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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해방 전선의 에이스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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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잘생겼네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01
최근연재일 :
2021.06.0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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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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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해방 전선의 신호탄 (1)

DUMMY

헬리오스는 작전실로 개조한 자신의 방 창문에 기대서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벽면 한쪽을 모두 가리고 있는 갈색 하드보드지 상황판.

그 상황판엔 족히 백 장은 넘을 법한 메모가 앤버-아슬란 국경지대를 따라 핀셋에 박혀 있었다.


호로록-


헬리오스는 커피를 흡입하다시피 하며 시야 가득 펼쳐진 정보를 유심히 살피다가 상념에 빠지다가를 반복했다.


그의 옆으론 예의 부상당한 병사가 소피아를 대신해 비밀 무전을 받아 적고 있었다.

소피아는 현재까지 복귀한 열 명의 병사들과 함께 침투, 타격 훈련에 돌입했기에 당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

헬리오스는 소피아와 면담하는 대신, 티 테이블 위에 한가득 쌓여 있던 그녀의 보고서를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았다.


병사들이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며 수집해 온 정보들로, 이 방대한 양의 종이 뭉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바로 이것이었다.


제국이 새로운 전선을 만들었다!


제국은 이곳 루메인으로부터 동쪽으로 2,000km 떨어진 파론 왕국을 향해 총 세 대의 비행선을 띄웠다.

그 말인즉 최소 여섯 개 사단에서 최대 아홉 개 사단, 병사 수로 치환한다면 12만에서 18만에 달하는 병력이 제국 동쪽의 조그마한 왕국을 짓밟으러 달려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 수는 선발대에 불과할 테니 수틀리면 증원될 것이고.’


아슬란 점령지의 총독이면서 제국 남방 사령관 자리까지 도맡은 조기 무스타파에게 파론 침공군 총사령관 자리까지 떠맡긴 제국 지휘부는 본격적으로 전쟁 준비에 착수하는 중이었다.


헬리오스는 시선을 좀 더 서쪽으로 돌렸다.

앤버 왕국의 수뇌부는 이미 친제국파가 장악한 상황.

제국군 지휘부 입장에서는 이렇든 저렇든 불안 요소를 하나라도 줄여 놓고 싶었을 테니, 굉장히 만족스러운 외교라고 자화자찬할 것이었다.

불필요한 병력 배치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 결과.

무스타파는 이천 킬로미터 변방으로 향했고 제국의 관심은 저 먼 동쪽으로 넘어갔으며, 점령이 끝난 이 아슬란 촌 동네는 전에 비해 굉장히 적은 수의 병력이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전에 비해’였지만.


그 모든 정보들을 재차 머릿속으로 녹여낸 헬리오스는 속으로 외마디 감탄을 내질렀다.


‘최적의 타이밍이다!’


현생으로 돌아온 뒤로 부득불 대기에 대기만을 거듭해 오던 헬리오스는, 자신이 그토록 고대하던 순간이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왔음을 확인했다.


헬리오스는 손에 들린 커피를 마저 들이켜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데··· 지금 하타리아는 당최 뭘 하고 있을까.’


헬리오스는 먼 과거를 떠올렸다.

앤버 귀족원의 식솔 아닌 식솔로 살던 시절, 라디오를 통해 그녀가 왕국민 수탈의 최전선에 서서 온갖 패악질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마 무스타파 놈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물론 그놈은 ‘부총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시원하게 일축했을 테지만.


‘그년은 원래 자기 이득만 챙기는 년이니까.’


하고 대강 정리한 헬리오스는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당장은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


제국의 새 침략은 이전 침략지의 수탈로부터 시작된다.

오죽하면 제국이 점령지를 달달 긁어 먹기 시작하면 몇 달 안에 새 전쟁이 발발한다는 공식이 만들어질 정도였는데, 이는 헬리오스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도 변치 않은, 일종의 전통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전쟁 배상금은 바랄 수도 없는 제국 입장에선 다른 나라의 곳간을 털어먹어 안정을 꾀하는 것은 당연하다면 또 당연한 방법이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선택지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점을 노린다.”


소피아까지 합해 총 열한 명의 병력이 헬리오스의 작전실에 도열해 있었다.


“남서부 일대에서 수탈한 물자는 모두 론으로 향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우리는 재빠르게 물자 창고를 제압, 이후 몰려든 시민들에게 해당 물자를 분배한다.”


헬리오스는 상황판의 메모 하나를 지휘봉으로 짚었다.

론은 이곳 루메인에서 약 100km 정도 떨어진 지역이었다.


