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성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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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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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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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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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운동화 그리고 토달사!

DUMMY

우리를 가르쳐줄 전문 성우 금소연 선배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중년이신 선배님은 여성 특유의 톤으로 ‘모코박사’에서 주인공이자 관찰자인 소년 휴이의 목소리를 담당했다.


“다른 분들은 안 오시나요? 그때 장월하 선생님도 함께 하신다고······.”


“선생님은 스케줄 문제로 참여를 못하시게 됐고, 다른 분들도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어요. 그러니까 두 분이 좀 더 잘해주셔야 돼요.”


신해진 피디님이 짓궂게 당부했다.


참 공교로웠다. 성왕이 되어 수현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작품을 위해 둘만의 트레이닝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더욱이 수현이 목소리를 맡은 리플렉서 샤론은 히어로이면서도 제일 먼저 모코 박사의 본심을 깨닫고 다가가는 캐릭터다.


빌런(?)으로서 외로움을 타던 모코 박사도 여럿이서 활동하는 히어로들을 부러워하며, 미모의 샤론에게는 특별한 호감을 느낀다.


“자, 시작해볼까요?”


신해진 피디님, 금소연 선배님과 한 테이블에 앉아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캐릭터의 입모양에 싱크를 맞추고 감정을 싣는 것은 더빙의 기초였다.


그에 더해 한국어 더빙은 외국 배우가 해놓은 더빙의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제약이 있었다.


실제 더빙을 할 때는 미국 제작사에서 파견된 슈퍼바이저가 녹음 상황을 지켜보며 그런 부분들을 감독할 예정이었다.


나와 수현은 대본 리딩을 하듯 대사집을 보며 하나하나 배우고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으아아······.”


쉬는 시간, 복도로 나온 수현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괴로움에 찬 시늉을 했다.

나는 웃음을 참았다.


“후훗, 어서 오렴. 애니메이션 더빙은 처음이지?”


기존의 우리가 해왔던 작품과 애니메이션의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일상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 과장된 표현 아닐까.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나? 나는 괜찮은뎅?”


한성운으로서 더빙을 할 적에 주인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손발이 오그라드는 현타를 맞아봐서 내성을 생겼다고 할까.


속사정을 모르는 수현은 새삼스런 눈길로 나를 대했다.


금소연 선배님이 다가오자 수현은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할 만 해요?”

“네. 너무 재미있어요!”

“후후, 너무 그러지 않아도 돼요. 우리도 일하다 보면 가끔씩 현자 타임이 오곤 하니까.”


그제야 안도하는 수현이었다.

선배님은 나를 향해 말했다.


“사실 캐스팅 소식 듣고 의외였어요. 차라리 수현 씨라면 이해가 되는데, 성왕 씨는 왜 저런 사람을 뽑았지? 생각했거든요.”

“아······.”

“그런데 오늘 같이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아, 될 만 하니까 됐구나! 하고.”

“감사합니다.”

“아냐, 미국에서도 오케이 했다는 건 그만큼 적합했다는 뜻이니까, 오히려 내가 선입견을 가졌던 거지.”


조언도 들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도 더 자신감 있게 해도 괜찮아요. 너무 저쪽 더빙에만 맞추려고 하지 말고. 우리가 연기자지 복사기는 아니잖아요?”

“넵!”

“네.”


각자 매니저를 떨어트려 놓은 채 복도 창가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더빙 관련해서나 아니면 드라마, 걸그룹 관련해서.


그런 중에 금소연 선배님의 시선이 우리의 발치에 떨어졌다.


“뭐야? 두 사람 신발이 똑같은 거네. 커플 운동화야?”


우리는 찔끔했다.


“그, 그러네요. 모지?”

“협찬?! 아마 이게 협찬 받은 운동화였던 거 같은데······ 하하하하.”


그러자 선배님은 묘한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봤다.


“뭐지? 나 눈치 백단인데 지금 이 분위기 뭐지?”


다행히 선배님은 지나간 유행어를 구사했을 뿐이고 금세 녹음실로 돌아갔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안도의 웃음을 머금었다.


참 사람 심리가 이상했다.

분명 위험천만한 상황인데도 아슬아슬 스릴을 즐기고 싶은 마음.

분명 감춰야하는 일인데도 누군가에게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

우리 둘 다 그런 마음이었다.


* * *


5일간 꽁냥꽁냥 트레이닝과 4일간 고된 더빙을 마치고 회사에 갔다.

승혁 형님은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업계에 퍼지고 있는 소문에 대해 들려줬다.

‘꽃형사’ 촬영 중에 벌어진 마약 사건의 배후에 킹덤 엔터가 있었다는 소문이었다.


“헐! 설마 우리를 노리고 그렇게까지 한다고요?”

“우리만이겠니? 어차피 자기네하고 척지고 있는 방송국 드라마니까 같이 엿먹이려고 그런 거지.”


