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가 너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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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
작품등록일 :
2021.05.12 13:31
최근연재일 :
2021.05.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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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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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빌런 번호 24601(4)

DUMMY

수호는 순간 멍해졌다. 다행히 세 걸음 안에 제정신을 되찾아 경비를 향해 살기등등하게 걸어가는 한을 말릴 수 있었다.


‘괜찮아. 그러지 마.’

“마스터에게 총을 들이밀었습니다.”

‘지금의 나는 빌런이니까. 경비는 제 임무를 다하고 있는 거야.’

“빌런이 아닌 자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빌런 취급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입니다.”


한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수호는 혼란스러웠다.

지금 한의 이런 모습도 내 무의식이 반영된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내 무의식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지?


‘나는 이곳의 주인인 설화가 직접 데리고 왔어. 의심하는 게 더 힘들어.’

“회사 사장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라 부정한 짓을 한 회사원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겁니까?”


어려운 질문이었다. 수호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알 기회가 있었는데 진실을 외면했다면 범죄가 되고, 알 기회조차 없었다면 무죄겠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죽일 듯 경비를 째려보던 한이 다시 귀여운 2등신으로 변해 그의 어깨에 올라탔다.


‘그러고 보니 너는 방어구인데 사람을 공격할 수가 있어?’


수호는 자신의 궁금증도 해결하고 한의 기분도 풀 겸 화제를 돌렸다.


“마스터. 아주 두껍고 단단한 방패를 휘둘렀을 때, 그 공격에 맞은 사람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어리석은 질문이었네.’

“알면 됐습니다.”


수호는 미소를 지었다. 한이 비록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렸지만, 화는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거기가 아니다, 24601. 오른쪽이야.”

“콜로세움으로 가는 게 아니었습니까?”

“소장님의 호출이다.”


고개를 끄덕인 수호는 경비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무슨 일로 가는 겁니까?”

‘글쎄.’


생체 실험당하러 간다고 말하면 또 발작을 일으킬 것 같아 대충 둘러댔다.


‘그런데 한. 내가 무죄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

“마스터의 기억을 봤습니다.”

‘···그럼 내가 무슨 일을 당하러 가는지도 알 텐데?’


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마스터의 기억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을 겁니다. 기본적인 언어체계조차 잡혀 있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구나.’

“제가 가만히 있는 이유는, 마스터께서 제가 날뛰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한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스터의 명령에는 순종할 겁니다. 그러나 마스터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은 계속 할 겁니다. 저는 마스터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존재이니까요.”

‘그래. 고마워.’


대화가 끝나고 5분 정도 더 걸었다. 그제야 설화의 연구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장님. 데려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하고, 두 분은 돌아가세요.”

“예.”


수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무슨 일이지?”


가급적이면 설화와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네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


의자를 반 바퀴 돌려 그와 눈을 맞춘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일부러 상대의 특성을 폭주시키고 있지?”

“···그래.”


통찰력이 뛰어난 그녀에게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거짓말을 해도 들키는데, 그럴 바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겠네?”


수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좋아.”


그녀는 두 손을 비비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네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

“제안?”

“1주에 한 번, 한 명의 특성을 진화시켜 줘.”

“내가 얻는 것은?”

“이곳에서 나갈 기회를 줄게.”


기회? 나가게 해주는 게 아니라 기회를 주겠다고?


“네게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하는데? 만약 내 제안을 받아준다면 실험과 콜로세움에서의 전투는 하지 않아도 돼. 원한다면 한정적인 자유를 줄 수도 있어.”

“몇 명이나 해야 하는데.”

“여섯···. 아니, 잠깐만.”


그녀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생각에 잠겼다.


“횟수는 말할 수 없어.”

“그럼 나도 거절하지.”

“대신 다음 달까지 반드시 횟수를 채우게 될 거야. 맹세해.”


수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네 맹세 따위 아무런 가치도 없어.”

