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군주는 귀환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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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호
그림/삽화
작하47
작품등록일 :
2021.05.12 11:21
최근연재일 :
2021.06.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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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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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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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8화 (헝그리 랜드 3)

DUMMY

-카가가가각!!!


마치 공간이 일그러지는 소리가 드래곤의 입에서부터 울렸다.


“어, 어?”


“뭐, 뭐야! 근접 공격이 아닌 거 같은데···.?”


드래곤의 입에서 터져 나오려는 검은 ‘기’를 보며 플레이어들이 뒷걸음질 친다.


“젠장! 마법사! 빨리 나한테 버프 걸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브레스에 준표가 앞으로 나섰다.


“하, 하지만 ···.”


“잔말 말고! 보면 몰라? 브레스잖아!”


준표가 그간 전투 끝에 겨우 정화시킨 피를 대량 뽑아낸다.


처음에는 신체에서 피를 끓어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혈스탯이 낮아 정화 속도가 늦긴 했지만, 그동안 공허에 축적해 놓은 피는 꽤 있었다.


“흐읍!!!!!”


준표가 피를 넓게 펼쳐 거대한 브레스를 막았다.


-콰아아아악!!!


드래곤의 입에서부터 뻗은 탐식의 기둥이 피와 맞닿으며 기괴한 소리를 흘린다.


마치 진공청소기가 쓰레기를 빨아들일 때와 비슷한 소리다.


“크흑 ···..”


넓고 두껍게 펴진 피의 장막이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섰다.


증발하듯 사라지는 피에 준표가 신음을 흘린다.


다른 사람들은 홀로 공격을 막고 있는 그를 보며 물먹은 벙어리 마냥 입만 뻐끔거릴 뿐이었다.


“뭐해! 어 그로 끌렸잖아! 빨리 가서 공격해!”


바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준표가 소리친다.


곤두선 핏줄들이 그의 기분을 말해줬다.


“아 ···. 아? 네!”


“빠, 빨리 가자!”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플레이어들이 주춤한 발걸음으로 드래곤을 향해 달려갔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이근수가 푸른 카타나를 뽑아든다.


별빛에 반사된 칼날에서 푸른 기(氣)가 감돌았다.


1차 개화 특성으로 <사무라이의 혼>을 개화한 그가 높은 근력 스텟을 디딤 발 삼아 하늘 높이 뛰어오른다.


하늘 높이 도약한 이근수를 서포트 하며 마법사들이 마력을 내뿜었다.


<파이어볼>과 <워터 볼> 등의 기본적이지만 마력 대비 가성비가 잘 나오는 공격들이 하늘을 채운다.


그 와중에도 이근수처럼 하늘 높이 도약할 수 없는 뚜벅이들은, 멀리서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들은 지금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근수의 푸른 카타나가 보스의 거체를 수차례 가격한다.


마력이 담긴 칼날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검기(劍氣)를 내질렀다.


-크아!!!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브레스를 쏘는 녀석의 입가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


“저, 저게 루키?”


보스의 몸에 올라탄 채 수차례 검격을 꽂는 이근수를 보며 뚜벅이(?)들이 감탄사를 흘린다.


준표 또한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약해지는 브레스를 느끼며, 이근수가 얼마나 재능 있는 플레이인가를 깨닫는다.


‘녀석 ··· 좀 치네?’


준표와 버금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지금까지 봤던 플레이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얼마 전 준표가 상대했던 악마교의 검사와 거의 맞먹는 정도?


몸을 휘감는 공격들에 보스가 맥을 못 차린 듯 몸을 비튼다.


“저, 저 정도면 해치 울 수 있겠는걸?”


그때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한 중년의 플레이어가 입을 열었다.


‘?’


바로 옆에서 들려온 죽음의 문장(?)에 준표가 눈을 나늘게 뜬다.


“야···. 그거 플레ㄱ ···.”


-카가각!!!


준표가 말을 하려는 순간 드레곤의 브래스가 끊겼다.


그리고 동시에 하늘에 떠있던 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쿠궁!!!


지축을 뒤흔들고도 남는 거대한 울림이 지면을 울렸다.


온몸에 검기의 흉터가 남은 드래곤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위에 서서 용맹하게 검을 위로 뻗고 있는 이근수를 보며 플레이어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우!!! 역시 청룡 길드의 루키다!!!”


“젠장!! 믿고 있었다고!!"


“해치웠다!!”


