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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불멸자에게도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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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5.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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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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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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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뜻밖의 인물

DUMMY

예약을 마치자마자 우리는 샤바스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샤바스 레스토랑은 행정 구역에서 꽤 가까운 위치에 있던 터라 걸어가도 괜찮았다. 이리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진짜 오랜만에 먹는다. 그치?”


그러자 옆에서 걷고 있던 아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니?”


나는 이리스의 장난이 발동되기 전에 바로 대답했다.


“스테이크를 말한 겁니다.”

“아아. 스테이크였군요. 하하하! 샤바스 레스토랑을 말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뭐, 거기서 먹었다고 말해도 믿었을 겁니다. 로열층을 아무렇지도 않게 예약하셨지 않습니까? 당연히 저보다 부자시니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셔서 드실 수 있었겠죠. 예, 그렇겠죠.”


아벨의 중얼거림은 이번 모퉁이를 돌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왠지 스위치를 잘못 누른 기분이 들었지만,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빠! 저기 좀 봐!”


이리스는 내 머리카락을 살짝 붙잡으며 손가락으로 분수대를 가리켰다. 어느 도시에 가든 하나쯤은 있을 법한 원형 분수대였다. 분수대 주변에는 마을 사람들을 비롯하여 여행에 지친 모험가들에게 조그마한 휴식 공간을 주는 벤치가 놓여 있었다.


“이상하네? 뭐지?”


벤치에 앉는 사람이 없었다. 낡은 흔적도, 망가진 흔적도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벤치와 거리를 두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물었다.


“왜 앉지 않는 거지?”

“모르겠군. 마력이 걸려 있거나 저주가 걸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만.”

“맞아. 그냥 평범한 벤치잖아.”

“크흠! 제가 설명해 드리죠.”


아벨은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토리누스는 매우 오래된 도시입니다. 벨리스 제국, 전국시대와 5국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토리누스는 물질적인 번영을 누리며 왔죠.”

“말이 길어! 짧게!”


이리스가 성을 내자 아벨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토리누스도 부침은 있었지요. 카쿠스 산맥과 붙어 있어 마수 침입이 빈번했을 뿐만 아니라 우아한 폭군, 창공의 지배자이신 이리스님의 무한한 관심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심?”

“으음, 이걸 어떻게 순화시켜서 말한다.”

“협박과 금품갈취려나?”


이리스가 대놓고 말할 줄 몰랐는지 아벨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미리 방음 마법을 펼쳐뒀던 터라 주변 사람들이 들을 일은 없었지만, 모른 척 가만히 있었다. 아벨은 사람들이 별 반응이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토리누스에서 이리스님을 흉보면 큰일 난단다.’

‘왜? 이리스님은 착하잖아.’


이리스가 순진한 얼굴로 묻자 아벨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렴.’


우리는 아벨의 말대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히 짚이는 점은 없었다. 평범한 번화가였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다는 정도.

그나마 눈길을 끄는 점이 있다면 이리스와 관련된 상품이 많다는 점이다. 이리스의 본래 모습인 거대한 용 모양의 빵, 기념품, 벽화, 동상, 심지어 간판까지 이리스가 없는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우와! 전부 이리스님이잖아! 근데 왜 이리스님이 많은 거지?”

“이리스님의...제안 때문이란다.”


아벨의 말에 이리스는 뭔가 기억났는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리스가 사고를 치기 전에 바로 마나를 일으켰다.


“어? 그거 제안이 아니라 진짜 협박이었는데. 에드! 내 말 좀 들어봐. 유희 중에 분수대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녀석이 나를 흉봤거든.”


재빨리 이중 방음 마법을 펼쳐둬서 다행이지 자칫 아벨의 귓가로 흘러갔다면 귀찮은 일이 펼쳐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랬었나.”

“인내심 많은 내가 참아줬는데 알고 보니 흉을 본 인간이 토리누스 가문 사람이었던 거야. 그 순간 내가 확 돌아버려서 바로 토리누스 후작에게 찾아갔어!”


나는 손으로 이리스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말 안 해도 안다. 후작을 협박해서 저렇게 만든 거겠지.”

“오! 역시 에드라니까. 그런데 벤치는 뭐지? 난 벤치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는데.”


우리는 금붕어처럼 뻐금거리는 아벨을 바라보았다. 아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후우! 이제 아시겠죠?”


너무 열심히 설명한 흔적이 보였기에 나와 이리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오랜만에 먹었음에도 맛은 변하지 않았다. 15년 전에 먹었던 그 맛 그대로다. 아벨은 덜덜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우리에게 물었다.


“맛이 참 괜찮죠?”

“응! 역시 맛있어! 최고야!”

