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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하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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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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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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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86(176~177)

DUMMY

176



“아리엘 총통의 이름으로!”




“하보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혼들이 지금 이 순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되찾을 명예를 고대하며, 지금도 차디찬 대지 위의 슬픔으로 존재하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몸을 바치리!”




“1소대!”




“1소대장 고르키!”




“2소대!”




“2소대장 루벤!”




“3소대!”




“3소대장 카잔!”




“4소대!”




“4소대장 실바!”




“전투대형으로!!”




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참호를 박차고 나가 사격자세를 취했다.




어둠이 짙은 고지 아래에는 저항군이 매복을 하며 최후의 순간을 맞이할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아니, 그들은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놀고들 있네”




“쉿!”




“걱정 마, 작전 개시 이후에 우리 대대만 연결되는 채널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니깐”




“정말?”




“쟤네들이 뭔 사고라도 치면 우리가 가만히 있겠어? 사령관님은 오히려 이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니까”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런.... 쯧쯧. 너처럼 정보에 둔감한 놈을 일일이 챙기기도 이젠 지겹다. 지겨워. 도대체 귀는 왜 달고 다니냐?”




“그러는 넌? 누가 귀띔이라도?”




“누구라니? 순전히 내 능력으로 알아낸 거지”




“웃기지 마”




“조금만 두고 보면 알 걸? 저 중에서 분명히 오발 사고를 내는 놈이 나올 거야. 5분 안에. 장담해”




“내가 듣기로는 쟤네들도 우리 못지않게 혹독한 훈련을 거쳤다던데?”




“물론 그런 놈들도 일부 있겠지. 하지만 공격 훈련이란 걸 한 번이라도 해본 군인이라면 행동이 서툰 병사 몇 명이 전체를 망쳐놓을 수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어”




“그런 놈들을 왜 데리고 다니겠냐?”




“지들 딴에는 전자전이니 뭐니 해서 기기 작동에만 능숙한 얼치기들을 제대로 훈련도 시키지 않고 끼어 넣은 모양이더라구. 저거, 저거, 저걸 봐!”




쌍안경을 들고 있던 초병이 손으로 먼 산등성이를 가리켰다.



동료 초병이 자신의 조준경을 그 방향으로 향하자, 협곡을 가로질러 뛰어 내려가는 몇 개 소대의 병사들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무게중심을 유지하지 못한 채 앞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큭큭큭”




“저런 무거운 장비를 등에 메고 소총수랑 같은 대열에서 직하 구보를.... 킥킥킥”




“돌 뿌리에라도 긁히는 날에는”




“저게 뭔 죄야”




그 때, 본부로부터 무전이 날라 왔다.





[브라보, 브라보, 응답해라]




“브라보, 4번 게이트 센티넬”




[브라보, 정보국 훈련 진행현황 보고하라]




“방금 직하 공격 대형 전진이 시작 되었습니다”




[몇 명으로 추산되나?]




“30명 정도로 추산됩니다만.....”




그러자, 동료 초병은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며 30명이 아니라 40명은 족히 넘어 보인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아, 아니, 40명 정도입니다”




[알았다, 브라보. 작전은 순조로워 보이나?]




“그다지... 순조로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낙상자가 다수 보입니다만....”




[저항군 규모는?]





“저항군....은..... 매복지에 가려서 확인이 잘 되고 있지를.......”




[계속 주시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희들]




“네”




“네!”




[채널을 도대체 어디다가 맞춘 거야!]




“네?”




[초병 전용 회선이 대대 상황실 복수 채널과 다르다는 걸 모르나? 방금 너희들이 하던 대화 일부가 사령관님 실로 흘러들어갔잖아!]




두 초병은 서로를 마주보며 넋이 나가버렸다.




[다행히 다 듣지는 못하셨다. 내가 채널 전환 스위치를 돌리기 전까지는 들으셨겠지만]




저격용 소총을 들고 있던 초병은 동료의 정강이를 거침없이 걷어 차버렸다.





“시정하겠습니다”




[.......]





“다시는....실수를......”




[현재 상황 다시 보고해]




“아, 알겠습니다”




초병은 적외선 쌍안경을 자신의 헬멧 고글 앞으로 다시 고정시킨 후 정보국의 공격훈련 지점을 주시했다.




“어?”




[뭐야]




“조금 전 까지 분명히.....”




[뭐냐구, 제대로 보고 안 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돌격 중 넘어졌던 병사가 적어도 서, 너 명은 됐었는데.....”




[그런데?]




“협곡에 낙오자가 하나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잘 확인해라]




저격수 초병도 자신의 적외선 조준경을 고글에 갖다 댔다.



그는 동료 초병이 보고한 상황이 옳다는 걸 고개를 끄덕여서 다시 확인해줬다.




“분명합니다. 전원 저항군 매립지로 모두 진입 완료한 것 같습니다”




[......]




“어떻게 할까요?”




[녹화장치는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겠지?]





초병들은 센티넬 게이트 바로 옆에 몰래 설치해 놓은 카메라의 전원 등이 빨갛게 빛나고 있는 걸 확인했다.




“네! 그렇습니다!”




[계속 주시하다가 상황이 변동되면 보고해라. 오버]




“브라보, 오버”





수색대 작전 상황실의 교신용 테이블 앞에 서 있던 레프 소령은 통신 장교와 눈을 마주쳤다.




“그 말이 맞는 모양입니다”




통신장교는 레프 소령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일단 보고를 해야겠어. 당장 녹화 자료를 회수해 올 전령을 투입할 테니 초병들에게 미리 알려줘”




“알겠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는요?”




“......”




“카메라도 회수하는 건가요?”




