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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슬기로운 조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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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홍석
작품등록일 :
2021.05.12 12:22
최근연재일 :
2021.06.24 21:05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570,161
추천수 :
11,959
글자수 :
316,154

작성
21.06.05 21:05
조회
7,824
추천
180
글자
12쪽

40. 꿈을 쫓아가

DUMMY

나는 송나은을 데리고 호프집을 나섰다. 길가에서 택시를 잡은 다음 파주를 불렀다. 불황기에 서울에서 파주면 제법 돈이 된다. 택시기사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한 반면 졸지에 파주까지 따라가게 생긴 송나은은 불안한 표정이었다.


“파주에 왜 가는 거예요?”

“가보면 알게 돼.”


잔뜩 무게를 잡자 송나은도 더 말을 붙이지 못했다. 파주에 도착하기까지 침묵만이 택시 안에 머물렀다. 목적지인 감악산 자락에서 돌아갈 차비까지 얹어주고 내렸다.


“이 시간에 산에는 왜 가요?”


대답 없이 먼저 발길을 옮겼다. 산자락에 혼자 남겨지는 게 무서웠는지 얼른 뒤따라오는 송나은이었다. 산자락을 빙 둘러가는 식으로 약 20분가량 걸었을 때 100미터 전방에 다 허물어져 가는 폐가가 보였다. 긴장한 송나은이 내 팔을 붙잡았다.


“저 집은 뭐예요? 귀신 나올 것 같아요.”

“귀신은 없으니까 걱정 마.”

“그럼 누가 사는데요?”

“네가 잘 아는 사람.”

“내가? 그게 누군데요? 그리고 이 외진 곳에 있는 폐가는 어떻게 알았어요?”


그때 두 그루의 아름드리나무 뒤에서 두 남자가 스르르 걸어 나왔다. 우리의 발소리를 듣고 나온 듯한 남자들은 내 얼굴을 알아보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나와 송나은은 남자들을 지나쳐 폐가로 향했다. 서까래며 기둥이며 전부 썩어서 뒤틀린 낡은 기와집은 그녀 말처럼 금세라도 귀신이 출몰할 듯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 곳을 알았을 리 없지.’


나는 사흘 전에 걸려온 전화를 떠올렸다.


***

“혜성이 형, 웬 일이에요?”

“심심하기도 하고, 준우 목소리도 듣고 싶어서.”


천하의 맹장치고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재차 이유를 묻자 설명해주었다.


“그제 밤에 전투가 벌어졌어. 김포 애들이 자꾸 행주대교 넘어오잖아. 빽이 은성회라고 건방지게 굴길래 손 좀 봐줬다.”

“그런데요?”

“뭐 별 거 있겠냐. 한 여섯 놈 신나게 패주다가 옆구리가 뜨끔하더라. 사시미 들어온 거지.”

“아니, 그럼 큰일이잖아요! 괜찮으세요?”

“찔리는 순간 몸을 확 빼서 깊게 들어가진 않았어. 대신 그놈은 반 죽었지.”

“병원은요? 얼른 병원 가셔야죠?”

“하필 신고가 들어가서······.”


나는 혀를 찼다. 흔히 ‘범단’이라 부르는 범죄단체에 의한 중상해 사건의 신고가 들어오면 형사들은 제일 먼저 병원부터 싹 훑는다. 신고가 들어온 날 입원자 중에서 조폭 계보에 오른 놈부터 잡고 보는데 일단 잡히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조폭들이 악법이라 부르는 ‘폭처법(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무조건 법정최고형을 때려버리니 최소 5년은 바깥 공기를 마실 꿈도 못 꾸는 것이다.


“그럼 병원은 아니겠군요.”

“우리 전투부 아지트가 파주에 있어. 경찰들이 절대 모르는 곳이지. 거기서 면허 박탈된 의사 한 놈 불러서 대충 꿰매고 항생제 맞았다. 한 일주일 요양하다가 복귀하려고.”

“제가 한 번 들러도 되겠습니까?”

“바쁜데 뭐하러 와.”

“아이, 그러지 마시고요.”


몇 번 빼긴 했지만 무료하던 차에 내가 온다니 반가운 모양이었다. 정확한 위치를 듣고 그날 밤 문병을 다녀왔었다.


***

나는 폐가의 뻥 뚫린 창문 앞에서 송나은을 돌아보았다. 입에다 검지를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한 다음 목소리를 높였다.


“혜성이 형, 저 왔어요.”

“준우냐? 한 번 와봤으면 됐지 뭘 또 왔어.”


빈 창문을 통해 송혜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보고 싶어서요. 들어갑니다.”


폐가에 오빠가 있다는 걸 알고 표정이 굳은 송나은에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거기서 얌전히 듣고 있으라고. 네 오빠가 널 얼마나 생각하는지 똑똑히 알려줄 테니까.’


송혜성이 머무는 방으로 들어갔다. 상반신을 탈의하고 붕대로 배를 빙 둘러 감싼 송혜성이 지저분한 침대 위에 누워 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누워 계세요.”

