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환자가 이 세계 신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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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율무
작품등록일 :
2021.05.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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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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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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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거점 - 2

DUMMY

동굴의 첫날 밤은 생각보다 아늑했고 야외에서의 야영보다는 훨씬 더 좋은 상황이었던 것은 확실했다. 어두운 동굴은 라이트 마도구가 있어 밝게 비추고 있었고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들이 나오며 얼추 정리된 동굴은 제법 구실을 갖춰 아지트의 느낌이 물씬 났다.


“오! 이것 봐요! 마력석이 여기 있어요!”


구석에 깊이 숨겨져 있던 작은 상자 안에는 영롱한 푸른색을 띠며 엄지손가락만 한 마력석들이 7개가 들어있었다.


“와! 파이야 잘했어! 그 정도 마력석이면 라이트 마도구 사용하는 데는 충분하겠다!”


마력석은 건전지랑 비슷한 원리인 것 같았다.


그렇게 모두 아침부터 분주하게 정리를 마저 진행하며 거점답게 꾸미기 시작했다.


이런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생명 에너지 잔량을 확인해보니 64% 점점 회복속도가 늦어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조금 더 기다렸다가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괜히, 섣부르게 사용했다가 또 응급실행이야···’


정말 지난 3일 동안 무슨 생각으로 사용했는지 다시 한번 후회하며 고개를 들어 자아 성찰을 했다.


‘좋아 아침은 이 정도로 확인했고, 이제 나가볼까.’





***




끼익-.


문고리를 돌리며 방 안에서 나왔다. 시계를 보니 8시 40분, 남들은 출근으로 바쁘다 학교다 다들 바쁜데 그저 방구석에서 있는 내가 다시금 초라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아침 드라마를 보고 계시던 엄마가 내가 나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셨다.


“일어났어?”


“네.”


자연스럽게 정수기 앞으로가 물을 마시며 밤 동안 칼칼해진 목을 적시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오늘 문자왔더라, 다다음주에 병원 정기검사 있는 거 알지?”


“아 벌써 그렇게 시간이 됐어요? 근데 검사받아도 뭐 알 수 없는데 굳이 받아야 하나.”


“그렇다고 검사 안 받으면 되니? 너 저번도 그렇고 요즘 잠도 부쩍 많아진 것 같은데 이건 절대 엄마가 양보 못 해, 무조건 받아!”


나의 말에 엄마는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나와 드라마를 번갈아 보시며 이야기하시며 나를 째려보고 계셨고 드라마도 아침드라마답게 김치가 날아다니며 집안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내용이 보이는 것을 보였다.


“아.. 알았어요.”


“그래, 조금만 기다려 이거 곧 있으면 끝나니까 아침 금방 차려줄.. 어머 어머 저 남자봐라? 바람피우고 집 나가고 아주 그냥 김치로 때릴 게 아니라 확 그냥 사시미로 잘라야지!”



고조되는 엄마의 모습에 조용히 식탁 의자에 앉아 이 세계의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 보면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휴 썩을 놈, 너는 나중에 저러면 엄마한테 죽는다. 그러니까 시현이한테 잘해.”


“네? 갑자기 시현이가 왜 나와, 그때 친구 이상도 아니라고 말했잖아요.”


“그래그래, 오늘은 뭐 밥 먹고 할 거 있니?”


“딱히.. 없긴 한데 왜요?”


“아니 그냥 요즘 맨날 방에만 있길래 저번처럼 바람도 좀 쐬고 하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랬지, 약은 좀 꼬박꼬박 챙겨 먹고.”


걱정하시는 꾸짖음에 그냥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요즘 뭘 그리 보는 거야.”


밥을 다 차려주신 후 휴대폰만 죽어라 보고 있는 것이 궁금하신 듯 옆에 오셔서 무얼 하는지 보시더니 갸우뚱하시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시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큼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화면도 안 켜놓고 뭐 하는 거야? 아들 어디 안 좋아?”


