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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불멸자에게도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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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5.12 10:17
최근연재일 :
2021.06.0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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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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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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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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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야외수업

DUMMY

소녀와 함께한 시간도 어느덧 3주가 넘었다. 소녀의 마법 이해도는 고위 마법사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일취월장했고 기초적인 원소 마법을 완벽하게 터득했다.


“스승님, 파이어 볼의 색을 초록색으로 만들어봤어요! 목표물을 향해 날아갈 때는 보시는 것처럼 초록색이지만, 무언가와 부딪치면 다시 붉은색을 띠게 돼요!”


소녀의 말대로 실험용 나무인형에 부딪힌 초록빛 구체는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집어삼켰다.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는 소녀, 하지만 나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복잡한 술식이면서도 하등 쓸모없는 마법이로군.”

“쳇. 제 나름대로 연구한 이론인데 정말 매정하시네요.”


소녀는 툴툴거리면서 시간 계열 마법으로 실험용 나무인형을 깔끔하게 복원시켰다. 원래대로 되돌린 것이다. 애플파이를 만들 때 써먹지 못해 아쉬웠는지 집중적으로 시간 계열 마법을 파고들었다.


‘나는 할 수 없는 마법이지.’


나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존재였다. 시간 계열 마법을 이해하고 있어도 구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녀는 달랐다. 시간에 구속된 소녀는 능숙하게 다뤘다. 마법사들이 1초라도 더 되돌리려고 끊임없이 정진하고 노력한 것과 달리 소녀는 며칠 만에 사물을 5분 전으로 되돌리는 힘을 손에 넣었다. 정말 미친 재능이었다. 소녀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무려 15개 마법을 결합했는데. 칭찬 좀 해주면 안 돼요?”

“잘했다.”

“마지못한 목소리 빼고요.”

“많은 걸 바라지 마라.”

“아휴, 알겠어요.”


소녀의 얼굴에는 섭섭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애써 소녀의 감정을 무시하며 조용히 책을 덮었다.


“마법 이론은 더 가르칠 게 없군. 이제부터는 스스로 답을 찾고 구할 때다.”


소녀는 벼락을 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이 충격적이었는지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같이...찾으면 안 돼요? 아직 많이 부족한데...”


소녀의 말은 정답이다. 왜 진리의 탑이 존재하는가.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마법사들에게 이해와 조언을 구하고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우려 진리의 탑에 모여드는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자신이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마법을 익히고 싶어 했다. 에우리스와 그 아이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마법을 익힌다는 것, 숭고한 마음가짐이다. 이런 자들이 영웅이 될 자질을 타고 난 것이다. 진리의 탑에 모여든 영악한 마법사들과는 전혀 다른 이상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야 한다.’


나는 알고 있었다. 소녀가 점점 존재감을 드러낼수록 빌어먹을 운명이 빠르게 조여 온다는 걸. 소녀의 천재성을 생각하면 시간문제였다. 머지않아 시련이 다가올 테고 소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소중한 무언가를 잃겠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떠나야 할 사람이고 너는 이곳에 남아야 할 사람이다. 단지 그것뿐이지.”

“...알겠어요.”


다행히 소녀는 이해해주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밀어내는 모습이지만, 소녀도 관계가 깊어져서는 안 된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영리한 아이니까.

그래도 아직 함께할 시간은 남아 있었다. 마침 날도 나쁘지 않았고 오랜만에 쾌청한 날씨가 마수의 숲을 내리쬐고 있었다. 나는 상심한 듯 밀크 쿠키를 깨작깨작 깨물어 먹는 소녀에게 말했다.


“나갈 준비 해라.”

“네?”

“오늘은 야외수업이다.”


내 말을 들은 소녀는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환호성을 질렀다. 이럴 줄 알고 방음 마법을 펼쳐뒀던 터라 그대로 두었다. 다행이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방방 뛰어다니던 소녀는 무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마을 밖으로 나가는 건가요?”

“나가고 싶지 않다면 여기서도 가능하다만.”


내가 앉으려고 하자 소녀는 표정을 싹 바꿨다.


“스승님, 뭐 하세요! 빨리 가요!”


행여 내가 생각을 바꿀까 봐 소녀는 재빨리 문을 열었다.


“준비됐나?”

“예! 스승님!”


우리는 은신 마법을 사용한 채 목책으로 향했다. 소녀는 신기해하면서도 마을 사람들에게 들킬까 조심히 걸었다.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느끼자 내게 물었다.


‘안 들키는 거 맞죠?’

‘그래.’


소녀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한걸음에 달려가 소년의 바지를 벗겨버렸다.


“꺄아아악! 페트!”


금발 소녀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붉히자 소년은 그제야 자신의 아래가 헐렁하다는 걸 느끼고 다급히 바지를 올렸다. 소녀는 그 모습을 보며 킬킬거렸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이번에는 금발 소녀의 뒤로 조심스레 걸어갔다. 나는 소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장난은 그쯤에서 그만둬라.’

‘넵!’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우리는 목책 앞에 도착했다. 목책은 소형 마수들이 섣불리 넘어서지 못할 정도의 높이로 성인 남성의 두 배는 되었다.


“우와! 높다.”


나는 소녀를 품에 안았다. 내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소녀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얼굴과 귀 부분도 점점 제 머리카락 색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소녀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는 몸으로 느끼길 바라며 나직이 외쳤다.


“워프.”


우리의 몸이 번쩍하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장소는 목책에서 조금 멀러 떨어진 장소였다. 나는 소녀를 내려놓았다. 소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바로 수업으로 이어졌다.


