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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해방 전선의 에이스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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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잘생겼네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01
최근연재일 :
2021.06.02 23:59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450
추천수 :
104
글자수 :
95,580

작성
21.05.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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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추천
7
글자
13쪽

이야, 분위기 좋은데?

DUMMY

“소피아, 난 소피아가 참 좋아.”

“캡틴···”

“왜 소피아?”

“송구한 말씀입니다만, 화제를 돌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헬리오스는 소피아의 시선을 피해 신문 가판대에서 지역지를 하나 꺼내 들었다.

신문에는 아슬란 왕국의 멸망 사건을 몇 주째 대서특필하고 있었는데, 1면 끄트머리에 붙은 제국의 왕국 합병 전략, 인접국 외교 전략 등을 다룬 기사가 그의 눈길을 끌었다.

헬리오스는 그중 두 개의 헤드라인에 주목했다.


-아슬란 제1 왕자 실종.


-아슬란 총독으로 피의 일주일의 주역, 조기 무스타파 대장 내정. 부총독 내정자 아슬란 제2 공주 하타리아 아슬란으로 추측.


헬리오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타리아··· 이 썅년은 변함이 없구만.’


그는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자신의 누나에 의해 죽어 나갔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하타리아에 대한 자신의 오판 때문에 죽은 자도 있었으니까.


자신의 왕자가 신문에 집중한 사이, 소피아는 가판대 옆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잡화점 주인에게 동전 두 닢을 건네며 신문값과 함께 식빵 한 덩이를 샀다.


잠시 후, 빵을 건네받은 소피아가 대화를 이어 나갔다.


“캡틴, 아무리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위험한 거래였습니다. 거래가 틀어져서 신변이 노출되는 건 둘째 쳐도, 비행기 자체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물건입니다.

평시에도 추락 사고로 우후죽순 죽어 나가는 게 비행기입니다. 전시엔 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캡틴이 굳이 비행기를 타겠다고 약속할 필욘 없었습니다.”


이미 골자는 다 확인한 듯, 신문을 접어 옆구리에 끼고 있던 헬리오스가 답했다.


“그건 다 비리비리한 놈들이라 그런 거고. 난 정말로 괜찮아. 그리고 이미 계약은 성립됐잖아? 이젠 무를 수도 없다고. 이 신문도 계약금으로 산 거잖아.”

“···”


소피아는 피스메이커 공업사의 공장 겸 격납고, 정확히는 밭두렁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던 조금 큰 헛간을 떠올렸다.

그곳에 방문한 날로부터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녀는 그 격납고에 숨는다면 확실히 쉽게 들키진 않겠다 생각했다.

그렇게나 허름한 헛간에서 망국의 왕자가 재기를 노리고 있다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할 테니까.


엔진과 조금의 뼈대가 전부였던 물체를 바라보면서 쟝과 헬리오스는 저들끼리 이런저런 토의를 했었다.

소피아가 보기엔 그 물체가 과연 제대로 날 수나 있을까 싶었지만.

가만히 생각에 잠긴 소피아에게 문득 헬리오스가 말을 걸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피아?”

“네?”

“이것도 좀 사도 될까?”


헬리오스는 멋쩍은 얼굴로 담배 한 갑을 집어 들었다.

머쓱한 웃음만 보면 영락없는 열여덟 소년에 불과한데, 어떻게 저렇게 능글맞은지.

소피아는 잡화점 주인의 얼굴에 미묘한 웃음이 걸리는 것을 발견했지만, 무덤덤한 표정으로 담뱃값도 치렀다.


***


“캡틴.”

“왜 소피아?”

“정말로 그 비행기가 날 수 있을까요?”

“응. 날 수 있어.”


구시가지의 광장.

둘은 콘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쥔 채 광장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작동하지 않는 중앙 분수대 근처에는 동네 꼬맹이들 몇이 도도도 뛰어다녔고 한옆에는 장을 보러 온 주부나 메이드들이 짬을 내 수다나 떠는 중이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기분 좋게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면 제가 그 비행기를 타도 되는 것 아닌지요?”

“응. 안 돼. 계약 위반이야.”

“해치를 잘 닫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안 돼.”

“너무 위험합니다.”

“그 위험한 곳에 내 소피아를 내던질 순 없어.”

“캡틴···”


소피아가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헬리오스를 쳐다봤다.

헬리오스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냠냠 씹는 시늉을 하며 소피아의 시선을 받아쳤다.

자신을 향해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헬리오스에게 소피아가 말했다.


“그런 사교계 멘트, 저한테는 안 통합니다.”

“하하, 그래도 안 돼.”

“죄송합니다만, 그렇다면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소피아는 못 몰아.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쟝에게 요청한 비행기는 나 말고는 아무도 몰 수 없어.”

“그래서 제가 지금 캡틴께···”

“아니. 그런 말이 아니야. 신분이나 권한 이야기가 아니야. 그 비행기는 그 누가 와도 못 몰아. 하늘로 띄울 수도 없을걸.”

“···”


소피아는 헛간에서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던 상황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


“쟝, 제 노트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제 비행기는 일단 단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철판으로 몸통이랑 날개를 만들잔 말이오?”