“아니야. 답답했는데 잘 됐다.”


송혜성의 온몸에는 칼자국과 멍이 착색되어 새까맣게 변해버린 섬유화 흔적으로 가득했다. 대부분의 조폭 싸움은 신사적인 일대일이 아니라 개떼같이 뒤엉켜서 싸우는 난전의 형태를 띤다. 제아무리 강자라도 뒤에 눈이 달리지 않는 이상 기습을 피할 수는 없었다.


“회복은 잘 되고 있습니까?”

“응. 낮에도 의사가 왔다 갔는데 타고나기를 강골로 태어났대. 이렇게 빨리 벌어진 데가 아무는 건 처음 봤다더라.”

“좀 조심하세요. 이젠 상처가 더 생길 데도 없겠네.”

“하하.”


헌걸차게 웃던 송혜성이 진지하게 말했다.


“난 상처가 좋아. 많을수록 좋지. 이게 다 내가 열심히 돈을 버느라 생긴 거잖아.”

“그게 뭔 소리예요?”


송혜성은 팔에 난 칼자국을 가리켰다.


“이 상처는 우리 나은이 대학 등록금, 허벅지에 긴 건 아파트 값, 지금 옆구리에 새로 난 건 유학자금이다. 등판에 커다란 게 또 하나 생겼으면 좋겠어. 누가 봐도 깜짝 놀랄 만큼 큰 걸로.”

“그건 뭐에 쓰시게요?”

“큰 상처니까 버는 액수도 크겠지. 그 돈으론 우리 나은이 시집보내야지. 어디에 보내도 꿇리지 않을 만큼 초호화판으로다가 혼수 장만해준다.”


동생을 향한 진심에 숙연해졌다. 나는 살짝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


“형의 나은 씨 사랑은 정말 지극하네요.”

“에이, 오빠들이면 다 그렇지. 준우야, 난 나은이 하나 보고 산다. 부모가 우리 남매를 버렸으니 내가 나은이 부모나 마찬가지야. 나은이가 조금이라도 맛있는 걸 먹고, 예쁜 걸 보고, 재미있는 걸 하고,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이까짓 상처쯤은 얼마든지 생겨도 괜찮아. 웃으면서 칼을 맞을 수 있다.”

“나은 씨도 형의 이런 마음을 알아야 할 텐데······.”


창문 밖에서 듣고 있을 송나은을 향한 대사였다.


“몰라도 상관없다. 아니, 나은이는 이런 흉악한 거 하나도 알 필요 없이 자기 꿈만 멋지게 이뤄나가면 돼. 나야 죽지 못해 이 바닥에 뛰어들었으니 평생 죄를 짓고 살겠지만 나은이는 소중한 꿈들을 이뤄가겠지. 교수가 돼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있고, 회사를 다닐 수도 있고. 뭐든 좋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난 그걸 위해 오늘도, 내일도 싸운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한동안 더 대화를 나누다 약과 항생제를 먹은 그가 피곤해 보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 안 나간다.”

“쉬세요.”


문 밖으로 나와서 창문가를 보니 송나은의 어깨가 들썩들썩했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바다였다. 천천히 다가가 속삭였다.


“누군가는 네 꿈을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데 넌 자신의 꿈을 함부로 버리는군.”

“······.”

“꿈을 쫓아가. 그게 무엇이 됐든. 널 그토록 사랑하는 오빠를 위해.”


감악산을 내려오는 동안 송나은은 내내 울었다.


***

다음 날 송나은에게 문자가 왔다.


‘저 DS엔터 가보기로 했어요. 만나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니까.’


잘 생각했다고 답장을 치고 해용에게 DS엔터에 대해 알아보라고 시켰다. 그날 저녁 해용은 손꼽히는 중견 연예기획사로 톱스타들도 여럿 보유한 곳이라는 정보를 보고했다.


‘그 정도면 믿어봐도 될 것 같군. 부디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는걸.’


그 후로 틈틈이 소식을 들었다. 송나은은 연습생으로 등록되어 매일 수업이 끝난 후 하루에 세 시간씩 연기 레슨을 받기로 결정됐다. 그렇게 12월이 됐을 무렵이었다.


“준우냐? 나 박대호다.”

“안녕하십니까, 큰형님. 웬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이번 달 입금액 잘 받았다고. 8월 말부터 지금까지 2억이나 보냈구나. 덕분에 대호파 살림이 확 나아졌다.”


메르헨 마을 관광수익을 매달 꼬박꼬박 입금할 때마다 박대호는 꼭 전화로 감사를 전했다.


“아닙니다, 형님. 제가 일을 담당하고 있을 뿐 수입은 전부 대호파의 것이죠.”

“그나저나 벌써 12월이다. 5억이 되려면 아직 3억이 남았어. 가능하겠느냐?”

“물론입니다.”


박대호가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네 팔을 자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대호파 식구들 앞에서 약속한 것이니만큼 실패하면 난 반드시 그리 할 것이다. 부디 내게 그런 시련을 주지 말아다오.”

