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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타강사는 소드망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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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둥근고딕
작품등록일 :
2021.05.12 10:37
최근연재일 :
2021.05.30 18:41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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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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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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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장-소드마스터 현

DUMMY

강단에 선 채, 나는 식칼을 들었다.


“애들아. 백퍼다. 이거 수능에 안 나오잖아? 쌤이 손모가지 자른다.”


일순간, 학생들 수백 명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허억!

─그거 진짜에요?

─뭐야 x발!


술렁거린다.

일렁거린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다.

힐끔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좋아. 제대로 찍히고 있군.

강의 시간에 갑자기 식칼을 꺼내 드는 강사라니. 뉴스 헤드라인 감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애들은 아직 학생이다.

분명 겁먹은 애들도 있을 터.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방금 욕한 사람 누구야? 너야?”


놀란 듯, 일부러 웃음기를 띤 채, x발이라는 단어를 내뱉은 학생에게 손가락질했다.

좋아. 한명쯤은 이렇게 욕설을 내뱉을 줄 알았다. 고맙다. 이놈아.


“아 쌤. 저 그게 아니라...”


“아 진짜. 수업시간에 x발이 뭐냐. x발이. 격 떨어지게.”


여전히 학생들의 눈동자는 빛나고 있다.

엄청나게 몰입했다는 증거.

좋아. 이 여세를 이어가자.

조금 더 위트 있게.

그러면서도 품격있게.

나는 넥타이를 여며 매었다.


“이 x발 새끼야.”


까르르!

드디어 웃음이 터져나왔다. 역시! 적절한 타미밍의 욕설은 언제나 통하는 법!


“쌤! 근데 그 칼 진짜에요?”


“야. 진짜겠냐? 다이서지.”


또 한번 까르르.

좋아. 작전 성공이다.

수백 명이 꽉 들어찬 강의실.

나는 계획대로 이것들 모두를 쥐락펴락 하였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이 좋은 분위기를 조금 더 달굴 방법이 없을까?

마침 강의장 뒤편에 카메라 감독이 보였다. 삼년간 나와 일했으나 별 친분은 없는 사이. 허나, 지금은 친한 척이 필요한 때이다.

좋아. 최대한 살가운 음성으로 간다.


“저기 촬영 감독님? 이거 편집해 주세요.칼 든 강사라니. 이거 높으신 분들 귀에 들어가기라도하면 저 짤립니다.”


역시나 대답은 없다.

그러니 더 좋다.


“얼마전에 대출 땡겨서 잘리면 큰일이야 진짜. 실직자되고 길거리 나앉고. 인생 종치는 거지 그냥.”


계속. 계속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백색의 밝은 조명 탓에 얼굴이 뜨겁다.

사실, 정장 속 와이셔츠는 이미 축축히 젖은 채였다.

긴장은 괜찮다.

하지만 티가 나면 안 된다.


“그때는 저도 눈에 뵈는 게 없는 거에요. 왜 편집 안 해줬을까. 혼자 새우깡에 깡소주먹다가 감독님 생각나서 찾아가는 거야. 그러면 제가 이 칼로 감독님 그냥 막! 어? 알죠? 어? 그러니 꼭 편집해주세요.”


나는 과장스레 X자를 취했다. 나이스! 반응이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물론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오늘 영상이 편집될 일은 절대로 없다는 것을.


“자 애들아. 다시 수업하자. 쌤이 누누이 말해왔지? 수능 전에 쌤이 다 찍어준다고. 그것만 공부하면 돼. 언제까지 멍청하게 공부할래? 어? 그러니까 너네가 5등급인거야. 알겠어? 1등급은 어떤 책보고 공부한다?”


나는 내가 직접 만든 강의 교재를 펼쳐 들었다.

카메라 각도 좋고. 애들 눈빛 좋고.

그래. 인세 좀 더 받아보자.


“수능예감으로 한다. 오케이? 너희 선배들도 전부 이 책으로 쌤이랑 공부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다? 어. 성공했다. 서울대 갔다. 일등급 찍었다. 너네도 할 수 있다. 오케이?”


아 물론.

못 간 애들도 있어.

그런데 굳이 그런 걸 내 입으로 말할 필요는 없지 않겠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내비치는 아이들은 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나는 강사다.

대한민국 일타 국어 강사.

그러니 어떻게든 자극적이어야 한다.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한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오늘의 식칼 퍼포먼스는 참으로 굿아이디어였다. 잘하면 뉴스에도 나겠지.