“네. 뼈대도 마찬가지로 철근으로 잡구요. 거기에 도금도 하고, 축복도 있으면 더 좋죠.”

“그러면 탱크나 마찬가지잖소. 무거울 텐데.”

“나무나 캔버스는 약합니다. 지금 이 뼈대 구조를 보면 단엽기를 고려하셨던 것 같은데, 퍼포먼스보다는 속도에 중점을 잡은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또 너무 무거우면 제대로 날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느려 터진 전기 포 한 방에 죽지나 않으면 다행일 텐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나.”


그 말에 헬리오스는 잠시 최후를 떠올렸다.

아무리 생명력을 쏟아부었다 해도 비행기가 자신의 마나와 속도를 버티지 못했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물론 자명한 꿈일 수도 있겠지만.’


헬리오스는 다시 한번 쟝에게 말했다.


“목재는 안 됩니다. 제가 보증합니다. 철판으로 가죠.”

“흠··· 나중에 후회하지나 말라고.”


쟝은 게시판에 붙어 있던 도면 중 하나에다가 목탄으로 줄을 죽죽 그었다.


“그리고 기관총은 몇 밀리죠?”

“역시 8밀리가 좋지 않겠나.”

“8밀리면 보병용 경기관총 아닌가요? 20밀리로 가죠.”

“20? 비행기들 상대로 20밀리는 너무 과하지 않겠나?”

“제 적은 비행기가 아닙니다. 제국군 전부죠.”

“벙커나 탱크 뚜껑까지 따겠단 말이군. 그렇다면 차라리 주포를 다는 건 어떤가?”


쟝은 창고 한쪽에서 불법으로 개조한 마도 석궁 한 정을 크레인에 매달아 왔다.


마도 석궁은 어떠한 매개 물질도 없이 순수한 마나를 쏘아내는 무기였는데, 마나 사용 효율이 극악에 가까워 일반 병사들은 몇 발 쏘고 나면 종종 들것에 실려 나가기도 했다.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마나를 쌓아 온 귀족들이 쓰기엔 쓸데없이 무거우면서 공격의 다양성도 부족했기에, 마도 석궁은 여러모로 환영받지 못했던 과거의 유산이라 할 수 있었다.


“자네가 그렇게 마나에 자신이 있다면 이것만큼 괜찮은 것도 없겠지.”


석궁 이곳저곳을 살피던 헬리오스가 말했다.


“곡사용이네요?”

“그렇소. 옛날엔 다 곡사로 만들었으니까.”

“직사용은 없나요?”

“한번 개조해 보겠네.”

“누가요? 쟝이? 직접?”

“당연하지. 내가 아니면 누가 하나?”

“안 바쁘세요?”

“자네가 말해 놓고 새삼스럽게 왜 놀라나? 요즘 일 없다네.”

“크흠··· 그러면 부탁합니다. 그리고 마나는 유동적으로 투입할 수 있게끔 조정해 주시고요.”

“그거야 껌이지. 그러면 이걸로 끝?”

“아뇨. 경기관총도 두 정 달아 주시죠.”

“경기관총? 그러면 추력이 꽤 많이 필요할 텐데?”


쟝은 헬리오스의 요청을 예의 게시판에 적어 넣었다.

게시판엔 이미 몇 장의 추가 요청이 들어차 있었다.

쟝이 필기를 끝낸 뒤 말했다.


“음 설계부터 다시 해야겠구만. 엔진도 손을 좀 봐야 하고. 그나저나 자네 굉장히 자신 있게 말하던데 비행기는 몰아 봤겠지?”

“그럼요. 뺀질나게 타고 다녔죠.”

“뭐··· 그렇다면 다행이군. 더 요구할 것 없나?”


그 말에 헬리오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붉은색으로 하신 덴 이유가 있나요?”

“응. 원래 붉은색이었거든.”

“원래··· 요?”


해도 어느덧 반쯤 가려지고 노을이 하늘에 퍼져 나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소피아와 헬리오스는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날엔 이렇게 산책이나 하며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고향으로 돌려보낸 병사들은 아직 감감무소식이었고 마나 수련으로 하루를 보내기엔 날이 너무 좋았으니까.

보통 헬리오스가 먼저 나가자고 하는 편이었다.

헬리오스가 말했다.


“응 원래.”

“그때··· 그 기억에서 말씀이신가요?”

“어.”


소피아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해 보였다.

소피아가 말했다.


“저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제가 지금부터 훈련을 하면···”


걱정스러워하는 소피아의 말을 헬리오스가 끊었다.


“소피아.”

“네, 캡틴.”

“나 못 믿어?”


헬리오스는 그 말을 꺼냄과 동시에 소피아를 가만 바라보기 시작했다.

오전에 면도를 하지 않았음에도 아직 턱이 깨끗한 헬리오스에게서, 소피아는 이상하게도 세월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헬리오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소피아는 그런 헬리오스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녀가 말했다.


“네. 캡틴은 비행기를 타 본 적도 없으시지 않습니까.”

“소피아, 그러면 쟝은 왜 나에게 지원을 약속했을까?”

