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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주인공이 피임에 실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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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치타
작품등록일 :
2021.05.12 11:00
최근연재일 :
2021.05.1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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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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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

DUMMY

평생 배운 게 사람 죽이는 기술이었다. 성에 관한 지식이라면 실전밖에 몰랐고, 여러모로 멍청했다.

거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행하는 자기위로.

속하게 말하면 딸딸이.


만약 그를 하다가 레오가 휴지 속으로 쏙 들어갈 수도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이이지만, 그런 만큼이나 끔찍했다.

고작 한순간의 쾌락을 위한 손장난.

그로 아들을 잃는다면 얼마나 허무한 결말인가.


정낭 속 정자의 생존 기간이 짧으니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난 금욕을 맹세했다. 절대로 딸딸이를 치지 않겠다.


바보같은 짓일 수도 있다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마나를 익혔다. 마나가 정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 몇억 분의 1 확률이라도 가볍게 정자를 놀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몽정은 어떻게 하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침대 이불에 머리를 집어넣은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지금 내 몸은 17세.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음경을 흔들어 성욕을 해소할 나이. 내가 욕망을 극복하더라도 몽정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난 내 정자주머니를 믿지 못 했다. 이게 어떤 식으로 사고칠 줄 알고?


휴지 속으로 쏙이 아니라, 팬티 속으로 쑥이 되게 생겼다.


달인의 경지에 든 초인은 피부에 솜털까지도 통제한다지만 어디까지나 초인들의 이야기. 정낭을 끈으로 꽉 졸라맬 수도 없는 일에 벌써 불안에 가슴이 꽉 멨다.


추기경한테 몽정 안 하는 법이라도 물어볼까?

아니다. 그딴 게 있다면 장로가 새벽에 일어나 직접 속옷 빨래를 할 리 없지 않은가.

참는다. 꿈속에서도 금욕한다.


그리고 조만간 마법사를 찾아가자.

마법사에게 이 일을 상담해보자.


그 다음으로는 아내를 만나고 싶었다.


내 사정을 고백하고, 작금의 상황에 대해 토로하고 싶다. 함께 고민하고 계획을 건설하고 싶었다.


꿀렁이는 충동을 꾹 참았다.


내 아내, 무시아 아스트로.

그녀는 굉장히 속물적인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고, 지금이면 그 절정기를 달릴 시기였다. 눈이라도 마주쳐주면 다행이지.


작금의 나는 수많은 용사 후보 중 하나에 불과했다.

가진 무력은 절망스러웠고, 그 외에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라 다가가 봤자 무시나 당할 거다. 내가 암만 진실된 어조로 이야기를 토해봐도 개소리로 치부할 거다.


첫만남은 중요한데, 허무하게 날릴 수 없다. 그녀와의 조우는 조금만 미룬다.


#


교회는 집채만 한 유리를 보유했는데, 이를 교회 본관에다 전시했다. 그 유리는 이따금 여러 풍경이나 사람의 모습을 비추었다.

교회는 그를 예언의 돌이라 부르며 신성하게 모셨는데, 돌이 비추는 영상을 제 마음대로 해석하는 건 덤이었다.


10년 전 돌덩이는 마왕의 부활을 예고했고, 매년 여러 소년, 소녀들의 얼굴을 상영했다.

교회는 그 아이들을 용사 후보라 명하며 각지의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설득하거나 돈을 주고 구매해 모았다.


그들이 용사후보였다.

예언의 돌이 활동한 지 약 5년. 나를 포함해 299명의 용사 후보가 모였고, 그들은 교회에서 수련하며 서로의 실력을 겨루었다.


불행하게도 난 합류 시기가 늦었다.

이름 모를 산골의 고아원에 처박힌 나를 찾는 건 그 위세 높은 교회로서도 까다로웠던 탓이었다.


내가 교회에 입성한 건 14세. 동기들이 늦어도 10세에는 교회에 들어온 걸 감안하면 지각도 이런 지각이 없었다.


“마나를 각성했습니다.”


경사라면 나름 경사라 할 일에 추기경의 표정이 말라 비틀어진 건 그런 까닭이었다.


폴 아몬.


그는 교회의 추기경과 더불어 용사후보들을 훈육하는 임무를 겸했다. 그는 뾰족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라파엘. 네 나이가 몇이지?”

“17세입니다. 지난달이 생일이었죠. 생일 선물은 못 받았지만요.”

“17살이나 먹고서야 각성이라, 많이 늦었구나.”

“교회에 들어온 시기가 워낙 안 좋았어야 말이죠. 3년 걸렸습니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평균 아닌가요?”


전생에 나는 마나홀이 부서진 채로 마족과 싸웠다.

그땐 참 개같았지. 떠올리니 아직도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망가진 마나홀은 밑 빠진 독이었다. 아무리 물을 부어도 장독에는 물방울만이 달라붙듯 먼지같은 마나로 괴물들을 대적해야 했다.

