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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슬기로운 조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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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홍석
작품등록일 :
2021.05.12 12:22
최근연재일 :
2021.06.24 21: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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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6,154

작성
21.06.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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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2. 은혜 갚은 이양수

DUMMY

보상금이 3억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반색을 했다. 원래 2천만 원 받고 내쫓겼어야 했는데 무려 열다섯 배가 늘어난 것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 외환위기로 서울의 아파트 값이 12.4퍼센트나 폭락했다는 기사를 봤다.


‘서울 25평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2억 3천만 원이라더군. 나한테 3천만 원씩 떼어줘도 2억 7천이 남잖아. 평생 집도 절도 없이 떠돌던 사람들이 정준우 잘 만난 덕분에 아파트 한 채씩 생겼네.’


나 좋자고 한 일인데 덕은 다른 사람들이 더 본다. 한데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주민들만 노 난 게 아니지. 대호파도 대박 쳤지. 40채의 가구당 3천씩이니까 총합 12억에 다섯 달 동안 관광수익만 3억 언저리. 졸지에 15억을 바치는 셈이네.’


5억에 팔 하나였는데, 오히려 그 세 배를 벌어가면 팔 두 개쯤 더 붙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재미삼아 해본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무슨 <서유기>에 나오는 요괴도 아니고 팔이 네 개냐.’


나는 6월부터 12월까지 반년이나 머물렀던 메르헨 마을을 천천히 산책하며 벽화 하나하나를 눈에 새겼다. 이 예쁜 마을과도 곧 안녕이었다. 철거가 진행되면 여기 다시 와볼 일은 없으리라.


‘아직 못 와본 관광객들이 엄청 아쉬워하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관광객들 위해서 그냥 놔뒀다간 팔 하나가 날아가는 판이니.’


다행히 주민들의 반발은 전혀 없었다. 가난하기에 세상의 관심에서 소외된 채 조용하게 살던 동네가 하루아침에 도떼기시장이 됐다. 그간 밤낮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향해 불만을 표시하는 주민들도 꽤 많았다. 게다가 평생 만져본 적 없는 2억 7천까지 손에 쥐게 됐으니 당장이라도 철거하라고 성화를 부렸다.


‘이것도 어쩔 수 없지. 한 번 구경 오는 사람들은 옛날 어렵게 살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향수를 느끼겠지만 실제 사는 사람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수도가 제대로 나오기를 하나, 화재 대비가 제대로 돼 있기를 하나.’


아무튼 메르헨 마을과 관련된 모두가 윈윈이라는 생각을 하며 관광위원회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사무실 앞에 왜 저렇게 사람들이 모여 있지?’


귀를 기울여보니 한 10여쯤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고생은 우리가 다 했잖아. 우리가 그놈의 관광객들한테 좀 시달렸어?”

“맞아요. 낡아빠진 운동화를 사진 찍질 않나. 빨랫줄에 매달아놓은 애아빠 빤스까지 찍더라니까.”

“그런데 왜 10퍼센트를 아무것도 안 한 그놈한테 바쳐야 돼. 난 그거 절대 못 받아들여.”


내 얼굴이 점차 굳어져가는 게 느껴졌다. 화장실 들어갈 때하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막상 돈을 줄 시점이 오자 아까워진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군. 신사적일 때는 신사적이지만 너희들이 내 진심을 짓밟으면 그땐 나도 깡패가 되는 거야.’


어떻게 칼춤을 출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저 뒤쪽에서 무리를 향해 누군가가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양수잖아. 잠깐, 저 아저씨 손에 든 게 뭐지?’


고개를 빼서 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이양수는 낫을 들고 있었다.


“지금 뭣들 하는 거야!”

“어어, 양수 형님. 그거 손에 뭐요? 벌초하는 날도 아닌데 왜 낫을 들고 있어?”

“너희같이 배은망덕한 놈들 목 따 버리려고 들고 왔다. 누구부터 죽여줄까? 대식이, 너냐?”

“아이고, 형님. 그게 뭔 소리요?”


이양수는 낫을 치켜들고 소리쳤다.


“이 짐승만도 못한 것들아! 짐승도 밥 주고 키워준 주인은 안 문다. 2천만 원 받고 길거리에 내몰릴 판에 정준우, 그 사람이 나서줘서 3억이나 받게 됐어. 너희들, 입이 있으면 한 번 말해봐라. 정준우가 우리한테 얼마나 잘했냐? 다른 조폭 놈들 막아줘, 동네 예쁘게 꾸며서 매달 관광수입 올려줘, 결과적으로 보상금 3억이나 손에 쥐게 해줘.”


이양수의 박력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모여든 사람들 스스로도 염치가 없다고 느끼는지 하나둘씩 고개를 떨궜다. 반박하는 대식이라는 사람의 목소리에도 힘이 빠졌다.