“이번 일이 끝나면 꼭 그녀에게 고백할 거야!!”


“···.”


드래곤이 바닥에 추락했다.


몸에 별다른 움직임도 없고, 극심한 데미지 또한 입었다.


하지만, 그런 시체도 되살릴 수 있는 마법의 문장들이 허공을 채운다.


“에이 .... 설마.”


그때였다.


쓰러졌던 드래곤의 부피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츠으으!!!


“시발 ···”


처음 슬라임의 형태로 돌아가듯 몸 곳곳에 붙어있던 탐식의 드래곤 들이 슬라임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꽤나 떨어져 있음에도 슬라임이 뿜는 악취가 몰려왔다.


“우욱 ···.!”


“콜록! 콜록! 이게 콜록! 무슨 냄새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헤, 해치운 건가?"


모두가 헛구역질과 토사물을 쏟는 상황 속에서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크오오오오!!!!!


녹아내리듯 부피가 줄었던 슬라임이 끔찍하게 울리는 괴성을 내며, 미끄러지듯 준표를 향해 다가온다.


부피가 줄었어도 그 크기는 아직까지 막대했다.


“뭐, 뭐야!”


“저, 저건 괴물이야!”


그 많은 공격을 받았음에도 살아있는 슬라임을 보며 플레이어들이 도망친다.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줬던 이근수조차도 방금 공격으로 힘을 다했는지, 허망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다시 살아난건 너희들 때문인 것 같은데 ···.’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슬라임을 보며 준표가 침음했다.


[공허가 묘한 적대감을 나타냅니다.]


그때였다. 한동안 언급이 없었던 ‘공허’가 메시지를 보네 온 것은.


“적대감? 갑자기?”


메시지를 본 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적대감’이라는 뜬금없는 단어.


정말 갑작스럽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것은, 또 다른 갑작스러움을 불러낸다.


“잠깐만 ···. 그러고 보니 아까 그 브레스 ···. 내 피를 파괴하지 않았어.”


준표가 손끝에서 느껴지는 확실한 감각에 눈을 가늘게 뜬다.


브레스를 막을 때 사용되었던 피가 브레스에 파괴되었다면, 피가 소멸되어 권속이 끊어져야 했다.


하지만, 피의 권속이 끊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뚜렷하게 느껴졌다.


슬라임으로부터 말이다.


뱃속이라고 하기에는 묘하고, 몸속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곳에서 피가 느껴진다.


준표가 아니라면, 아무도 눈치 첼 수 없는 그곳.


탐식(貪食).


준표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슬라임에게 다가간다.


슬라임의 거체에 깔린 나무들이 허무하게 쓰러진다.


거대한 슬라임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파괴를 위한 프레스가 아니었어 ···.”


진공청소기 같았던 브레스의 소음을 떠올린다.


그 나지막한 한마디를 뒤로 준표는 슬라임의 ‘탐식’ 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네가 왜 탐식의 드래곤 인지 ··· 이제 알겠네.”


슬라임의 몸 전체가 탐식을 통하는 입구란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슬라임의 탐식 속에 있는 피의 결속이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하니까.


혈스탯이 상승했기에 가능했다.


‘탐식’으로 들어온 준표가 몸을 움직인다.


몸의 모든 감각을 말소 시켜버릴 것 같은 짙은 어둠.


기름 같은 액체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털 끝 하나하나를 무언가 잡아당기는 감각이 든다.


준표의 ‘공허’와 비슷한 느낌의 공간이지만, 미세한 무언가가 차이 난다.


그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기운을 따라 ‘탐식’ 속을 걸어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메시지가 떠올랐다.


검붉은 ‘탐식’ 속에서 푸른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공허가 피식 웃음을 흘립니다.]


“대충 여기 어딘가에 녀석이 있다는 거지?”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공허가 피식 웃었다는 건, 탐식의 실체가 그만큼 별 볼일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탐식의 실체를 발견하는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허 ···. 저거야?”


모든 것의 원흉을 찾아낸 준표의 입에서 안쓰러운 실소가 튀어나온다.


조그마한 체구를 가진 한 소녀다.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는 서양의 피가 흐르는 마른 체구의 소녀.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한 탐식의 정체.


처음에는 한숨을 흘렸고.


그다음은 웃음이 났다.


하지만, 마지막은 몸이 미칠 듯이 떨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꼬마가 ... 이만큼의 탐식을 ···.”


작가의말

오늘도 찾아와 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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