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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해방 전선의 에이스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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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잘생겼네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01
최근연재일 :
2021.06.02 23:59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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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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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글자수 :
95,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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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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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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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프롤로그-추락

DUMMY

어차피 추락뿐인 삶.

후회 따윈 없다.


라고 헬리오스는 생각했다.

그는 조종타를 놓고는 품속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물었다. 성냥은 없었다. 있었다고 해도 습관처럼 오른쪽 건빵 주머니에 넣어 놓았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오른손은 적군의 기관총 세례에 가루가 된 지 오래였으니.

그는 고개를 숙여 계기판 이곳저곳으로 번지고 있던 불로 담뱃불을 붙였다. 뒤이어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저하··· 치직··· 탈출···


교신기로까지 불이 번졌는지 지상으로부터의 무전도 점점 불분명해졌다. 그는 무전기를 들어 상대에게 전달이 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을 말을 전했다.


“끝났어. 수고했어 소피아.”


그 말을 끝으로 무전기 너머에서는 그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교신기의 기판이 모두 타 버린 듯했다. 무전기 너머의 말소리 대신, 가슴팍의 마나 흡입구가 내는 힘겨운 펌프질 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 마나 흡입구는 얼마 남지 않은 몇 방울의 마나를 겨우 뽑아 올리고 있었다.

그는 지독한 피로를 느꼈다.


그가 담배 연기를 한 숨 뱉어냈지만, 그의 눈엔 그것이 담배 연기인지 불타는 비행기가 만들어 내는 연기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잠깐의 명멸 끝에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담뱃재만이 그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

그는 그나마 성한 왼손으로 머리 위의 캐노피를 꽝꽝 쳐올렸다.

20밀리 총알구멍이 산발적으로 난 캐노피는 몇 번의 주먹질 끝에 허공 저 멀리로 날아갔고, 조종석을 가득 메우고 있던 연기도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사방엔 구름이 가득했다. 그는 불길 앞에서도 몸이 차가워짐을 느꼈다.


‘다 끝났다. 드디어.’


그는 왼손을 허벅지 아래에 끼워 넣고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지금 그를 감싸 안은 것은 거친 풍절음, 자신의 비행기가 불타오르며 만들어 내는, 유년 시절 들었던 아련한 모닥불과 같은 소리, 그리고 이어진 치독한 침묵뿐이었다.


*


“저하! 지금이라도 탈출하셔야 합니다! 후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왕궁은 이미 점령당했습니다!”

“소피아! 하지만 아마마마가!”

“저하, 폐하께서는 이미···”

“저기 있다!”

“저하! 이곳은 소신이 막을 테니 얼른···”


*


그가 상념에서 벗어났을 때, 그의 비행기는 드디어 구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비행기는 붉은 단엽 프롭기였다. 이름은 없었다. 그가 붙이지 않았다. 왕궁을 빠져나온 그가 처음 파일럿이 되어 비행기를 받았을 때, 처음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보았을 때, 그는 오래지 않아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또 오래지 않아 왕국을 수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13년이 지났다.


13년 동안 이름 없던 비행기는 자신과 함께 하늘을 누볐고, 그 13년 동안 이름 있던 자신의 장교와 부하 병사, 시민들은 멸망한 왕국을 되찾지 못하고 이름 모를 땅에서 죽어갔다.


푸쉭- 푸쉭-


프로펠러도 기능을 다했는지 요동치고 있었고 목재와 캔버스로 만든 날개 역시 한 블록씩 부서져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하나씩 사라지는 비행기 조각들을 바라보며 그는 일련의 후련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를 이루는 골조들이 모두 바스라지고, 자신도 땅바닥에 으스러진다면···

더는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적이든 아군이든.

그는 ‘역적질이란 참으로 피곤한 일이지.’ 하며 자조했다.


지상엔 이미 수십, 수백 기의 비행기가 먼저 추락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하룻밤 사이 그가 격추한 비행기였다. 아군기는 없었다.

수백 번의 전투 끝에 살아남은 저항군의 파일럿은 자신뿐이었으니까.

이번 작전의 목표는 시민들이 제삼국, 피오렌티나 공국으로 도주할 시간을 버는 것이었고, 그는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눈앞의 광경은 그가 판단한 최선이자 유일한 수의 결과였다.

그의 시선엔 한가득 화마뿐이었다.


‘이 정도면 됐다.’


그는 다시금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저 멀리 지평선에선 갓 떠오른 여명이 명명백백한 오렌지빛 선을 하나 만들어 냈다.

선 위론 어두컴컴한 구름과, 그 사이로 쏟아질 듯 반짝이는 달과 별 무리.

선 아래론 그의 비행기만큼이나 붉디붉은 햇살이 찬란하게 드리웠다.