─강의시간에 식칼을 든 강사. 사교육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기가스터디 현우진. 강의 시간에 학생들 칼로 위협해!─


좋다. 좋다. 너무 좋다!

기자님들. 부디 열일 좀 해주세요.


“자 다시 수업 진행해보자고. 71페이지 펴시고. 정철이네. 아 이 빌어먹을 양반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이 고생을 해요. 아무튼 관동별곡. 공부해 볼 건데. 이거 쌤이 말했지? 백퍼야. 이번 수능에 무조건 나온다.”


물론. 나도 모른다.

나올지 안 나올지는.

나오면 좋고.

안 나오면 말고.

어차피 강의는 일년 장사.

이것들이 수능 보고 대학 가게 되면 내가 오늘 무슨 말을 했는지 따위는 전혀 기억하지 못할 테다. 캠퍼스 거닐고 밤에 소주 먹느라 정신이 없겠지.

그러니 이렇게 공수표를 남발해도 되는 것이고.


“그런데요. 쌤. 진짜에요? 안 나오면 어떻게 해요?”


이런. 위기다.


“사실 정철은 몇 년 전에도 출제된 적이 있고요.”


그래. 꼭 이런 놈들이 있다.

논리적인 척 하는 사랑스런(?) 제자 타입.

이런 것들은 꼭 안경 썼더라.


“쌤이 평가원 들어가서 시험 내는 것도 아닌데 나온다고 어떻게 단정해요?”


일순간 모두의 시선이 학생을 향했다.

일부는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아이 진짜.

분위기 좋았는데. 이렇게 맥을 끊어버리네.

하지만 나는 프로다.

프로 중에 프로.

나는 넥타이를 다시금 여며 매었다.

이런 돌발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야. 쌤 현우진이야. 현우진. 어?”


개그를 치면 된다.

물론 이런 상황에 쓸만한 개그들은 이미 여럿 섭렵해 둔 상황!

이번에 쓸 개그는 성대모사다.


“내가 어? 인맥이 어? 어제도 평가원장이랑 밥먹고 어? 골프 치고? 어? 다 했어 다!”


까르르!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영화 대사를 모르는 애들에겐 효과가 없다. 조금 더 가야 한다.


“아 이 새끼 못 믿네. 기다려 봐.”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아무 번호나 누른다.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마이크에 가져다 댄다.

교실 전체에 전화 연결음이 울려 퍼진다.

자연스레 귀에 가져다대며 스피커폰을 끈다.

좋아. 이제 시작이다.


“아이고. 평가원장님! 어젠 잘 들어가셨어요? 저야 뭐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그나저나 형님. 조만간 또 한잔하셔야죠. 제가 좋은 곳으로다가 모시겠습니다. 아휴. 별말씀을요.”


상사와 전화하는 직장인마냥, 과장스레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속삭인다.


“아 그런데 형님. 이번에 그 정철 관동별곡 나오는 거 확실하시죠? 아 그럼요. 애들한테는 말 절대 안 하지. 그럼 들어가세요~”


터지는 폭소!

대성공이다.

안경을 쓴 학생마저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씰룩거렸다.

이 기세를 놓칠 수야 없지.

손가락으로 하트 표시를 만들어 질문한 학생에게 보였다.


“됐냐?”


***


내 이름은 현우진.

기가스터디 국어 영역 일타 강사.

삼년 전. 이곳에 입성한 이후, 단 한번도 일타 강사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물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고.


전성기였다.

연예인마냥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파격적인 언행은 연일 가십거리를 만들었고 뉴스는 앞다투어 나를 실었다.

공교육은 썩었다며 교과서에 불을 지르기도 했었고.

지금 입시제도는 공정하지 못하다며 라이브 강의 중에 국민청원을 넣기도 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식칼을 들고 나와 내 손모가지를 자르려 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플레이.

내뱉는 단어 하나, 가벼운 몸짓 하나마저도 모조리 계획된 것.

물론, 그러한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난 보란 듯 성공했다.

그리고 그 보상 중 하나가 바로 이것.


─부릉!


노란색 람보르기니가 시원하게 도로를 달렸다.


나는 가난이 싫다.

돈이 없음이 싫다.

돈이 얼마나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돈의 성을 쌓을 것이다.

마구마구 벌어댈 것이다.

오늘보다도 내일 더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자축할만한 날이다.


청담동 펜트하우스 리모델링이 끝이 났다.

최고층이다.

가격은 100억대.

오늘 밤.

통유리로 된 창가에 오롯이 혼자 서서 이 도시를 내려다 볼 거다.

아. 와인 한잔도 곁들이면 좋겠어.