본부장님은 차갑게 비웃었고, 승혁 형님도 동조했다.


“자업자득이지 뭐. 우리만 좋아졌어.”


킹덤 엔터는 절대 인정하기 않겠지만 소문만으로도 크게 데미지를 입은 셈이었다.

더욱이 방송문화진흥회에서 나서 중재까지 한 다음에 벌어진 일이니.


당장 에이전시나 제작사에서 울림 엔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승혁 형님은 동민의 ‘부릉부릉’ 시나리오를 갖고 제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나리오가 그만큼 좋았고 회사로서도 캐스팅에 매달리는 외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초보자가 1년 만에 시나리오 한 편을 뚝딱 써내다니, 그 친구 진짜 재능 있는 거 아니야?”

“진짜 재능 있는 거 아니냐뇨,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당연히 재능 있는 거죠!”


나는 친구를 대신해 항변했고, 승혁 형님은 그런 나를 거들었다.


“그 친구도 그 친구지만 얘도 만만치 않죠. 메모장 하나만 보고 3천을 질렀으니.”

“내 말이······.”


본부장님도 기가 막힌다는 듯 고개를 내둘렀다.

나는 울림 엔터에서 제작한다는 전제 하에 원금만 받고 시나리오 영상화 권리를 넘기기로 했다.

처음부터 동민이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 싶은 욕구였지, 금전적 이득을 취할 생각은 없었다.

시나리오 영상화 권리를 쥐고 있어도 그걸 팔아먹으려면 따로 발품 팔고 머리도 써야 되는데, 그럴 바에야 작품 하나를 더 하는 편이 내겐 훨씬 이득이었다.

대신 울림 엔터가 영화를 제작해서 흥행까지 성공했을 경우, 원작자 곽동민에게는 추가수익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기로 했다.


“그럼······.”


나는 말꼬리를 끌었다.

제작이라 하면, 시나리오를 발굴해서 투자자를 찾고 감독과 배우를 섭외하는 등의 업무를 말했다.

일단 시나리오는 획득했으니, 투자자를 찾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남았다.


“감독은 어떻게 결정하실 생각이세요?”


승혁 형님이 내 속을 읽고 피식 웃었다.


“걱정 마. 김지윤 감독이 1순위다. 시나리오에 김 감독 의견이 많이 반영되기도 했고, 너 더빙 하는 동안에 먼저 찾아왔더라. 자기가 꼭 연출하고 싶다고.”

“그래요?”


안심했다. 지윤도 나처럼 누워 감 떨어지길 기다리다 다른 사람에게 뺏기기는 싫은 스타일이었던 모양이다.

승혁 형님이 본부장님에게 말했다.


“투자사 미팅은 내가 할게. 형은 배우하고 스태프 리스트 업을 해줘요.”

“오케이.”

“성왕이 너, 다음 스케줄은 ‘달리는 사람들’이지?”

“네.”

“바쁘네? 일복도 좋지만 상복도 있어야 할 텐데. 나는 아직도 네가 지난 겨울에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승혁 혁님이 영화 제목을 따서 던진 애드리브에 내심 뜨끔했다.

최한구 캐릭터를 만든다고 클럽까지 찾아갈 때에 연말에 상 하나 안겨드리겠다고 큰 소리를 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꽃형사’ 시즌 2가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걱정 마. 요즘은 시청률이 다가 아니야. 드라마는 끝났어도 OTT 순위는 꾸준히 상위에 머물러 있더라.”


승혁 형님의 말이었다.

정시에 하는 본방송보다 각자 내키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는 OTT 서비스의 이용률이 높아지는 추세였고, 따라 시청률만큼이나 OTT 지표도 중요해졌다.

쿠키에 진짜 저스티스가 등장하면서 정체를 알고 다시 보기, 다회차 감상을 하는 팬들이 꾸준히 생기고 있다는 후문이었다.


“아무튼 뭔가 일이 풀리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본부장님도 한시름 던 표정이었다.

각자 침묵하며 커피와 차를 음미하던 중에 승혁 형님이 말했다.


“재희도 재계약하기로 했다.”

“그렇습니까?”

“조만간 독립해서 소영 씨랑 같이 살게 될 거야. 부모님 문제는 회사에서 대처하기로 하고.”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재희를 서경 누님에게 소개한 이유에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 것도 있었는데.

본부장님은 문득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이런 이야기를 얘한테 하고 있는 거냐?”

“것도 그러네. 회사 초창기부터 하도 개입을 많이 하다보니까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려쓰.”


나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더니. 방금 전에 원금만 받고 시나리오 넘기기로 한 게 누굽니까? 재희는 또 누가 데려왔죠? 공을 알면 이사 자리라도 하나 내놓으실 일이지······.”


두 사람은 깨갱하고 입을 다셨다.


“쩝, 할 말이 없네.”

“진짜로 이사 명함이라도 하나 팔 테냐?”