세상이 그려 놓은 거대한 가로축에 한 인간이 한 줄기 붉은 세로축을 그려 냈다.


그 세로축의 첨단.

햇살과 어둠을 함께 받아 어두컴컴하게 빛나고 있는 붉은 비행기의 조종석.

꺼져 가는 인간 헬리오스는 황망한 얼굴을 한 채 한가득 머금은 담배 연기를 내뿜고 말았다.


대지 저 멀리서 저항군의 전투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교신기가 달린 지휘용이었고 단 한 명이 타고 있었다.

운전석에는 이곳에 있어선 안 될, 진영의 최후미를 수습해 공국으로 넘어가야만 하는 갈색 머리의 여성이 있었다.


“소피아··· 왜···”


그는 고개를 들었다.

보라색으로 물든 구름을 뚫고 비행기들이 날파리 떼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단엽기, 복엽기, 삼엽기에 쌍발기까지. 온갖 종류의 제국의 규격기들이 자신의 최후를 목도하고 있었고, 그중 몇은 편대를 이뤄 급강하하고 있었다.

자신이 항거한 13년의 세월이 저 비행기들의 변천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아련해질 법도 했건만, 그는 당장 위아래를 살피며 상황 판단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필이면···”


그리고 마침내.

그가 그토록이나 보지 않기를 바랐던 거대한 기체 하나가 구름을 가르고 위용을 드러냈다.

금색 사자가 그려져 있는 거대한 마도 비행선.

침략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날아다니는 전진기지. 바로 제국의 총지휘기였다.

찾으려 할 땐 그렇게나 보이지 않았건만, 왜 지금에 이르러서야 나타나는 것인지.

그때, 그의 복잡한 뇌리를 뚫고 소피아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나를 담은 그녀의 음성이 하늘 전체에 가득 울려 펴졌다.


“저하! 이곳은 소신이 막겠습니다. 공국으로 탈출해 후일을 기약하십시오!”


그 말과 함께 소피아는 차량 지붕의 방수천을 거칠게 뜯어내고는, 앞 유리창의 프레임 위로 중기관총 한 정을 거치했다.


그리고 그녀는 갈색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하늘을 향해 기관총을 마구 난사하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르르륵!!


갑작스러운 총알 세례에 제국의 비행기들이 회피 기동을 펼쳤지만, 그녀의 마나가 담긴 총알은 그중 몇 대를 맞혀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허나 여전히 몇 개의 편대가 생존해 급강하하는 중이었고 그 위론 헬리오스가 떨어뜨린 것의 배는 될 법한 수의 비행기들이 선회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그녀 혼자서 상공의 비행기 모두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판단했다.

지금이라도 남은 마나를 모두 쥐어짜 낙하막을 펼친다면 어떻게든 생존은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이 기체를 이끌고 그대로 도주하는 방법 역시 선택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마나가 바닥을 보인다고 해도 몇 킬로미터 정도는 활강할 수는 있으리라.

그러나···

그는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고 있는 차량을 바라보았다.


최후를 다짐한 듯 이곳저곳으로 총알을 흩뿌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에겐 일견 숭고하기까지 했다.

그녀의 나이 서른넷.

반평생을 자신의 역적질에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

빼어난 용기와 무력으로 저항군의 반석을 다진 인물.

이곳을 떠나 짝을 찾고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살 법도 했지만 끝끝내 자신의 곁을 지킨 인물.

스승이자 전우이며 형제이자··· 자신의 반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

.

.

.

그의 잡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필터까지 타들어 간 담배꽁초를 조종석 밖으로 던져 버렸다. 담배꽁초는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가 사라졌다.


‘소피아까지 추락시킬 순 없다!’


헬리오스는 다시 한번 조종타를 붙잡았다.

이미 통제를 벗어난 비행기는 쉽사리 기수를 들어 올리지 않았으나 그는 사력을 다했다.


콰직!


꼬리날개가 박살이 나 반쯤 떨어져 나갔지만 그는 비행기를 하늘 위로 올리는 데에만 온 정신을 쏟았다. 곧 지면이었다.


콰가가가각!


그는 자신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힘을 온몸으로 느꼈다. 어떻게든 양력을 만들어 내야 했지만, 이미 날개는 많은 부분 소실되었고 엔진조차 마나를 받지 못해 제 힘을 내지 못했다.


파지직!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총동원해 비행기의 측면과 꼬리에 날개 모양의 마나막을 펼쳐냈다. 지금 그에게 무게중심, 안정성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반등하느냐 못 하느냐, 오로지 그뿐이었다.


“쿨럭!”


이윽고 그의 입에서 토해져 나온 피 한 줌. 궤도는 점점 각을 높여 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추락을 면치 못할 선을 그릴 뿐이었다. 그는 혼미해지는 정신을 어떻게든 가다듬으려 했다.


