 (2) +1 21.05.31 33 5 12쪽
19 18. 3일차 - 감금 (1) +1 21.05.28 38 6 12쪽
18 17. 2일차 - 백업술사 (3) +2 21.05.27 36 6 18쪽
17 16. 2일차 - 백업술사 (2) +1 21.05.26 35 7 14쪽
16 15. 2일차 - 백업술사 (1) +1 21.05.25 38 6 12쪽
15 14. 2일차 - 유우키 대도서관 +1 21.05.24 39 7 12쪽
14 13. 2일차 - 크랙 +2 21.05.23 45 5 12쪽
13 12. 2일차 - 철벽 21.05.22 36 5 12쪽
12 11. 2일차 - 재회 21.05.21 33 5 12쪽
11 10. 2일차 - 원로원 21.05.20 37 6 13쪽
10 9. 2일차 - 엔지니어링 베이 21.05.19 47 7 12쪽
9 8. 1일차 - 안나의 일기(2) 21.05.18 43 7 14쪽
8 7. 1일차 - 안나의 일기(1) +1 21.05.17 48 5 13쪽
7 6. 1일차 - 불릿 타임 21.05.17 46 5 14쪽
6 5. 1일차 - 명문가 (2) 21.05.15 54 6 12쪽
5 4. 1일차 - 명문가 (1) 21.05.14 64 6 12쪽
4 3. 1일차 - 누구나 헤매는 숲 21.05.14 89 6 12쪽
3 2. 1일차 - 버스 안에서 +1 21.05.13 113 6 12쪽
2 1. 0일차 - 운수 좋은 날 +2 21.05.12 152 13 9쪽
1 프롤로그 +3 21.05.12 183 1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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