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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슬기로운 조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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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홍석
작품등록일 :
2021.05.12 12:22
최근연재일 :
2021.06.24 21: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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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154

작성
21.05.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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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나는 조폭 그리고 경찰이다

DUMMY

나는 조폭이다.

한때 나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황소만 한 덩치들과 한데 뭉쳐 밤거리를 누비면 행인들이 슬금슬금 피했고, 행여 눈이라도 마주치면 큰일이라도 당할 것처럼 즉시 내리깔았다.


‘천하를 발밑에 꿇린 것 같은 기분. 정말 짜릿했었지.’


그러나 나는 지금 두려움에 손을 벌벌 떨고 있다. 구멍가게 옆 색 바랜 공중전화 부스의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가 놓쳤을 정도였다. 잠시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집마다 마당에 내놓은 어구를 비롯해 방파제 안으로 들여놓은 통통배 등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거친 바닷바람에 삭아 보이는 어촌 마을. 어디서도 부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 초라한 어촌 마을은 그런대로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내 심장은 고즈넉한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젠장, 왜 이렇게 된 거지? 세상 무엇도 두려울 게 없던 내가.’


자문했지만 실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정답은 너무나도 뻔했으니까.


나는 조폭이다.

그리고 나는 경찰이다.


나는 조폭이지만 경찰이기도 했다. 10년 전, 경찰 신분으로 비밀 임무를 받들어 조직세계에 잠입해 조폭이 되었다. 지난 세월 큰 공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특별히 위기랄 것도 없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잠입수사를 하다 보니 내가 경찰인지 조폭인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싫었던 주먹질과 점점 늘어가는 몸의 상처도 나중에는 인이 배겨 그저 일상처럼 느껴졌을 따름이었다.


‘그 전화, 거기서부터 편안한 일상의 균열이 시작되었지.’


***

“네가 준우냐?”

“네, 총수님. 준우 맞습니다, 총수님.”

“너 아주 야무지다는 얘기가 자자하더라. 구리 촌구석에 은퇴해서 뒷방 늙은이 된 지도 오래인데 우리 집 뒷방까지 소문이 떠들썩해. 그래, 얼마나 잘난 놈인지 얼굴 한 번 보자.”


서울을 통일한 폭력집단의 대명사, 신문지상에서 하도 떠들어대 초등학생도 다 아는 통합 신세기파. 그 신세기파의 총수인 김종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것도 이 바닥에서 최고의 칭찬으로 통하는 야무지다는 얘기와 함께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까지.

기분이 좋다기보다 얼떨떨했다.


‘나 같이 칼받이나 하는 말단 직원 따위는 신세기파에 수천 명도 넘어. 그런데 천하의 보스가 날 어떻게 알고 전화를 주냔 말이야.’


의혹은 잠깐이었다. 뭐든지 자기한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되는 사람의 간사한 본성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진짜 내 이름이 김종수 귀에 들어갔을 수도 있어. 저번 밀키웨이 룸살롱 접수할 때 내가 봐도 날아다녔지. 그날따라 주먹이 퍽퍽 급소에 잘도 꽂히더라니까. 내 손에 떨어진 애들만 셋은 넘었을걸.’


자꾸만 내 용맹을 전해 들은 김종수가 내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도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흘러갔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지난 10년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나를 파견한 경찰에 민망할 정도로 고급 정보는 하나도 입수하지 못했다. 조직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고급 정보에 접근할 권한도 생길 텐데 이건 뭐 하나도 발전이 없이 매일 똘마니 생활이었다.


‘드디어 쥐구멍에 볕들 날 없던 내게도 행운의 빛이 비친 건가. 아, 참으로 긴 세월이었어.’


이번에 김종수의 눈에만 들면 고속 출세하고, 점차 조직 운영의 핵심에도 관여해서 차근차근 신세기파를 무너뜨릴 내부 정보를 모은다. 그걸 경찰에 전달하면 김종수 이하 간부들은 일망타진되고 신세기파도 산산조각이 나리라. 그 후 빳빳한 경찰 정복을 입은 나는 박수세례와 함께 경찰로 복귀하고 목에 꽃다발을 건 채 3계급 특진······.

상상할수록 황홀했다. 그러나 내 상상 중 가장 짜릿했던 대목은 따로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준구 형이 나를 꼭 끌어안고 귓가에 이런 말을 속삭이는 것이다.