저 멀리 있던 소피아의 전투 차량은 어느새 그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소피아는 차량을 멈춰 세우곤 아예 짐칸 위에 올라선 채로 기관총을 갈겨 대고 있었다.


그가 이를 악물고는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제발!

딱 한 번만 더 날자!

부탁이다! 제발!


악문 그의 잇새로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가 펼쳐낸 마나막의 날개는 그의 피처럼, 그의 비행기처럼 점차 붉은색을 띠기 시작했다. 마나가 고갈되었고, 이제는 생명력을 끌어 쓰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비행기가 마침내 피막과도 같은 붉은색으로 둘러싸이자, 그의 두 눈은 흰자위를 내 보이기 시작했다.


*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문득 세상이 고요해짐을 느꼈다.

어느새 그는 대지에 발을 디딜 듯 낮게 부유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사로잡던 중력과 속력, 피로감과 의무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는 얼빠진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소피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바로 옆이었다.

대지엔 오로지 그녀와 자신뿐이었다. 사방이 어두웠다. 대지? 이곳은 전장이 아닌가. 암흑뿐인 곳에 내가 있었던가. 나는 죽었나? 소피아도 죽은 거고? 다··· 끝난 건가.

헬리오스가 소피아에게 말했다.


“시민들은 다 보냈어?”

“네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잘했어. 병사들은?”

“망명할 모든 채비를 마친 채 저하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보냈어야지.”

“그럴 순 없습니다.”

“그래도 돼.”

“그래도 됩니까?”

“어.”

“그래도 안 됩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고.”

“저하.”

“응?”

“외람되지만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응 편하게 해. 이제 다 끝난 마당인데 존댓말도 하지 말고.”

“저하.”

“?”

“저하는 다시 태어나시면 무얼 제일 하고 싶으십니까?”

“글쎄··· 다시 태어난다라··· 이 몸으로? 이 삶으로?”

“네.”

“그러긴 싫은데. 알잖아. 힘들었단 거. 매일같이 구슬땀 흘려 가며 사람들 죽이는 거··· 재미없더라. 왕국도··· 저항도··· 이젠 다 끝났잖아?”

“고생 많으셨습니다.”

“너도.”

“저하.”

“응.”

“아직 제 질문에 답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옛날부터 느꼈지만 소피아는 지독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

“흠··· 하나 있어.”

“뭡니까?”

“너한테 꽃이나 한 송이 주고 싶네.”

“저하···”

“왜, 좀 간지러운가? 이런 말?”

“저하!”

“아 왜 소릴 질러.”

“아직 안 끝났습니다.”

“뭐라고?”

“저하!!!”


그 순간, 아찔해지는 그의 뇌리로 한 줄기 외침이 들려왔다.


“저하!!! 정신 똑바로 차리십시오!!”


*


왼팔을 뻗어 붙잡으면 잡힐 듯 가까이에 있는 소피아의 외침.

그 순간, 그는 습관처럼, 혹은 어떠한 필연처럼 한 번에 끌어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은 평생 동안 추락에서 발버둥친 자의 관성에 따라 바닥을 강하게 때렸다.


그때, 그는 적막 사이로 풀잎을 가르는 프로펠러의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온 세상의 암흑이 순식간에 걷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어둠 속에서와 똑같은 얼굴을 한 소피아가 있었다. 전투 차량의 짐칸에 올곧게 서 있던 것도, 기관총이 발사되며 만들어 내는 섬광이, 마치 잘못 만들어진 영화 필름처럼 한 가닥씩 끊어지며 점멸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는 손목이 날아간 오른팔로 조종타를 잠시 붙잡고는 주먹을 꽉 쥔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번엔 어둠 바깥의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어 줬다.


잘했어.

고마웠어.


라고.


가가가가각!


그의 비행기는 지면을 잠시 스치고는 창공을 향해 발사되듯 날아올랐다.

그 속도는 그가 여태껏 비행기를 몰아 오면서 처음 내 보는 경지였고, 마찬가지로 그를 보좌하던 소피아마저도 처음 접하는 빠르기였다.

소피아는 비행기 뒤로 마치 초고속 에너지 미사일이 발사될 때와 같은 충격파가 뒤따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충격파는 세상을 찢을 듯한 소음을 동반했다. 그녀는 황급히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쿠와아아아아앙!


헬리오스의 붉은 비행기는 그대로 하늘로, 비행선으로 돌진했다.

그의 옆으로 소피아가 쏘아 보낸 총알들이 멈춰선 듯 동행하고 있었다.

전투 차량을 파괴하고자 강하하던 비행기들이 방향을 틀어 헬리오스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지만, 빠른 속력 때문에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설사 맞힌다고 해도 헬리오스가 만든 마나막에 도탄돼 어떤 타격도 주지 못했다.

