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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라이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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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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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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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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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완성

DUMMY

[떠오르는 신흥 강자 : IP에셋의 CEO 미스터 표]


-IP에셋 매니지먼트의 창립자 표지석. 스탠퍼드 대학 MBA 출신인 그는···


경제 잡지 인터뷰 기사. 새로울 게 없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들.


[이스트 어드바이저, 글로벌 투자 자문사 총 5천억 원 시드 투자 유치]


-2018년 출범한 이스트 어드바이저는 대체 자산 투자에 특화된 글로벌 투자 자문사로 국내 자본의 공격적인 시드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투자 참여사 : 이앤컴퍼니, 이래 에셋, 신현 투자증권···


'대체 자산 투자··· 이앤컴퍼니···.'


최지민과 함께 조사를 시작했다.


이상혁의 거래 계획 보고서에 등장하는 IP에셋과 이스트 어드바이저. 그리고 이상혁의 아버지 이윤석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이앤컴퍼니까지.


규모 있는 투자 기업들이다 보니 기업명이 언급되는 기사를 찾기 쉬웠다. 문제는···.


'정보량이 너무 많은데?'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쓸모있는 정보를 발라내기가 쉽지 않다.


표적 수사.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이 조사는 목표와 타겟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표적 수사나 다름없다.


우리의 표적은 이상혁이다. 이상혁의 옵션거래 계획에 등장하는 회사들과 그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면 끝나는 게임이다.


기업 연혁, 투자 내용, 대표자 인터뷰···.


하지만, 기사 하나 건너 하나마다 정보는 추가됐다. 다분히 구체적인 수사 방향이 무색하게도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민성 씨, 진전 좀 있어요?"

"아뇨. 지민 씨는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최지민도 골머리를 앓긴 마찬가지.


"이상한 점이 없진 않은데 뭔가 결정적인 건 없어요."

"이상한 점이요?"

"이스트 어드바이저, 대체투자에 특화된 자문사더라고요."


대체투자. 주식이나 채권 등 보편적인 금융자산 외의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최지민의 말대로였다. 이상혁의 거래 계획서에 등장하는 옵션 매도자 이스트 어드바이저는, 대체투자에 특화된 투자 자문사다.


'원래대로라면 주식 옵션에 손을 댈 만한 회사는 아니라는 거지.'


"확실히 자연스럽지는 않네요."

"그렇죠? 그런데 요새 투자 자문사들이 자산 종류 가리지 않고 건드려 보기도 하니까···."

"맞아요. 일단 민성 씨가 말한 대로 계속 조사해 볼게요."


점심시간 막간을 이용해 가진 짧은 회의. 최지민과 나 모두 별다른 소득 없이 회의를 갈무리하고 사내 열람실을 나섰다.


"어? 민성 씨."

"네?"

"방금 삼촌한테 연락 왔는데요."


문을 나서며 핸드폰을 확인한 최지민. 표정이 밝다.


"민성 씨가 요청했던 환 헤징 자동화 기능. 업데이트 끝났대요!"

"네? 벌써요?"

"네. 한 시간 후에 잠깐 개발팀 들르라고 하시는데요? 테스트해 보고 바로 본 서버로 넘겨주신대요."


간만에 반가운 소식이다.


'분명 2, 3주는 족히 걸릴 거라고 했는데. 일주일도 채 안 된 이 시점에?'


"제가 삼촌한테 빨리해 달라고 엄청나게 졸랐어요."


옆에서 싱글싱글 웃는 최지민.


뭔가 최지민에게 기대어 날로 먹는 것 같긴 하지만···.


뭐 어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는데.


**


"안녕하세요."

"아, 어서 와요."


최지민의 삼촌, 개발팀 최 과장이 우리를 반겼다.


"원래는 정식 절차 다 거치고 개발요청서 작성한 다음에 진행해야 하는 건데··· 지민이 네 부탁이니까 내 선에서 개인적으로 빌드했다."

"고마워 삼촌!"

"고맙긴. 이거 하면 너 부서 이동할 수 있는 거 맞지?"

"응. 아마도?"

"아마도?"


최지민은 내 눈치를 슬쩍 살폈다. 그리고 최 과장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마 이상혁에 대해 무언가 언급하려다가 말을 삼킨 것 같다. 그녀의 판단에 동의한다. 얻을 게 확실하지 않다면 굳이 말 꺼내서 좋을 것 없다.


