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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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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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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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6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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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시험(2)

DUMMY

입학시험(2)


목을 움켜쥔 순간, 태성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힘을 줬다.

이번에 놓치면, 다음에는 더 잡기 힘들다.

아니, 아예 도망가버리겠지.

그러니 놓칠 수 없다.

놓칠 리가 없다.

태성의 왼팔이 부풀어 오르며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퓨마의 목에서는 뼈가 어긋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단하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남학생은 감탄과 함께 주저앉았다.

전투의 흥분으로 태성은 아직도 서서 목을 움켜쥐고 있었지만 남학생의 눈엔 보였으니까.

축 늘어진 퓨마의 꼬리가.

“끝났어. 죽은 것 같아.”

“···후욱 후욱.”

남학생의 목소리에 천천히 호흡을 고른 태성은 퓨마의 상태를 확인하고 손에서 그 시체를 놓았다.

“아오! 뒤질뻔했네!”

그리고 그대로 드러눕는 태성.

태성의 상태를 확인한 남학생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렇게 야만적인 싸움을 하는 녀석은 처음 봤네.

너무 야만적이어서 멋있어 보이잖아.

그새 조금 힘을 회복한 남학생은 먼저 일어나 태성에게 다가갔다.

완전히 녹다운된 태성보단 자신이 움직이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태성은 자신보다도 상처가 심하니까.

“고생했어.”

드러누워 있는 태성을 향해 손을 내미는 남학생.

그 모습에 씨익 웃은 태성은 그 손을 붙잡았다.

“아악!”

그리고 찾아오는 격통.

전투 중에는 이를 악물고 참았던 고통이었지만 역시 보통 상태에서 참는 건 무리였다.

“힐, 힐은 못써?”

“아쉽게도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수준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러면 그거라도 부탁하자.”

허릿심만으로 상체를 들어 올린 태성은 땅바닥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고통에 휘말리면 진짜 벗어나기 힘드니까.

주변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 컨디션이 흐트러지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태성이 냉정하게 스스로를 가다듬는 것을 본 남학생은 고개를 저었다.

대체 어떤 학교 출신인진 모르겠지만 자신과는 쌓은 기본부터가 다른 것 같다.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자, 난 마법과 입학생인 베르겐.”

“···베르겐?”

묘한 이름에 고개를 돌린 태성은 그제야 한국인과는 조금 다른 베르겐의 얼굴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디 출신?”

“아빠가 독일 출신 엄마는 한국인.”

“아하.”

혼혈이구나.

왠지 한국말을 겁나 잘하더라.

고개를 끄덕인 태성은 가볍게 주먹을 내밀었다.

“나는 강태성. 똑같이 마법과 입학생이야.”

“아 그래? 그럼 잘 부탁···.”

태성의 말에 웃으며 주먹을 마주하던 베르겐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이유는 하나.

“뭐라고?”

“뭐가?”

“어디 과라고?”

“마법과인데?”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태성의 모습에 베르겐은 고개를 돌렸다.

움켜쥐는 것만으로 뼈가 부러진 앞발과 목을 가진 시체는 다름 아닌 C등급 몬스터의 시체다.

아무리 내구성이 뛰어난 타입이 아닌 은신형 몬스터라지만···.

그래도 몬스터는 몬스터다.

그런 녀석과 육탄전을 해서, 힘으로 찍어누른 녀석이 뭐?

“···아무래도 고등학교 생활은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네.”

“그치? 테스트는 빡셀 것 같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베르겐의 묘한 시선을 알아채지 못한 태성은 웃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일단, 친구 하나는 사귄 것 같네.

넌 뭐 하고 있냐.


###


“훌륭하네요.”

“주어진 자료를 종합하는 것뿐이니 딱히 어려울 건 없었습니다.”

“그 어려울 게 없는 걸 못 해서 죽어가는 헌터가 연간 만 단위인데 말이죠.”

헌터의 사망률이 아무리 크게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모든 직업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직업은 헌터다.

그 원인의 대다수는 당연히 예상치 못한 변수.