진심으로 걱정하는 엄마의 말에 나는 다시 휴대폰을 뒤집으며 화면을 다시 확인해보았지만, 여전히 파이와 일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는 것을 보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거짓말을 했다.


“아아,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이걸로 게임도 하고 지금은 그냥 연락 온 거 있나 하고 화면 본 거였어.”


너스레를 떨며 이상하게 넘기자 정말 걱정되는 듯한 표정으로 더 이야기하시려는 엄마를 나무라며 상황을 넘겼다.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오니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방 안에서는 켜져 있는 노트북 화면이 유독 눈에 띄었다.


“어디.. 오랜만에 한 번 볼까?”


공모전을 준비하기 위해 써 내려갔던 글을 보았다. 조용히 폴더에 하나하나 쌓아두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늘 조금씩 써 내려갔던 글자들이 모여 4편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뒤라 이어서 쓰기에는 어렵게 느껴졌고.


그렇게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 내가 새롭게 겪고 있는 지금 일들을 적어가고 정리하며 파이 일행의 모험담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벌써 몇 시간이 흘렀을까 오랜만에 글에 집중하니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뭉쳐있는 근육들을 풀어주었다.


“하.. 쓰고 보니까 생각보다 내용이 많네.”


마지막으로 폴더의 제목을 수정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이 세계 생존자들의 이야기]


제목의 감각이나 글의 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 자신이 정리하고 적은 글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어 배터리의 잔량도 확인하고 일행들이 무얼 하는지 보며 편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때였다.


똑, 똑.


“저녁 먹자.”




***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


도적들이 사용했던 것 같은 도끼로 두꺼운 나무들을 쌓아 올린 마크가 거친 숨을 내쉬며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을 닦으며 서 있었다.


“마크 아저씨 정말 수고 많았어요!”


파이가 자신의 얼굴만 한 컵에 물을 한가득 담아 마크에게 갖다주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이 꼭 배우 마동식의 맥주 CF처럼 느껴질 정도로 보는 사람들마저 침을 꼴깍 삼키게 했다.


“크! 물 고맙다 파이야. 진도 말한 대로 구석에 잘 쌓아놨구나.”


마크의 말에 진은 별거아니라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정해진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거 녀석 숫기 없긴, 죄송해요. 마크씨 아들 녀석이 요즘 사춘기인 것 같네요.”


“하하, 뭐 저때 다 저러면서 크는 거죠. 내일이면 입구 쪽에 울타리도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식사하세요! 오늘은 제가 잡아 온 사슴 고기입니다!”


능숙하게 정육이 된 사슴고기가 먹기 좋게 분류되어 한 곳에 잘 놓여있었고 가죽은 동굴 벽에 걸어 말려놓고 있었다.


“진짜 제이 언니 짱!”


“정말요, 어떻게 사슴을 잡으신 거에요?”


“아, 여기 상태가 꽤 괜찮은 활이 있어서 사용해봤는데 운이 좋았네요.”


“와, 정말 멋있어요!”


루나와 파이가 제이를 칭찬하며 제이를 향해 동시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제이의 말대로 파여있던 동굴 중 하나를 정리하는데 창고로 쓰였던 곳인지 여러 무기나 도구들이 있었고, 도구들은 다행히도 사용할만한 것들은 많이 없었지만, 중간중간에 한두 개 정도는 쓸만한 것들이 나와줬다.


“그나저나 여기 동굴이 생활하기가 좋네요, 주변에 강도 흐르고, 동물들도 많고.”


베라는 생각보다 괜찮은 동굴 라이프에 만족하는 듯 사슴 스튜를 그릇에 담아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이야기했다.


“주변 순찰도 다녀봤는데, 다행히도 크리퍼나 위협이 될 만한 동물들이 없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도적들이 그래서 여기를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었구먼.”


제이의 말에 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과거 동굴을 사용하던 도적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의미심장하게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겠지만요.”