“그 은공은 못 잊죠. 다만 한 집당 3천이 좀 많지 않나 하는 거죠. 좀 조정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놈들아! 정준우는 아무 상관없는 우리 손녀 현주 구한다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고 온 사람이야. 그런 사람한테 이제 와서 그깟 몇 푼 깎는다고?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럴 수가 있어.”


주름진 이양수의 얼굴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우리도 이젠 제발 사람답게 살자. 그동안 가난에 지쳐 악에 바쳤다는 핑계로 나쁜 짓 얼마나 많이 했어? 우리가 김기호 모자에게 얼마나 심하게 굴었냐? 우리, 특히 기호네 엄마에게 몹쓸 짓을 하려 한 나는 사실 이거보다 더한 꼴을 당해도 할 말이 없어. 병석에 누운 아들놈과 손녀 때문에 비굴한 목숨 부지하는 거지 걔네만 아니었으면 진작 죽음으로 사죄했다.”

“형님······.”

“정준우 때문에 각자 2억 7천이나 쥐게 됐잖아. 이제 남들만큼 밑천이 생겼으니 우리도 제발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보자. 죄 그만 짓고, 좋은 일도 하고, 염치도 좀 알고······.”


이양수의 흐느낌을 제외하곤 좌중에 정적만이 흘렀다. 대식이 이양수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였다.


“형님, 그만 우세요.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50년 동안 동전 한 푼에 눈이 벌게서 살아가다 보니 욕심을 부렸습니다. 형님 말이 다 맞아요. 그 친구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났으니 이젠 달라지겠습니다.”

“고맙다, 대식아.”


염치를 잊은 것들에게 조폭 무서운 걸 보여주려고 했더니 뜻밖에 훈훈하게 끝나버렸다. 그날 이후로 특별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 40명의 세대주들은 흔쾌히 3천만 원 지급에 동의했다.


***

<메르헨 마을이여 안녕>


며칠 후, 한성신문 사회면의 기사 제목이었다. 철거를 앞두고 마용태를 만나 소식을 전했다. 그는 아쉬워하면서도 주민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했다. 모처럼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신 그가 다음 날 기사를 쓴 것이다.


<지난 8월부터 서울 시민을 비롯한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포근한 동심과 고단했던 옛 달동네 풍경을 전해주었던 메르헨 마을이 곧 철거된다는 소식이다. 전 세계의 명작 동화를 모티브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메르헨 마을은 매일 1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구로구의 명소로 떠올랐지만 급격한 방문객의 증가로 원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주민 전체의 동의하에 대흥산업개발이 제시한 토지 보상금을 받기로 하고 철거에 나서기로 한 것.

애초 2천만 원에 불과했던 보상금 제시액은 3억 원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용명대 미대생들의 자원봉사로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비록 반년 만에 끝을 맺었지만 우리 대학생들의 봉사정신과 공동체의식을 보여준 아름다운 일화로 길이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르헨 마을이 철거된 자리에는 대흥산업개발의 헤리티지 백화점이 지어진다.>


철거 당일, 용명대 미대 대표로 유나리가 참석했다.


“오랜만이네.”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뭐. 너는 어때?”

“겨울방학 중입니다.”

“오, 좋겠네.”

“여름방학 때처럼 뜨겁게 몰입할 게 없어 심심합니다.”


유나리의 눈빛에서 모두가 한여름 무더위 속에 땀을 뻘뻘 흘리며 벽화를 그렸던 여름날의 추억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고생했어. 너희들이 아니었다면 주민들도 만족스런 보상금을 받지 못했을 거야.”

“그림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주민들을 위해 한 일이니까 그분들이 만족한다면 저희도 만족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지. 참, 이상엽 화백을 비롯한 미술계 원로님들 그림은 파손하지 않고 따로 보관할 거야. 구로구 미술관에 전시한다더라.”

“당연한 일입니다. 저희 같은 아마추어 그림이랑 같이 취급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건 비밀인데 넌 너희들이 그린 그림이 더 좋은걸. 더 싱그럽고 자유분방해.”

“······감사합니다.”


포크레인이 첫 번째로 백설공주의 머리를 깨부수자 유나리가 움찔했다. 그녀의 눈에 작은 이슬이 맺혔다.


“괜찮아? 보기 힘들면 그냥 가도 돼.”

“괜찮습니다. 사, 사나이는 이까짓 일에 울지 않습니다.”


‘어이, 넌 사나이가 아니잖아!’


하여간 재미있는 아이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면서도 끝내 울지 않은 유나리와 마지막까지 철거를 참관하고 악수를 나눴다.


“수고 많았어. 조만간 술 한 잔 살게.”

“네, 기다리겠습니다.”


시원섭섭한 기분으로 메르헨 마을, 아니 이젠 헤리티지 백화점 부지로 불리는 곳을 떠났다. 코멧을 타고 모처럼 합숙소로 귀환했다.


***

합숙소 앞에 코멧을 주차하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한겨울에도 반팔 티셔츠만 입고 누워서 역기를 들어 올리던 박철이라는 막내 급이 나를 알아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셨습니까, 준우 형님.”