“그렇다면 네 여동생은?”


그녀가 그런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좋게 말해 주니까 동등한 위치라도 된 거 같은데, 너는 내 손바닥 안에 있어.”

“그 남자를 죽이면 내 동생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누가 그녀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말은 없었지, 분명?”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는 안 건드려. 대신 누군가가 아주 우연히 그녀를 건드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만 해 둘게.”

“···알았다.”

“순순히 협조해 줘서 고마워.”


그녀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아까 한 말, 반드시 지켜라.”

“물론.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아, 식사도 조금 더 좋은 걸로 바꿔 줄게. 빵은 질리도록 먹었을 테니까.”


···빌어먹을 년.


수호는 몸을 돌려 문으로 걸어갔다. 그가 나갈 타이밍을 미리 계산했는지 저절로 문이 열렸다.


“가자. 24061.”


그는 순순히 경비의 앞에 섰다.


“아주 개 같은 년입니다, 마스터.”

‘동감이야.’


한의 말에 대꾸한 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내 심기를 거스르는 말만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마스터가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입니다. 누가 봐도 욕먹을 만한 사람한테 칭찬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 그렇구나.’

“저 그렇게 융통성 없는 방어구는 아닙니다.”


수호는 피식 웃고 말았다. 덕분에 경비에게 뭘 웃고 있냐며 총구로 등을 다섯 번 정도 찔렸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더러웠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방으로 돌아온 수호는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기회를 준다고 했습니다. 그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스터.” “알고 있어.”


한의 말에 동의한 그는 상태 창을 열었다.


<상태 정보>


이름 : 수호

나이 : 20

특성 : 한계 돌파

스텟

힘 : 8 민첩 : 6

체력 : 8 지능 : 4

착용 중인 장비

- 모순

보유 중인 스킬

- 없음


일곱 번의 살인으로 얻은 스텟은 힘 1, 민첩 2, 체력 1. 한 명당 한 개 꼴로 얻지도 못했는데 성장이 멈추게 생겼다. 살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스텟만이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상태 창의 한계를 돌파한다.”


그는 자신의 상태 창에 손을 얹고서 조용히 말했다.


- ‘상태 창’의 한계 돌파를 시작합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상태 창에 노이즈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름을 비트는 정도였던 노이즈는 곧 상태 창 전체를 뒤덮었고, 나이와 특성 사이를 억지로 벌려 공간을 만들었다.


- ‘상태 창’의 한계 돌파가 성공했습니다.


<상태 정보>


이름 : 수호

나이 : 20

레벨 : 1

특성 : 한계 돌파

스텟

힘 : 8 민첩 : 6

체력 : 8 지능 : 4

착용 중인 장비

- 모순

보유 중인 스킬

- 없음


수호는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십니까?”

“···레벨이 생겼어.”


한이 그의 뒤로 다가와 같은 곳을 봤다.


“정말이군요.”

“이게 보여?”

“아뇨. 안 보입니다.”


한은 깍지 낀 두 손을 머리 뒤로 가져가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둥실 떠올라 침대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그런 걸로 장난치지 마.”

“죄송합니다, 마스터.”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짓고 있는 미소를 보니 자신이 뱉은 말을 지킬 생각은 없어 보였다.


“레벨이라면 보편적인 게임의 그 레벨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군요. 경험치를 쌓아서 올리면 보너스 스텟을 얻는.”

“응.”


경험치 칸이 보이지는 않지만, 레벨이 생긴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다. 한계 돌파를 통해서야 나타난 게 레벨이니 7주들은 가지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레벨과 관련된 스킬을 얻었을 수도 있기에 섣불리 단정 짓지는 않았다.


“내친김에 인벤토리도 한계 돌파시키죠.”

“그래.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수호는 한의 말을 따라 인벤토리의 한계를 돌파시켰다. 그러자 아이템 이름이 세로로 나열될 뿐이었던 단순한 인벤토리가 가로로 길쭉한 홀로그램 창 속에 작은 정사각형 칸들이 배열된 형태로 바뀌었다.