“그건···”

“나는 왜 이 촌 동네에 월드피스 쟝이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이 비행기를 제작하려 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을까? 속된 말로 난 열여덟 살 애송이에 불과한데.”

“···”

“알잖아. 왕성에 있을 때 나한테 그딴 보고는 올라오지도 않았단 걸.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이 계약이 성사됐을까?”

“···”


헬리오스는 잠시 침묵했다.

멀리서 아기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먹먹하게 들려왔다.


앤버의 귀족원에서 짐짝에 가까운 존재로 살던 시절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던, 무시가 일상이던 시절, 그는 붉은 비행기 한 대를 진상받을 수 있었다.

그리 유쾌하진 않은 순간으로 기억했다.

아니. 오히려 모욕에 가까웠다.

자신에게도.

촌 동네의 말라 죽어가던 상인에게도.


자신의 부하들을 잔뜩 불러 모은 채 비아냥거리던 부르트 송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했다.


“어떠십니까 왕자님? 딱 어울리지 않습니까?”


모두가 바라보는 앞에서 그 비행기에 처음으로 올라탄 헬리오스는 상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상인 역시 억지웃음을 귀에 걸고 있을 뿐이었고 자신 역시 어설프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부르트 송이 자신의 수하에게 바쳐진 물건을 그에게 강제로 ‘하사’한 것에 불과했으니까.


“저하,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때, 그의 상념을 깨고 소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캡틴··· 시선이 많습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헬리오스가 말했다.


“벌써?”

“이쪽으로 가시죠.”


소피아는 헬리오스를 이끌고 루메인 골목 구석구석을 돌기 시작했다.

그들의 흔적을 검은 그림자들이 뒤쫓았다.


***


그들의 숨바꼭질은 삼십 분 동안 계속되었다.

소피아와 헬리오스는 걸음을 빠르게 하기도 했고 대로로 과감하게 빠져나오기도 했다.

허나, 추적자 역시 보통 실력은 아닌 듯 끈질기게 그들을 뒤쫓았다.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면 베갯머리에서 칼 맞기 딱 좋은 상황.

소피아는 어쩔 수 없이 차선을 선택했다.


한참을 골목길을 돌아 그들이 당도한 곳은 막다른 길.

소피아는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왕자부터 진정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벽을 등진 채, 그녀는 스스로의 긴장도 함께 다잡으며 헬리오스의 손을 꼭 잡았다.


아무리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해도 결국 왕자는 열여덟 살짜리 온실 속의 화초. 갑작스레 들이닥친 위협에 분명 불안을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물론 자신 역시 스물한 살짜리 메이드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소피아는 헬리오스를 달래고자 뒤를 돌아봤는데,


“캡틴, 저만 믿으십시오. 어떻게든··· 캡틴?”


그는 침착한 것을 넘어서서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소피아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캡틴, 지금은 장난이 아닙니다.”

“응? 장난은 아니겠지. 근데 이러는 것도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롭네.”

“···”


소피아는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때, 골목길 너머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저벅.


주변의 창문이 하나둘씩 빠르게 닫혔다.

창문과 함께 호롱불 역시 하나둘 꺼졌다.

그들을 둘러싼 모든 인기척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소피아는 몸속의 마나를 다시 한번 살폈다.

현재 자신들은 일종의 은신 상태.

총을 쏜다면 경찰들이 몰려올 것이었다.

몰려든 경찰들에게 정체가 발각된다면 앞으로의 대업에 있어 껄끄러워질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즉, 적들이 총을 들고 있다면··· 쏘기 전에 죽이는 것 역시 선택지에 넣어 둬야만 한다는 소리였다.


그녀는 조용히 전투태세를 정비했다.


저벅저벅.

저벅.


그때 헬리오스가 말했다.


“소피아 맘대로 해. 근데 살려서 보내.”

“예?”


저벅.

저벅.


이윽고 벽을 등지고 선 그들의 앞으로 건장한 남성 셋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진 어깨와 각진 몸통, 그리고 각진 머리까지.

단정하기 그지없는 외모. 아무리 봐도 동네 양아치나 건달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그들은 애써 건들거리고 있었다.


“풋!”


그 모습에 헬리오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사내들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제 역할로 돌아갔다.

사내 중 선두에 선 자가 억지로 몸통을 부풀린 채 천천히 그들 앞으로 다가와 섰다.


그가 인상을 가득 쓰며 입을 열었다.


“이야, 분위기 좋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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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해방 전선의 신호탄 (1) +3 21.05.29 70 8 12쪽
11 시험 비행 21.05.28 63 8 18쪽
10 유연함 +2 21.05.26 80 7 12쪽
9 어둠 속에서 +2 21.05.25 81 7 14쪽
8 폭격 21.05.23 98 6 12쪽
7 두 번째 첫 비행 +4 21.05.22 107 5 14쪽
6 미리보기 +2 21.05.21 96 5 15쪽
» 이야, 분위기 좋은데? 21.05.20 113 7 13쪽
4 레지스탕스 메이커 (2) 21.05.19 115 8 14쪽
3 레지스탕스 메이커 (1) +3 21.05.18 12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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