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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슬기로운 조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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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홍석
작품등록일 :
2021.05.12 12:22
최근연재일 :
2021.06.24 21:05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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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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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6,154

작성
21.06.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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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0. 이에는 이, 투망에는 투망으로

DUMMY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조수석에 앉은 이정석의 어깨를 붙잡은 이태식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돌아보는 이정석의 얼굴에는 당혹이라는 감정 외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모, 모르겠습니다.”

“네가 30명이 다라며!”

“제가 알아본 바로는 분명히 그랬습니다.”


대호파 식구와 친분이 있으면서 투망파 식구와도 친분이 있는 다른 조직 식구를 통해 대호파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어차피 동종업계라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다.


“원래 20명인데 이번 메르헨 마을이랑 하우스가 잘 되면서 세를 불려 30명이 됐다고 똑똑히 들었습니다.”

“눈이 있으면 똑바로 봐! 저게 30명이야!”

“죄, 죄송합니다.”


고개를 푹 수그린 이정석의 뒤통수를 내지르려다 참았다. 전쟁을 할 때 적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보 파악에 실패한 놈은 때릴 가치도 없다.


‘이런 놈을 후계자로 삼으려 했다니 내 눈이 삐었었군. 젠장, 보스인 내가 직접 왔는데 이 꼴이 뭐야.’


“그냥 하겠습니다, 큰형님.”

“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못 이길 리 없습니다.”


이태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깐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는 이내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병력 차이가 너무 크다. 뻔히 몰살을 예상하면서도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장수는 장수의 자격이 없어.”


가난 탓에 중학교도 못 가본 무학이지만 지략으로 명성이 높은 이태식이었다. 그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계기도 집으로 쳐들어온 적수들을 현관에 매달아놓은 투망으로 사로잡은 데서 비롯됐다. 싸움이라곤 패거리로 몰려가서 투닥거리는 것밖에 몰랐던 선배들은 그런 식으로도 적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혀를 내둘렀다.


“큰형님,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안 된다. 정확한 정보 파악에 실패한 것에서 이미 우린 졌어.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다음을 기약한다.”


분해서 눈물까지 흘리는 이정석을 닦달해 전화를 돌리게 했다. 다섯 대의 버스에는 각각 부하 30명씩을 관리하는 행동대장들이 나눠 타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행동대장들은 하나같이 다행스러워했다.


“생각보다 대호파 놈들 인원이 너무 많아서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어휴, 잘 생각하셨습니다. 애들 기죽어서 고개도 못 들고 있는데 후퇴 명령 떨어지면 좋아하겠네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분루를 삼키는 건 이태식도 마찬가지였다. 이태식은 이를 부드득 갈며 합숙소 근처에 이리저리 퍼져 있는 500명을 노려보았다. 조폭의 유니폼이나 다름없는 검정 슈트로 말쑥하게 빼어 입은 500명이 내뿜는 열기가 이곳까지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돌아가자.”


벤츠를 시작으로 일제히 구로를 떠나는 다섯 대의 버스 꽁무니에서 짙은 매연이 쏟아졌다.


***

“어, 쟤들 간다!”

“어이, 정씨! 버스 떠났어!”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퇴각하는 투망파의 차량들을 지켜보았다. 주변에 몰려온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가다마이 벗어도 되지? 어휴, 우린 이런 거 입으면 답답해서.”

“네, 벗으셔도 좋습니다.”


의식주에서 자유로운 노숙자에게 목을 단단히 죄는 넥타이가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내 명령이 떨어지자 500명의 노숙자들이 하나같이 넥타이를 풀고 양복 상의를 벗었다. 개중 한 노숙자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준우 씨, 고마워. 일주일에 한 번씩 밥 주는 것도 고마운데 오늘은 알바도 시켜주고, 옷도 한 벌씩 주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씩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실은 은혜를 입은 건 나였다.


몇 시간 이따가 150명이 쳐들어온다는데 어디서 병력을 마련하겠는가. 급한 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밥을 제공하는 신도림역의 무수히 많은 노숙자들을 떠올렸다.