이걸 위안이라고 해야 하나? 그 덕에 마나를 효율적으로 쓰는 데는 도가 텄다.


몸 속에 있는 티끌만 한 마나를 모았다.

티끌 모아 태산, 그건 개 같은 헛소리다.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에 불과했다.

다행인 건 태산만큼 마나를 모은 놈들도 마나를 티끌만치 발현하는 게 유행이었다. 나이가 어리다면 더 그랬다.


그런 점에서라면 나는 양호했다. 몸속에 마나라면 티끌밖에 없어도, 그 티끌을 발출했다. 안광에 푸른 마나가 맺혔다.


마나를 사용하면 그 광채가 눈빛에 서린다. 이게 마나 발현이었다.


“흐음, 그건 훌륭하구나. 너 스스로 해낸 게냐?”


그 엄한 폴 추기경도 내 묘기 앞에서는 칭찬을 내뱉었다.

동기들이 본다면 까무러칠 노릇이지만, 나는 내심 쪽팔렸다. 전생에 기억이 있는데, 이마저도 못한다면 그냥 다 포기하고 짐 싸야지.


“예, 마나를 각성한 직후 흐름에 맡기니 자연스레 되더군요.”

“각성시기는 늦었지만, 재능 자체는 나쁘지 않군. 그래, 오늘부터는 숙소를 3층으로 옮기거라.”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짐 싸죠.”


용사 후보생들은 각 수준에 따라 숙소의 층이 바뀌었다. 막 교회에 입성한 후보생들이 1층, 수련에 들어갔으나 마나를 발현하지 못한 이들이 2층이었다.

총 5층까지 있는 기숙사. 이번에 내가 방을 옮길 3층은 가장 많은 후보생이 숙식했다. 여기서부터는 한 층 오르는 게 버거워졌다.


방으로 돌아가서 가지와 개인 물품을 닥치는 대로 꺼내 떠날 준비를 했다. 짐이라 할 것도 없었다. 이때에 나는 용사가 되기 위한 기계처럼 생활했으니.


“형, 뭐하는 거에요? 방 옮겨요?”


그 모습을 본 크리스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크리스는 작년에 교회에 들어온 후보생이었다. 나이는 12살. 자질이 뛰어난 지 작년에 교회에 입성하고도 벌써 2층에 올라왔다.


“그래, 그렇게 됐네.”

“이야, 잘 됐네요. 축하해요. 짐 싸는 거나 뭐 도와줄 건 없어요?”

“괜찮아. 짐이 뭐 있어야 말이지.”

“형이랑 지내서 편했는데, 이렇게 간다니까 아쉽네요. 새로 올 룸메도 코 안 골고, 조용히 잤으면 좋겠어요.”

“새 룸메한테 기대하지 말고, 너도 빨리 발현해서 3층으로 올라와.”

“에이, 그게 마음대로 됐으면 누가 아래층 쓰겠어요? 다 5층 쓰지. 어쨌든 축하해요. 잘 됐네요. 형 꼭 용사하고 싶어했잖아요.”

“그랬나? 그랬던 거 같기도 하네.”


전생에 나는 정말 열성이었다.


마족의 손에 친족들이 몰살당했다. 내가 살아남은 건 순전히 쓸모가 없었던 덕이었다. 나이가 어렸던 탓이었다.


어른들은 마족에게 대항하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나는 그 시간에 도망쳤고, 생존했다.


고아원에서 의미 없이 나이를 먹어가던 와중에 교회에서 용사후보라고 나를 임명했다.


어린 나이의 치기였을까? 거기에 무슨 운명을 느꼈고, 용사란 이름에 매달렸었다.

부질없는 짓이었지. 이젠 내 주제를 알았다. 인간과 마족은 종족의 격차가 막대했다. 그 누구라도 마왕을 죽이는 건 불가하다.


아마 진짜 용사로 발탁될 그 개새끼도 마찬가지겠지.


“이제 형도 별로 용사 안 하고 싶어요? 저도 그런데.”


크리스는 말했다.


“용사란 게 사실 죽을 게 뻔한 직업이잖아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그건 좀 그렇죠.”

“현명하네. 나는 이만 가볼게. 잘 지내고, 나중에 3층에서 보자.”

“네. 형도 잘 지내요. 코 안 고는 룸메 만나고요!”


기숙사의 층을 하나 올랐다. 복도의 창문으로 빛이 강렬하게 쏟아져 눈을 깜빡였다.


교회는 후보생들의 향상심을 증진시키고자 했다.

후보생들의 성과에 따라 여러 면에서 급을 나누고, 차별했는데 숙소도 그중 하나였다. 침상, 2층 침대, 개인침대로 층이 올라갈 때마다 잠자리가 편안해졌다.