“야외 수업은 간단하다. 마법을 실전에 써먹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거다.”

“넵!”


소녀는 다시 감정을 차분하게 다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을 이어갔다.


“보통의 마법사는 기사나 용병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후위에서 싸운다. 하지만 네가 존경하는 에우리스는 전방에서 활약했지.”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이 나오자 소녀는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에우리스 전기에서 봤어요! 언제나 최전방에서 멋지게 싸우셨죠!”

“처음에는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고자 시작했다가 점차 전투방식이 굳어졌지.”


내 말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소녀가 말하기 전에 선수를 쳤다.


“에우리스를 멀리서 본 적은 있으나 만난 적은 없다. 대부분은 방랑하면서 들은 이야기지.”

“으으으으으으음!”


소녀는 나를 힐끔 쳐다보며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별하려고 했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이라며 일축했다. 그런데도 소녀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나 보다.


“스승님 실력이면 마왕 원정대에 참여하고도 남지 않았나요?”

“난 어디 한 곳에 얽매이지 않는 방랑자다. 마왕이 대륙을 파멸시키든 영웅들이 집결하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그건 그냥 도망치는 거잖아요. 비겁한 변명이에요!”


내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녀의 한마디. 나는 화제를 돌렸다.


“...다시 수업으로 돌아오지.”


소녀도 더 붙잡을 생각은 없는지 재빨리 청강모드로 돌아왔다.


“이 마을에서 네가 마법을 구현할 때까지 마수로부터 버텨줄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전방에서 마법을 운용해야 하지.”

“네!”


나는 경각심도 알려주었다.


“하지만 전투에 목숨을 걸지 마라. 네가 살아 있어야 다른 사람도 살릴 수 있으니 언제나 생존을 우선시해라.”

“명심할게요!”


애초에 이 마을은 유랑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내가 떠나면 소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녀의 영웅적인 모습을 볼 때 내 말을 지킬지는 미지수. 평화가 지속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대륙에서는 그들을 워록, 또는 배틀 메이지라 부르지.”

“스승님은 이쪽이셨군요!”


나는 굳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워록들이 익히는 기초적인 마나 수련법을 알려주겠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호기롭게 소리친 소녀는 이어지는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요구한 건 마법이 아닌 기초 체력 훈련이었으니까.


“가볍게 3km 구보로 시작하지.”

“마나 수련법이라면서요!”


나는 악의를 띤 미소로 말했다.


“워록의 마나 운용은 거칠고 폭발적이기에 먼저 마나 회로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나 회로를 단단하게 만들려면 신체 강화는 필수지.”

“그래도.”

“나는 여기에 있을 테니 이 길을 따라 돌고 와라.”

“스승님은 안 가요?”

“그래.”

“마수가 나타나면요?”


산맥 너머로 대형 마수가 존재했지만, 이곳까진 내려오지 않는다. 내 존재를 느끼고 다가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대형 마수들은 서식지 밖으로 쉽게 움직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 주변에는 작은 마수들이 존재했다.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놈들이었지만 말이다. 아마 구보 중에 미친놈처럼 달려들 녀석은 없을 거다.


“내게서 배운 마법을 사용해서 처치하면 된다.”

“그렇긴 해도.”

“싫으면 여기서 그만둬도 된다. 남은 시간에는 역사 수업을.”

“하면 되잖아요!”


소녀는 툴툴거리면서도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렸다. 출발선에서 나를 힐끔 쳐다보긴 했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소녀는 깊은 우물쭈물하며 내게 물었다.


“저 정말로 출발해요?”

“그래.”

“정말 정말 정말로 가요?”

“아,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말하는 걸 잊고 있었군.”

“뭔데요?”


불길함을 예감했는지 소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동안 내게 당한 게 많았으니 말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불길한 예감은 정답이다.


“30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1분 늦을 때마다 역사 수업 시간이 10분 늘어난다.”

“그,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나는 소녀의 반항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대신 시간 안에 들어온다면 사흘 후, 도시에 데려가 주지.”


소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도시 외출, 소녀에게는 훌륭한 당근이었다. 사라졌던 의지가 활활 타오르자 나는 차갑게 식혀주었다.


“이미 시간은 가고 있다.”

“쫌생이!”


나는 소녀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걸 보며 차원의 공간에서 술을 꺼내 입에 가져갔다. 독한 맛이 전신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는 일부러 코스를 구불구불하게 만들었다. 3km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10km 정도 된다. 소녀의 체력으로는 부족할지 모르나 마나를 운용하면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았다. 물론 중간에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겠지만 그건 만에 하나. 지금은 신체 능력을 극대화할 때였다. 나는 소녀의 안녕을 빌어주며 상쾌한 바람을 안주로 삼아 술을 마셨다.


“달군.”


지금 내 기분처럼 무척 달았다.


작가의말

오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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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유물(1) +6 21.05.24 70 10 12쪽
14 지상 최후의 용(2) +4 21.05.23 80 10 14쪽
13 지상 최후의 용(1) +4 21.05.22 85 10 15쪽
12 비극적인 이야기(2) 21.05.21 82 9 13쪽
11 비극적인 이야기(1) +4 21.05.20 10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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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축제(2) +2 21.05.18 102 12 14쪽
8 축제(1) +2 21.05.17 111 11 11쪽
7 운명론 +1 21.05.16 127 12 11쪽
» 야외수업 +6 21.05.15 139 14 11쪽
5 대접 +4 21.05.14 149 13 13쪽
4 과거 인연 +2 21.05.13 162 16 14쪽
3 수업(2) +1 21.05.12 174 14 11쪽
2 수업(1) +2 21.05.12 232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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