“그래. 이제 프로젝트 끝났으니 계속 여기로 나올 거다.”

“고생하셨습니다.”

“체력 단련 중인가 보네. 3대 몇이나 치냐?”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다. 계속해라.”

“네, 형님.”


대화를 나누면서도 기분이 별로였다. 명색이 형님이 왔는데 막내 급이 누운 채로 대답을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어휴, 라 때는 말이야. 한 기수라도 형님 왔을 때 벌떡 일어나서 부동자세로 대답 안 하면 그 즉시 귀싸대기 날아왔지.’


그러나 내가 진짜 조폭도 아닌데 굳이 갈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사실 들어온 지 두 달 만에 합숙에서 벗어났고, 그 후로는 메르헨 마을에서 현지 출퇴근하느라 애들과 자주 보지도 못했다. 서먹한 게 당연한 일이리라.


“야, 이 개새끼야! 죽고 싶냐!”


박철을 지나쳐 합숙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현관이 벌컥 열리더니 제비가 쏟아져 나왔다. 제비는 박철을 일으켜 세운 다음 폭풍 같은 주먹 연타를 날렸다.


“네가 감히 준우를 무시해? 이거 완전 돌아이 새끼잖아!”


내게 충성을 맹세했던 제비가 창문으로 우연히 이 모습을 보고 꼭지가 돌았나 보다. 데면데면한 나와 달리 같이 살면서 하늘처럼 모시는 제비에게 폭행을 당하자 박철은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나는 웃으면서 제비를 말렸다.


“그만해라. 별것도 아닌 일로 왜 애를 잡아.”

“아니, 건방지게 널 무시하잖아. 야, 박철. 너 앞으로 준우한테 함부로 굴면 발바닥에 칼침 들어간다. 알았어?”

“시정하겠습니다!”


오자마자 흉악한 장면을 봤지만 제비의 변함없는 충성을 확인한 듯해 기분이 흡족했다. 나는 제비가 박철을 더 건드릴까 봐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합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저 왔습니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던 멧돼지는 고개만 까딱할 뿐 대꾸도 하지 않았다. 메르헨 마을의 성공 때문에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성공한 건 알고 있겠지만 정확히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꿈에도 모를 걸.’


그때였다. 내 등 뒤의 현관이 벌컥 열리며 박대호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용산아, 이 통장 좀 봐라! 얼마나 놀랐는지 은행에서 당장 여기로 날아왔다!”

“큰형님······.”


얼마나 기겁을 했던지 문 앞에 서 있는 날 알아보지도 못하는 박대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25 eomsc999
    작성일
    21.06.07 22:29
    No. 1

    15억..현금..크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홍석
    작성일
    21.06.07 22:31
    No. 2

    저한테 그 돈이 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Under85
    작성일
    21.06.07 22:31
    No. 3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홍석
    작성일
    21.06.07 22:40
    No. 4

    다행이네요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bj꾼
    작성일
    21.06.08 00:05
    No. 5

    로또 1등 당첨금 급이네.
    저돈으로 연예기획사 차리는것도 괜찮을듯요.
    조폭하면 연예기획사는 저때당시에 어느정도 엮여있으니.
    연예계물 스토리 전개하신다고 하셨으니 괜찮을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홍석
    작성일
    21.06.08 17:26
    No. 6

    저 돈으로는 다른 걸 하고요. 어차피 정준우는 개인 자산도 많으니까 연예기획사는 본인 돈으로 하면 될 것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소설보는닭
    작성일
    21.06.08 16:46
    No. 7

    아 엄청 재미있게 정주행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딱 끉으시네ㅜㅜ
    맨날 게임,이세계,전생 물만 보다보니 현대판타지는 잘 안보는데 이 작품은 매우 재밌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홍석
    작성일
    21.06.08 17:27
    No. 8

    오, 정말 감사드립니다! 게임이나 이세계 물 같은 건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 쓰기 어려워서 현판을 골랐는데 좋게 봐주셔서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 의욕을 많이 잃었는데 소설보는닭님의 칭찬에 모처럼 기운이 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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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두 번째 사천왕 +10 21.06.10 6,967 185 12쪽
44 44. 신세기파 김종수를 만나다 +4 21.06.09 7,187 177 12쪽
43 43. 더 벌어야죠 +7 21.06.08 7,218 192 12쪽
» 42. 은혜 갚은 이양수 +8 21.06.07 7,365 198 12쪽
41 41. 김기호의 굴욕 +3 21.06.06 7,638 197 12쪽
40 40. 꿈을 쫓아가 +8 21.06.05 7,829 180 12쪽
39 39. 길거리 캐스팅 +4 21.06.04 7,963 198 13쪽
38 38. 내덕 7인조 격퇴 +4 21.06.03 7,950 206 12쪽
37 37. 해결사도 아니고 +4 21.06.02 8,240 199 11쪽
36 36. 엇갈리는 처지 +4 21.06.01 8,530 195 12쪽
35 35. 다행입니다 +5 21.05.31 8,697 2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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