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밥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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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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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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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회색머리를 지켜보는 시선들(2)

DUMMY

"아하하하하. 그러니까 쌍둥이를 가게에 데리고 왔던 이안이 때문에, 샤리트가 이렇게 토라져있었던 거구만?"


샤리트의 권유에 따라, 마감 시간이 끝나고 찾아온 야식 겸 뒷풀이 자리. 테이블에서 유쾌한 웃음이 터졌다.


웃음을 터트린 이는 아지다하카. 마감이 끝나고 뒷풀이 타임이 시작되자 마자, 오늘 역시 귀신 같이 냄새를 맡고 찾아온 아지다하카였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거기다가 오늘 가게를 찾은 아지다하카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니, 왜 굳이 나까지 데리고 와서..."


아지다하카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드래곤'이 꿍얼거렸다.


수수한 갈색 롱헤어에 마찬가지로 수수한 갈색 눈동자. 하지만 드래곤답게 아주 단정한 극강의 이목구비. 드래곤 암피테르였다.


경위를 듣자하니, 마침 마실 삼아 메인 스트리트를 지나고 있을 때, 느닷없이 아지다하카에게 팔을 붙잡혔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질질 이 자리에까지 억지로 끌려왔다고 한다.


성격이 수더분하고, 수수한 드래곤의 대표주자인 암피테르. 아마, 그 성격답게 텐션이 높은 아지다하카의 억지를 강하게 뿌리치지 못한 탓이었겠지.


여하튼, 이렇게 조그만 목소리로 투덜대며, 자신의 몫인 칵테일을 조심히 홀짝이고 있는 암피테르였다.


복장은 잠깐 마실을 나온 사람답게, 하얀색 얇은 원피스에 분홍색 가디건, 그리고 하얀색 삼선 슬리퍼를 발에 걸치고 있는 모습이다.


"하하하. 뭐 어때, 암피테르! 오랜만에 이렇게 샤리트 얼굴도 보고 좋잖아?"


"으응.. 뭐, 그렇긴 하네...."


잠깐 시선이 마주치자, 스윽 눈길을 피한다. 샤리트는 암피테르의 이 미지근한 태도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머. 암피테르님은 제가 반갑지 않으신가 봐요?"


표정이 영 그렇지 못하네요. 잔을 집어들며 슬쩍 말을 흘렸다.


암피테르는 이 말에 화들짝 놀라 흠칫 어깨를 떨었다. 샤리트의 입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암피테르는 허둥지둥 시선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 타이밍에 벌떡 아지다하카가 일어섰다. 일어선 아지다하카는 만면 가득 미소를 머금고, 굳어있는 암피테르의 어깨를 철썩 철썩 두드렸다.


"에이이~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다고 너무 빳빳히 굳어있는 거 아니야, 암피테르?"


"으,으응.. 내가 조금 그랬지..?"


이렇게 아지다하카가 스리슬쩍 끼어들어, 처지는 분위기를 다시 살리기 시작했다.


"자자, 그러면 모두 다 같이 건배! 짜안~~!!"


"""짠~~!!"""


금방 쾌활한 웃음이 다시 살아났고, 종업원들도 그제야 편한 자세로 저마다 술잔을 나누며 잡담을 떨기 시작했다.


아지다하카는 그렇게 솔선수범 분위기를 띄운 다음, 다시 털썩 자리에 앉았다.


"샤리트, 그래서 어땠어. 그 쌍둥이들을 직접 만나본 소감."


"괜찮았어요, 애들은."


"역시 그렇지? 나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릇 자체는 나쁘지 않은 새싹들이라고 생각했거든. 아니,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지. 아주 준수한 유망한 새싹들이야."


"아지다하카님도 그렇게 보..."


"우왓! 그런데, 이 카나페 엄청 맛있는데!? 이거 샤리트가 만든 거야!?"


"........"


진지한 대화가 몇분 계속 이어지지를 않는다.


역시, 이 드래곤과는 진지한 대화 자체를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샤리트는 생각했다.


"제가 만든 건 아니고, 이 카나페는 세희가 만든 거에요."


어쨌거나, 샤리트도 한숨을 폭 내쉬곤, 앞에 있는 카나페를 쏘옥 입 속에 집어넣었다.


바삭한 크래커의 식감과 탱글탱글한 새우살. 케찹과 담백한 계란의 풍미가 한데 어우러져 입 속을 즐겁게 했다. 역시 날이 갈수록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세희의 작품다웠다.


만족스럽게 그 풍미를 다 즐긴 다음, 샤리트는 스윽 맞은편에 있는 암피테르를 흘겨봤다.


여전히 손에 들린 칵테일만 쭈뼛대며 홀짝이고 있는 암피테르. 샤리트는 카나페를 하나 집어 들어, 그것을 불쑥 암피테르에게 내밀었다.


"그렇게 빈속에 계속 술만 드시지 말고, 이것도 한 번 드셔보세요."


"아...!"


