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헌터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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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르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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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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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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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0화 [마석 탈환 작전 (3)]

DUMMY

* * *


“으아, 미친 놈아!”


홍준기가 속도도 줄이지 않고 원형교차로를 돌며 통과하자 메고 있던 가방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이 녀석은 신호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좌회전 신호에서 직진을 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 막 신호를 받고 출발하는 차들 사이를 종으로 돌파하여 질주한 적도 있었고,


횡단보도에 멀쩡히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간 적도 있었다.


“행님, 이렇게 안 하면 배달 못합니더.”


“누가 너한테 지금 배달하래!”


“하긴, 제가 추월해버리면 안 되지 말입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어어, 근데 저 자식 갑자기 어디로 가냐?”


저 앞에서 3차선으로 쭉 가고 있던 흰색 아우더가 갑자기 깜빡이도 켜지 않고, 왼쪽 차선을 넘어가더니,

밀집된 차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간격을 유지하며 1차선까지 이동하였다.


“야, 큰일 났다. 좌회전하려나 본데. 저거 어떻게 따라잡냐.”


나는 홍준기의 뒤에서 다급하게 외쳤다.


벌써 흰색 아우더는 정지선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타고 있는 바이크는 아직 3차선에 있었기에 아우더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형님, 단단히 붙잡으십시오.”


홍준기가 장난기를 뺀 목소리로 말했다.


’잡기 싫어도 안간힘을 다해 꽉 잡고 있다고.‘



홍준기는 바로 앞쪽에 달리는 버스의 왼쪽 옆으로 바짝 붙더니,


2차선과 3차선을 가르는 차선 중앙을 가로질러 쭉 달리기 시작했다.


’시발, 그냥 눈을 감아야겠다.‘


눈을 감으니 오히려 상상력이 증폭되어 더 아찔한 느낌이었다.


중학교 때 원형 안전바에 몸을 맡긴 후 70m 높이에서 바닥까지 뚝 떨어지는 자이르드랍이라는 놀이기구를 탔던 적이 있었다.


당시 ’금방 끝나네.‘하며 호기롭게 탔다가 3초가 30분 같았던 상대성 이론을 몸소 체험하는 경험을 하며 한동안 멍하니 눈이 풀려있었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이 딱 그때의 느낌과 같았다.


바이크 속도가 준 것을 느끼고, 서서히 눈을 뜨자,


“행님, 혹시 눈 감으신 것 아니지예? 헌터가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떡합니꺼.”


홍준기가 피식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아직 게이트 돌면서 공중에서 낙하할 일은 없었다.”


“행님, 그게 무슨 말입니꺼. 공중에서 낙하하다니여.”


“아무것도 아냐.”


아찔한 순간을 겪기는 했지만, 덕분에 흰색 아우더의 뒤를 바짝 쫓을 수 있었다.


아우더를 따라 해안도로에 진입한 이후로는 추적이 수월했다.


아우더는 계속하여 직진하더니 대형 크레인과 수많은 컨테이너가 보이는 부두 근처에 정차하였다.


아우더가 정차하는 것을 보고, 홍준기도 적당히 구석진 곳에 바이크를 세웠다.


나는 바이크에서 내린 후, 안 들키게 조심하라는 뜻으로 홍준기에게 사인을 보냈다.


홍준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에 있는 파란 컨테이너 뒤로 몸을 숨겼다.


흰색 아우더의 운전석 문이 열렸다.


선글라스를 쓴 거구의 남성이 배낭을 한 손에 든 채로 주변을 돌아보며 아우더에서 내렸다.


남성이 들고 있는 배낭은 내가 가지고 왔다가 싸구려 검을 넣어 홍준기에게 전달해준 그 배낭이었다.


’아예 저기에 마석까지 넣었나 보네.‘


아무래도 이 근처에서 거래자를 만날 모양인 듯했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게이트 안도 아니고, 단순히 싸움으로는 저 녀석을 상대로 승산이 없었다.


나는 들고 온 가방에서 도끼를 살며시 꺼냈다.


거구의 남성은 이제 아우더에서 5미터 정도 떨어져서 바다가 보이는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도끼를 든 채 등 뒤로 하여 보이지 않게 하고, 거구의 남성 뒤를 조심스럽게 쫓았다.


거구의 남성이 멈춰 서더니 배낭을 한 손으로 들쳐메고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더니 담배를 꺼냈다.


’바로 지금이다.‘


나는 도끼를 잡은 오른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도끼날이 햇빛에 비쳐 반짝거렸다.


나는 잠시 반짝거리는 도끼날을 감상한 후에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내리쳤다.


삐삐 삐삐 삐비비비비삐-


아우더의 경보음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아우더의 오른쪽 헤드라이트는 도끼에 찍혀 제대로 박살이 나 있었다.


“야, 시발, 너 뭐하는 새끼야.”


거구의 남성은 경보음을 듣고, 뒤를 돌아보다 망가진 헤드라이트를 보며 외쳤다.


그 순간이었다.


홍준기가 날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다가가 남성에게서 배낭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자동차가 박살 나고 배낭까지 빼앗기자 거구의 남성은 선글라스를 떨어뜨리고는 입을 떡 벌리고, 벙찐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검은색 바이크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있는 홍준기의 뒤로 올라탔다.


올라타자마자 바로 홍준기로부터 배낭을 건네받고, 등에 걸친 후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바이크의 시동 소리는 너무나도 경쾌해서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 * *


“일단 여기 세우고, 배낭 안 좀 확인해보자.”


