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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일타강사는 소드망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둥근고딕
작품등록일 :
2021.05.12 10:37
최근연재일 :
2021.05.30 18:41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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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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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수 :
9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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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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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장-소드마스터 현

DUMMY

드넓은 초원지대에 산들바람이 불었다.

탁 트인 시야에 들어오는 푸르른 전경은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했으나......


“미치겠네 진짜.”


내 가슴 속엔 허탈한 바람만이 불었다.


“아오 진짜!”


머리칼을 마구 뒤헝클곤 이마를 부여잡았다.


그래.

이곳은 아드라스 대륙이 맞다.

죽은 거건, 외계인에게 납치를 당한거건, 어쨌든 여긴 아드라스 대륙이다.

예상했던 바이다.

놀랍진 않다. 무한회랑을 본 순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해 두었으니까.

하지만.


“소드 망스터라니.”


이건 정말이지 예상 못했다.


“내가 소드 망스터라니!”


이곳은 아드라스 대륙.

열다섯의 내가 끄적여 내려간 엉성한 설정집의 세계.

그래. 그 중엔 분명 소드 망스터라는 직업도 있었다.

재미 삼아 만들어 본 사상 최약(最弱)의 직업이.


“내가 왜 그랬을까. 왜.”


열다섯의 나에게 따지고 싶었다.

왜 하필 이딴 직업을 만들어 둔 거냐고!


“돌겠네.”


황금색으로 생생히 빛나던 소드 망스터라는 글자.

‘소드 마스터’가 아니라 ‘소드 망스터’라는 그 글자!


“아오 진짜! 아오!”


또 한번 머리칼을 마구 뒤헝클었다.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고 했던가.


“아니야. 잘못 본 걸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겠지. 제대로 했잖아. 책도 제대로 읽었잖아.”


후우.

바람이 불었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상태창.”


눈앞에 반투명 창이 나타났다.


“성명 현우진. 맞고. Lv.1, 맞고.”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제발. 제발.


“소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소드 마스터!”


제발!


“...아니네.”


Sword master.

a와 s 사이로 앙증맞게도 들어간 ng!

빌어먹을 NG!


“하아...소드 망스터라니.”


그래도 혹시 모른다.

괜찮은 능력을 지녔을지.

그래. 단념하긴 이르다.

스탯을 확인해보자.


▣현우진. 소드 망스터. Lv.1

▣체력 [10]. 힘 [1]. 마력 [1]. 수비 [1]. 마방 [1]. 명중 [1]. 회피 [1]. 필살 [1].

▣직업조정 [0].


“...”


1?

전 능력치가 1이라고?


“하하....”


망했다.

제대로 망했다.


나는 눈을 껌벅이며 이 참혹한 결과를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재미로 만들었던 직업.

소드 망스터.

소드 마스터를 흉내내는 사기꾼.

멋들어진 검을 들고 있는 대로 폼은 다 잡지만 하급 몬스터조차 이길 수 없는 존재.

그게 나였다.


“후우....”


한숨만 절로 새어 나왔다.

오질나게 좋은 날씨. 멋들어진 중세의 풍경.

아무 감흥도 없었다.

이런 처참한 스탯으로는 최하층민으로 구르고 구르며 살아가야 할 팔자일 뿐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스킬은 좋을지도.”


▣패시브 스킬 : 「혼이 담긴 구라」

[겉멋과 허세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끝이야?”


다시 보았다.

그대로다.


“끝이냐고!”


당연히 상태창은 대답하지 않는다.


“아오 진짜! 아오!”


맞다.

소드 망스터다.

이 직업은 허세 가득한 한국의 인간들을 비웃고자 열다섯의 내가 만들었던 것.

그 때의 나는 사람들을 전부 거짓말쟁이로 생각했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로 타고.

입발린 말을 하는 사기꾼 같은 놈들.

그래서 우리 아빠는 파산했고 결국 꼴사납게 죽었다. 아무튼.


“혼이 담긴 구라라니.”


전혀, 전혀 쓰잘데기가 없는 스킬이다.

힘이 전부인 이 세상에서, 게이트가 열리고 마물이 기어나오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을 정리했다.

도대체 뭘까.

책은 제대로 골랐는데.

이유가 뭐지?


내 설정이 잘못되었나?

아님 뭔가를 까먹은 건가?

그것도 아니면 아드라스 대륙으로 넘어오면서 생긴 부작용 같은 건가?


젠장. 알 바 뭐야.

아무리 고민해본들 어차피 이유를 알아낼 방도는 없었다.


“그래. 인정하자. 현우진.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 방도를....”


─이레귤러 코드가 발생합니다.


“또 뭔데!”


한자, 한자. 글자가 박혀나갔다.

