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신의 성장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1.05.12 12:44
최근연재일 :
2021.06.29 20:39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8,581
추천수 :
290
글자수 :
208,832

작성
21.06.25 23:41
조회
133
추천
2
글자
10쪽

[3장] 금기에 관하여 13

DUMMY

강혁이 그렇게 루테스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만족해하고 있을 때. 아이리스의 표정이 급변했다.


“음? 뭐야 월드 시스템과의 연결에 문제라도 생긴거야?”


강혁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공허에서 수정한 부분이 살짝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월드 시스템이 이해 못할 일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도 생겼고요.”

“이해 못 할 일?”


강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시스템 로그를 열었다. 퀘스트를 확인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로부터 살아 남으세요.>


내용 : ??? ???? ???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퀘스트 목표>

??? 처치 (0 / 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난이도 : ???

보상 : 없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물음표로 도배되어 있는 퀘스트 창을 확인한 강혁이 실소를 지었다.


“월드 시스템이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맛이 간 것 같은데?”

“그렇게 한가한 이야기를 하실 때가 아니에요.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어요. 시스템이 주인님을 적대하고 있다고요.”


아이리스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강혁은 태연했다.


“진정해라.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일이니까.”


공허에서 얻은 지식에는 월드 시스템에 관한 것도 있었다. 그렇기에 강혁은 현재 월드 시스템이 처한 상황을 대략 예상하고 있었다.


“이 세상은 결국 공간 구슬과 같아. 우리가 하위 세계라고 생각했던 것 말이야.”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그냥 설명해주는 거지. 네가 너무 당황해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강혁이 아이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불안해하던 일, 월드 시스템과의 연결은 제대로 끝난 것 같다.


“이곳도 공간 구슬과 같아. 정확히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의 틀이 있겠지. 그리고 수명도 있을테고.”


공간구슬은 무한히 존재할 수 없다. 기존의 세계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며 끊임없이 그 생명력을 끌어 올리려 하겠지만, 결국은 그것들 모두가 한계에 도달할 때가 있을 거다.


강혁이 처음 세계수를 관찰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는 이해 못했던 시스템의 설명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수는 이미 공허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잠식 속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빨라질 할 거다.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세계수는 소멸할 거다. 그 아래 속해 있던 무수히 많은 공간구슬과 하위세계도 마찬가지다.


공간구슬에 존재하던 하위 세계의 소멸이 궁극적으로는 공간구슬 자체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공허의 잠식도 궁극적으로는 더 큰 세상의 틀을 유지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월드 시스템은 그 파멸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파멸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살고 싶겠지.”


오랜 세월이 흐르고 스스로 지성과 감정을 가지게 된, 자아를 가지게 된 월드 시스템이 하게 될 선택을 뭘까?


예정된 파멸, 그것이 더 큰 세상을 위한 희생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스스로가 소멸하게 될 상황을 과연 월드 시스템이 원하고 있을까?


강혁의 사도가 된 렌타스는 지금도 멸망과 싸우고 있을 거다. 아니 공허에서 돌아온 후 끊어졌던 연결이 회복되었기에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월드 시스템은 어떨까?”


더 큰 세계의 틀을 위해서 소멸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까? 아니면···


강혁이 물음표로 뒤덮여 있는 퀘스트 창을 보며 웃었다.


“사명대로 소멸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동시에 마음속 어딘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거야. 그렇지?”


원래라면 강혁과 같은 이레귤러는 생성되기 무섭게 처리되어야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월드 시스템은 오히려 이레귤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관찰했다.


이레귤러끼리 경쟁시키고 성장시켜서 결국은 시스템 자신이 예상 못 한, 감당치 못할 존재가 되기를 바랬다. 어째서 그랬을까?


“녀석도 싸우고 있는거지. 자기 자신과.”


사명에 따라 소멸해야 한다는 자신, 그리고 사명을 부정하며 살아남고자 하는 자신.


월드 시스템을 이해 못할 존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절대적인 존재라 생각하고 있을 때는 할 수 없었을 예상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강혁은 그의 예상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나마 위험이 다가온다는 걸 알려주려고 애썼다.”