“믿어주십시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콧노래를 불렀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호파 나와바리인 구로 인근에서 청춘을 다 보냈어. 10년이나 살았는데 설마 모를까. 신도림역 부근에 백화점이 생긴 건 2002년 초반이었지. 그때 오픈 기념으로 월드컵 티켓 추첨해서 나눠줬던 이벤트도 기억이 나. 백화점 짓는 데 최소한 4∼5년은 걸릴 테니 올해 안에는 착공에 들어간단 소리이지. 12월 안에 보상 문제를 마무리 짓고 내년 초에는 첫 삽을 뜨려 할 테니 반드시 연락은 곧 오게 돼 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사무실을 나와 코멧을 타고 청량리로 향했다. 엄마가 운영하는 군산물회 근처의 7층짜리 작은 오피스 빌딩 앞에서 내렸다. 매주 찾아오다시피 하는 나를 이제는 경비원이 먼저 웃으며 맞아주었다.


“또 왔네.”

“안녕하세요.”

“여기 직원들이 자네 오기만 기다려. 얼른 들어가봐.”

“수고하세요.”


이번 주는 1층의 ‘스카이 애드’ 사무실이었다. 열 명 미만의 소규모 광고회사인 스카이 애드에 들어가자 환성이 쏟아졌다.


“와, 이번 주는 우리인가 봐!”

“아이고, 귀빈이 오셨네.”


나는 미소로 열렬한 환대를 받아들였다. 잠시 인사를 나누고 봉투를 건넸다. 30대 초반의 사장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매번 이렇게 은혜를 입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은혜는 무슨요. 제가 더 고맙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맛있는 물회를 먹는다고 직원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사장이 변변찮아서 회식도 자주 못 시켜주는데, 선생님 덕분에 체면이 섭니다.”

“하하. 맛있게 드셔주세요. 저는 그걸로 족합니다.”


그렇다. 나는 이 오피스 빌딩에 입주해 있는 20여 개의 소규모 회사에 매주 회식비를 지급하고 있었다. A회사가 첫째 주면, B회사는 둘째 주. 이런 식으로 로테이션을 돌리며 봉투를 뿌리고 있는데, 단 하나의 조건은 반드시 인근 군산물회에서만 이 돈을 써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매주 피 같은 생돈이 나가지만 엄마를 바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지. 엄마가 지쳐서 집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려면.’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쁜데 웬 전화야?”

“그렇게 바빠?”

“눈코 뜰 새 없다. 지금 사흘째 집에도 못 가고 가게에서 먹고 잔다. 음식 나가야 하니까 얼른 끊어.”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아직은 개업 빨로 장사가 제법 잘 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내가 정기적으로 10여 명 이상의 회식 손님까지 몰아주니 눈코 뜰 새가 없으리라. 이처럼 가게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연히 정준구의 불광동 아파트에서 심리적,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게 될 것이다. 흐뭇한 기분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뜻밖의 인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나 김기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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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69 bj꾼
    작성일
    21.06.06 00:36
    No. 1

    얼굴팔리는 직업은 현실적으론 진짜 아닌거같은데.
    조폭의 여동생이 유명 연예인이면 진짜 밑바닥까지 사람들이 깔아뭉겔텐데 그걸 이겨내지못해서 자살할수도 있음. 차라리 다른걸하든가 하지 쯧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홍석
    작성일
    21.06.06 20:10
    No. 2

    듣고 보니 전개에 난항이 예상되네요. 신중하게 잘 전개해보겠습니다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bj꾼
    작성일
    21.06.06 00:37
    No. 3

    작가님이 연예계쪽도 전개하고싶다고 이야기하시니 일단 따라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홍석
    작성일
    21.06.06 20:11
    No. 4

    향후 전개에 무리수가 나오지 않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plmz
    작성일
    21.06.06 01:29
    No. 5

    연예계 걱정되는데 잘 되겠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홍석
    작성일
    21.06.06 20:12
    No. 6

    독자분들이 보시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써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7 된장이랄
    작성일
    21.06.06 10:48
    No. 7

    꿈을 쫓다에서 좇다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홍석
    작성일
    21.06.06 20:13
    No. 8

    쫓다도 사용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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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두 번째 사천왕 +10 21.06.10 6,963 185 12쪽
44 44. 신세기파 김종수를 만나다 +4 21.06.09 7,182 177 12쪽
43 43. 더 벌어야죠 +7 21.06.08 7,213 192 12쪽
42 42. 은혜 갚은 이양수 +8 21.06.07 7,359 198 12쪽
41 41. 김기호의 굴욕 +3 21.06.06 7,634 197 12쪽
» 40. 꿈을 쫓아가 +8 21.06.05 7,825 180 12쪽
39 39. 길거리 캐스팅 +4 21.06.04 7,960 198 13쪽
38 38. 내덕 7인조 격퇴 +4 21.06.03 7,946 206 12쪽
37 37. 해결사도 아니고 +4 21.06.02 8,236 199 11쪽
36 36. 엇갈리는 처지 +4 21.06.01 8,525 195 12쪽
35 35. 다행입니다 +5 21.05.31 8,690 2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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