당황하면서 무어라 입을 뻥끗거리려 하는 암피테르의 입에 쏘옥 카나페를 밀어넣었다.


한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황하던 암피테르. 하지만 이내 암피테르의 볼이 사르르 풀어졌다. 발그레 얼굴에 홍조까지 돌고 있었다.


그 반응에 샤리트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어때요, 드실만 하세요?"


"으,으응.. 너무 맛있는데..!?"


"후훗.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깐, 천천히 즐기세요."


"응! 고마워. 샤,샤리트.."


샤리트는 웃는 낯으로 그렇게 카나페가 담긴 접시를 슥 암피테르에게 밀어줬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아지다하카. 아지다하카는 접시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이때 갑자기 짝! 손뼉을 쳤다. 잊고 있던 무언가가 방금 막 떠올랐다는 표정이다.


암피테르가 깜짝 놀라 아지다하카를 쳐다봤고. 그리고 샤리트도 아지다하카에게 고개를 갸웃했다.


"아. 미안, 미안. 갑자기 잊고 있었던 게 하나 떠올랐거든. 하하.."


"잊고.. 있었던 거요?"


샤리트는, 굳이 이 타이밍에? 라는 눈빛을 했다.


아지다하카는 소주잔을 들면서 잠깐 이쪽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아니, 아니. 계속 이안이 얘기를 하니깐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원래 이안이가 마셨어야 할 용혈은 리바이어던님께 아니라, 사실 암피테르의 용혈이었었다며?"


"...그건, 어디서 들은 얘기죠?"


암피테르가 흠칫 몸을 떨고, 샤리트는 싱긋 웃었다.


아지다하카는 소주를 확 목으로 넘기고 말을 우물거렸다.


"그냥, 뭐.. 길드 사람들한테 들은 얘기지. 딱히 특정 인물에게 들은 얘기는 아니야."


아무튼, 암피테르는 이점 어떻게 생각해? 아지다하카가 눈동자를 굴렸다. 물론 어쩔줄 몰라 하고 있는 암피테르에게.


"이안이는 정말 멋진 아이야. 나도 이안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암피테르는 아깝지 않아? 그런 인재를 눈 앞에서 놓친 거잖아. 이안이가 네 용혈을 품고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재미있다는 듯 눈을 가늘게 좁히는 아지다하카였다.


샤리트는 그 앞에서 말 없이 팔짱을 꼈다. 그리곤 조용히 눈꺼풀을 내려감았다.


순간, 둘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아지다하카와 암피테르가.


"나,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리바이어던이 그 이안이란 아이를 선택하고 싶었다면, 당연히 그 이안이란 아이는 리바이어던이 하고 싶은대로 해야지..!"


응, 그게 맞는 거야! 암피테르가 뻘뻘 땀을 흘리며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아지다하카도 괜히 종업원들에게 술잔을 돌리기 시작하며, 이쪽을 쳐다보지 않으려 애써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잠시후, 샤리트는 다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방금 암피테르님의 그 말씀, 리바이던님도 아마 기뻐하실 거에요."


"으,으응! 그랬으면, 좋겠네..!"


"그건 그렇고.. 아지다하카님?"


"아, 네,넵! 무슨 일이십니까요?"


"어라. 왜 그렇게 긴장하시는 거죠. 제게 무슨 잘못한 일이라도?"


"주,주제도 모르게 제가 감히 이안이를 들먹였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딱 차렷 자세로 꾸벅 고개를 숙인다.


샤리트는 그만하고, 어서 앉으라고 손짓한 다음 아지다하카의 빈잔에 이슬을 채워줬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잔을 내미는 아지다하카다.


"저기, 아지다하카님. 그래서 얘기를 되돌려서 쌍둥이들 말인데요.."


"어, 어어.. 에블리스들 말이지. 에블리스들이 왜..?!"


"그게 쌍둥이들을 따라다니는 그 불운, 그 불운은 어떻게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은근히 운을 떼봤다.


아지다하카는 이에 멈칫하더니, 왠일로 심각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후, 아지다하카는 어렵사리 입을 뗐다. 샤리트, 세희, 퓌르와 프노에, 암피테르까지 모두가 아지다하카를 주목하는 가운데, 손에 들린 잔을 만지작거리면서 아지다하카가 말했다.


"더 큰 불행.. 응, 더 큰 불행을 한 번에 몰아준다면 당분간은 불운이 조금 덜 하지 않을까..?"


불운 자체를 원천 차단해버리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계속 이어지는 그 불행을 한 번에 당겨와서 잠시 잠재운다. 아지다하카가 고민 끝에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계속 범람하는 물을, 더 큰 파도로 때려 한 번에 잠재워 버린다. 그야말로 강경책 중의 강경책이었다.


암피테르는 말도 안된다며 입가를 가렸지만. 샤리트는 큰 반응 없이, 묵묵히 잔에 담긴 이슬에 반사되는 자신의 얼굴을 내려봤다.


술자리는 계속 이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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