강혁이 퀘스트창을 닫았다. 그리고 지평선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쿵··· 쿠웅···


땅이 울려왔다. 동시에 짙은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거 참. 우리 구면이지?”


강혁이 웃었다. 느껴본 적 있는 존재감이다. 그때는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존재다.


“그래 저렇게 생겼었군.”


지평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강혁이 타고 있는 [부서진 세계를 짊어진 자]조차 아기처럼 보일 정도의 거구다. 거대한 산맥이 그들의 다리 아래 맴돌고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조차 그들의 어깨에 닿지 못했다.


여섯개의 발이 대지를 디디고 세개의 눈이 적을 주시한다.


신화속에서나 등장할 듯한 맹수다. 호랑이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대략적인 형태 뿐이다.


화르륵.


드디어 강혁을 적으로 인지한 듯 녀석들의 몸에서 특유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한쪽은 이글거리는 화염을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칠흑과 같은 어둠을 휘감고 있다.


“내가 여기 처음 도착했을 때 그 존재감만으로도 나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녀석들. 확실히 지금보기에도 위압감이 대단하구나.”


강혁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의 신화에서 등장했을 법한 녀석들이다.


“그래. 신수··· 역시 이런 녀석들을 신수라 해야겠지.”


그가 심심하면 잡아먹었던 세계뱀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격차가 느껴졌다.


“하지만···”


강혁이 오만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공허에서 돌아올 때 설마 이 정도도 대비하지 않았을까?”


월드 시스템의 직접적인 제제가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리고 대비도 했다.


원래는 월드 시스템의 다른 자아, 이레귤러를 주시하고 성장시키던 자아가 더 커질 때가지 몸을 숨길 생각이었다. 정 급하면 다시 공허에 잠겨들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내 예상보다 귀속된 신성력이 더 굉장해서 말이야.”


이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고작 신성력이 그 자신에게 귀속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말이다.


“그게 진정한 세계신의 능력이죠. 사실 신수나 마수 따위는 신격을 가진 존재가 보기에 애완동물 같은 녀석들이니까요.”


예전이라면 이해 못했을 거다. 하지만 강혁도 이제는 이해한다. 아니 실제로도 그렇게 보고 있었다.


분명 녀석들의 강함은 인지했다.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위기감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차라리 잘됐군. 월드 시스템이 개입할 수 있는 한계가 이거라는 거니까.”


강혁이 하위 세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던 것처럼 월드 시스템의 개입한도도 주위에 있던 신수를 조종하는 게 한계일 거다.


규칙을 지켜서 스스로 소멸하겠다는 녀석이 자신이 지키려던 규칙을 어길 수는 없다.


“그래. 그렇다면 거기서 지켜보고 있으려므나.”


강혁이 한쪽 손가락을 폈다. 그리고 쭈욱 허공을 갈랐다.


무언가 거대한 흐름이나 폭발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 단순한 행동에, 세계신의 의지가 담겼다. 권능을 형성했다.


공간과 시간이 뒤틀리고 세계와 세계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그 영역을 확장한 균열이 강혁에게 달려들던 신수들을 뒤덮었고 그들이 존재하던 공간 자체를 찢어발겼다.


후우웅···


한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붕괴된 세계가 복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에 있던 모든 것들은 이미 소멸된 후다. 월드 시스템이 이레귤러 퇴치를 위해 보냈던 신수들은 이미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퀘스트 <???로부터 살아 남으세요.>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 따위는 하나도 없는 퀘스트, 단지 위험을 알려주기 위한 퀘스트가 허무할 정도로 가볍게 소멸했다. 월드 시스템의 허탈한 기분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피식.


실소를 흘린 강혁이 시스템 창을 닿았다.


걷지도 못할 자들을 위해 필요했던, 시스템의 보조 따위는 지금의 강혁에게 필요치 않았다.


“겨우 저게 월드 시스템이 개입할 수 있는 최대라면, 이제 조심할 필요도 없지.”


강혁이 세계신으로의 격을 드러내며 눈을 빛냈다.