“훌륭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제 지갑이 털린 보람이 있었네요.”

“그래서 우리가 산다고 했잖아.”


이리스가 가볍게 핀잔을 주자 아벨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원래 데려온 사람이 사는 거란다. 또 내가 일행의 연장자니 사야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니?”

“으음, 아벨, 힘들게 사네. 힘내.”

“이해해주니 고맙구나. 이제 숙소로 가실까요?”


우리는 번화가를 빠져나와 이리스의 둥지로 향했다. 토리누스 중심가에 있는 이리스의 둥지는 토리누스 가문의 저택보다는 웅장함이 떨어지지만 높이는 압도하고도 남았다. 무려 21층이었다. 옥상 레스토랑까지 포함하면 총 22층으로 토리누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전에 봤을 때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 옆에서 아벨이 열심히 설명해주니 새롭게 다가왔다. 이래서 가이드가 있는 여행과 없는 여행이 다르다고 하는 걸까. 감시와는 별개로 만족도 높은 도시 투어라 생각했다.


“그거 아십니까?”

“뭔데?”

“토리누스 가문이 이리스의 둥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걸요.”

“오! 정말?”

“원래는 타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고 샀다더구나.”

“돈이 그렇게 많단 말이지. 한 번 찾아가서 수금해줘야겠어.”


내가 이리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녀는 오히려 당당하게 외쳤다.


“에드, 인간은 돈이 많으면 쓸데없는 짓을 벌이잖아. 그래서 대륙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이 이리스님이 나서는 거라구. 절대 심심해서가 아니야.”


다행히 아벨은 이리스의 말을 듣지 못했다. 방음 마법이 잘 작동되고 있었다.


“이리스의 둥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는 직원들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호텔로 들어갔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외관과 달리 내관은 전혀 달랐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빛 그 자체였다. 온갖 희귀한 보석들이 벽면, 바닥, 천장을 가리지 않고 박혀 있었고 단순히 박혀 있는 걸 넘어서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


“흐에에. 보석이다. 보석. 보석. 보석! 보석이 엄청나게 많아!”


휘황찬란한 보석과 예술품들을 본 이리스는 눈동자가 맛이 갔다. 내 품에 안겨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본 아벨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사이좋은 부녀로 보이는 것일 테지. 차라리 그렇게 생각해주는 게 좋았다. 이리스의 검은 속내를 아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이리스.”

“얼마야! 얼마면 돼? 내가 전부 산다! 아니! 다 빼앗을 거야!”


희귀한 보석을 보면 환장하는 용족 특성이 제대로 발동했다. 이건 나도 말리지 못한다. 재빨리 수속을 마치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이리스의 입을 막으며 아벨과 함께 프런트 데스크로 향했다.


“예약하셨나요?”


아리따운 직원의 물음에 아벨이 먼저 나섰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약자 이름을 말했다. 몇 가지 절차가 끝나자 값을 치르고 바로 수속에 들어갔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현대 호텔과 별반 차이 없는 모습이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변할 줄이야. 나는 아벨이 한 행동을 그대로 답습했다. 직원은 우리를 보더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로열층을 예약하셨다고요?”


나는 발버둥치는 이리스의 입을 막으며 대답했다.


“네.”

“예약자명이 어떻게 되시죠?”

“이리스입니다.”


허공을 휙휙 가르던 손이 멈추자 직원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직원의 내 옷차림이 볼품없진 않지만, 로열층에서 묵을 만큼 비싼 옷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직원은 재빨리 표정을 고치며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확인되었습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직원은 자신이 보고 있던 홀로그램을 내게 돌렸다. 직접 보니 정교한 술식들이 완벽하게 펼쳐져 있었다. 마나의 흐름도 불안정하지 않고 일정했다. 용족이라면 모를까 일개 인간의 힘으로는 이토록 정교한 술식을 만들지 못했다. 직원의 눈동자에 의심이 스며들자 나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홀로그램을 돌려주었다.


“인증되었습니다.”


비용을 지불하자 직원은 활짝 웃으며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직원이 수속을 도와드릴 테니 짐이 있으시다면 프런트에 맡겨주시면 됩니다.”

“짐은 없습니다.”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아벨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피곤해서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틀 뒤부터 일정이 있으니 심심하시면 제 방에 오셔서 말동무 해주시면 됩니다. 하하하!”

“응! 언제든지 찾아갈게!”

“언제든지 환영한단다.”


아벨이 유쾌하게 말하며 떠나자 직원이 다가왔다.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위로 올라갔다. 재미있게도 층마다 워프 설치되어 있었는데 현대 엘리베이터보다 훨씬 편안 구조였다. 마나만 주입하면 원하는 층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인간들의 마법에 관심이 없던 이리스도 재미있는 구조라며 술식의 핵심들을 머릿속에 저장했다.