‘IMF 시절이라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자들이 부지기수야. 대부분이 남자들이고. 일당 3만 원 준다니까 소문 듣고 서울역, 용산역 노숙자들까지 몰려들어서 오히려 한 100명 돌려보냈네.’


노숙자들을 조폭으로 위장시켜 배치한다는 계획은 짜여졌지만 걸림돌은 옷이었다. 평소대로 넝마 같은 옷 쪼가리를 입고 있으면 누가 봐도 노숙자로 보이니까. 해답은 역시 간단했다. 도산한 회사들이 넘치던 시대가 아닌가.


‘폐업한 의류회사에 전화 걸어서 양복 500벌을 주문했지. 한 벌당 얼마가 아니라 킬로그램 단위로. 사장이 구세주를 만났다면서 얼마나 좋아하던지.’


습격 대비를 위해 첫 번째로 신도림역에 간 건 노숙자들을 섭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훌륭하게 조폭으로 분장시킨 노숙자 500명을 합숙소 근처에 배치해놨다. 투망파 놈들이 아무리 독기가 잔뜩 들었다 해도 물경 1대3의 싸움에서 배짱을 부릴 턱이 없었다. 뭐 결과는 보다시피.


‘자, 이제 입이 턱까지 늘어진 박대호와 멧돼지를 만나러 가볼까나.’


***

“노, 놀라운 일이로구나.”


합숙소 마당에 나와 있던 박대호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제가 뭘 했다고 그러십니까. 그놈들이 노숙자들 보고 알아서 꼬리를 말고 도망간 것뿐 아니겠습니까.”

“겸손할 거 없다. 그 노숙자들을 데려와 우리 병력으로 위장한 기발한 책략은 전부 네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니.”

“과찬이십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계획이 기막히게 적중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노숙자들 써먹을 기회가 혹시나 있을까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밥을 제공한 건데 생각보다 빨리 써 먹었네. 역시 좋은 일을 하면 보상을 받는 게 세상 이치라니까.’


대호파는 습격을 막았고, 나는 목숨을 지켰고, 노숙자들은 알바비와 옷 한 벌을 건졌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가재 팔아서 돈까지 번 격이라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멧돼지를 향해 말했다.


“우리 쪽에 단 한 명의 손실도 없이 투망파의 습격을 막아낸다는 약속, 저는 지켰습니다.”

“이, 이번에는 막아냈지만 오늘 자기들이 속은 걸 알아내고 다음에 또 오면 어떻게 막을 건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투망파는 오늘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거거든.’


대충 답변을 해주려고 입을 열려 할 때 박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앗, 총수님이시다!”


당황한 박대호가 통화 버튼을 누른다는 게 엉겁결에 스피커폰 버튼을 눌러 김종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호냐?”

“네, 총수님.”

“방금 첩보가 입수됐다. 투망파가 오늘 밤 대호파를 노린다는 소식이야. 내 당장 송혜성을 파견해서 도와주겠다.”

“그럴 것 없습니다, 총수님.”

“뭐?”

“방금 투망파 놈들 싹 물러갔습니다.”

“아니, 어떻게 말이냐?”


박대호는 내가 노숙자들을 조폭으로 위장시켜 투망파를 겁먹게 해서 물리친 내막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김종수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놈 머리 한 번 대단하구나. 어릴 적에 감방에서 읽던 <삼국지>를 보는 것 같아. 거기서 제갈공명이가 병력이 부족하니까 짚단으로 병사 모양을 만들어서 적을 물리쳤다는 대목이 있는데 딱 그 짝이구나.”

“하하. 저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천하의 김종수가 직접 나를 칭찬하자 멧돼지는 하얗게 질린 얼굴이었다. 심지어 스피커폰을 통해 누군가가 끼어드는 소리도 들렸다.


“거 보십시오! 거기 정준우라고 엄청난 애가 하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총수님, 그 정준우가 바로 제 동생입니다!”


송혜성이 김종수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다. 흥분한 그의 목소리는 아이처럼 높았다. 김종수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저번 룸살롱도 그렇고 그 녀석, 보통 책사가 아니다. 앞으로 그 정준우라는 아이를 ‘구로동 공명’이라고 불러라.”