한 문장이 완성되고 마침표가 찍혔다.

난 입을 떡 벌렸다.

물론 감격해서가 아니다.

아무래도 이 세계는 나를 미워하는 모양이다.


“지금 장난해?”


▣이레귤러 코드 : 「시간은 돈이다」

[돈을 시간으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잔여 소지금이 ‘0’이 되면 사망합니다.]


▣소지금 : 십만원(100,000).


“...”


▣tip : 시간이 지날수록 소지금이 감소합니다.


“이딴 게 뭔 팁이냐고!”


▣소지금 : 구만 구천 구백원(9,9900)


벌써 백 원이 줄어들었다.


“0원이 되면 죽는다고? 또?”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죽는다고?


“인생 참 기구하다 우진아.”


나는 살고 싶다.

되도록 이면 멋지고 폼나게 살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폼이 문제가 아니다.

이건 생존의 문제다.

트럭에 치일 때, 온 몸의 뼈마디가 아스라지던 그 고통. 화생방 때마냥 숨이 턱 막히며 정신이 혼미해지던 그 끔찍한 경험을 또다시 하고 싶진 않았다.


─이레귤러 코드가 발생합니다.


“또냐?”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될 대로 돼라.”


─액티브 스킬을 부여합니다.


“어?”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나는 화면이 뚫어져라 눈을 가져다 대었다.

제발. 제발. 굵은 동아줄이기를!


▣액티브 스킬 : 「참스승」

[사제의 연을 맺을 수 있습니다.]


이건 또 뭔 참신한 개소리야.

참스승?

사제의 연을 맺을 수 있다고?

난 그런 설정을 해둔 기억이 없는데?


그 후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더 이상 이레귤러 코드는 발생하지 않았다.

허공에 상태창을 띠운 채 계속 보았다.


직업은 소드 망스터.

스탯은 전부 1따리.


“돈은 계속 줄어드네. 이야. 살맛 나네 진짜.”


나 일타강사 현우진.

진짜 쎄빠지게 살았다.

돈?

몇백억은 있었다.


▣소지금 : 구만 구천원(99,000)


“이야. 부자네. 구만원이나 있고. 국밥 열그릇은 먹을수 있겠네.”


빌어먹을.

...빌어먹을!


몇 번이나 악소리를 내질렀는지 모르겠다.

열정적인 척 강의를 할 때보다도 더 목이 쉬었다.

하지만 이제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이곳은 아드라스 대륙.

나는 소드 망스터.

소지금이 0원이 되면 또다시 죽는다.


“돈을 벌어야 해.”


그런데 어떻게?


이곳은 중세시대다.

검과 마법과 마물이 난무하는 판타지 월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나는 아주 간단한 일조차도 할 수가 없다.

간단한 일. 예를 들어 나무를 벤다든가. 사냥을 한다든가.


“무리야. 무리라고.”


닭모가지조차 비틀어 본 적이 없는 나다.


“아드라스 대륙.”


내가 설정하고 창조해낸 이곳에서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니.

원통하고 분했다.


“방법이 없을까. 방법이.”


한동안, 난 정말 치열하게 생각했다.

이 대륙의 정세와 내가 써내려갔던 소설의 스토리와 세부 설정들을 하나하나 곱씹었다.


하나의 대륙.

세 개의 국가.

직업에 의해 출세가 보장되는 사회.

그리고 이 국가는 서쪽의 가문연합국 하이헬라.


“가문연합이라...”


일곱 개의 가문이 적당한 견제와 균형을 해가며 나라를 이룬 곳이다.

그 중 하나가 의회 대표를 맡지 아마.

쉽게 말해 십년을 주기로 해서 대장을 맡는 가문이 뒤바뀐다.

그래서 더욱 교육열이 강한 곳.


...교육열?


나는 턱을 괴었다.


“방법이 있지 않을까.”


액티브 스킬. 「참스승」.


“사제의 연을 맺을 수 있다라.”


그래. 이 방법 뿐이다.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다.

움직일 시간이다.




***


─지익!


벽보를 떼었다.


“나이 열일곱. 3차 회랑시험 준비중. 밀리계열 선생님 급구.”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이곳은 가문연합 하이헬라.

그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열이 치열한 곳이다.


“똑같군. 똑같아.”


그저 배경이 조금 달라졌을 뿐.

나는 이러한 사회 체제에 그 누구보다도 익숙한 사람이다.

수능 대신 회랑시험이.

문과, 이과, 예체능 대신 밀리, 레인지, 매직 계열이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해볼만 하겠는데.”


일단 나는 밀리 계열.

소드 망스터이긴 하지만, 어쨌든 검을 들었다.

게다가 설정상 검술 쪽은 밀리 계열 중에서도 대우가 가장 좋은 편.