우리는 맨 위층 로열층에 입성했다. 복도는 로비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보석들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고 붉은색 레드카펫이 주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리스는 탄성을 내지르며 내 옷깃을 붙잡았다.


“나 저거 가지고 싶어!”


이리스는 제 얼굴만 한 다이아몬드를 가리켰다. 다이아몬드 주변에는 수십 개의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이리스에게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호텔에 설치된 마법진을 단숨에 디스펠시킬 수 있었다. 이리스의 마나가 일렁이자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리스의 눈동자에 맺힌 검은 욕망이 조금씩 옅어진다.


“알았어! 안 하면 될 거 아냐.”


이리스의 불만을 잠재우자 드디어 방에 도착했다. 직원은 황금빛으로 물들인 방을 열며 말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직원이 사라지자 나는 바로 이리스에게 물었다.


“확인은 끝났나?”


그녀는 내 품에서 떨어져 푹신한 소파로 날아가 비비적거리며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충은.”

“인간이 만든 술식이 확실한가?”

“응. 역시 에우리스는 아니었어.”

“그렇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던 이리스는 내 펜던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122년 전이면 일라에르 마르세린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을 텐데. 그 녀석은 이런 건 잘 만들잖아.”

“확실히 죽지 않았다면 가능했겠지. 녀석은 내가 가진 현대 이론을 탐냈으니까.”

“되살아났을 가능성은 없겠지?”

“그건 신도 불가능...시간을 낭비했군.”

“왜? 왜?”


나는 가볍게 탄식하며 대답했다.


“아벨에게 물어보면 될 일을 고민하고 있었다.”

“어? 듣고 보니 그러네? 빨리 가서 물어보자!”


우리는 바로 아벨의 방에 찾아갔다. 우리가 직접 찾아오자 아벨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벌써 짐을 다 푸셨나요?”


내가 나서기 전에 이리스가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아벨! 나 묻고 싶은 거 있어!”


아벨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이리스의 시선에 맞춰주었다.


“뭐든지 말해보렴.”

“예약 시스템, 누가 만들었어?”


아벨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수십 년 전에 대마법사 일라에르 마르세린이 집필한 가상현실이란 논문을 발굴했었단다. 처음에는 세기의 발견이라며 마법학계에서 난리가 났었지만, 연구하다 보니 허무맹랑한 가설이라 판명되어 그동안 묵혀두고 있었지. 소문에는 해독을 못 해서 포기했다는 말이 들리더구나.”

“역시 일라에르 마르세린인가.”

“응? 뭐라고?”


아벨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리스는 그를 재촉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해줘!”

“아마 작년 여름쯤이었나. 갑자기 한 여인이 나타나 그가 남긴 논문을 연구하더니 며칠 만에 이론을 증명해 세상을 놀라게 했단다.”

“여자라고? 이름이 뭔데?”


이리스가 다급히 묻자 아벨의 입에서 충격적인 답이 돌아왔다.


“세라 마르세린이라고 하더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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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초대 성녀(2) +2 21.06.04 35 7 11쪽
24 초대 성녀(1) 21.06.03 33 7 12쪽
23 방랑의 이유 +4 21.06.01 39 4 12쪽
22 엔딩(2) +2 21.05.31 49 7 16쪽
21 엔딩(1) +2 21.05.30 48 7 15쪽
20 진리의 탑으로(2) +3 21.05.29 49 7 12쪽
19 진리의 탑으로(1) +2 21.05.28 57 6 10쪽
» 뜻밖의 인물 +2 21.05.27 58 6 13쪽
17 알면 다쳐 +4 21.05.26 58 8 13쪽
16 유물(2) 21.05.25 58 7 13쪽
15 유물(1) +6 21.05.24 69 10 12쪽
14 지상 최후의 용(2) +4 21.05.23 79 10 14쪽
13 지상 최후의 용(1) +4 21.05.22 85 10 15쪽
12 비극적인 이야기(2) 21.05.21 81 9 13쪽
11 비극적인 이야기(1) +4 21.05.20 101 13 13쪽
10 끝맺음 +4 21.05.19 109 11 13쪽
9 축제(2) +2 21.05.18 102 12 14쪽
8 축제(1) +2 21.05.17 111 11 11쪽
7 운명론 +1 21.05.16 127 12 11쪽
6 야외수업 +6 21.05.15 138 14 11쪽
5 대접 +4 21.05.14 149 13 13쪽
4 과거 인연 +2 21.05.13 161 16 14쪽
3 수업(2) +1 21.05.12 173 14 11쪽
2 수업(1) +2 21.05.12 230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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