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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슬기로운 조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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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홍석
작품등록일 :
2021.05.12 12:22
최근연재일 :
2021.06.24 21: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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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59
글자수 :
316,154

작성
21.06.03 21:05
조회
7,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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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글자
12쪽

38. 내덕 7인조 격퇴

DUMMY

“무슨 일이야, 제비?”


제비는 전에 보지 못한 비장한 표정이었다.


“나도 데려가.”

“응?”

“지금 그 내덕 7인조랑 한 판 뜨러 가는 거잖아. 거기 나도 데려가달라고.”

“이건 개인적인 일이다. 대호파 일이 아냐.”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네 일인데.”


나는 놀란 눈으로 제비를 보았다. 제비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준우, 기필코 너랑 함께하고 싶어.”

“음. 넌 날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그랬지. 하지만 나도 남자야. 너한테 패하고 마음 깊이 승복했다. 아, 얘는 내가 이길 수 없는 상대구나. 보면 볼수록 넌 대단하더라. 우리 하우스 망할 뻔한 것도 살려내고, 들어온 지 두 달 만에 혜성 형님의 직계 동생이 되고. 전부 나로서는 꿈도 못 꾸는 놀라운 일들뿐이야.”


‘너도 10년 전으로 돌아오면 그럴 수도 있어, 인마.’


“준우야, 나 좀 키워줘.”

“무슨 소리야?”

“기왕 이 바닥에 들어왔으니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남자가 꿈이라도 크게 꿔야 하잖아. 그런데 널 보고 절망했어. 정준우가 있는 이상 최고는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지. 대통령이 못 된다고 꿈을 접어야 하나? 세상에는 국무총리도 있잖아. 준우야, 내가 네 심복이 되면 안 될까? 하라는 건 뭐든지 할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널 위해 싸울게. 그러니 제발······.”


그토록 혐오했던 제비라도 한 남자가 진심을 담아 말하는데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녀석을 향한 분노도 조금씩 용해되어 가는 게 사실이었다.


‘동갑내기 주제에 지난 생에서 10년이나 나한테 형님 소리를 들었지. 그것에 대한 울분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이해할 구석도 있어. 제비는 전형적인 강약약강일 뿐이야. 과거에는 내가 약하니까 무시했지만 현재는 내가 강하니까 설설 긴다. 고작 그 정도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


생각해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적인 약점에 불과하다. 더구나 심복에 대한 필요도 조금은 느끼고 있던 차였다.


‘투자 쪽에서는 해용이 귀찮은 일을 전부 처리해주고 있지만 조폭 쪽에서는 그런 사람이 아직 없지. 좋아, 적어도 제비에게 기회는 줘보자.’


“좋다. 하는 것 봐서 키울지 말지를 결정하지. 현재 너에 대한 평가는 조폭계의 국무총리는커녕 9급 공무원도 안 되지만.”

“그, 그 정도밖에 안 돼?”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충성심과 능력을 보여봐. 내 눈에 들면 나쁜 일은 없을 거다.”


허락이 떨어지자 제비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민규가 주뼛주뼛하며 들어왔다.


“조폭 될 준비됐어?”

“혀, 형. 제가 잘못했어요. 다신 형 이름 안 팔고, 애들한테 돈도 안 뺏을게요.”

“그럴 필요 없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해. 일찍부터 진로를 정하면 그 한 길로 매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 너한테 오늘 조폭의 삶을 보여주지. 자, 얼른 따라와.”


나는 울상이 된 민규를 데리고 제비와 함께 사무실을 나왔다.


***

밤 9시, 영등포 유흥가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명함에 적힌 주소지로 코멧을 몰았다. 내 등 뒤에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민규가 타고 있었다.


‘아서라, 인마. 설마 형이 너한테 싸움을 시키겠냐.’


M모텔 지하에 물망초가 있었다. 물망초에서 2차를 원하는 손님이 바로 위의 모텔로 올라가는 구조인 듯했다. 물망초 앞에서 코멧을 세우고 조금 기다리자 제비가 탄 오토바이가 도착했다.


“들어가자.”


민규가 쫄래쫄래 따라오려 하길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위험하니까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제비와 함께 지하로 내려가서 물망초의 문을 열자 웨이터가 얼른 달려왔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들.”

“오늘 물 좋냐?”

