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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해방 전선의 에이스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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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잘생겼네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01
최근연재일 :
2021.06.0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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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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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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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지스탕스 메이커 (1)

DUMMY

소피아는 루메인 외곽의 한 펍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바 테이블 한쪽에선 주인장이 라디오의 주파수를 잡느라 진땀을 빼는 중이었다.

펍 내의 몇 안 되는 손님들은 주인장이 그러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주정에만 집중했다. 포커를 치며 악다구니를 쓰기도 했고, 부어라 마셔라 소리 지르기도 했다.

간간이 사복을 입은 소피아를 쳐다보는 작자들도 있었지만, 소피아는 그들의 시선에는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헬리오스의 안위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헬리오스는 열여덟 평생을 왕자로서 귀한 대접만 받고 자라 온 인간이었다. 서민들이 가득한 더럽고 우악스러운 공간에서는 숨이나 제대로 쉬면 다행이지 않을까 하고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허나, 눈앞의 헬리오스는 그런 소피아의 걱정을 단숨에 종식시켰다.


혼자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닌 듯, 펍으로 들어서자마자 바 테이블 한가운데로 거침없이 직진하더니 스스럼없이 1핀트 맥주를 시켜 두 잔을 연거푸 비우기도 했고, 주정뱅이들한테 담뱃불을 빌리며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를 던지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중 특히 그가 힘을 실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었는데,


“어이 영감님들, 혹시 총알보다 빠른 비행기 본 적 있어?”

“꼬맹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 얄팍한 비행기가 어떻게 총알보다 빠를 수 있겠냐. 비리비리한 조종사가 몰면 말보다 느린 게 바로 비행기 아니냐.”

“그건 그놈들이 비리비리한 거고. 난 본 적 있어.”

“그래 이 허풍쟁이 놈아. 한번 들어나 보자.”

“정확히 말하자면, 비행기가 날아가는데 총알이 그 옆에 멈춰서 있는 장면이지. 직접 못 보여주는 게 참 아쉽네. 정말로 죽이는 장면이었는데.”

“그러면 네가 그 비행기에 탔다는 소리 아니냐? 너 같은 꼬맹이가 그랬을 리도 없을 거고. 천하의 리히텐호프도 그렇게는 못 할 거다. 내 장을 지지지.”

“리히텐호프? 그 친구는 빠른 것보다는 기동력 하나로 먹고사는 양반이지.”

“기동력? 리히텐호프가? 꼬맹아, 자전거는 몰아는 봤냐. 저기 저 아가씨가 어부바해 주는 건 아니고?”

“영감님, 다음에 파일럿 놈들 술자리에 끼게 되면 내가 한 말 그대로 뱉어 보시죠. 그놈들 눈빛이 달라질걸? 이 영감 뭘 좀 아는 영감이구만 하면서.”

“눈빛은 무슨.”

“영감님.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 줬으니까 영감님도 하나 해 주시죠.”

“내가? 이 촌무지렁이한테 뭐 궁금한 게 있다고.”

“아 아무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피아는 자신의 마음속에 대견함과 함께 의아함이 자리 잡는 것을 느꼈다.

평생 피우지 않던 담배를 저리 물고 있는 것도 그렇고, 말투나 행동거지도 그렇고. 마치 전쟁에서 십 년쯤은 훌쩍 넘게 굴러 온 베테랑을 보는 듯했다.

소피아는 자신 앞에 놓인 커피를 한 잔 들이켰다. 커피에서 올라오는 탄내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녀 앞으로 펍의 주인장이 다가왔다.


“아가씨 미안해. 내가 커피는 잘 못 내려 가지고.”

“괜찮습니다.”

“저 남자, 당신 일행이지? 생긴 건 곱상하니 귀족 같은데, 어째 말본새는 우리랑 하등 다를 바가 없구만. 당신들, 혹시···”


주인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소피아와 헬리오스를 몇 차례 흘겨보았다. 소피아는 긴장하지 않은 척 커피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사랑의 도피지? 오래된 몰락 귀족인가?”

“크흠···”

“아 그럴 수도 있지. 요즘 시대에 몰락 귀족이 어디 귀하기나 한가. 어느 마을에 한둘씩은 있는 게 또 몰락 귀족 아닌가.”

“크흠. 아닙니다.”

“그렇지, 말은 또 그렇게 하는 법이지.”

“사랑의 도피도 아니고 몰락 귀족도 아닙니다.”

“그래 그래. 다 알고 있어.”

“···”


소피아는 놀랐던 마음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주인장에겐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양 고개를 돌려 버렸다.

주인장 역시 그 모습을 보고는 제 할 일을 하러 다른 자리로 떠났다.