"그럼, 여기 시스템 테스트 모드로 켜 줄 테니까 인터페이스부터 체크해 봐요."

"네, 감사합니다."


업데이트된 거래 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해 착석했다. 최 과장은 관리자 권한을 가진 아이디를 이용해 시험용 거래를 만들었다.


띠링-


화면에 고객사로부터 새로운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나타났다.


[매수 주문 처리 중 (1/12)]

[외환 위험 거래 헤징 자동으로 시행 : Y/N]


환 헤징 자동화를 묻는 창에서 "Y"를 누르자마자 들리는 주문 체결 소리.


띠링-


[헤징 거래 체결 완료]

[순 주문 체결량 : $121,310]

[체결 확정 사항을 주문자에게 전송 : Y/N]


마찬가지로 주문 확정 세부 사항을 주문자에게 전송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Y"를 누르니 다시 들리는 시스템 알림음.


띠링-


[고객사 (테스트 계정) 에게 체결 정보를 전송했습니다.]


환 헤징을 거래 체결부터 완료 후 고객사에 정보 전송까지 걸린 시간은 3초 이내.


하기훈 대리가 동일한 작업을 처리하는 데 15분 넘게 걸린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발전이다. 백주창 대리와 티격태격하느라 낭비한 5분을 참작하더라도.


"어때, 맘에 들어요?"

"네. 저희가 원했던 딱 그대로인데요?"


완벽했다. 확인 메시지를 하필이면 궁서체로 선택한 것만 제외한다면.


"민성 씨. 이거 두화 쪽에 알려야겠죠?"

"네. 제가 통화 스케줄 잡을게요."


이상혁에 대한 우리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점은 변함없지만, 일단 단기적으로 실적 경쟁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핸드폰으로 메일함에 접속. 두화자산운용 서태진 과장에게 이메일을 전송했다.


**


"준비됐어?"

"네 과장님."

"굿 럭."


제임스 과장의 담담한 격려.


그의 손에는 데스크 유선 전화가 들려 있다. 옆에 서 있는 하 대리와 최지민, 그리고 외환팀 백 대리도 마찬가지.


모두 내 뒤에 바짝 붙어 내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


신입 사원 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군중.


우리 팀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진풍경인가 생각하는 듯 힐끔거렸다.


"1분 후 시작이에요. 다들 전화 음소거 하셨죠? 지금 전화 겁니다."


유선 전화 패널 위 다이얼을 눌렀다. 잠시 신호음이 울린 뒤 상대로부터 응답이 들렸다.


-네. 두화운용 서태진입니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신투 해외자산팀 김민성입니다."


고객사를 상대로 하는 라이브 시연은 언제나 긴장된다. 때로는 거래를 하는 것보다 더 심장이 쫄깃하기도.


특히 지금처럼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를 논하는 상황은 더더욱 그렇다.


고객사를 대표하는 것은 결국 사람. 이 짧은 시간 내에 그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면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거기에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얼마나 많은가?


시스템이 갑자기 생각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거나.

중간에 상대가 다른 급한 전화나 용무를 받아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단순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상대가 대화 자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 이거 클릭이 안 되는데요?

"네? 종목 입력하신 곳 바로 밑에 '자동 헤징' 옵션 선택하신 것 맞나요?"


바로 지금 이 상황처럼. 크건 작건 돌발 변수는 언제나 존재한다.


이 예기치 못한 변수들을 얼마나 잘 컨트롤 하는지, 실시간으로 상대에게 최고의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결정짓는다.


"민성 씨. 종목명부터 입력해야 한대요."

"아!"


최지민은 손에 든 종이를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건 개발팀에서 받은 메뉴얼 이메일 인쇄물. 읽고 또 읽었는지 종이는 하이라이트와 밑줄 표시로 너덜너덜했다.


-아 말씀해 주신 대로 하니까 되네요. 잠시만요.

"네. 주문 입력 완료하시고 확인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지민이 알려준 점을 수화기 너머 서태진 과장에게 전달했다.


전화 너머 서 과장이 마우스를 클릭하는 딸깍 소리가 몇 차례 들려왔다.


띠링-


[새 주문 (매수 요청)]

[고객사 : 두화자산운용]

[알림 : 자동 환 헤징 요청]


"아, 방금 매수 요청하신 것 받았습니다."


이제부턴 속도가 생명이다. 마우스를 움직여 시스템에서 주문 확인을 선택했다.


"야, 너희 쪽에 환 헤징 주문 들어갔는지 빨리 확인해!"