마크는 작업을 마친 나머지 나무를 쌓아 올리고는 베라가 준비한 스튜를 받으며 자리에 앉아 식사하기 위해 앉았다.



“자 파이야, 이 수프는 신님께 갖다 드리고 오렴.”

그릇에 고기는 한눈에 봐도 엄청 많아 보이는 양이었다. 그 그릇을 조심히 들고는 행여 흘리지 않도록 하려고 살금살금 걸어가며 어느 한 곳에 멈춰 섰다.


네모반듯한 돌이 있고 붉은색으로 엉성하게 칠해진 돌멩이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설마 저게 나야?’


하는 생각에 파이의 행동을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붉은 돌멩이에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신님 요즘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니 걱정이 되긴 하는데, 저희 보고 계신 거 맞죠?”


귀여운 파이의 기도를 듣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 이거 이렇게 기대하는데 안 할 수도 없고.’


[영향] 능력을 사용하여 돌멩이를 만지자 밝게 빛이 나기 시작하며 생명 에너지가 쑤욱 빠져나갔다.


그리고 한동안 울리지 않았던 휴대폰이 진동을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을 확인하기 위해 꺼내 들었다.


[김 신의 사당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신도 : 6명]


그리고는 깨알같이 밑에 신도의 수에 따라 생명 에너지의 충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라고 쓰여 있는 것 같은데, 아까하고 달리 크게 빨라진 것 같지 않다.


“와!! 여러분 이거 봐요! 신님이 오셨어요!”


파이가 붉은빛을 은은하게 내뿜고 있는 돌멩이를 가리키며 사람들에게 외쳤고 그에 사람들은 모두가 사당 앞으로 와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근데 진은 하는 둥 마는 둥 주변 시선을 신경 쓰며 멀뚱히 서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런 진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기도를 마치고 자신들의 음식이 담겨있는 그릇이 있는 자리에 앉아 식사하기 시작했다.




***



“으으!! 하~.”


힘차게 기지개를 피며 아침을 시작했다. 평소하고 다르게 조금 더 개운함을 느꼈는데 아마도 어제 있었던 일이 조금 영향은 있었던 것 같다.


생명 에너지의 잔량은 89%.


“똑같네?”


아마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했나 어찌 됐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 건 맞으니 일어나자마자 노트북에 앉아 어제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며 글로 마무리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휴대폰을 켜 놓은 채 같이 아침을 맞이하는 일행들을 지켜보았다.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파이가 따뜻하게 데워진 수프와 깨끗한 물을 놓고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었다.


참 고마웠다.


철컥-.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며 아버지가 출근하시는 것 같았고 곧이어서 티비가 켜지며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 엄마의 흥얼거리는 허밍이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적고 있던 내용을 마무리 지으며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어어 그래 잘 잤어? 배고프지? 기다리렴”


나의 아침 인사에 엄마가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정말 오랜만의 아침 인사를 건네는 아들의 모습에 내심 기분이 좋으신지 부르시던 허밍을 이어 부르시면서 부엌을 향해 가셨다.


“그나저나 웬일로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냥, 오랜만에 기분이 좋네요.”


“그래? 궁금한데 무슨 일이야. 시현이한테 연락이라도 왔니?”


“아이 좀! 아니라니까.”


나의 반응이 재밌으신지 엄마가 깔깔거리시면서 국과 반찬을 준비해주셨다.


“아님. 말고! 시현이는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착각입니다.”


그렇게 한 명만 재미있는 아침 식사가 이어졌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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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정원교
    작성일
    21.05.19 07:43
    No. 1

    추천, 작가님 오늘도 어제처럼 화이팅..^^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8 108소설
    작성일
    21.06.14 08:33
    No. 2

    일본만화 제목이 생각 안나는데 내용이 비슷하네요.
    백수 히키코모리 남자가 PC게임 인줄알고 하다가 신 취급 받고 공물 받은 것은 택배로 배달되고
    거기서는 신관 말고 엘프 약사가 나오는 데 줄거리가 아주 비슷함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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