왼쪽 위의 칸부터 그가 콜로세움에서 전리품으로 얻은 아이템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글자가 아닌 칸의 크기에 맞게 축소된 아이템의 외형으로.


“스킬 창이나 특성도 될까?”


혹시나 해서 시도해 봤지만, 상태 창의 한계를 돌파해서 그런지 한계 돌파가 불가능한 대상이라는 메시지만 나타났다.


“욕심이 지나치시군요.”


한이 혀를 차며 말했다.


“욕심부려야지. 빨리 강해져야 탈출하는 시간을 당길 수 있으니까.”

“그럼 팍팍 부리죠. 또 뭐 돌파할 거 없습니까?”

“···아이템.”


콜로세움에서 얻은 전리품.

인벤토리를 연 수호는 가장 왼쪽에 있는 단검을 꺼냈다.


“비명을 지르는 단검의 한계를 돌파한다.”


- 아이템 ‘비명을 지르는 단검’의 한계 돌파를 시작합니다.


한의 한계를 돌파했을 때처럼 단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은 전체로 퍼졌고, 빛과 함께 폭발했다. 그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 ‘비명을 지르는 단검’의 한계 돌파가 성공했습니다.


뱀이 기어가는 모습처럼 생긴 날이 초록색 손잡이에 꽂혀 있었다.


<아이템 정보>


이름 : 비명을 지르는 단검

등급 : 유니크

설명 : 사람의 비명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명이라고 생각했던 미치광이 살인마 루소가 솜씨 좋은 대장장이의 가족을 인질로 삼고 만들게 한 비운의 작품이다. 사형이 집행된 당일 루소의 증언에 의하면, 이 단검의 첫 번째 제물은 대장장이와 그의 가족이었다고 한다.

옵션

- 공격 대상의 방어 무시

- 단검에 찔린 부위의 통각 400% 증가

- 공격이 적중한 대상에게 50%의 확률로 ‘출혈’ 부여


원래 주인이었던 여성이 말했던 옵션은 방어 무시와 통각 증가. 세 배라고 했던 통각이 4배로 늘어났고, 원래는 없던 출혈 옵션이 추가로 생겼다.


“다른 것도 이 정도까지 되려나?”


그가 전리품으로 얻은 무기는 단검을 합쳐서 3개. 기대를 품고 나머지 아이템의 한계를 돌파했지만, 단검만큼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설명에 ‘한계를 돌파했다.’라는 문구만 적혀 있을 뿐 옵션의 추가나 등급의 변화는 없었다.


“애초에 내구도가 낮아서 그런 건가?”

“등급이 낮아서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싸한 추론이었다. 아니, 정답이었다.


“말 그대로 한계를 돌파하는 특성이니까, 가지고 있는 한계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거였어.”

“마스터와 7주의 한계가 같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을 바라봤다.


“너 되게 똑똑하다?”

“저는 마스터의 무의식이라니까요.”

“내가 그럼 평소에 무식한 척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야?”


그의 말에 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뭐야, 그 애매한 대답은.”

“정답은 저도 모릅니다. 마스터만이 아는 문제입니다, 그건.”


의미를 모를 한의 대답에 눈살을 찌푸린 그는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누웠다.


“이제 정말 다 했겠지?”

“글쎄요.”


상태 창, 인벤토리, 아이템. 이것 외에 한계 돌파를 할 수 있는 게 남았나?

잠깐 생각에 잠긴 수호는 불현 듯 떠올랐다. 여태까지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고 감히 측정할 수 없는 한계치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아직 남은 게 있었습니까?” “응.”


한의 질문에 대답한 수호는 천장을 향해 팔을 뻗으며 말했다.


“시스템의 한계를 돌파한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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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 빌런 번호 24601(2) 21.05.16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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