"오케이, 오케이."


화면을 쳐다보던 하 대리. 백 대리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백 대리는 내 통화를 듣기 위해 들었던 유선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고 바로 자신의 자리로 뛰어갔다.


"어, 도착! 야, 잘 들어왔다! 바로 체결 확인한다?"

"바로 눌러, 바로!"


주문을 확인한 백 대리. 복도 건너 자신의 자리에서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질러 거래를 확인했다.


"네 과장님. 방금 체결 완료 메시지 받으셨나요?"

-네? 벌써 체결됐다고요?

"체결 확인 메시지 보이시죠? 네, 방금 완료됐습니다."


10초 정도 걸렸나?


지난번 거래에서 환 헤징 체결 후 거래 확정 메시지 보내는 데 걸린 시간이 대략 15분. 서 과장이 놀랄 만도 하다.


매초를 다투는 금융 시장에서 속도는 생명과도 같다. 서 과장처럼 큰 자금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싶어 안달 날 거다.


-네 확인됐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주문 여러 개 보내 봐도 될까요?


바로 저렇게.


"네 준비되시는 대로 보내 주세요."

-주문 개수 제한은요?

"제한 사항 따로 없습니다."

-개수 제한 없이 다 자동으로 환 헤징 처리 가능하다는 말씀이시죠?

"네 과장님. 시스템에서 순 거래 필요량 실시간 계산해서 체결부터 확정까지 바로 처리됩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수화기 너머로 서 과장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주문 몇 개나 보내려나?"

"글쎄요···. 네다섯 개는 되지 않을까요."


하 대리와 주 과장의 추측. 그와 동시에 추가 주문이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새 주문 (매수 요청)]

[새 주문 (매수 요청)]

···

[새 주문 (매수 요청)]


[주문 체결 상황 0/20]


순식간에 시스템에 도착한 스무 개의 매수 요청.


제임스 과장은 주먹을 쥐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 나도 주먹을 쥐어 그의 손을 툭 쳤다.


**


"수고 많았어, 민성 씨."

"내일 봬요. 대리님."


두화자산운용의 서 과장을 대상으로 한 자동화 기능 시연. 성공적이었다.


헤징 자동화는 신투뿐만 아니라 두화 측의 거래 효율성을 크게 증가시켰다. 서 과장은 이 점을 썩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일일 마크업 수익 : +223,281,203 원]


그 결과 오늘 하루 동안 벌어들인 추가 수익만 2억 2천만 원.


애초에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물론, 이상혁의 계획을 막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 없지만.


"진짜 맥주 마시러 안 갈 거야?"

"네. 다음에 가요, 대리님."

"이런 날은 좀 느슨하게 가져가야지. 축하도 하고."

"감사합니다. 아직 할 일이 좀 남아서요."

"흠, 그래? 알았어."


결과가 흡족했는지 주 과장과 하 대리는 한잔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다.


할 일이 있으니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몰래.


하 대리마저 떠난 사무실은 조용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재차 확인 후 자리에 앉았다.


[시스템 개선 요청안 : 환 헤징 자동화 도입]

[작성자 : 김민성]

[고유 식별번호 : 2021_AXAQ_2]

[상세 : 고객사 해외 자산 매수/매도 요청 시 환 헤징 주문을···]


인트라넷의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


이전에 최지민과 함께 이상혁의 시스템 개선 요청을 확인하려 시도했던 바로 그 데이터베이스다.


이상혁의 프로젝트 세부 사항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당연하게도 내 개선 요청안의 세부 사항 열람은 가능했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면··· 이상혁의 요청안을 해부해 볼 방법이 존재한다.


핸드폰을 꺼내 Number 어플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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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 완성 +1 21.06.08 995 44 12쪽
40 냄새가 난다 +1 21.06.07 1,024 53 12쪽
39 트로이 목마 +2 21.06.06 1,046 47 12쪽
38 잠입자 +1 21.06.05 1,075 46 14쪽
37 해결책 +1 21.06.04 1,106 59 13쪽
36 탐색전 +2 21.06.03 1,129 56 13쪽
35 선전 포고 +4 21.06.02 1,180 53 12쪽
34 1등? +7 21.06.01 1,188 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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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7층 +2 21.05.15 1,899 60 12쪽
11 스카우트 +4 21.05.15 1,981 68 13쪽
10 행운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 21.05.14 2,011 59 12쪽
9 참교육 +2 21.05.14 2,035 6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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