잠깐의 고요. 뒤에서는 헬리오스와 동네 영감들이 여전히 같은 주제로 떠들고 있었다. 당장은 크게 위험해질 요소는 없는 듯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피아는 치맛자락을 매만져 보았다. 허벅다리에 묶어둔 권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도주로 역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주방으로 향하는 길이 짐짝으로 반쯤 막혀 있었지만, 도주할 때는 오히려 바리케이드로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점검을 마친 뒤, 그녀는 앞으로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병사들은 모두 한 계급씩 특진시켜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헬리오스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는데, 그는 자신을 이렇게 설득했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병사 수도 아니고 내 목숨도 아니야. 씨앗을 심어야 할 때고 정보를 모아야 해. 병사들을 각 지역에 보내서 민심은 어떻고 제국의 동향은 어떤지, 함께할 인물은 있는지, 어디를 먼저 수복하고 또 어디어디를 묶어서 전선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정보를 모으는 게 우선이야.”

“저하, 제국이 왕국을 점령한 지 이제 겨우 2주가 넘었습니다. 제국이 그렇게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낮고 설사 둔다고 해도 당장 움직일 병력도 마땅치 않습니다. 앤버 왕국을 설득해 세력전으로 가심은 어떠신지요.”

“그 주장은 정말로 반박할 게 많은데··· 일단은 직접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네. 병사들은 날 믿고 일단 보내 보자고. 그리고 앤버 왕국은··· 딱 일주일 뒤에 결정하자고. 나로서도 좀 확인해 봐야 할 게 있으니까.”

“정보 말씀입니까? 지시하시면 제가 나서서···”

“아냐. 라디오에서 공표했던 걸로 기억해.”

“기··· 억이요?”

“응? 아··· 응. 기억. 아무튼, 소피아한테는 따로 부탁할 게 있기도 하고.”

“하명하시면 따르겠습니다.”

“내 천막이나 짐들 있지?”

“예 저하.”

“그게 제일 비싼 것처럼 보이니까 다 팔아. 다 팔아서 고향으로 가는 병사들한테 최대한 많이 쥐여 줘. 트럭도 병사들한테 전부 주고.”

“예? 하오면 저하는···”

“잠이야 아무 데서나 자면 되고, 돈이야 뭐 벌면 되잖아.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일단 그렇게 해 줘.”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일주일 뒤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었다.

주인장의 수고 덕분에 주파수가 겨우 잡혔던 라디오에선 헬리오스가 예견했던 내용이 흘러나왔다.


-···루이 알튀세르 공작은 금일 21시부로 재무상 자리에서 사퇴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공석은 기존 외무부 차관 부르트 송 백작이 자리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단행은 아슬란 왕국 멸망과 더불어 귀족원의···


헬리오스의 설명에 따르면 부르트 송 백작은 앤버 왕국 내 친제국파의 돌격대장과 같은 인물. 그런 인물이 무려 귀족들의 이인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대로고···”


기척도 없이 소피아의 곁으로 다가온 헬리오스는 품에서 수첩을 꺼내 죽죽 줄을 그었다. 그런 헬리오스에게 소피아가 말했다.


“캡틴, 그러면 그 기억··· 에는 저희가 앤버의 귀족들에게 접근했던 것인지요?”

“어. 접근했어. 귀족뿐만 아니라 왕까지. 그래서 그 꼴이 났지.”

“그 꼴이라 하시면···”

“일단, 이 친제국파 놈들한테 엄청나게 끌려 다녔지. 당시엔 힘도 뭐도 없었던지라 어떻게든 당장 눈앞에 있는 자들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였고. 뭐··· 내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정치적으로 써먹는 게 맞기는 한데, 너무 정치적으로만 생각해서 오히려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정치적 부담은 엄청나게 무겁고, 그렇다고 지원은 또 가볍기 그지없고. 딱 그랬었지. 그리고···”

“···”

“너무 오래 걸렸어.”


헬리오스는 말을 끊더니 주인장에게 자신의 맥주잔을 가리키며 손가락 하나를 펼쳤다. 잠시 후, 거품이 가득 오른 맥주잔을 건네받은 헬리오스는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렇지. 너무 오래 걸렸지.’


헬리오스는 과거를 떠올렸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제국으로 보고되던 상황.

일 년도 안 되던 짧은 기간 동안 동맹국이 될 수도 있었을 중소 국가들이 모두 무너졌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앤버 왕국 내에서 친제국파의 입지는 커져만 가던 상황.

아무리 자신이 잘 날던 놈이고 의지할 만한 기억이 있는 놈이라 해도, 다시 한번 그 하이에나들의 아가리에 들어간다면··· 아마 결과는 그때와 똑같을 것이다.

