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등장(1)
2019년 12월 21일 01:30
도일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인지 생각하고 싶어도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두드려 맞고만 있었다.
몽롱해지는 의식 너머로 둘러싼 덩치들의 비릿한 웃음소리만 간간이 욕지거리와 함께 들려왔다.
‘젠장, 여기 아르바이트를 괜히 한다고 그랬다.’
그런 생각을 되짚는 순간 구둣발이 얼굴 측면의 뺨을 타고 묵직한 타격음을 만들었다.
퍼~억
후두둑~
입과 코를 통해 쏟아진 피분수가 궤적을 따라 뿜어졌다.
“아놔~ 이자식이 세탁비 들게 하네”
“야야야, 그만하고 이리 데려와라.”
둘러싼 덩치들의 그림자가 모르긴 해도 족히 십여 명은 넘어 보였다.
30평은 넘어 보이는 화려한 클럽의 VIP룸.
그 한가운데에 만신창이가 되었다.
얼굴은 바닥에 무릎은 꿇린 상태로 엎어져 있는 기괴한 모양이 되었다.
김동철은 쓰러져 있는 도일을 가리키며 특유의 중저음을 흘려냈다.
“여기 웨이터가 왜 VIP룸에서 지랄인데?”
“손님 대접을 이딴 식으로 할 거야?”
그러자 정장을 말쑥이 차려입은 지배인이 허리를 과하게 숙이며
“죄송합니다. 대표님.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 친구가 오늘 알바로 들어온 친구라 아무것도 모르고 큰 결례를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럼 당신이 오늘 술값 낼 거야?”
순간 지배인은 멈칫했다.
오늘 술값은 천만원짜리 샴페인세트만 3세트에다 빈티지 와인 세트를 포함해 대략 오천만원을 훌쩍 넘는 돈이다.
그걸 어찌 부담하란 말인가?
“제발, 그것만은···.”
“걱정마. 겨우 푼돈가지고 장난 안할게.”
김동철은 지배인을 놀리듯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대신 오늘 깽값으로 계산하는 거야.”
그러며 지갑에서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지배인은 카드를 두 손으로 받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 웨이터 둘이 도일을 부축하며 룸을 나서려 움직였다.
그 뒤를 다리를 후들거리며 아가씨 둘이 조심스레 따라가고 있었다.
입구에 서있는 김동철의 동료 중 한 녀석이 그 둘을 막아섰다.
“어딜 가려고.”
“니들이 이 사단을 만들었으니 책임져야지.”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아래위로 눈을 흩자 저절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왜 이러세요. 우리··· 그냥··· 보내주세요.”
떨리는 음성으로 힘겹게 내지른 말이지만 클럽을 가득 메운 EDM 사운드와 함성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그...냥... 나가게... 해...주세요.”
부축받아 나가던 도일이 억지로 몸을 돌리며 사정을 구하자 그 순간
‘휘익’
‘퍽’
‘와장창’
샴페인 병이 날아와 입구로 나서던 도일의 머리에 그대로 부셔지며 핏물과 섞인 과일향의 탄산이 머리를 적시고 있었다.
“꺄악~”
“사람 살려~ 으으흑”
입구를 나가기도 전에 어수선한 공포가 두 아가씨를 집어삼켰다.
어수선한 VIP룸 입구의 소란을 클럽내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은 듯했다.
“이리 데려와”
김동철의 한마디에 룸안은 다시 흉포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너 이 XX새끼야.”
“봐주니까 내가 호구로 보이냐?”
“이 시X놈이 세상이 만만하지.”
“너 같은 새끼는 깽 값도 안 되니 이게 문제야.”
손에 와인병을 비스듬히 거머쥐며 앞으로 나선다.
“죽어 이 X만아.”
병을 내리치자 둔탁한 음이 퍼졌다.
‘퍼억’
“꺄아악~~~”
홀에 다시금 비명이 울려 퍼졌다.
***
클럽의 뒷문에 봉고의 옆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기도를 보던 덩치들이 서넛 자리를 지키고 있는 뒷문이 열리며 도일의 몸뚱이가 끌려 나오고 있었다.
“야, 뭣들하고 있어? 얼른 구겨 넣어.”
우두머리인 듯한 정장남이 덩치들에게 호통치듯 큰소리 질렀다.
“네”, “네”, “네”
대답과 함께 일사분란이 도일을 잡아 끌었다.
그때 봉고차 옆에 도착한 채소 납품 트럭에서 내려선 사람이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이봐요. 어디 많이 아파요? 다쳐 보이는데.”
“괜찮아요?”
그러자 덩치가 동산만 한 짧은 머리의 기도 한 명이 그를 거칠게 막아섰다.
마치 밀치듯 팔을 뻗어 제지하였으나 그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듯
쑤~욱 하고 도일의 옆으로 다가갔다.
“얼레, 도일아”
“도일이 니가 왜 이꼴로···”
다가선 남자는 피떡이 된 도일을 아는 남자였다.