“아니, 메모리칩만 갈아 끼울 거야. 그렇게 말해두게. 초병들에게”




“알겠습니다. 소령님”




레프는 작전실 본부로 황급히 달려갔다.





177



924 수색대원들은 격실의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중앙제어실’이라고 적혀진 푯말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잘 띄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격실 출입구의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달려있을 뿐이었다.





“대위님, 아무래도 폭약을 사용하는 게.....”



마이클 중사는 잠금장치의 결속 부위를 톱날로 갈아내고 있던 버크의 손을 잡으며 제이슨에게 호소했다.




“또 쓸데없는 소리를, 버크, 계속해”




제이슨의 표정에는 짜증이 다분히 섞여 있었다.



중앙제어실에 설치되어 있는 정밀 장비가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폭약 사용은 모험이란 걸 이미 두 번이나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단호하면서도, 목 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엄청난 땀을 마이클은 똑똑히 목격했다.





“왜 여기에만 재래식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을까...”




철문의 경첩 쪽을 지렛대로 밀어내던 병사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볼트를 탓하며 연신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뭔가 이유가 있겠죠, 대위님?”




“나도 이유가 있을 거라는 정도만 추측할 수 있어. 아마도.....”




“아마도...?”




“.......”





제이슨은 대원들을 이곳 캄팔로 유인한 걸 너무나도 후회하고 있었다.



주 제어실을 통제해야 했던 자신만의 임무를 본의 아니게 생존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해서 끌고 온 부하들에게까지 나누어 준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니야, 근거 없는 추측은 지금 우리에게 별 도움이 되질 못하지”




제이슨은 시계를 바라봤다.






“하는 수 없어”




그는 아무런 설명 없이 보조 설비실로 향하다가 좌우를 살피며, 불현듯 클롭을 찾았다.




“클롭은 왜 보이지 않지?”




“지금.... 누워있습니다”




“뭐?”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통증도..... 또 다시......”




제이슨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면담 이후에 무슨 일이 또 있었나?”




“제가 알기로는 없었습니다. 면담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외엔......”




“자네가 잘 살펴봤었어야지!”




제이슨은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미쳐버리겠군”




“대위님”




제이슨의 귀에는 마이클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령관과 레프 중령, 위원장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들 셋 중 분명히 누군가 한 명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확신을 하면서였다.





“대위님?”




마이클에겐 제이슨이 반 공황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는 그 자리에서 천천히 벗어나 클롭을 돌보고 있던 칼을 찾아 나섰다.





마이클 중사가 캄팔라 요새의 동쪽 격리구역에 있는 의무실에 들어갔을 때, 칼은 진통제 주사를 클롭에게 투여하려던 참이었다.




클롭은 고열로 인해 반쯤 혼수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였고, 칼 역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클롭은?”




“체온이 41도입니다. 이 상태로는 얼마 못 버텨요, 중사님”




“칼, 제이슨 대위님도 심상치 않아”




“네?”




“중앙제어실 차폐문은 여전히 꿈쩍도 하질 않아. 그리고 그곳으로 왜 들어가야만 하는지도 여전히 설명을 안 하신 채 클롭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성을 잃어가시는 것 같다구”




“그럼 폭약을 사용해야죠”




“이미 여러 차례 설명드렸어. 들으려고 하는 척도 안 하시더군”




“그럼....”




“칼”




“중사님, 그 이야기는 일단.... 클롭의 상태가 우선입니다”




칼은, 주사를 놓을 부위에 다시 한번 소독을 한 후 바늘을 찔러 넣었다.





“이게 저로서도 마지막 방법이에요”




“이곳으로 오기 전에 더 신중해야 했어”




주사약을 밀어 넣던 칼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그는 바늘을 빼고 소독을 다시 한 후, 클롭의 상의를 모두 벗겨내기 시작했다.





“아니, 내 생각은 조금 달라”




마이클의 말에, 칼은 그를 향해 일어서며 손에 쥐고 있던 클롭의 내의를 한쪽 귀퉁이에 던졌다.




“복귀를 희망하신다면, 저는 중사님을 따라가지는 않을 거에요”




“나도 자네 결정을 강요하는 게 아니야”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하려던 말을 동시에 멈췄다.




칼 하사의 귀에 클롭의 신음 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그리고 내 고민은 이미 끝났고. 한 가지 더 말해줄까? 대위님을 찾아 캄팔라로 가자고 한 자네를 원망도 하고 있네. 그러니 자네도 이제 사사로운 감정으로 나를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중사님답지 않으세요”




“대원들의 의사를 묻겠어”




“그건 반역입니다, 중사님!”




“아니, 정식으로 제이슨 대위님과 담판을 지을 거야. 그분의 판단과 결정도 존중할 거고. 그 다음에 대원들의 결정을 둘로 나눠보지”




“대위님께서 그런 상황을 용인할 것 같으세요?”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분은 우리의 지휘자에요!”




“칼, 식용수를 모두 소진한 대원들의 눈빛을 봤어.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자신들의 생명줄을 모아서 대위님을 살려낸 거라구. 그런데도 부하들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엉뚱한 일에만 몰두하는 대장을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





칼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그의 눈에는 괴로움으로 몸을 비틀고 있는 클롭의 모습이 자꾸만 파고들었다.




“아주 좋은 타이밍이군요. 우리 모두에게”




“안타깝지만, 그럴수록 결정은 빠른 게 좋지”





클롭의 신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칼은 클롭의 목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붉은 반점을 보면서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요?”



마이클을 올려다보는 칼의 눈은 이미 한참 풀려 있었다.





“내 손을 잡아, 칼”




마이클은 칼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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