배정받은 방의 침대에 의류대를 던지듯 내려놓고, 짐을 풀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곧 있으면 석식 시간이라 뭘 하기도 애매해 자리에 앉아 앞으로를 생각했다.


아내를 만나 다시 결혼하고, 레오를 낳는다.


무슨 기적으로 레오를 낳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내와 결혼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아내는 어릴 적부터 “천하제일인이 될 사람과 결혼할 거야.”를 입에 달고 살았다.


천하제일인. 내게는 너무 머나먼 단어였다.


전생에 내가 아내와 결혼했던 건 순전히 그녀가 마음을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평생 사랑 같은 건 못해볼 줄 알았다고 말했었다.


꿈은 너무 높으면 손에 닿지 않는다. 해서 적당히 만만한 게 천하제일인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할 일은 없을 테니까.


어쩌다 보니 그녀는 내 구애를 받아들였으나 그 이유는 지금까지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어느 순간 내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번 생도 그럴까? 그럴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고.


“너가 신입이야? 추기경님한테 다 듣고 왔어.”


막 변성기가 지나가고 있는 목소리. 체격과 얼굴을 보건대 15살 내외. 상황을 따지자면 아마 내 룸메.


그가 말했다.


“야, 선배를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보아하니 나이 좀 더 먹었다고 개기려는 거 같은데, 그러다 크게 다쳐.”


후보생이 선배라고 부를 사람은 더 높은 기숙사를 쓰는 이들뿐이었다.

후보생이라면 누구나 알 상식이었지만, 일단은 장단을 맞춰주었다.


“막 방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는 라파엘이라 합니다.”


그는 히죽거렸다. 괜한 신경전 없이 관계에서 우위를 점해 안심한 듯했다. 그는 한 걸음 다가오며 내 목에 팔을 걸치며 주먹으로 내 배를 툭툭 쳤다.


“그래, 그래야지. 이따가 다른 선배한테도 인사하러 가자. 내가 소개시켜 줄게.”

“예, 알겠습니다.”

“일단 짐부터 풀고, 뭐 궁금한 건 없냐? 내가 여기 마당발이라 모르는 게 없는데.”

“선배님 성함이 알고 싶습니다.”


짝, 그는 박수를 치고 말했다.


“옳지, 이거 예의가 된 놈이네. 나는 페닉스 시그문드. 편하게 페닉스 선배님이라 불러.”

“예, 페닉스 선배님.”


페닉스는 제 성에 악센트를 넣어 말했다. 후보생끼리 신분의 차별은 없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명목 상 그럴 뿐 귀족은 경쟁력 있는 배경이었다. 기숙사에 층이 낮다면 더더욱.


“곧 있으면 밥 시간인데, 같이 가자. 내가 3층의 예절에 대해서 알려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기숙사는 층마다 배식소가 따로 있었는데, 은근히 먹는 순서에 알력 다툼이 있었다. 후보생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서열이 높을수록 먼저 먹었다. 현재 시각은 18시 정각. 막 배식소가 열렸을 때였다.


“나는 너랑 같이 먹을 거니까 천천히 갈 거야.”

“예.”


우리는 20분이 더 지나서 배식소로 향했다.


페닉스는 새 룸메가 생긴 게 신이 났는지 가는 길에 쉬지도 않고 입을 조잘거렸다. 대게 자기 자랑이었는데, 이따금은 내 행동방침 따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밥 먹을 때면 주변에 선배들이 있을 거야,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인사할 필요는 없어. 그냥 크게 한 번 해.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이렇게. 오늘은 내가 시범을 보일 테니까 날 따라하면 돼.”

“예, 그리 하겠습니다.”


배식소는 기본적으로 자율배식이었으나 음식은 한정적이었다.

늦게 먹을수록 인기도 높은 반찬, 그러니까 육류는 금방 동났다. 우리가 배식을 받을 때에는 대부분이 샐러드 같은 채소에 건더기 없는 수프가 전부였다.


“죄송합니다.”

“뭐가?”

“저 때문에 늦게 드시는 거 아닙니까?”

“어? 어. 뭐, 그렇기는 한데. 야, 됐어.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난 고기 별로 안 좋아해.”

“예.”


국자로 수프에 얼마 남지 않은 건더기를 싹싹 끌어 담았다. 시간이 지나 윗부분이 굳어 그런지 점성이 짙었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원래 이런 게 있었던가?

전생보다 기숙사를 빠르게 옮겼다. 전생에는 마나를 각성했어도 너무 미약해 그를 발현하지 못했다. 이번과는 달랐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페닉스를 따라 말했다. 그때 고기 조각이 날아왔다.


내가 아니라 페닉스의 뒤통수에.


고기 조작은 껌딱지처럼 그의 머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느닷없는 상황에 난 웃다가 식판을 쏟았다. 페닉스의 머리통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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