“해냈구나. 형은 널 믿었다.”

“고마워, 형. 다 형 덕분이야.”

“이젠 더 이상 맘 졸이며 살 필요 없다. 앞으로는 형이랑 함께 떳떳하게 경찰 생활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보자.”


머릿속에 그런 영상이 흐르자 주책맞게도 눈물이 나왔다. 내가 첩자 노릇을 하다 걸리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도박에 뛰어든 건 오직 형 때문이었다. 나의 태양인 형의 부탁을 받았기에. 나의 전부인 형의 출세를 돕기 위해.


‘조금만 기다려, 준구 형. 이제 막 출세가도에 들어섰으니까 아주 조금만 더 참으면 돼.’


***

약속시간인 자정에서 네 시간이나 일찍 경기도 구리시를 향해 출발했다. 저택 앞에서 국으로 기다리는 한이 있어도 늦어선 안 된다. 각오를 하고 좁은 소형차에 온몸을 구겨 넣었다. 중간 보스급만 되도 그랜저는 타는데 말단은 마티즈가 고작이다. 나는 휘파람을 불며 시동을 걸었다. 7년 동안 발이 돼준 이 녀석과도 곧 안녕이구나. 김종수와 얘기만 잘 되면 최소 에쿠스는 탈 수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나를 왜 보자고 했을까? 막 접수한 밀키웨이 룸살롱의 운영을 맡기려고? 아니면 중간보스 직함 달아주고 지역구 하나 맡기려는 걸까? 오늘부터 네가 역삼동 관리자다, 뭐 이렇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설마 일이 그렇게까지 잘될 턱이 없다. 어쩌면 조건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신세기파 앞날에 해가 되는 누구 하나를 담그면 출세를 보장해주겠다는 식으로. 더럭 겁이 났다. 아무리 신세기파 안에서 성공해야 하는 입장이라도 기본은 경찰이다. 사람까지 죽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 생활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질렀지만 대개 라이벌 조직 애들 몇몇 대가리 깬 게 전부이다. 그런 내가 살인을 할 수 있을 턱이 없다.


“젠장, 정말 살인청부면 어떡하지. 아, 머리 아프네.”


머리만 아픈 게 아니라 하도 신경을 썼더니 배도 꾸르륵 아프다. 원룸에서 나오기 전에 냉장고에서 우유 한 팩 꺼내 먹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모양이었다. 네 시간이나 일찍 나오길 다행이다. 나는 잠시 차를 세우고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산 뒤 화장실을 빌렸다.

편의점, 주유소, 커피숍에서 화장실 빌리기를 무려 세 차례. 아무래도 단단히 탈이 난 듯했다. 문제는 탈이 난 곳이 내 위장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뭔가 수상해. 저 검은색 쏘나타. 맨 처음 편의점이랑 두 번째 주유소에서도 본 것 같아. 그런데 여기 커피숍에서도 내 마티즈 뒤에 뒤에 주차되어 있잖아.’


한 번이라면 우연이지만 두 번이라면 필연이고 세 번이라면 악연이다. 삽시간에 엄청난 공포가 몰려왔다. 몇 번이고 부정했던 한 단어가 마침내 내 머릿속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발각.’


내가 첩자였다는 게 발각된 것이다.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저 쏘나타가 왜 빚쟁이처럼 날 끈질기게 따라붙겠는가.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구리 김종수 저택에 가면 반드시 나는 죽는다. 내 출세의 시작을 알리는 전화라는 것도 지금 보니 죽음으로의 초대장에 불과했다.


‘김종수는 띄워주는 척하면서 날 집으로 유인했어. 저놈들은 혹시 내가 들킨 걸 눈치채고 튈까 봐 붙여놓은 놈들이겠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나는 마티즈 앞에서 몸을 돌려 반대로 튀었다. 흘낏 뒤를 돌아보고 절망했다. 쏘나타의 네 개의 문에서 네 명의 덩치가 일제히 튀어나와 나를 뒤쫓고 있었던 것이다.