헬리오스에게 앤버 왕국과 관련한 긍정적인 기억이라곤 오로지 하나, 비행기 조종법을 배울 때뿐이었다.

그는 오른손을 쥐었다 폈다 해 봤다.

과연 자신의 기억은 모두 꿈에 불과할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이 ‘돌아온’ 것인가. 그 대답을 비행기를 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당장의 조각들은 하나씩 돌아왔다는 쪽으로 맞춰지고 있다지만, 소피아의 말마따나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환각을 겪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헬리오스가 말했다.


“소피아?”

“네 캡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캡틴··· 듣는 귀가 많습니다.”

“뭐 어때. 말해 봐. 난 캡틴이잖아.”

“예 캡틴. 제국에 대항할 수 있는 동맹,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동맹? 그러려면 외교를 해야 하는데··· 우리한텐 나라도, 외교관도, 심지어는 외교관을 보호할 병사도 없잖아.”

“···”

“외교··· 필요하긴 한데, 굳이 우리가 밑지고 들어가는 상황을 만들 필요는 또 없다고 보거든.”

“그렇다면 캡틴은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필요한 건 딱 두 가지야. 자금과 동지.”

“···”

“동지는 병사들을 보내놨으니까 천천히 해결될 테고.”

“자금은··· 그렇군요. 그래서 그쪽에 연락을 넣으셨던 거군요.”

“그렇지. 우리한테 당장 필요한 건 돈이지 정치권력은 아니니까. 캡틴 이름값은 이럴 때 써야 하지 않겠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헬리오스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시계는 약속시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상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소피아는 다시 한번 도주로를 살폈다.

왕국 내에서 이 같은 비밀 작전을 시행할 때 시간을 맞추지 않는다는 것은 작전이 틀어졌다는 말과도 같았으니까.

조금씩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소피아와는 다르게, 헬리오스는 그야말로 천하태평이었다.

옆에 앉아 있는 소피아를 의식해 담배를 피우진 않았지만, 노트에 자신이 탔던 비행기를 그려대는 둥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이십 분가량 뒤.


누군가가 펍의 정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모습을 드러냈다.

키가 2미터는 됨직했고 덩치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자는 주위를 몇 차례 둘러보더니, 곧장 헬리오스가 있는 바 쪽으로 걸어왔다.


터벅, 터벅.


남자의 접근에, 소피아는 오른손을 천천히 치맛자락 쪽으로 내렸다.


터벅.


이윽고 사내는 헬리오스 바로 옆에 멈춰 서더니,


풀썩.


하고 그 옆 의자에 눌러 앉았다.

사내의 몸에서는 꿉꿉한 먼지 냄새가 흘러 나왔다.

헬리오스는 주인장에게 한 번 더 자신의 맥주잔을 가리키고는 이번에는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주인장이 자연스럽게 맥주 두 잔을 그들 앞에 내려놓자, 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단숨에 그 잔을 들이켰다.


탁!


먼저 1핀트 맥주를 끝장 낸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젊은 양반, 당신이 날 불렀소?”

“그렇습니다.”

“반갑소. 더블 카우 상사의 월드피스요.”

“상사요?”

“···상사요. 투자는 상사가 하오.”

“그렇습니까, 아무튼 반갑습니다. 월드피스가 이름입니까? 아니면 월드가 이름이고 피스가 성입니까?”

“월드피스가 이름이오.”

“그러면 성은?”

“쟝.”

“반갑습니다. 쟝. 헬리오스입니다.”

“인사치레는 여기까지 하고. 투자를 원한다고?”

“네. 그것도 아주 대단위로 이루어지며 아주 리스키하지만 투자에 성공할 경우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명예는 집어치우고.”


월드피스는 자신 앞에 새롭게 놓인 맥주를 다시 한번 단숨에 들이켰다. 헬리오스는 그 모습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만 보고 있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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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유연함 +2 21.05.26 78 7 12쪽
9 어둠 속에서 +2 21.05.25 80 7 14쪽
8 폭격 21.05.23 97 6 12쪽
7 두 번째 첫 비행 +4 21.05.22 105 5 14쪽
6 미리보기 +2 21.05.21 95 5 15쪽
5 이야, 분위기 좋은데? 21.05.20 112 7 13쪽
4 레지스탕스 메이커 (2) 21.05.19 115 8 14쪽
» 레지스탕스 메이커 (1) +3 21.05.18 128 5 12쪽
2 귀환 21.05.17 136 7 14쪽
1 프롤로그-추락 +4 21.05.17 207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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