“론 지역 외곽에는 현재 네 명의 병사가 대기 중이다. 0700까지 그들과 합류하여 세부사항을 인계받은 후 작전에 들어가며, 시간적, 화력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분배는 포기해도 좋다. 그럴 경우 창고로 향하는 검문소 및 바리케이드, 문 등을 모두 폭파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끔만 처리하고 즉시 현장을 벗어난다.”


헬리오스의 지휘봉이 해당 메모 근처에 붙어 있던 두 장의 사진으로 넘어갔다.

한 장은 거대한 기차 플랫폼, 한 장은 플랫폼에서 몇 키로 떨어진 철교를 담고 있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론은 수도선, 남방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다. 제국군의 증원, 수탈 자원의 신속한 전선으로의 전달을 막기 위해서 이 철교 역시 파괴해 교통을 마비시켜야만 한다.”


그 말에 근위병 하나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하사 계급장을 단 게리얼이라는 이름의 병사였다.


“그렇다면 병력을 나눠야 합니다만, 시간 측면이든 병력 측면이든 저희에겐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병사의 의견은 타당했다.

현지에 잠복중인 병사를 모두 동원한다고 해도 불과 열다섯.

아무리 제국군이 무방비 상태라고 하지만 창고를 지키는 병력만 해도 한 개 중대였다.

철교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론 기차역 역시 마찬가지로 비슷한 수의 제국군이 지키고 있었으며, 차량으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의 시 외곽엔 중대 본부와 두 개의 예비 중대로 편재된 대대급 병력이 대기 중이었다.


즉 재빠르게 창고만 타격했을 때는 백여 명만 상대하고 빠지면 되지만, 타격 전선을 늘렸을 땐 최소 이백, 재수 없으면 오백에서 육백 가까이 되는 적들과 교전을 벌여야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칼과 권총, 단발 마도소총만으로 그들을 모두 제압하는 것은 옛날이야기 속의 용사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힘든 일이었으니, 그들 입장에선 최대한 기습의 효과를 살려야만 했다.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병사의 물음에도 헬리오스는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안다. 그래서 철교 쪽으론 내가 간다.”


그 말에 병사들이 하나둘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소피아는 분명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자신의 왕자를 믿는 것인지 일단은 입을 닫고 있었다.


“지금 제국 지휘부는 나란 존재에게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는 상황이다. 그들이 예의주시하는 건 자네들과 같은 특수 병력, 그리고 자네들의 공작에 동조하는 현지 주민들이다.”


헬리오스는 목을 한번 가다듬은 뒤 병사들을 향해 설명을 이어 갔다.


“즉 나는 조커로서 움직일 수 있단 소리다. 철교 공략은 단순 파괴 임무인 만큼, 내가 전투기를 이끌고 철교를 타격한다. 질문 있나?”

“공격 개시 시간이 0800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보통 침투 작전의 경우 자정에서 새벽에 공격을 진행하기에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병장 약장을 단 병사의 물음에 헬리오스는 마찬가지로 막힘없이 설명했다.


“우리의 목표가 섬멸이나 파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해방이다.”

“···”

“야음을 틈타 기습을 가하면 쉽게 제압은 가능하겠지만, 그뿐만이다. 제국은 금방 상황을 수습하고 역공을 가해 올 것이다. 군사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정치적이라 하심은 어떤 상황일지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 때문에 수탈이 더 가혹해진다는 거지. 왕국 출신 테러리스트가 너희 몫의 세금을 모두 박살냈다. 그러니 추가 징벌을 시행하겠다. 모든 건 너희 민족의 반군 놈들 때문이다. 대강 이렇겠군.”

“아···”

“혹시 더 질문할 사람?”


헬리오스는 좌중을 둘러봤다.

불안한 표정도 있었고 못미더운 표정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진 않았다.


“좋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 작전 개시 시간은 예정대로 내일 0300이다. 준비 철저히 하도록. 해산.”

““해산!””


잠시 후.

모든 병사들이 작전실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남아서 기다리던 소피아가 헬리오스에게 다가왔다.

헬리오스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러 왔는지 눈치챘다는 표정이었다.

소피아가 말했다.


“저하.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려 하는지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헬리오스가 가볍게 웃어 주며 답했다.


“하지만 효과적인 타격을 위해선 이 방법이 최선이야.”

“저하, 추격대가 붙을 경우 저하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시 외곽에 위치한 제국군 군영엔 비행기까지 다수 배치되어 있습니···”

“소피아.”


헬리오스는 소피아의 걱정 어린 한마디를 과감하게 끊었다.

소피아가 답했다.


“예 저하.”

“정말로 난 하나도 안 위험해.”

“하오나···”

“비행기가 있다고? 얼마든지 오라 해. 열 대든 백 대든 전부 박살 내 줄 테니까.”