그들의 공격이 한 차례 지나가자, 뒤이어 헬리오스가 몰고 간 붉은 유성이 그들을 덮쳤다.


지상의 소피아가 보기엔 그 어떤 타격 행위도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지금 헬리오스에겐 그들을 하나하나 조준할 심력도 없었으며, 설사 심력이 있다 해도 그때까지 버텨 낼 마나도 없었다. 그저 정상을 향해 날아오를 뿐이었다.


헬리오스는 자신의 비행기가 만들어 낸 거센 와류에 적기들의 날개나 몸통이 박살 나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 그는 자신이 일으킨 충격파에 대한 어떠한 보호 장비도 없었기에, 자신은 이미 귀가 먹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어둠 속과 비슷한 적막이 소음을 대체했고, 간간이 삐- 하는 소음이 찾아왔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이제 목표까지는 몇 분, 아니 몇 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지평선이 순식간에 뒤로 밀려났고 목표점은 폭발적으로 가까워져 온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거대한 비행선. 그 앞을 열심히 막아 보려 제국의 모기떼들이 달려들었지만 그에겐 그 어떤 상처도 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비행기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 만들어 낸 속도였다. 나무로 된 외피와 뼈대가 마찰열에 불타 바스라지고 있었고 그의 시야를 보호해주던 유리창도 어느 순간 깨져서 하늘로 날아갔다. 깨진 유리 조각에 찔려 왼눈마저 잃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생명력을 쏟아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문장 하나가 되풀이되었다.


‘다시는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는 날개를 만들어 내는 생명력을 거두어들이고는 모두 기수 방향으로 향하게 했다. 엔진은 과열돼 검은 연기를 마구 뿜어내고 있었고 프로펠러 전방으론 몇 겹에 달하는 송곳 같은 보호막이 펼쳐졌다. 붉은 비행기는 곧 한 덩이 포탄과 같은 모양새로 변했다.


쾅!!

쾅!!

콰광!!


그의 비행기는 비행선의 몇 겹에 달하는 마나 보호막을 단숨에 뚫어냈다.

이제 목표까지는 지척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되뇌었다.


어차피 추락뿐인 삶.

후회 따윈 없다.


부우욱!!!


그의 붉은 비행기는 순식간에 비행선 내부로 파고들었으며,

잠시 뒤, 그는 끝끝내 몸속 깊은 곳에 있던 마지막 한 조각 생명력을 끄집어내 폭발시킬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온 세상이 그의 마지막을 축복하는 듯 갓 떠오른 태양 위로 태양보다 더 밝은 폭발이 일어났다.


대지에서 그 모든 걸 바라본 소피아는, 왕자의 죽음이, 왕자가 죽으면서 그려냈던 연기, 수증기, 불꽃, 폭발들이 마치 활짝 핀 한 송이 장미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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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6 글나래
    작성일
    21.05.22 23:01
    No. 1

    와우! 시작부터 느낌있네요. 아직 프롤로그밖에 안 보긴 했지만 판타지와 전투기라는 두 소재를 굉장히 깔끔하게 섞어낸 것 같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잘생겼네요
    작성일
    21.05.23 12:59
    No. 2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슷한 소재로 글을 쓰고 있으셔서 저 역시 작가님 작품 즐겁게 보고 있었는데 ㅎㅎㅎ
    이렇게 직접 댓글까지 달아 주시다니... ㅎㅎㅎ
    즐겁게 읽으실 수 있도록 글 열심히 쓰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4 김상준.
    작성일
    21.05.25 15:47
    No. 3

    화이팅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 헬펑크
    작성일
    21.05.26 20:35
    No. 4

    그야말로 하늘의 기사네요. 소재가 눈길을 확 끕니다. 계속 재밌게 읽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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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선의 에이스 파일럿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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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새로운 터전 (1) 21.06.02 40 6 12쪽
14 해방 전선의 신호탄 (3) +1 21.06.01 48 7 15쪽
13 해방 전선의 신호탄 (2) +1 21.05.31 59 8 17쪽
12 해방 전선의 신호탄 (1) +3 21.05.29 70 8 12쪽
11 시험 비행 21.05.28 63 8 18쪽
10 유연함 +2 21.05.26 80 7 12쪽
9 어둠 속에서 +2 21.05.25 81 7 14쪽
8 폭격 21.05.23 98 6 12쪽
7 두 번째 첫 비행 +4 21.05.22 107 5 14쪽
6 미리보기 +2 21.05.21 96 5 15쪽
5 이야, 분위기 좋은데? 21.05.20 113 7 13쪽
4 레지스탕스 메이커 (2) 21.05.19 115 8 14쪽
3 레지스탕스 메이커 (1) +3 21.05.18 129 5 12쪽
2 귀환 21.05.17 138 7 14쪽
» 프롤로그-추락 +4 21.05.17 214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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