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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해방 전선의 에이스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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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잘생겼네요
작품등록일 :
2021.05.12 14:01
최근연재일 :
2021.06.02 23:59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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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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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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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터전 (1)

DUMMY

이미 완전 점령을 끝마친 지역을 재점령하기 위해 대대적인 도하 작전까지 진행해야 했던 하타리아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병력과 물자를 이송할 교통은 마비되었고 론 일대의 경계 초소는 모두 무장 해제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근처 비행장에서 날아오른 비행기는 단 한 대에 의해 모두 격추되었다.

죽은 파일럿만 무려 열다섯.

적게 잡아도 네 개 편대가 이번 기습에 갈려 나갔다.


그 결과, 하타리아는 아슬란 서남부 지역의 수탈물이 털리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보고서를 받아 들고야 말았다.


당장 이역만리 저 먼 동쪽에선 새로운 침략을 준비하는 무스타파 장군이 군수물자를 닦달하고 있건만···


더 큰 문제는 죽은 병사와 파일럿들이 모두 ‘제국민’이라는 것이었다.

아슬란인이라면 소리소문없이 묻어 버릴 수도 있을 테지만 이젠 꼼짝없이 임페리얼 시티로 보고를 올려야만 했다.

그 책임도 모두 자신이 져야만 할 터였고.


하타리아는 손톱을 마구 뜯어 대더니, 눈앞의 긴장한 행정가가 들고 온 제안서에다 부총통 직인을 찍어 줬다.


-전쟁 물자 확보 및 점령지 치안 안정을 위한 추징 건


결재 완료된 서류를 다시 제 옆구리에 끼운 행정가는 하타리아의 눈치를 잠시 보더니 입을 열었다.


“부총독 각하··· 그렇다면 징집 건은···”

“정신 나갔어!! 반동분자 놈들 때려잡겠다고 민간인 징집하면 황제께서 좋다고 칭찬해 주겠다! 어!!! 알고 보면 너희가 반동분자가 아닐까? 하면서 아주 포상금으로 총독부에 포탄 세례까지 해 주겠다고! 멍청한 것아!”

“···죄송합니다.”

“하··· 어째 내 밑엔 이런 놈들뿐인지.”


몇 주 전, 도망친 왕자 놈 신병 확보하라고 보낸 사병들은 모가지만 돌아와서 왕성 대로변에 데굴데굴 굴러다니질 않나, 왕자 놈 졸개들 감시하라고 배치한 놈들은 죄 눈뜬장님에 불과하지 않나. 이래서 비밀경찰을 먹어야 하는데··· 그 디야 놈은 앞에서만 예예거리지 뒤에선 죽어도 자신 밑엔 못 들어오겠다는 듯 발작에 가까운 반항만 할 뿐이니···


타들어 가는 속을 냉수 한 잔으로 달랜 하타리아는 눈앞의 어쩔 줄 몰라 하는 행정가에게 손을 휘휘 젓는 것으로 축객령을 내렸다.


보던 집무에나 집중하려 했지만, 결국 쌍소리를 터트린 하타리아는 벽에 떡하니 붙은 아슬란 점령지 왼편, 조그맣게 표시된 한 도시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루메인.

왕국의 제1 왕자이자 아버지가 제 목숨을 걸어 피신시키려 했던 자신의 동생이 꼭꼭 숨어 있는 곳.


그녀는 양껏 쌓인 서류 더미를 뒤지더니 명함 사이즈만 한 종이쪽지 한 장을 손에 들었다.


-아슬란은 아직 패망하지 않았습니다. 무기를 들어 침략자들에게 저항하십시오. 헬리오스 아슬란.


사라진 옥새까지 찍어 놓은 종이 쪼가리에, 하타리아의 표정은 묘하게 썩어들어갔다.


‘웃기지도 않는군. 그러면 제국은 그렇게 쉽게 패망할 거라 생각하는가 본데.’


하타리아는 자신이 지독한 이분법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지만, 굳이 그 사고의 편협함을 고치려 들진 않았다.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어중간한 협상 따윈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시기였다.

패망하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다시 패망시켜 주면 그만일 뿐.

얼마나 많은 잡음이 일든, 시대의 흐름은 결국 제국의 대륙 통일로 달려가고 있다.

정신 똑바로 붙든 놈이라면 어떻게든 제국의 중심으로 향하려 들 것이다.

마치 자신처럼.

특히 아슬란 방면으로 향하는 거대한 흐름의 한 줄기는 하타리아 자신이 스스로 열어젖혔으니, 반드시, 무조건 그래야만 했다.

제국이라는 급류에 떠내려간 아슬란을 줍는 것은 고작해야 하책.

자신은 그 물살의 선두에 서서 통일 제국이라는 대양에 제일 먼저 발을 디딜 것이었다.