헬리오스는 당당하게 말했지만, 소피아는 헬리오스의 자신감이 마치 허세처럼 느껴졌다.

물론 왕자가 간간이 해 주는 기억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이미 대회전만 수십 번 이상 치른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지만, 그렇다고 소피아의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저하, 아직 마나 효율 문제도 개선이 안 됐고, 저하의 옆을 지켜줄 편대 역시···”

“소피아.”

“예 저하.”

“계속 말 끊어서 미안한데, 내가 왜 비행기를 붉은색으로 칠해 달라고 한 줄 알아?”


소피아는 헬리오스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소피아는 왕자의 질문에 뭐라 답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고 입술만 들썩였다.

그런 소피아에게 헬리오스가 답해 줬다.


“맞아. 남들 다 보라고 그렇게 칠한 거야. 적이든 아군이든 상관없이 한눈에 발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한 거야. 나란 놈이 여기 있다고. 그러니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보든가, 아니면 어디 한번 붙어 보든가 하는 의도에서였다고.”

“···”


헬리오스는 소피아를 향해 가볍게 웃어 주고는 마저 대화를 이어 갔다.


“소피아의 마음은 잘 알겠는데,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규모가 어쨌든 명분이 어쨌든 이건 전쟁이고, 난 그 전쟁에 쓰일 장기 말 중 하나야.”

“···알겠습니다.”

“고마워.”


소피아는 조금 울적해진 표정으로 작전실에서 나갔다.

퇴실하며 자신에게 경례를 올리는 그녀의 모습이 어째 빈 둥지 증후군에 걸린 부모 같다고 생각한 헬리오스였다.


***


마도력 1819년 여름의 27일 오전 2시 30분.

왕국이 멸망한 날로부터 딱 90일이 지난 시점.

헬리오스는 병사들이 출동을 준비하는 소리에 눈을 뜰 수 있었다.


저녁부터 이어진 마나 연공은 여섯 시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야 끝이 났다.

죽고 나서부터 마나의 효율은 한층 좋아졌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효율은 효율.

헬리오스는 마나 총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판단했고, 테스트 비행 이후로부터 연공 시간을 꾸준히 늘려 가고 있었다.


허나, 지금 그가 가진 마나는 부활 직후에 비해 약 1할 정도밖에 늘지 않은 상태.

총량으로만 따지면 죽기 직전의 절반 조금 넘는 선에 불과했다.

그는 마음속에 스멀스멀 똬리 트는 아쉬운 마음과는 별개로, 첫 작전에 들어가는 부하들을 배웅하기 위해 일단 자리를 정리했다.

그 주변엔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오물이 가득했다.


잠시 후.

샤워를 끝마친 헬리오스는 활주로 한쪽, 위장까지 완벽히 마친 채 농업용 트럭에 올라탄 병사들에게 하나하나 악수해 주며 그들을 격려했다.

트럭의 보조석에 앉아 있던 소피아는 자신만 믿으라는 양 굳건한 표정으로 헬리오스의 배웅에 답했다.

헬리오스는 그들을 태운 트럭이 지평선 언저리로 사라지는 것까지 그 자리에 서서 지켜봤다.


트럭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는 공기를 크게 한번 들이마셨다.


새벽녘의 찹찹한 냄새가 자신의 폐부에 꽉 들어차는 것을 느꼈다.


그는 시나브로 자신을 둘러싸는 고양감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아직 몇 시간이나 남은 출격 준비를 시작했다.

바야흐로 해방 전선의 신호탄이 솟아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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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새로운 터전 (1) 21.06.02 38 6 12쪽
14 해방 전선의 신호탄 (3) +1 21.06.01 47 7 15쪽
13 해방 전선의 신호탄 (2) +1 21.05.31 59 8 17쪽
» 해방 전선의 신호탄 (1) +3 21.05.29 69 8 12쪽
11 시험 비행 21.05.28 62 8 18쪽
10 유연함 +2 21.05.26 78 7 12쪽
9 어둠 속에서 +2 21.05.25 80 7 14쪽
8 폭격 21.05.23 97 6 12쪽
7 두 번째 첫 비행 +4 21.05.22 105 5 14쪽
6 미리보기 +2 21.05.21 95 5 15쪽
5 이야, 분위기 좋은데? 21.05.20 112 7 13쪽
4 레지스탕스 메이커 (2) 21.05.19 115 8 14쪽
3 레지스탕스 메이커 (1) +3 21.05.18 127 5 12쪽
2 귀환 21.05.17 136 7 14쪽
1 프롤로그-추락 +4 21.05.17 207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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