일단 제대로 준비부터 하자.

엔티크한 골동품 가게 문 앞에서 서서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옷차림.

나는 언제나 정장을 입고 강단에 섰었다.

그것은 내 철칙이었다.

제일 비싼 넥타이와 시계를 차는 것.

사람들은 보이는 만큼 믿는 법이었으니까.


다행히도 지금 내 모습은 꽤나 봐줄 만하다.

고급스런 원단의 검은 제복은 구김 하나 없이 빳빳하다.

허리 춤에 찬 붉은 색이 감도는 칼집은 고풍스런 멋을 뽐낸다.

머리는 흑색 장발.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중세시대 검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고생을 하며 자란 탓에 자연스레 생긴 냉소적인 눈매마저도 지금은 플러스 요인이다.


살짝 입술을 다물고 눈에 힘을 주었다.

고독한 검객의 느낌이 살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차갑게만 보이면 안된다.

전문가의 느낌을 살리는 것.

그것이 키 포인트이다.


“좋아. 가보자.”


거리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나는 그들을 자연스럽게 지나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법이 부여된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나가던 검사입니다.”


“네. 어떤 일이세요?”


당연히 문이 열리지는 않는다.

한국으로 치면 다짜고짜 초인종을 누른 꼴이니.


“선생을 구한다 하여 들렀습니다.”


나는 과외 전단지가 보이게끔 펼쳐 들었다.


“아 선생님이시구나! 잠시만요.”


삑. 프라반트 가문 특유의 검 모양이 수놓아진 철제 대문이 열렸다.


“에구. 안녕하세요. 선생님.”


마중 나온 것은 가정부.

이곳 부자들은 전부 가정부를 고용하고 산다.

그들이 하는 업무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로는 잡무를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자세를 바로 잡고 걸었다.

넓은 화원을 지나쳐 걷는 동안 가정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수다스런 성격인 모양이다.


“그렇군요.”


대충 정리해보자면 마담이 자식 걱정 때문에 요즘 잠도 못 잔다는 이야기.


“마담께서 얼마나 아드님께 신경을 쓰시는데.”


주저리 주저리.


대충 필요한 정보를 골라 들어가며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프라반트 가문이라.’


검술로 유명한 가문이다.

하지만 몇 대째 상위직 검사를 배출하지 못하고 결국 쇠락해지는 가문.이라는 설정이었지 아마.


“그런데 스탯증명서는 준비해 오셨나요? 저희 마담께서 참 유하신 분인데 또 그런 데는 깐깐하셔서.”


나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프라반트라.”


이제부터 중요하다.

나는 짐짓 추억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힐끔. 나를 쳐다보는 가정부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떠한 사연이 있는 것마냥 검집을 매만졌다.


“검의 명가에 드디어 발을 디딛는구나.”


이건 혼잣말.

물론 들리도록 한 혼잣말.

이 사람.

누굴까 대체?

라고 생각이 들게끔 해줘야 한다.


“여기입니다.”


응접실의 방문이 열렸다.

이제 시작이다.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한, 정원과도 같은 응접실.

테이블엔 향기로운 차가 내어졌다.

그 외에도 고급스런 쿠키가 나왔다.


“드세요. 선생님.”


“네 감사합니다.”


딱 입술만 적실 정도로 차를 든다.

쿠키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학부모를 대하는 기본기 중 하나이다.


“전단지를 보고 오셨다고.”


“네 그렇습니다.”


“보셔서 알겠지만 우리 아이가 열일곱이에요. 한달 후면 벌써 생일이랍니다.”


그 말은 한달 후에 3차 회랑 시험을 봐야 한다는 뜻.

발등에 불이 떨어졌겠군.


“선생님. 우리 애가요.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어요. 다섯 살에 글쎄. 시키지도 않았는데 검을 잡더라니까요? 정말이지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었죠. 그게 엄마 마음이니까.”


아. 뻔한 래퍼토리다.

나는 이제껏 단 한번도 자기 자식이 멍청하다고 말하는 부모를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똑같은 말.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똑똑은 한데.

노력을 안 해서.


“그렇군요.”


하지만 이건 좋은 징조다.

재능은 있는데 노력을 안 한다.

바꿔말하면 노력만 하면 금방 잘할 수 있다.

그 희망이 곧 내겐 돈이다.


이제 주도권을 잡아야 할 때이다.

먼저, 꼭 들어가야 하는 말이 있다.


“수업에 앞서”


잠깐 숨을 고르고.


“아이의 진로는 밀리 계열입니까?”


‘수업에 앞서’ 라는 말.

이미 수업을 하기로 기정사실화 하고 말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프로처럼 느껴진다.

상대 입장에서는 아직 수업하기로 하지도 않았는데 뭐지. 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많은 경험을 한 선생님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법.