하지만 완전한 이레귤러를 제외한 대다수의 것들은 철저한 검토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하기에, 돈 있는 프로들이 전문적인 서포터를 두는 것이고.

‘이 정도면 당장 웬만한 프로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도 되겠네.’

아마 들어가면 한 달 정도면 정규직이 될 거다.

예상치 못한 완벽에 가까운 답안지에 웃은 교사 김수화는 웃으며 도장을 찍었다.

“당신은 A클래스네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올해 처음 나온 A클래스 학생에게 한가지 특전을 주죠. 궁금한 게 있나요?”

웃으며 물어보는 김수화에게 규호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현재 마법과 학생들의 시험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 그쪽에 친구가 있나요?”

“예.”

“그러면 안심해요. 조금 다칠 순 있어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그건 전혀 안심이 안 되는 멘트인데.

죽는 위험이 다가올 정도의 난이도인가.

아마, 교사들이 지켜보면서 구해준다거나 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시험이겠지.

그렇다면···.

“몬스터의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오. 훌륭해요. 몬스터의 수준은 C등급이에요.”

몇 마디 대화로 시험의 방법을 유추해낸 규호를 칭찬한 김수화는 주머니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궁금해하는 것 같으니 한번 볼까요?”

“볼 수 있습니까?”

“예. 학생 자신도 모르는 재능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교사가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웃으며 태블릿을 만지던 김수화는 상당히 상위에 랭크된 학생의 이름을 읽었다.

“강태성?”

“태성이?”

“어머, 이 친구가 규호 학생이 말하던 친구인가 보네요?”

“예. 아마도···.”

동명이인이 아닌 이상 맞겠지.

규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수화는 망설임 없이 동영상을 눌렀다.

이미 상황이 정리된, 녹화형태의 영상이다.

그리고.

“···이건,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영상에 김수화는 얼빠진 얼굴로 영상을 바라봤다.

아니, 마법과 학생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실전 형식으로 시험을 치르는 건 마법과 뿐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마법과 학생이 맞을 거다.

그런데 이런 싸움 방식이라니.

아니 싸움 방식을 넘어 근력의 수준도 상당하다.

저 호리호리한 몸에서 나오는 거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의 악력.

‘마법인가?’

신체 강화계열 마법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지만···.

영상 어디에도 마법을 발동시키는 장면이 없다.

고작해야 고등학생 수준에서 마법 발동을 완전히 은닉시킬 순 없을 테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스킬이겠네.’

차분하게 상황을 읽은 김수화는 고개를 들어 규호를 바라봤다.

자신만만한, 아니 자랑스러워 보이는 얼굴.

친구의 선전이 기꺼운 거겠지.

하지만···김수화의 시선이 이번 마법과 반배정 시험의 시험관 이름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순간 규호가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A클래스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예상했던 질문이 나오자 김수화는 입을 다물었다.

또 막상 말하려니까 이게 참.

가볍게 헛기침을 한 김수화는 목소리를 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


“하하하하!”

“재미있으십니까?”

“암, 재미있고말고. 이런 녀석이 있으니까 학원장을 그만 못 둔다니까.”

비서인 남자의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학원장은 학생부를 펼쳤다.

일반고등학교 출신.

심지어 딱히 학원에 다닌 것도 아니다.

오로지 독학.

그리고 본능.

이 두 가지만으로 이런 성과가 가능한 것인가.

입꼬리를 올린 학원장은 마음에 든다는 듯이 웃었다.

“재미있는 건 이번 시험관이 그 녀석이라는 거지.”

이것 또한, 고난이리라.

“자, 보여줘라.”

네가 이미 깨어나 있는 영웅인지.

아니면···아직도 알 속에 갇혀 있는 영웅인지.


###


“끄으, 이제 좀 살만하네.”

“살만해졌다는 게 난 더 놀라운데.”

퓨마의 이빨이 박혔던 팔이다.

그랬던 팔이 고작 8시간 정도 만에 딱지가 앉았다 수준으로 치료되다니.

근육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 되먹은 뼈의 강도냐.

