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명의 북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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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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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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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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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1

DUMMY

"비트메이킹은 잘 되었어. 프로가 했다고보기엔 좀 모자름이 있어보지만, 기초가 튼튼해서 별 문제는 없다고봐야겠지. 다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달라서 별로이고 그때문에 흥이 나지않아서 마무리를 짖는게 여의치않아."


"탑라이닝쪽은 괜찮고요?"


"원곡이 괜찮긴한데, 약간 올드한 스타일이야. 그렇지만, 뭐 부족한 부분이야 좀 바꾸거나 애들 모아서 노래시켜보면서 약간씩 바꿔나가면될테지."


"네, 그쪽으로 천부적인 애들이 한명씩은 끼어있는데다가 두개가 하나로 합쳤으니, 반드시 있다고봐야겠죠."


"실제로 감이 괜찮은 애가 하나 있긴해. 그동안 내가 양쪽으로 작업해와서 잘 알지."


"음, 여기에 참여시켜서 작사가나 작곡가로 올려서 홍보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군요."


"나야, 그걸 좋아하지않지만서도 어디까지나 경영분야에 속한다고보면, 네 몫이긴해. 그치만, 책임도 그만큼 크다는 걸 명심하라고."


"그, 그래야죠.


이런저런 악기와 전자기기들이 가득 들어차있는 공간에 준상과 뚱뚱한 중년인이 이와같은 대화를 나누고있다. 상당히 전문적인 용어들과 업계의 관행으로 여겨지는것들이 섞여있어서 무슨 얘긴지 언뜻 이해하기 힘들정도이다.


탑라이닝이란것은 노래에 있어서 멜로디 부분을 만드는것을 의미한다. 흔히 가사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핵심의 일부를 기억해서 흥얼거리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를 멜로디라하며 곡에 포함하여 완성시키는것을 탑라이닝이라한다.


비트메이킹이라함은 건반이나 기타 및 드럼등의 다양한 악기들에서 나오는 음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반주를 만드는것을 의미하는데, 요즘은 다들 컴퓨터를 이용하여 만든다.


한마디로 비트메이킹을 한 반주위에 멜로디를 얹는 탑라이닝을해서 곡을 만든다고보면되나, 대체로 그 역순인 경우가 많다.


사실 진정한 작곡이라함은 이 두가지가 다 되어야하지만, 전자인 탑라이닝을 작곡, 후자인 비트메이킹을 편곡이라하는것이 업계의 보통이다.


대화에서도 나왔다시피, 이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만드는 탑라이닝은 따로 작곡을 공부하지않고도 가능해서 타고난 감이 뛰어나면 누구라도다할 수 있는 분야이다.


다만, 그런 천부적인 감을 가진 이들은 소수에 불과한데, 노래가 주업이랄 수 있는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할정도라면, 그중에 한명정도는 일반적으로 포함되어있기마련이다.


따라서 아이돌이 부르는 곡에 있어서 작곡자가 멤버 중 한명이라면 보통은 이를 의미한다고보면된다.


그렇지만, 많은 악기들을 이용하여 반주를 만드는 비트메이킹은 왠만큼 실력이 뛰어나지않고는 불가능하다. 적어도 악기 하나 이상을 십수년이상 전문적으로 배워왔으며 흔히 얘기하는 작곡 공부 또한 그만큼 해왔어도 부족함이 없지않다하겠다.


결국, 비트메이킹이라는 편곡은 후천적인 노력이 지대하게 필요한데다가 가장 손이 많이 감에도 이를 맡고있는 이들이 편곡자로서만 이름을 올릴뿐이다. 그 대우 또한 제대로 받지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앞으로 업계가 풀어나가야할 문제라하겠다.


새삼 막중한 책임을 맡고있다는 자각에서인지, 얼마간 뜸을 들이던 준상은 대화를 재개했다.


"결국, 형이 따로 편곡을 해보겠다는건데, 차라리 두개의 장르로 정해서 가는건 어때요? 과거에도 주력으로 댄스곡을 밀고 발라드버젼을 따로 만들어서 인트로등으로 썼던 사례가 간혹 있었잖아요."


"이번건 둘 다 댄스곡인데?"


"비슷하게 적용하면되죠. 더 나은걸 주력으로 삼고 남은 하나는 수록만하던가, 인트로로 사용하던가하는거죠. 정 아니다싶으면, 폐기하는것도 고려해보고요."


준상은 두가지 방향을 제시했는데, 아마도 머리가 좋아진 상태에서 만들었긴해도 직접 손을 댄것이 폐기될까 안타깝게 여겨서이리라. 그에 이런 사정을 모르면서 마음에 들어하지않던 작곡가도 입장을 선회하여 은연중 기존의 것에 아까움을 드러냈다.