“그렇지요. 프리반트니까요. 레인지나 매직 쪽은 아무래도 좀 그렇죠. 그게 나쁜 건 아닌데. 우리 가문 스타일이랑은 조금 안 맞아서.”


쉽게 말해 다른 건 격이 떨어진다는 소리.


“그럼 검, 창 도끼 중 어느 쪽입니까? 아 물론.”


이때쯤 한번 치켜 세워주고.


“프리반트이니 당연히 검이겠지요.”


“맞아요. 프리반트 가문이니까요!”


차를 한 모금 더 들었다.

살짝 입술을 축이곤 주변을 둘러보는 척했다.


“확실히 프리반트에 어울리는 품격이 느껴집니다. 마담. 검과 꽃이라. 응접실마저도 고귀하군요.”


“호호. 그런가요? 제가 꽃을 좋아해서.”


꽃을 싫어하는 학부모는 없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베란다에 꽃들을 키웠으니까.


“남편은 물주기도 귀찮은데 왜 꽃을 이렇게 키우는거냐고.”


“아니요. 향기가 참 좋습니다. 심신이 안정되는군요. 더군다나 꽃은 아이들 교육에도 좋습니다. 혹시 자제분이 남자아이입니까?”


“맞아요.”


“그렇다면 더더욱 좋군요. 사춘기 남자애들은 아무래도 좀 거친 편이 있으니까요.”


“어머! 선생님. 그 말씀 좀 우리 애아빠한테 해주세요. 역시나 교육자라 그러신가 잘아시네. 제가 뭐 나 좋자고 꽃을 키우는 거겠어요? 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인데.”


주저리주저리.

마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역시나. 칭찬을 싫어하는 학부모는 없는 법.


“그런데 선생님. 혹시.”


살짝 깔리는듯한 말투.

올 게 왔다.


“처음 뵙는 분인 거 같은데. 어느 가문 분이시죠?”


“저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닙니다.”


호구조사 시작이다 이 말이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그러시구나. 혹시 어디...?”


“죄송합니다.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한국이라 말할 수는 없잖니.


“그럼 어디 아카데미 나오셨나요?”


아카데미.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다.

정확히는 사립형 고등학교.


이제 진짜로 중요하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거짓 반 진실 반.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실망한 표정이다.

당연하다. 아카데미를 나오지 않고 좋은 직업을 가지기는 힘드니까.


“그러면 혹시 직업은...”


나왔다. 단골 질문.

지금 한국으로 치면 이 질문을 한 것이다.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물론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례하니까.


여기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직업을 곧바로 말해주는 것.

이건 하수의 길이다.

나는 기분이 상한 척, 아주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마담. 저는 이 길을 꽤나 오래 걸었습니다.”


검집을 툭툭 건드렸다.

물론, 이는 거짓말은 아니다.

난 검을 잡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강의는 오래했으니 이 길을 오래 걸은 건 맞다.


“그 끝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더군요.”


그래. 펜트하우스가 보였지. 젠장.


“그래서 목표가 생겼습니다. 재능 있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 그리하여 저보다도 더 높은 경지를 그 아이를 통해 엿보는 것.”


하나 더.


“마담. 그렇기 때문에 저는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 다른 것도 중요하긴 해요. 물론 돈이 제일 중요하지만.


“벌써 시간이 이리 됐군요. 차는 잘 마셨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선생님을 구하시는 게 낫겠습니다. 마담. 프리반트의 아이가 회랑의 선택을 받기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물론, 이미 종이 두 장을 뒷면이 보이게끔 테이블에 올려둔 후였다.

하나는 전단지.

또 다른 하나는 미리 준비해 둔 스탯증명서.

이제 잊어버린 척 뒤돌아 나갈 차례.


“그럼.”


한번 더 목례를 하곤 응접실의 문을 닫았다.

뚜벅 뚜벅.

절제된 발걸음으로 긴 복도를 걸어 갔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 했던가.

내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제발. 걸려라. 걸려라. 제발 제발!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제발좀요!


복도를 반쯤 걸었을 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선생님! 잠시만요.”


종종 걸음으로 걸어오는 마담이 보였다.


됐다. 됐다. 됐다고!


“어떤 일이시죠?”


소드 망스터.

허세와 가식으로 똘똘 뭉친 직업.

그렇기에 스탯증명서 조차 나에겐 가식이다.


‘혼이 담긴 구라.’


그것이 결국 통했다.

마담의 얼굴은 홍조로 가득했다.

흥분한 기색을 차마 숨기지 못하고 손으로 부채질까지 해대며 멋쩍게 입을 열었다.


“어머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소드 마스터인 분을 몰라보고. 어머나 어떻게 진짜. 내가 미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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