물론 우리 셋 다 농담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이 내가 두 번째 소속사로 울림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킹덤 엔터에서는 매니저 형하고나 친하게 지냈지, 다른 사람들과는 아무리 웃는 얼굴을 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이라는 게 존재했으니까.


* * *


“약 잊지 말고 챙겨 드셔.”

“걱정 말고 조심히 다녀와.”


할머니야말로 걱정스런 눈길로 나와 소영 누나를 배웅했다.

우리는 용산구에 위치한 B빌딩으로 향했다.


『 토요일! 달리는 사람들 』


줄여서 ‘토달사’.

공식 명칭이 정해진 파일럿 프로그램은 ‘일달사’의 초창기처럼 빌딩을 빌려 밤새 촬영할 예정이었다.

파일럿 콘셉트는 ‘7인의 멤버를 뽑아라!’.

고정 멤버를 정해놓고 출발했던 ‘일달사’와 달리 ‘토달사’는 많은 게스트를 초대해서 팀 편성, 게임, 추격전 등을 거쳐 최종 멤버를 선발하는 과정을 파일럿으로 꾸린다.


“재밌겠다!”

“다치지만 마.”


몸이 근질근질한 나를 보며 누나가 당부했다.

빌딩 입구에는 게스트들의 도착 장면을 찍으려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차가 멈추기를 기다려 문을 열고 인사부터 박았다.


“안녕하십니까! 배우 조성왕입니다. 잘 부탁드림다!”


제작진을 향한 인사인 동시에 시청자를 향한 인사였다.

입구를 지나 마이크를 차고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된 홀로 안내받았다. 먼저 도착한 게스트들도 그곳에 있었다.

아이돌, 개그맨, 배우 그리고 엄청난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대형 유튜버까지.

공통점이라면 하나같이 젊었다. 대부분이 20대, 많아봐야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블루베리 멤버도 도착했다. 막내 해원은 홀을 두리번거리다 나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밤에 좋은 꿈 꿨어?”

“어? 어떻게 아셨어요?”


언제 봐도 텐션이 좋은 친구였다.


‘그러고 보니 재희랑 동갑이네. 둘이 친구해도 좋을 듯.’


다른 한 명 리더 가은도 막내를 따라 나 있는 곳으로 와서 인사를 나눴다.

몇 년 전 버스에서 얼굴 한 번 본 게 다였지만, 내가 찐팬이라 밝히기도 했고 곡 홍보영상도 올렸었기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 오늘 잘해 봐요.”

“네. 잘 부탁드려요.”

“오빠는 경험자시잖아요. 우리 많이 도와주셔야 돼요. 저 꼭 우승해서 고정 따낼 거란 말예요!”


해원이 매달렸다.

블루베리도 데뷔 5년차, 슬슬 개인 활동을 늘려나가야 할 시점이었다.


“뭐 그렇게 말한다면야······.”


벌써 촬영은 시작됐고, 코를 슥 훑으며 나도 예능캐 모드로 들어갔다.


“게스트만 서른 명이 넘어요.”


눈으로 세어봤는지 가은이 감탄했다.


그 말처럼 오늘밤 녹화에 참여하는 게스트만 서른 명 이상, 카메라를 들고 쫓아다닐 VJ도 상당수였다.


워낙 게스트가 많아 전원 참가하려 했던 블루베리도 두 명만 나오게 됐다고.


수현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게스트들 가운데 내가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상대를 또 만났다.


“예능울렁증 있다더니 또 나온 거? 은근 즐기는 스타일이네.”

“그런 소리 하지 마,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투덜대는 사람은 만찢남 이준휘였다.

내 연기 라이벌이자 예능 콤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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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2021 MBS 연기대상 (1) 22.09.14 948 47 12쪽
134 2020년 12월, 타임 슬립 4년을 보내며 +4 22.09.09 1,060 55 12쪽
133 공개 연애 +5 22.09.09 1,047 46 13쪽
132 도움 받은 만큼, 도움 주고 싶은 +10 22.09.04 1,132 57 13쪽
131 울림 엔터 신인 오디션 +7 22.08.30 1,253 67 14쪽
130 +12 22.08.27 1,269 56 13쪽
129 +8 22.08.24 1,282 50 14쪽
128 토요일! 달리는 사람들 (2) +3 22.08.21 1,236 48 12쪽
» 커플 운동화 그리고 토달사! 22.08.18 1,269 44 12쪽
126 부릉부릉 (R) 22.08.15 1,266 50 13쪽
125 더빙 오디션 22.08.12 1,358 43 13쪽
124 어떤 상처는 아물지 않아 +1 22.08.09 1,375 44 14쪽
123 할머니와 제주 여행! +1 22.08.05 1,396 50 12쪽
122 ‘꽃형사’ 시즌 2 촬영 종료! +4 22.08.01 1,417 51 13쪽
121 진상 본색 22.07.28 1,474 4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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