내가 말하자 홍준기가 바이크의 시동을 끄고 세웠다.

바이크로 정신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부두 근교의 한 공원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점심 후 퇴근 전 시간이라 그런지 지긋이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만 종종 있을 뿐 꽤 한산했다.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어깨가 아프도록 꽉 동여맨 배낭끈을 느슨하게 한 후 배낭을 풀어 다리 사이에 놓았다.


배낭 지퍼를 여니 싸구려 검의 칼자루가 보였고, 그 아래로 반짝이는 육각형의 결정들이 보였다.


마석이었다.


나는 배낭에서 싸구려 칼을 꺼내 바닥에 대충 던져놓고, 마석을 꺼내 확인했다.


“형님, 그런데 제가 가져왔을 때와 개수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뭐, 개수가 다르다고?”


“네, 형님. 파랑색 마석이 2개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 파랑색. 난 또 뭐라고,”


“형님, 지금 웃으시는 겁니까?”


“그래. 웃는다.”


나는 그윽하게 빛나는 검은색 마석을 손에 들고 말했다.


파랑색 마석은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네다섯개의 파란 마석들 안쪽에 있던 이 검은색 마석.

A급 이상의 게이트에서도 가끔씩 발견된다는 검은색 마석. 외부에서 거래하면 10억의 가치를 지닌다는 이 마석.


이거 하나면 길드를 만들 수 있다.


보면 볼수록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마석의 신묘함을 한껏 느끼고 있을 때,


“형님......!”


홍준기의 목소리가 들렸고, 뒤를 돌아보려다가


퍽-


묵직한 것이 내 뒤통수를 때렸다.


귀가 먹먹했다.


앞이 캄캄했다.


’시발‘


* * *


-철썩


희미하게 파도 소리가 들렸다.


온몸이 노곤했다. 이대로 더 자고만 싶었다.


다시 잠에 오려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스파크가 일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래, 나, 가격당했지‘


정신이 바짝 들어 눈을 떴다.


눈앞에는 출렁이는 바다와 저 멀리 도시의 풍경이 보일 뿐이었다.


일어서려고 했으나 손과 발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소리를 외치려고 했으나 입이 열어지지 않았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눈을 이리저리 굴린 다음에야 상황파악이 되었다.


나는 팔이 뒤로 젔힌채로 기둥에 손목이 묶였고, 두 발목도 서로 단단하게 포승줄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간만에 듣는 더럽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친구, 이제 좀 정신이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 입을 막고 있는 테이프를 거칠게 떼어냈다.


입이 찢어질 듯이 쓰라렸지만, 그것은 지금 뇌리에 솟구치는 감정을 방해할 수 없었다.


내 머리를 지배했던 여러 의혹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그런데 타이밍이 정말 개 같았다.


“진! 호! 성!”


내가 처절하게 외치자 진호성이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고, 바로 발길질이 날라왔다.


복부에 강한 통증을 느끼며 콜록거리다가 앞을 보니,


히죽히죽 웃고 있는 진호성의 옆에는 오른쪽 뺨에 상처가 있는 남성이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태백 길드 S급 헌터, 박병준.‘


헌터 사무소에 오기 전, 이 둘이 사빈 타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제기랄, 어쩐지 둘이 작당 모의를 하더라니.‘


진호성은 내 앞에 쭈그려 앉아 호기심 어린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친구,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 몰랐네.”


진호성의 빈정거리는 태도가 내 감정을 더 증폭시켰다.


“너, 이 개새끼, 네가 다 계획한 거지. 도어락의 번호를 알려준 것도, 마석의 위치를 알려준 것도. 그리고”


“그리고 스완을 찾으라고 한 것도.”


진호성은 내 말을 가로채면서 갑자기 싸늘한 표정을 하며 다시 말했다.


“유진성, 스완은 어딨냐?”


’스완, 이 자식의 진짜 목적은 마석이 아닌 그 검인 모양이었다.‘


“난 스완이 뭔지도 모르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설사 안다 해도 니깟 놈에게,”


또다시 복부에 발길질이 가해졌다.


박병준이었다.


’시발, 진짜 뒈질 것 같네.‘


진호성은 내 코앞까지 재수 없는 얼굴을 들이밀며 속삭였다.


“진성아, 부산 바닷물이 꽤 차갑다.”


그러더니 박병준을 보고 눈짓을 하였다. 박병준은 두 손으로 나를 번쩍 들었다. 바다로 처넣을 기세였다.


나는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체념했다. 그동안 살면서 인상 깊었던 추억들이 주르르 스쳐 갔다.


-퉁


내 몸이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차갑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박병준이 저쪽에서 배를 부여잡고 쓰려져 있었다.


그리고 내 바로 앞에서는 진호성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거구의 남성이 기타케이스를 멘 채로 진호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 찰나의 순간,


거구의 남성은 기타케이스를 열고, 굵직하고 긴 무언가를 꺼냈다.


기타를 잘 모르는 나도 그것이 기타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굵직하고 긴 무언가는 진호성의 귀를 스치고, 쇠로 된 벽 안에 깊숙이 박혔다.


백조가 날갯짓을 하는 듯한 모양의 손잡이에 은은하게 빛나는 검은색의 긴 칼날.


그 칼날의 시작 부분에는 직접 손으로 새겨 넣은듯한 문구가 적혀있었다.


‘BLACK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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