그림자 퓨마 정도의 치악력이면 살이 뚫리는 걸 넘어 안에 있는 뼈가 으스러졌을 텐데.

하긴 주먹을 휘둘렀던 걸 보면 뼈는 괜찮았던 거겠지.

근육의 회복력이 좋은 건···.

‘스킬이겠지.’

대충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인 베르겐은 나무 아래를 내려봤다.

태성의 조언에 따라 나무 위로 올라온 지 8시간.

그야말로 쥐죽은 듯이 있었다.

이따금 태성에게 마법을 걸어줄 때를 빼면.

“그림자 퓨마는 영역 개념이 확실한 몬스터 중 하나니까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

“8시간이면 슬슬 다른 몬스터가 올지도 모를 것 같아서 확인 좀 해봤어.”

“하긴, 슬슬 위험할 수도 있긴 하겠다.”

그림자 퓨마가 있던 영역에서 그림자 퓨마가 죽었다.

따라서 그림자 퓨마의 영역이 나무 위가 오히려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태성이다.

최소한 땅 위를 뛰어다니는 몬스터는 피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젠 어느 쪽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단 밥부터 먹을까.”

“안 내려가고?”

“얼마나 여기에 있어야 할지 모르는데 잠을 잘 수 있는 나무 위를 포기하는 건 아깝지.”

“사냥은?”

“사냥은 조금 천천히 해도 돼.”

아까 메고 올라왔던 가방을 뒤적인 태성은 시험 직전, 규호가 찔러넣었던 봉투를 꺼냈다.

고열량의 전투식량들이 가득 담긴 봉투.

그 봉투에 베르겐이 놀라자 태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서바이벌의 기본이지.”

내가 챙긴 건 아니지만.

규호의 배려에 속으로 한 번 더 감사한 태성은 전투식량을 적당량 꺼내 먹기 시작했다.

“일단, 한 사흘 치는 있으니까 먹으면서 생각하자.”

“···이게?”

아껴먹으면 일주일 분량은 되어 보이는데?

“요즘 운동을 해서 먹성이 좋아졌거든.”

부끄럽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인 태성은 먹을 걸 다 먹고 나서 손을 털었다.

“자, 그럼 자자. 내일부턴 먹을 걸 구할 사냥도 시작할 거야.”

“오케이.”

앞으로 벌어질 서바이벌에 대한 묘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뒤섞인 두 사람은 그렇게 나무 위에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씁?”

눈을 떠서 사냥 준비를 하던 두 사람은 그대로 강당으로 소환되었다.

힘겹게 나무를 부수고 쪼개서 만들던 덫의 재료들을 내버려 둔 채.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태성과 베르겐이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낮고 굵은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수고했다. 제군들.”

강단 위에 선, 180cm는 가볍게 넘어 보이는 강직한 얼굴의 남성.

몸도 상당히 다부진 것이 입고 있는 로브가 썩 어색했다.

아마 교사겠지.

“먼저, 시험의 끝을 알리도록 하지. 이번 시험에서 마지막까지 섬에 버티고 있던 것은 너희 10명뿐이다.”

교사의 말에 태성은 그제야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깔끔···하네.

자신과 베르겐을 제외한 열 명도 전부.

“먼저, 이번 시험의 가장 큰 규칙을 말해주도록 하지.”

학생들을 쭉 둘러본 교사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나, 마법으로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견뎌내지 못하고 도움을 받은 자들은 전부 E클래스다.”

교사의 말에 절망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교사의 평가 기준은 확실했다.

서로 협력해서 버텨냈지만 상처가 심해 포기한 자는 C클래스 이상, 이겨내고 버틴 이들은 B클래스 이상.

대략적인 시험의 규칙을 듣던 태성은 고개를 끄덕였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얘기대로라면 자신은 B클래스 확정 아닌가?

태성이 웃는 사이, 그에게 클래스가 적힌 학생증이 배부됐다.

그리고.

“···응?”

“엥?”

태성과 베르겐이 나란히 고개를 갸웃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두 사람의 학생증에는 나란히 E클래스가 찍혀있었으니까.


작가의말

좋은 밤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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