"역시 그렇게 하는게 좋겠지?"


"네."


"그럼, 대충 마무리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도 만들어볼께."


"그러세요."


"근데, 너무 마음대로하는거 아니냐? 나야 부담을 덜어서 좋지만, 나중에 원곡자가 기분 나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어쩔려고그래?"


"그건 걱정마세요. 편곡은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확답을 받았으니까요. 나머지 두 곡은 어때요?"


"뭐, 괜찮더군. 살짝만 손봐서 그대로 가도 되겠어."


그나마 셋중 둘이 무사통과하자, 불안해하던 준상의 안색은 급격하게 풀렸다.


"근데, 둘 중 하나는 메인보컬의 비중이 큰데, 우리쪽 애들중에는 이걸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이가 없거든. 논의했던대로 그걸 데뷔곡으로 하면 딱 이긴한데 말이야..."


"아, 그건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충분히 감당해내고도 남을 애가 대기하고있어요. 합류가 좀 늦어질 뿐이니까, 생각하신대로 준비해주시면되요."


"그래? 뭐, 사장님이 그렇다면 그런거지."


"에이~, 같은 작가끼리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말자고요. 우리가 알고지낸지도 십수년인데, 전처럼 편하게 동생으로 대해주세요."


원래 작가라는 호칭은 시나 소설, 희곡등의 문학분야에서 창작하는 이들에게 붙이는것인데, 연예기획사쪽에서도 작곡가나 작사가를 줄여서 작가로 통칭하고있다.


준상 또한 소설을 낸 경험이 있는데다가 상대의 중년인 또한 편곡을 맡고있으므로, 이를 들어 서로의 접점을 찾아서 친분을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이로보아, 준상이 해당 작곡가를 특별히 신경써야하는 이유가 있는걸로보였고 실제로 그가 꾼 꿈을 바탕으로한 계획에 의하자면, 현재 당장 필수적인 것이 바로 그의 편곡실력이다.


어디까지나 이 중년의 작곡가는 준상이 가져온 곡들에 관심을 갖고 친구 둘이 운영하는 기획사의 어려움을 풀 수 있다는 제안에 참여한것이다. 즉, 이익보다는 개인적인 흥미와 지인들을 돕고자 함께하는 측면이 강하기에, 사장인 그로서도 각별히 신경쓸 수 밖에없는것이다.


역시나 예지몽에서 본 전개들은 핵심적인 사안들만 나열되었을뿐, 이와같은 세부적인 사항들은 없었다.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라, 이렇게 그가 직접 맞닦뜨려가며 일일히 확인하고 챙겨야해서 좀처럼 바쁘고 피곤한게 아니다.


"나머지 이십여곡들은 어때요? 그중에서 편곡할만한 것들 좀 골랐나요?"


"훑어는 봤는데, 괜찮은 것들도 있고 별로인 것들도있고, 왜? 시간제한이 있는거야?"


"그런건 아니지만, 넘겨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선정이 됐다고 알려주긴해야, 그들도 나름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것이고 일도 손에 잡히지않을까해서..."


"음,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있고 옳은 얘기긴해. 그치만, 너도 이쪽 일에 좀 있어봤고 소설도 써봐서 알겠지만, 이게 어디 그렇게 무 썰듯이 확실하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거든."


"그야..."


"어제 봤을때, 아니다싶은것도 오늘보면, 괜찮아보이고 오늘 좋게보이는것도 내일이면 별로일 수도 있는게 바로 이쪽 일 아니겠니. 게다가 요즘은 기본 장르에다가 여러 다른 것들을 섞거나 첨가하여 하나의 곡으로 만드는 추세잖아. 때문에 참고할 곡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거라고."


"그래도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다가 좀 추릴 필요는 있을것같아요. 형 실력이면, 곡만봐도 가요계에 먹힐만한것과 작곡가의 실력이나 잠재력정도는 알아볼 수 있지않나요?"


"뭐, 그런 기준이라면 대충은..."


"보름 정도면 충분한가요?"


"내가 보통이라면, 그렇게는 못하겠다면서 고집을 부릴 사안이다만, 그쪽 뮤지션들의 사정도 고려해줘야지. 동종업계의 사람인 우리가 봐주지않으면 누가 봐주겠어?"


"네. 그렇죠. 그럼..."


"그나저나, 네가 만났다던 그 밴드들 말이야."