근처에 회기역이 있었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정신없이 개찰구를 뛰어넘어 플랫폼도 확인하지 않고 미친놈처럼 달렸다. 막 문이 닫히는 인천행 지하철을 탑승하고 한숨을 돌릴 때 유리창 맞은편에서 쿵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추격자 한 놈이 지하철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윙크 한 번을 하고 여유 있는 척했지만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를 외부에서도 들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열 정거장을 더 가서 지하철에서 내렸다. 용산 역사를 빠져나와도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정작 이 한 몸 피할 데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서울에 있을 수는 없었다. 이곳은 신세기파의 나와바리다. 이미 3천 명에 달하는 조직원들이 눈이 벌게서 서울 시내를 누비며 나를 찾고 있을 터였다.


‘일단 택시를 잡자. 행선지는 그다음이다.’


역사 앞에 길게 줄 선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묻는 기사에게 무심코 군산이라고 답했다. 무려 10년 만에 찾는 고향이었다. 금의환향은 고사하고 기껏 목숨 부지하기 위해 고향으로 도망친다는 게 비참하게 느껴졌다.

군산 박포항 박포마을에 떨어진 시각은 자정이었다. 원래대로 이 시간에 구리에 갔다면 저승 구경을 했을 거라는 생각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나마 눈썰미로 미행 차량을 알아보고 도망쳤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내일 해를 못 봤을 게 틀림없다.

오는 동안 택시에서 생각한 대로 공중전화부터 찾았다. 마티즈 기어박스에 휴대폰을 놓고 나오는 바람에 수중에 없었다. 문을 닫은 구멍가게 앞 공중전화에서 담배 다섯 개비를 재로 만든 뒤에야 전화할 결심이 섰다.


‘젠장, 이런 이유로 전화하는 건 죽기보다 싫지만 진짜 죽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기억하는 유일한 번호를 꾹꾹 눌렀다. 신호가 두 번이나 갔을까. 달칵,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렸다.


“네, 정준구입니다.”

“······.”

“준우냐?”

“혀, 형.”


머리가 비범한 형은 응답이 없는데도 단번에 내가 건 전화라는 걸 눈치챘다. 나는 딱 죽고 싶은 기분으로 형에게 사실을 고했다.


“형, 나 들킨 것 같아.”

“정말이냐? 몸은?”

“괜찮아. 놈들한테 붙잡히기 전에 간신히 도망쳤어.”

“몸만 멀쩡하면 됐다. 지금 어디야?”

“우리 동네. 박포마을.”

“인마, 거긴 뭐하러 가? 당장 나한테 오지.”

“정신이 없었어. 나도 모르게 입에 익은 고향 이름을 불렀지.”

“하여튼 다행이다. 형은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형은 늘 이런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보다 늘 동생부터 걱정하는 사람.


“미안해, 형. 애써 잠입시켜줬는데 10년 동안 별다른 공 하나 못 세우고 결국 걸려서 이 모양으로 도망이나 치고. 난 정말 한심한 놈이야.”

“됐다니까. 애초에 그런 위험한 임무에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 널 투입시킨 내가 미친놈이었다. 진작 끝냈어야 했는데. 괜히 작전을 끌고 가다가 너만 위험하게 했구나.”

“아니야. 내가 고집을 피웠잖아. 조금만 더 하면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아무튼 자세한 얘기는 내일 만나서 하자. 당장은 어렵고 내일 아침 일찍 내가 내려가마.”


전화를 끊고도 가슴속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 찼다. 역시 형은 일을 망친 나를 질책하지 않았다. 이런 형이 있는 난 세상 최고의 행운아다.


***

고향이라도 어선 선장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5년이 넘었고, 엄마는 형이 서울에서 모시고 살아 이곳에 별다른 연고는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촌구석에 여관도 있을 리 만무해 밤새도록 방파제를 왔다 갔다 하며 지금까지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바로 직전까지의 기억을 더듬던 나는 다시 공중전화를 들었다. 약속 시간인 아침 6시가 지났는데도 형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혹시 놈들이 작전의 입안자인 형에게 마수를 뻗친 게 아닌가 싶어 아까부터 두려움에 손이 떨렸던 것이다. 이번에도 신호가 두 번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갑작스런 비명 소리에 흠칫 놀랐다. 더 놀란 건 비명 소리가 남자의 것이 아니라 여자의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내게 너무도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이, 이건 설마 우리 엄마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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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꿈을 쫓아가 +8 21.06.05 7,823 18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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