멧돼지가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다. 조폭을 상징하는 별명은 보통 형님들이나 선배들이 지어주는데, 그 바닥에 특별하게 창의적인 인물이 있을 리 없어서 대개 멧돼지나 독사, 제비, 살모사, 황소 등 동물 이름이 고작이었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그나마 별명도 없다. 전생에서의 나처럼.


‘하지만 이젠 이 바닥의 조조나 다름없는 패왕 김종수에게 직접 구로동 공명이라는 별명을 받았어. 한마디로 출세길이 열린 거지.’


“그건 그렇고 이태식이, 그놈 안 되겠어. 수원 최영감 믿고 너무 설치는데 한 번 본때를 보여줘야지.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나는 슬며시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신세기파에서 나설 것도 없다, 이 양반아. 지금쯤 투망파는 전부 사로잡혔을 테니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면 투망으로 유명해진 투망파는 투망으로 잡는다. 그 투망은 정준구와의 만남을 통해 이미 준비해뒀다.


***

인천으로 무기력하게 돌아가는 이태식의 기분은 참담했다. 조수석에서 들리는 이정석의 흐느낌이 불쾌한 기분을 더욱 부채질했다.


“어디 초상이라도 났어! 사내새끼가 어딜 질질······.”


그때였다. 벤츠가 갑자기 멎었다. 이태식은 운전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앞에 경찰입니다. 정지신호를 보내서 세웠습니다.”

“뭐!”


놀라서 앞유리를 보니 수십 대의 경찰 차량과 물경 100여 명으로 보이는 경찰들이 도로 양옆에 퍼져 있었다. 경찰들은 전부 총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잠시 검문 좀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오?”

“사제 권총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요.”

“허어, 인천에서 합법적으로 사업하는 사람이오. 일이 있어서 직원들 데리고 서울 갔다가 인천으로 돌아오는 것뿐인데 굳이 검문을······.”

“죄송합니다. 협조 부탁 바랍니다.”


천하의 이태식도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벤츠 트렁크는 물론이고, 다섯 대의 버스에도 쇠파이프, 나이프, 각목, 야구방망이 등 흉기들이 즐비했다. 게다가 150명의 건장한 남성들은 이마에 조폭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것마냥 하나같이 흉악한 외모였다. 이태식의 뇌리에 순간적으로 한 문장이 스쳐 지나갔다.


‘좆 됐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어, 장과장님! 이거 좀 보십시오!”

“어, 뭐야? 트렁크에 흉기가 가득 들었잖아! 이 새끼들, 이거 조폭들 아냐! 야, 싹 다 잡아들여!”


경찰 서너 놈이 음주단속 같은 거라도 하면 확 쳐버리고 밀고 가겠는데 리볼버를 장착한 경찰만 100명이었다. 수갑을 내미는 경찰에게 무기력하게 두 손을 건네면서 이태식은 생각했다.


‘잡혔다. 투망으로 유명한 내가 이번엔 오히려 투망에 사로잡혀 옴짝달싹을 못하게 됐군.’


이번에 들어가면 환갑 전에는 못 나올 것이다. 곧 결혼식을 앞둔 막내 여동생의 신부 입장을 도울 수 없을 거라는 예감에 그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젠장. 인천이나 잘 지키고 있을 걸 왜 서울 진출 욕심을 내서 이 꼴이 됐을까. 그 정준우라는 놈에 대한 원한에 매몰돼서 모든 걸 망쳤어. 이 투망 이태식이의 완패로다.’


이 세상에는 보고도 믿지 못할 능력을 가진 신비한 사람이 왕왕 출현한다. 사람들은 그런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천재라고 부르며 숭배한다. 단신으로 자신들의 모든 계획을 좌절시킨 정준우가 바로 그 천재가 아닐까.


‘괜히 건드렸어. 괜히 천재 정준우를 잘못 건드려서 모든 걸 잃게 됐구나.’


강렬한 후회가 폐부를 찔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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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꿈을 쫓아가 +8 21.06.05 7,816 180 12쪽
39 39. 길거리 캐스팅 +4 21.06.04 7,956 198 13쪽
38 38. 내덕 7인조 격퇴 +4 21.06.03 7,940 20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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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엇갈리는 처지 +4 21.06.01 8,521 19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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