“아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쪽으로 오세요.”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복도를 걸었다. 복도 양옆에는 룸들이 죽 늘어서 있었고, 각 방마다 흘러나오는 요란한 노랫소리와 아가씨들의 교태 섞인 웃음이 한데 섞여 묘한 흥분을 자아내고 있었다. 나는 기분 좋게 앞장서고 있는 웨이터의 어깨를 턱 잡았다.


“다치기 싫으면 피해 있는 게 좋아.”

“네?”


돌아본 웨이터는 나와 제비의 눈에 살기가 번뜩이는 걸 보고 사태를 직감했다. 웨이터는 꽁지가 빠져라 달아났다. 아마도 내덕 7인조를 부르러 달려가겠지. 그러라고 놔준 것이기도 했다.


“시작하자, 제비.”

“맡겨줘.”


나는 왼쪽 방문을, 제비는 오른쪽 방문을 동시에 벌컥 열었다. 룸 안은 도원경이 따로 없었다. 아가씨들에게 착 달라붙어 있던 두 중년 남자가 웨이터 방문인 줄 알고 짜증을 냈다.


“아까 팁 줬잖아. 왜 자꾸 들락날락해.”

“죄송하게 됐습니다. 사람 좀 찾으려고요.”

“뭔 소리야?”


신경 쓰지 않고 두 아가씨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여기 이현주 있어?”

“그런 사람 없어요.”

“몰라요.”


중년 남자 한 명이 어이가 없다는 양 입을 열었다.


“허, 이 새끼가 내가 누구인 줄 알고 함부로 들어와서 난리를 부려.”

“딸 뻘인 여자애 끼고서 개기름 줄줄 흘리는 아저씨? 난 모르겠는데.”

“뭐야, 이 새끼야!”

“개기름이 역겨워서 볼 수가 없네. 내가 좀 닦아줘야겠군.”


나는 테이블의 딤플 양주병을 들고 중년 남자의 머리에 부어줬다.


“이 걸로 얼굴 벅벅 닦아. 개기름 좀 가시게.”


분노에 차서 벌떡 일어나려는 개기름의 얼굴에 번개 같은 일격을 먹였다. 즉시 기절하는 개기름을 보고도 일행은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반면 여자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이현주 어디 있어!”


제비와 함께 양편의 룸들에 깽판을 치고 있을 때였다. 복도 맞은편이 부산스러워지더니 건장한 남자 일곱 명이 우르르 나타났다.


“너희가 내덕 7인조구나.”

“너, 너는······.”


굵은 목소리가 나와 통화했던 사장 놈인 것 같았다.


“전화로 친절하게 경고해줬던 정준우야. 그러게 좋은 말로 할 때 이현주 돌려보내라니까.”

“네가 오늘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사장이자 내덕 7인조의 리더로 보이는 40대 초반 남자는 나와 제비가 습격자의 전부라는 걸 알고 다소 안심한 눈치였다.


“막내야. 네가 가서 혼쭐을 내줘라.”

“알았어요, 형.”


가장 어려 보이는 남자가 건들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야, 너 대호파라며? 청주 있을 때 신세기파는 들어봤어도 대호파는······.”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나는 주절거리느라 다소 방심한 막내에게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오렌지 즙을 짜내듯이 틀어쥔 손에 힘을 주자 막내의 두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했다.


“으으으으.”


극심한 통증에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신음만 흘리는 막내의 얼굴을 아래로 내린 다음 무릎으로 그대로 찍어버렸다. 쌍코피를 터뜨리며 나자빠지는 막내.


‘너희들한테는 안 된 일이지만 나도 안심한 건 마찬가지라고.’


족보가 있는 놈들이라면 함부로 쳤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지만 지방 양아치들 아닌가. 아무 부담 없이 조지면 그만이었다.


“이 새끼들이 좋게 말로 하려고 했더니!”


또 한 놈이 다가왔다. 제비가 번개같이 앞으로 나섰다. 제비는 다가오는 놈의 배를 한 발로 밟더니 놈의 배를 지지대 삼아 허공으로 점프했다.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뛴 제비가 다른 발로 놈의 턱을 적중시켰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일격이었다.


‘날쌘 거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안타깝게도 맞은 상대방은 잠시 비틀댔지만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어휴, 파괴력이 없는 거 하나도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급소 중의 급소인 턱을 맞춰놓고도 떨어뜨리지를 못하네.’