“이봐, 물러서. 너도 이 꼴 나고 싶어 이씨뱅아.”
“저리 안 꺼져? 뒤진다.”
거친 언행을 쏟아내는 덩치들에게 갑자기 날선 음성이 그들의 귓가에 선명히 박혔다.
“너희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이랬는지 분명히 말해야 할꺼야”
“내가 참을성이 별로 없거든.”
“그리고 내 앞에선 욕하지 마라. 뒤진다!”
남자가 진중한 음성으로 한 말에 덩치들은 웃으며 다가섰다.
한녀석이 먼저 주먹을 날렸다.
‘퍼~억’
‘???’
덩치의 주먹이 남자의 얼굴에 적중했다.
엄청난 파열음을 일으킨 당사자인 덩치도 얼떨떨했다.
아니 자신의 주먹이 얼굴에 적중했음에도 상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쳐다보니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이제 정당방위다.”
‘휙’
‘퍽’
‘휘리릭’
‘퍼~퍽’
‘쿵, 쿠궁, 털썩.’
남자는 상체의 움직임도 없이 가볍게 주먹을 뻗듯이 잽을 날렸다.
연이어 도일의 두팔을 붙잡고 있는 덩치를 가벼이 몸을 비틀며 좌우 연타를 날리자 정지된 화면처럼 보였다.
도일의 몸을 남자가 붙잡자 세 명의 덩치가 짚단 쓰러지듯 내려앉았다.
“너, 넌 도대체 누구냐?”
놀란 눈으로 순식간에 일어난 이 순간을 지켜본 우두머리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전에 내가 물은 말에 먼저 답을 해야겠지요?”
정중하면서도 단호한 음성으로 남자가 되물었다.
“혀~엉!”
도일이 타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남자를 불렀다.
‘탁탁탁’
‘우르르’
뒷문에 위치한 하치장 쪽으로 십여 명의 덩치들이 삽시간에 모여들었다.
우두머리 정장의 사내는 늘어난 쪽수를 믿고 의기양양한 듯 우쭐하더니 큰소리로 내뱉었다.
“야!~ 조져!”
“기다려”
그 순간 남자가 뱉은 한마디에 모두 멈추며 정적이 흘렀다.
“지금부터 방해하는 놈은 최소 반병신이다.”
“내 동생이 할 말이 있는 것 같으니 듣고 나서 상대해 주마.”
남자의 앞에는 자신들의 동료 세 명의 덩치가 꼬꾸라져 있어서인지 선뜻 나서는 놈들이 없었다.
“뭐해 이 새끼들아! 조져!”
예의 우두머리는 다시 목청을 높이며 상황을 뒤집으려 다그쳤다.
‘우르르’
남자를 서둘러 둘러싼 십여 명을 돌아보며 그는 도일을 조심스레 내려 놓았다.
“도일아! 조금만 참아”
남자의 눈을 쳐다본 도일의 눈꺼풀은 피범벅으로 부어서 온전히 뜨기에도 힘들었지만 그에대한 무한의 믿음을 가졌기에 안도의 대답을 했다.
“네, 혀엉”
남자는 둘러선 덩치들에게 웃으며 큰소리로 말했다.
“시작!”
남자의 몸이 움직인다고 느낀 순간, 덩치들의 앞과 옆을 스쳐 지나갔다.
‘휘리릭~’
‘쉬~익’
‘쿵, 쿠궁쿵, 후두둑’
주먹을 뻗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는데 도대체 언제 때린 걸까?
궁금증을 표정으로 나타내는 순간, 우두머리 사내의 앞에 남자가 나타났다.
“말해!”
우두머리 사내의 미간은 삽시간에 물결이 일어났다.
그리곤 사내는 허리 뒤로 급히 손을 넣어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칼의 손잡이를 쥐었다.
‘쉬~익’
팔을 휘두르듯 사시미를 가슴부터 목젖까지 대각선으로 비껴가듯 베었다.
이미 이런 수법으로 작업한 놈들이 두 자리 수를 넘기에 사내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잡았다.
베는 순간, 손을 타고 느껴진 묵직한 살과의 마찰로 남자의 몸에선 피가 뿜어져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격투 자세를 잡으면서도 웃었다.
그런데
‘뭐? 뭐야? 분명 칼에 베었는데, 왜 멀쩡한 거지?’
“얼레, 너, 칼 좀 쓸줄안다? 근데 옷을 상하게 하면 기분이 나쁘지”
“총을 써봐라. 내가 눈하나 까딱하나”
남자는 사내의 칼날을 잡은 체 비틀며 머리로 박치기를 먹였다.
‘털썩’
우두머리 사내의 의식은 순간 뚝하고 끊겼다.
잠시 실신한 모양이다.
“아! 내가 누구냐고 했지?”
“나? 태산!”
“장 태 산!”
-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재미 있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선호작 등록 부탁드립니다.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코로나에 몸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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