그러려고 한 배신이고, 그러려고 판 군사 정보니까.

이 개같은 왕국은 자신에게 공주 자리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려 했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앞에서 이미 그녀는 당당해진 지 오래였다.

개같은 영감탱이들. 버러지 같은 이등 국민들 좀 빨아먹는 게 뭐 어때서. 이런 ㅆ-


하타리아는 곧 업무 테이블 제일 아래 서랍에서 기계 비둘기를 꺼내 들더니 배를 까뒤집었다.

그 속엔 조그마한 종이 정도를 수납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숨겨져 있었다.


하타리아는 헬리오스의 쪽지 뒷면에다가 거침없이 한 단어를 휘갈기더니, 그 쪽지를 조심스레 비둘기의 배 속에 집어넣었다.


비둘기의 배를 닫기 전, 그녀는 자신이 쓴 내용을 가만 쳐다보았다.


-죽여라.


하타리아는 옅게 입술을 비틀며 비둘기의 배를 닫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나가 담긴 비둘기는 이윽고 하타리아의 집무실 창문을 통해 어디론가로 날아가 버렸다.


동생이 타국에서 도망자 신세로 살건, 귀족들의 노리개가 되건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열여덟 살 애송이는 이제 귀엽다 귀엽다 해 줄 선을 넘었다.

소꿉놀이든 장난감 칼로 하는 전쟁놀이든, 자신에게 티끌만큼이라도 해를 입힌다면 그 팔모가지를, 아니 못해도 척추 정도는 분질러 줘야 마땅했다.


감히!


하타리아는 이 철모르는 동생에게 가벼운 교훈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


같은 시각.

헬리오스 역시 소피아로부터 보고서를 받아들었다.

이제는 작전실 겸 숙소, 더 나아가서는 저항군 공식 집무실 역할까지 하는 다면적인 공간 한구석에 박힌 집무 테이블에서 멍하니 쉬던 차였다.


“투자자님은 뭐라셔?”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벌써 한 계절이야. 창고에 있던 고기들은 이미 썩은 지 오래고 햇와인은 묵은 와인이 됐다고. 생각이 있으면-’ 이라고 하셨습니다.

“하하. 그게 끝이야? 더 없고? 소피아가 일부러 끊은 거 아냐?”

“아닙니다. 딱 여기까지만 전달하라 하셨습니다.”

“푸하, 어쩔 수 없지.”


지금도 월드 피스 상단의 유지비는 쭉쭉 빠져나가고 있으니, 헬리오스는 그의 불안 섞인 투덜거림도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얼른 다음 작전을 세워야겠지?”


헬리오스가 넌지시 던진 한마디에 소피아는 기다렸다는 듯 꼭 껴안고 있던 보고서 한 뭉치를 그에게 건넸다.


“쟝 대표의 목적과 저희의 목표가 가장 부합하는 지역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이곳 루메인으로부터 육로로 이동 가능하며 쟝 대표의 기존 거래선이기도 한 지역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지역들 역시 최근 제국의 혹세로 힘들어하는 왕국민들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타격을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사료됩니다.”


헬리오스는 소피아가 물색한 지역들을 찬찬히 살폈다.

대체로 아슬란 서쪽에 위치한 지역이었는데, 일부는 상업, 일부는 공업이 발달해 후일을 계획하기도 유리했고 쟝의 이권을 지켜주기에도 나쁘지 않은 중소규모의 도시들이었다.


“그러면 각 지역의 민심은 지금 어떻지?”

“론 일대에서는 자원 희망자가 넘쳐났지만, 지시하신 대로 그들을 당장 받아들이진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호의적인 반응을 주로 보였는데, 남서부 일대에서 발생한 물자들을 모두 그들이 나눠 가졌기에 일시적으로 충성도가 대거 상승한 게 이유라 판단했습니다.”

“그렇지. 일시적이지.”

“제국군의 추가 징발이 일어나면 이 물자들은 대다수가 도로 수거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면 우리한텐 더 이득이지 않을까?”

“···”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게 깐 데 또 까는 놈이라고, 물론 슬쩍 챙긴 게 맞긴 하지만, 그 사람들도 일단 뺏긴 부류라고. 한 번 뺏긴 것도 억울한데 두 번이나 뺏는다고? 나라면 못 참지. 그러면 저항군으로의 입대를 원하는 왕국민 수도 지금보다는 더 많아질 거라고.”

“하오나, 저하께서 ‘지시’하신 것처럼 현재 저희에겐 그들을 수용할 공간도, 물자도 없습니다. 쟝 대표가 책임져야 할 군수품이 현재는 겨우 열다섯 명 분량에 불과한 터라 당장은 괜찮지만, 그들을 수용할 경우 그 수는 오천 이상으로 늘어나 큰 부담으로 돌아갈 겁니다. 더불어 제국군 지휘부의 본격적인 견제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맞아. 그래서 소피아가 말해 준 이 작전지는 당분간 보류야.”