이미 기절한 막내를 제외한 여섯 명이 분기를 참지 못하고 일제히 달려왔다. 나와 제비는 어깨를 맞대고 2대6의 싸움을 개시했다.


***

민규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아직 중학생인 자신이 유흥가 한복판에 버려져 있는 것도 불안했지만 무엇보다 우상이나 다름없는 준우 형이 잘못될까 봐 걱정돼서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민규는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위험하니 이곳에서 기다리라는 준우 형의 말은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야, 죽여!”

“으아아아악!”


지하에 발을 디디자마자 남자들의 거친 고함과 비명이 가득했다. 심장이 덜컹했지만 참고 문을 열어보았다. 문을 연 그곳에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한데 엉켜서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쇠파이프 같은 무기를 내리치는 등 절로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준우 형!”


누군가가 뒤에서 준우 형의 머리를 쇠파이프로 내리쳤다. 시뻘건 피가 팍 튀었고 옆머리 쪽의 피가 준우 형의 얼굴에 흘러내려 악귀를 방불케 했다.


***

난전이었다. 일대일로 하면 1분을 버틸 녀석도 없었지만 좁은 복도에서 십여 명이 엉켜 싸우면 불편한 점이 많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놈 때문에 걸리적거려서 제대로 스탭을 밟기도 힘들고, 앞뒤옆에서 공격이 쏟아지니 방어하기도 만만치 않다.


‘일대일로 무적에 가까운 송혜성이 그렇게 얼굴에 상처가 많은 것도 그래서이지. 아무리 잘 싸우는 놈도 뒤에서 치는데 당할 장사가 있겠어.’


“준우 형!”


‘민규 목소리잖아. 저 자식이 여길 왜 들어와.’


얼른 쫓아버리려고 고개를 돌리려 할 때 뒤통수에 둔중한 충격이 찾아왔다. 돌아보니 쇠파이프를 든 놈이 다시 내리치려 했다. 재빨리 손을 붙잡아 꺾었더니 놈의 손에서 쇠파이프가 툭 떨어졌다. 내가 쇠파이프를 집어 들자 놈은 주춤주춤 물러섰다.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난 이런 거 필요 없어.”


내가 바닥에 쇠파이프를 던지자 놈이 얼른 허리를 숙여 주우려 했다. 틈을 놓치지 않고 무릎으로 놈의 안면을 찍어버렸다. 또다시 한 놈 제거. 이제 내덕 7인조는 두 명 남았다. 제비도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조폭다운 독기로 버티고 있었다.


“끝내자, 제비!”

“알았어!”


난전은 끝났다. 지방 양아치가 정통 조폭을 맨투맨으로 이길 수는 없다. 우리는 한 놈씩 맡아서 공격을 가했고, 기분 좋게도 나한테 대덕 7인조 리더가 걸렸다. 내 주먹에 맞아 바닥을 뒹구는 놈의 머리를 잘 겨냥해서 사커 킥을 날렸다. 사장의 머리에서 빠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때마침 제비도 숙제를 끝낸 상태였다.


“끝났어.”

“수고했다.”


나는 몸을 돌려 복도 뒤편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민규에게 다가갔다.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짓고 피투성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어떠냐? 조폭들 일하는 걸 본 소감이?”

“혀, 형. 놔주세요.”

“싸우는 거 보니까 끝내주지? 아드레날린이 팍팍 솟지?”

“아니에요. 너무 무서워요.”

“무서워? 조폭이 될 놈이 고작 이런 걸 보고? 인마, 조폭 되면 매일 이러고 살아야 돼.”

“잘못했어요, 형. 다신 나쁜 짓 안 하고 조폭은 꿈도 꾸지 않을게요.”


민규는 무릎을 꿇고 빌었다. 온 얼굴이 눈물 바다였다. 나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말 잘했다. 어린 나이에 조폭이 멋있어 보여도 실제 하는 일은 고작 이런 거다. 매일같이 다치고 부러지고 피 흘리는 게 다야. 괜히 헛된 꿈꾸지 말고 지금처럼 착실하게 살아. 알겠어?”

“네.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새하얗게 질린 민규의 얼굴을 보자 내 참교육이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젠장. 고작 이 얼굴을 보려고 얼굴에 온통 피를 뒤집어썼네. 원래는 내덕 7인조한테 몇 푼 찔러주고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세상에 이보다 손해나는 장사가 어디 있어.’


그런데도 기분이 좋다니 이상한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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