용무를 다 봤는지, 그만 일어서려던 그에게 작곡가가 말을 이어감으로서 들썩거리던 엉덩이를 계속 붙이게만들었다. 그래도 관련이 있는 얘기이므로 준상 또한 관심을 보임으로서 자의적인걸로 만들었다.


"유럽 출신이라고했었지?"


"네. 여기저기 국적이 좀 다른 이들이 많아놔서 전부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요."


"음, 동유럽 출신들이 많은가봐?"


"왜 그리 생각하는건데요?"


"아니, 곡조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


"그런것도 알 수 있어요?"


악보만보고 이를 작곡한 이들의 출신지나 출신국가까지 알 수 있다는데에야, 준상으로선 앞의 중년인을 새삼 다시봤다는 눈초리로 쳐다볼 수 밖에없었다. 실제로 그가 머리가 좋아졌을때에도 그런 생각은 일절 들지않았으니, 이는 평생 살아오면서 어디서 듣도보도못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것과 같기때문이리라.


작곡가가 진중한 표정을 유지하고 이런저런것들을 물어오는걸보면, 결코 장난을 치거나 농담등을 하는것같지도않아서 더욱 그러했다.


"혹시 그 사람들 나이대가 너랑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지않았어?"


"글쎄, 그런 이들도 있었고 보다 젊거나 많은 사람들도 있었고 좀 다양해서..."


"확실히 인종이 다르다보니, 애매할 수 있겠군. 아무튼, 공산주의 교육을 받은 티가 나."


"네?"


화들짝 놀라는 준상을 보며, 작곡가는 자신의 예측을 의외로 받아들여서 그런다고보는지 이상하게 여기지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리듬이나 멜로디등에서 그런 흔적이 은근히 남아있거든. 유럽출신에 구 공산권이면 동유럽밖에없지. 게다가 그런 사상 교육을 받고 은연중에 풍길정도라면, 나이대도 최소한 너 정도는 되어야할거라 추측한거야."


"허~, 대체 그런걸 어떻게...?"


"오래전 대학다닐때, 나도 데모도 좀 하고 그랬거든. 그때 들은 민중가요나 북한 노래들만해도 어마어마했다고. 러시아 노래들도 솔찮게 듣고 연구 좀 했었지."


"아, 그때 들었던것들과 비슷해서 그리 말하는거군요. 특징이 어떻길래 그리 구분을 할 수 있다는건가요?"


"민요풍이 좀 섞여있고 리듬보다는 멜로디쪽에 치중해있는데다가 맑고 밝으며 부드러운 음색이 많아. 여러장르나 비트가 섞인 최근의 경향과는 달리, 오로지 한장르 위주인것도 그렇고 이건 오히려 편곡하기엔 편한 면이 있기도하지."


직접 편곡을 한 바 있는 준상도 그에 동의하는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곡가는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다고 여기곤 이어갔다.


"일부 편곡을 해온 곡들있잖아."


"네."


"그 원곡들에 그런 특징이 가장 많더군. 이를 작곡한 사람들이 K-POP에 어울리게 급하게 작업하느라, 편곡에 쉬운 곡들을 선정할걸테지."


여전히 준상의 고개가 끄덕이는걸로봐서 그의 추정이 맞는듯싶다. 비록, 현재는 원래 지력으로 돌아간 준상이지만, 당시의 의도등은 충분히 기억하고있고 편곡작업이 처음이라 비교적 쉬운 것들을 위주로해서 선정해서 작업에 들어간바있기때문이다.


"유럽쪽 밴드라했고 이런 특징들이 보이는만큼, 동유럽출신일 수 밖에없는거지. 캬~, 이전까지만해도 스웨덴등 북유럽쪽 걸 많이 들여왔었는데, 이젠 그쪽이라..."


"의도한건 아니에요. 그리고 그런건 큰 기획사들이나 직접 찾아가서 하는거고 저같은 경우는 중국에서 우연히 만나서 섭외한거에 불과해서..."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거지."


"단지 한국에 있는 연예기획사를 좀 아는데, 곡 만든거 있으면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을뿐이거든요."


마치 큰 잘못이라도 들켜서 이런저런 하찮은 변명으로 무마하는 투였지만, 상대인 작곡가는 그리 보는것같지않고 오히려 준상이 이룬 쾌거에대한 무용담을 푼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줄뿐이다.


"아마 걔들도 그런 사정들을 잘 알고있었던데다가 네 얘길 듣자마자 기회라고 여기곤 비장으로 숨겨둔 것들을 풀었을지도 모를일이지. 곡들의 수준이 높은걸 보면 아마 내말이 맞을거야."


"네. 뭐 자세한건 나중에 알아볼 기회가 있겠죠. 그럼, 이만 가볼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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