귀속된 신성력을 가진 이상, 그는 신이다. 오롯이 존재하며 절대적이고 또한 절대적인 존재다.


더 이상 그를 위협할 존재는 없다. 같은 세계신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세계 전체를 통괄하는 관리 시스템, 월드 시스템도 다를 것 없었다.


“그래 네가 원하는 데로 해주마.”


강혁이 살고자 하는 시스템의 의지에 대답해 주기로 했다.


“13번째 권좌에 올라 진리의 문을 열고 관리자 권한을 얻어 주마.”


강혁의 안에서 그를 이루었던 존재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 뒤에 남겨진 것이 진정한 파멸이라 해도 상관하지 않으리라.”


강혁이 웃었다. 정말 만족한 모습으로, 끝나지 않을 듯 길고 미친 듯이 거친 웃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숨겨 왔던 모든 감정을 드러내고 세상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작가의말

이걸로 3장을 마무리하고 다음에 에필로그 3편 정도를 더 올리고 끝내겠습니다.


원래는 3개월 정도 쓰고 정리했던 글이 있었고, 총 3막 15장 짜리 글이었어요. 그런데 반응이 너무 나빠서 거기까지는 도저히 못 올릴 것 같고. 타협해서 1막 5장 정도로 끝내려고 했었죠.


근데 그것도 제 욕심이었네요. 실제로는 글을 올릴 때 마다 보는 분들이 줄어서 저번 화는 조회수가 한자리 까지 떨어졌어요. 이제는 글 올리는 게 무서울 정도네요...


어찌어찌 그래도 풀어놓은 것들은 정리하고 끝 내야 할 듯 해서 3장에 에필로그 몇 개 더해서 글을 정리할까 합니다.


여기까지 봐주셨던 분들께 죄송하고 동시에 감사합니다.


끝으로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 언제나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창조신의 성장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 에필로그 02 (完) +3 21.06.29 159 7 10쪽
36 에필로그 01 21.06.28 144 3 10쪽
» [3장] 금기에 관하여 13 +1 21.06.25 134 2 10쪽
34 [3장] 금기에 관하여 12 21.06.24 109 3 8쪽
33 [3장] 금기에 관하여 11 +1 21.06.23 100 3 10쪽
32 [3장] 금기에 관하여 10 +1 21.06.22 98 4 11쪽
31 [3장] 금기에 관하여 09 +1 21.06.21 101 3 9쪽
30 [3장] 금기에 관하여 08 21.06.18 111 3 11쪽
29 [3장] 금기에 관하여 07 +1 21.06.17 116 2 19쪽
28 [3장] 금기에 관하여 06 21.06.16 120 3 10쪽
27 [3장] 금기에 관하여 05 +1 21.06.15 123 4 15쪽
26 [3장] 금기에 관하여 04 +1 21.06.14 129 3 13쪽
25 [3장] 금기에 관하여 03 +1 21.06.11 157 5 16쪽
24 [3장] 금기에 관하여 02 +2 21.06.10 165 6 11쪽
23 [3장] 금기에 관하여 01 +2 21.06.09 170 8 10쪽
22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8 +1 21.06.08 157 9 11쪽
21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7 +1 21.06.07 177 10 15쪽
20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6 +3 21.06.04 189 9 13쪽
19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5 +1 21.06.03 165 8 11쪽
18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4 +1 21.06.02 176 7 18쪽
17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3 +2 21.06.01 186 8 10쪽
16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2 +1 21.05.31 185 8 11쪽
15 [2장] 멸망에 대항하는 자 01 +1 21.05.28 239 9 20쪽
14 [1장] 규격 외의 존재 14 +2 21.05.27 259 11 11쪽
13 [1장] 규격 외의 존재 13 21.05.26 227 8 15쪽
12 [1장] 규격 외의 존재 12 21.05.25 247 8 11쪽
11 [1장] 규격 외의 존재 11 +1 21.05.24 262 7 11쪽
10 [1장] 규격 외의 존재 10 21.05.21 252 9 10쪽
9 [1장] 규격 외의 존재 09 +1 21.05.20 287 9 12쪽
8 [1장] 규격 외의 존재 08 21.05.19 299 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