“···알겠습니다.”


헬리오스는 슬쩍 소피아의 눈치를 살폈다.

소피아는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었지만, 괜히 미안해진 헬리오스가 너스레를 떨었다.


“너무 그렇게 보진 마. 이 지역들을 성공적으로 타격한다 해도 지금이랑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 처음에야 행복하겠지.

근데 전선이 아닌 곳에서 갑자기 전사자가 왕창 나오니, 제국군의 불필요한 경계심만 잔뜩 끌어 올리게 될 거고, 집도 없고 무기도 없으면서 먹여야 할 머릿수만 가득 늘어나는 상황인데, 우린 당장 이 병력을 써먹을 전선의 ‘전’자도 계획 못 세웠잖아. 그럴 바엔 차라리 당분간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고.”

“저는 언제나 저하의 명에 따를 뿐입니다.”

“끙···”


헬리오스는 다시 한번 소피아의 보고서와 상황판을 찬찬히 살폈다.


물론 임시방편에 불과한 타격으로도 일련의 성과를 꾸준히 끌어낼 수는 있었다.

바로 왕국민의 여론 형성.


‘우리는 아직 패배한 게 아니며 지금도 아슬란은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일어서라. 떨쳐내라!’


와 같은.

사실 이 작업이 병력 및 전쟁 물자 확보보다 더 중요하기도 했다.

단순한 반동분자 테러리스트가 되느냐, 멸망 직전의 왕국의 적통한 수호자가 되느냐의 갈림길에서 후자가 될 수 있게 해 주는 필수 요수 중 하나였으니까.

전선을 형성하는 이유이면서도 비행기를 날려 적들을 쳐부술 이유이기도 한 바로 그 ‘명분’ 말이다.


물론 또 다른 필수 요소는 바로 헬리오스 그 자신일 테지만 그건 넓디넓은 부총독실에 고고하게 앉아 있는 자신의 누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즉, 제국군의 경계심 상승을 대가로 명분을 계속 쌓느냐, 아니면 명분을 활용할 기반이 다져질 때까지 일단 대기하느냐.

이 질문은 헬리오스를 몇 날 며칠 동안 괴롭혔고, 그는 결국 타협안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


리블러.

하늘이 내린 요새의 현관.

메인 산맥으로 둘러싸인 엘리오네 지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도시.


서쪽에서 북쪽을 거쳐 동쪽에 이르기까지가 모두 거대한 산이면서, 남쪽으로는 시원시원하게 펼쳐진 평야를 자랑하는 이 도시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붉은 비행기 한 대에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앙!!


우렁찬 소음을 뽐내며 마치 묘기라도 하듯 리블러 상공을 붉은 비행기가 오르내리고 있었고,


파라라라라락!


영감님 고쟁이 같은 소리를 내며 제국군 비행 편대가 그 뒤를 쫓았지만, 붉은 비행기는 마치 그들을 가지고 놀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절묘하게 잘도 피해갔다.


제국군의 비행기는 총알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기총을 갈겨 댔지만, 그들이 쏘아낸 탄환은 붉은 비행기 근처에 다다르지도 못했다.

삼십여 분에 이르는 대회전 끝에 총알이며 마나며 기세며 모두 바닥 난 제국의 파일럿은 분함에 눈물을 머금고 부득불 기지로 귀환할 수밖에 없었다.


재롱부리는 꼬맹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붉은 비행기는 유랑 서커스의 대단원이라도 보여주는 듯 화려한 공중 곡예를 몇 차례나 시도한 뒤 유유히 구름 어딘가로 날아가 사라졌다.


그리고 공중 곡예의 흔적들을 따라, 수만, 수십만 장의 선전문이 하늘과 지상에 가득 흩날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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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해방 전선의 신호탄 (2) +1 21.05.31 59 8 17쪽
12 해방 전선의 신호탄 (1) +3 21.05.29 69 8 12쪽
11 시험 비행 21.05.28 63 8 18쪽
10 유연함 +2 21.05.26 78 7 12쪽
9 어둠 속에서 +2 21.05.25 80 7 14쪽
8 폭격 21.05.23 97 6 12쪽
7 두 번째 첫 비행 +4 21.05.22 105 5 14쪽
6 미리보기 +2 21.05.21 95 5 15쪽
5 이야, 분위기 좋은데? 21.05.20 112 7 13쪽
4 레지스탕스 메이커 (2) 21.05.19 115 8 14쪽
3 레지스탕스 메이커 (1) +3 21.05.18 128 5 12쪽
2 귀환 21.05.17 136 7 14쪽
1 프롤로그-추락 +4 21.05.17 207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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