그래. 오늘은 11월 1일. 의미 있는 날이니 자축을...


─꽝!


아이 씨 뭐야!

뒤에서 충격이 느껴졌다.

누가 박았나?

나는 차에서 내렸다.


“아. 박았네.”


뒷범퍼가 나갔다.


“어머.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차에서 내린 사십 중반의 아줌마가 고개를 숙였다.

아. 김여사가 문제라니까 진짜.

나는 빠르게 아줌마의 차를 스캔했다.

...흔하디 흔한 보급형 경차라.

일단 범퍼부터 살폈다.


“젠장. 금 갔네 이거.”


저 똥차를 팔아도 수리비도 안나올 텐데.

내 차가 비싼 건 아는가 보다.

아줌마가 금방 울상이다.

아 기분 잡친다. 좋은 날에 뭔 일이야 이게.

보험처리나 하시죠. 라고 말하려는 순간.


“어? 혹시 현우진 쌤이세요?”


나를 안다.

이런.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저기 누구....”


“아니. 우리 애기가 이제 고3인데 인강 듣거든요. 그런데 쌤 수업이 재밌다고 하도 그래서 저도 봤는데....”


느낌이 온다.

이 아줌마.

맘카페 회원이다.


맘카페.

실제적으로 강사들의 목숨줄을 좌지우지하는 곳.

저곳에 찍히면 답도 없다.

반대로 저곳에서 뜨면 인생 한방이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네 어머님. 그러시구나. 잠시만요. 여학생이에요?”


네. 라는 대답을 들으며 나는 트렁크에서 「수능예감」을 꺼냈다. 그리고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공손히 말했다.


“따님께 이 책 가져다 주세요. 이번에 제가 낸 책인데 도움이 될 겁니다.”


“아유. 선생님. 뭘 이런 걸 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미 만면에 미소가 번져있다.


“하하. 별거 아닙니다 어머님. 따님 공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시간도 늦으셨는데 들어가세요.”


“이거 사고는...”


나는 정중히 손사레를 쳤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안 그래도 도색 한번 하려고 했습니다.”




아줌마를 보낸 후, 차를 탄 채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씨. 내 돈. 돈 천은 깨질 텐데.”


아까웠다.

짜증도 났다.


“진짜 김여사들 면허증 다 반납해야 된다니까. 아니. 앞이 안 보이나? 람보르기니를 봤으면 자기가 피해야지. 왜 이렇게 생각이 없지?”


젠장. 완벽한 하루였는데.


“빌어먹을. 어쩌겠어.”


나는 일부러 사운드 볼륨을 높였다.

듣는 노래는 언제나 정해져있다.

메롱 차트 1위 곡.

이번엔 랩이구나.


영어로 된 가사가 뭐라뭐라 나왔다.

알아듣는 건 Don,t 라는 단어뿐.

그래. 좋은 단어다.


“돈. 돈.”


그렇게 람보르기니는 펜트하우스를 향해 굴러갔다.

도로의 차들이 알아서 길을 터주는 것들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멀리서 보였다.

나의 새 보금자리가!


“하하하. 그래 이거지.”


펜트하우스 최고층이 나를 기다린다.

성공한 자들의 보금자리.

그곳에 내가 오늘 당당히 입성한다.


간다. 가자. 우진아.

폼 나게좀 살아 보자!


엑셀을 밟았다.

부웅!


“다들 좀 비켜줘. 나부터 좀 성공할게. 알겠지?”


크락션을 울려대며 질주했다.


“그래. 우진아. 잘 좀 살아보자 제발. 어? 이제 인생 시작인 거야. 이제.”


그 비루했던 과거는 이제 다신 없다.

그 지긋지긋한 돈. 돈. 돈!

미친 듯이 벌어줄 테니까.


4차로다.

이제 여기만 건너면 된다.


“빨간불이네.”


브레이크를 밟았다.


“어?”


다시 밟았다.


“어? 이거 왜이래.”


먹질 않는다. 듣질 않는다.


“뭐야. 뭐야. 뭐야!”


시속 150으로 차는 질주했고 빨간 불을 무시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쾅!


화물차를 들이 박았다.

와장창 창문이 박살나고 나는 공중에서 두어바퀴를 돌고 땅에 쳐박혀 또 두어바퀴를 굴렀다. 유리창이 깨져나갔고 내 갈비뼈 역시 깨져나갔다.


흐릿해지는 시야.

피범벅이 된 손을 뻗었다.

잡고 싶다.

찬란히 빛나는 내 펜트 하우스....


“...x발.”


작가의말

일타강사는 소드망스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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