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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하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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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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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96(188)

DUMMY

188



“어서 일어나”



주마는 제이슨에게 총부리를 겨눈 상태였다.




“주마, 나에게 왜 이러는 거지?”




“작전의 통제권은 나에게 있어. 어서 일어나!”




제이슨은 주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바람은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현재 상황 보고하라]




작전본부에서 무전이 들어왔고, 주마는 통신 채널을 약속된 주파수로 변경하고는 제이슨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게이트 개방 직후 돌풍으로 인해 대원 두 명이 유실됐습니다. 근거리에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주마의 목소리는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침착하게 들렸다.





그는 불과 몇 분 전,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병사 두 명을 바로 눈앞에서 놓친 직후였다.




[........]




“그들을 먼저 찾아보겠습니다”




[경로에서 이탈하지 말고 일단 지정 회선으로 통신을 시도해라]




“알겠습니다”




주마는 보고를 마친 후 뒤에서 따라오는 제이슨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제이슨, 여기 남아”




“뭐?”




“통신회선을 바꿀 거야. 그리고 자네가 내 부하들을 수색해”




“주마!”




미처 제이슨이 말리기도 전에, 주마는 헬멧에 부착된 회선 변환기를 손으로 조작했다.



제이슨도 하는 수 없이 통신회선을 부대원 간의 채널로 변경해야 했다.





“사라진 대원들을 수색하라는 명령은 아니었잖아”




“마지막으로 말하지. 지상에서는 내가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고”




그 말을 남기고, 주마는 희뿌연 모래 먼지 속 뒤에서 어렴풋이 형체가 보이는 나머지 대원들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제이슨은 당황해하며 잠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지금 바로 본부와 연락을 시도한다면, 주마가 즉시 알아차리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돌아와서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는 잠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당장 혼자서라도 복귀할지를 고민했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주마가 이동한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허공을 맴돌고 있던 미세한 먼지 때문에, 그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갈 수만 있다면 912 정예 팀과 주마의 눈에 띄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때 다시, 본부에서의 무전 발신이 감지됐다.




[...재 ....ㅅ황 ...보ㄱ 해라]



제이슨은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고 주마의 통신을 기다렸다.





[게이트... 북동.... 또 다시... ㅁ래폭풍이......]




주마가 진행한 방향을 유심히 바라보던 제이슨은, 북동쪽 지평선에 아무런 대기의 변화도 보이지 않는 걸 확인했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봤지만, 먼저 앞서간 대원들의 형체는 계속해서 보이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마른 대지의 흙과 모래는 불과 몇 분 전 자신의 앞에서 사라진 대원들의 발자국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고 약을 올리듯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제이슨은 구보 속도를 더 올려봤다.



그리고 개인 회선으로 신호가 들어왔다.




[제이슨?]



주마의 목소리였다.




제이슨은 올렸던 속도를 늦추고, 마침 옆에 있던 암반 뒤로 몸을 숨겼다.




“제이슨이다”




[실종된 대원들은?]




“아직.... 확인이 되질 않고 있어”




[알았다. 계속 수색을 진행해]




“주마, 지금 위치가 어디지?”




[.........]




“주마!”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우리는 예정대로 협곡을 향해 가고 있어]




“나도 그쪽으로 합류하겠어. 더 이상 실종 대원들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구”




[........]




“내가 합류하는 걸 반대한다면, 나는 기지로 복귀하겠다”




[그건.....]




“지금 상황에 대해서 낱낱이 보고할 수밖에 없다. 결정해!”




[.....알았어. 진행 방향 서쪽 우측 협곡으로 와]




“먼저 자네 위치를 말하라구!”




[.... 협곡 전방 1km 지점이다. 좌표를 입력해주겠다]




“뭐? 아니... 어떻게 벌써.....”




[좌표를 입력하겠다]




주마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이슨의 왼 손목에 부착되어있는 소형 태블릿에 주마가 발송한 것으로 보이는 좌표의 위치가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실제로 협곡이 바로 앞에 보이는 정도의 거리가 확실해 보였다.




“주마, 이 정도 거리라면 여기서......”



제이슨은 자신이 뛰어온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하려다가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얼마나 걸리지?]




그는 간신히 가쁜 숨을 참고 거리를 다시 계산한 후 말했다.




“1.7 km 정도니까.... 적어도 10분 소요 예상된다”




[...알았다. 작전 예정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10분 후에도 도착하지 않으면 우리는 협곡으로 진입한다]




“나머지 대원들과 모두 함께 있는 건가?”




그 순간, 통신은 두절 됐다. 주마가 일방적으로 차단해버린 것이었다.





“이런..... 제길......”




제이슨은 하는 수 없이 협곡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벌어놓은 시간만큼, 최대한 빨리 주마의 부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행동을 일단 파악하기로 마음먹었다.




약 5분 후 모래바람은 완전히 잦아들었고, 작은 언덕을 넘어서니 그 다음부터는 협곡으로 향하는 길이 시야에 뚜렷이 잡힐 정도로 우측 아래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문제는 협곡의 입구까지 전진하는 도중에 몸을 숨길만 한 돌출 지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주마의 부대가 자신을 목격하기로 한다면, 조금 전에 한 말은 모두 거짓이 되는 셈이었다.



제이슨은 언덕 위에 솟아있는 작은 바위 옆에서 숨을 가다듬으며 관측 망원경을 꺼내 들고 일단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맑아진 날씨 덕분에 렌즈에 잡힌 전경의 시야 거리는 적어도 5km는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협곡 주변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질 않았다.




[제이슨?]



주마의 통신이 다시 잡혔다.




“주마, 제이슨이다”



제이슨은 망원경을 얼굴에서 떼면서 주변을 급히 살폈다.





[지금.... 어디쯤 왔지?]




“협곡 전방 1.2km야. 자네 무리는 어디 있는 거지?”




[.......]




“자네는 어디 있는 거냐구”




[제이슨, 지금 위치에서 방향을 변경해야 돼]




“뭐라구?”




[정보국 작전 장소가 변경된 것 같다]




“뭐?”




[동쪽 협곡이 아니었어]




“주마, 자네 위치를......”




[서쪽으로 와. 당장]




“아까 내게 알려준 좌표는 분명히.....”




[좌표를 다시 보낼 거야]




“....알았다”




제이슨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동쪽과 서쪽 협곡은 직선 거리상으로도 2km가 넘었고, 그 사이의 험준한 지형을 고려했을 때 불과 5분 만에 그 거리를 주파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주마로부터 새로운 좌표가 도착했다.




[제이슨? 좌표를 다시 보냈어. 그 지점으로 와야 해]




그는 좌표지점을 방향계로 찍어봤다.



하지만, 좌표상의 위치는 서쪽 협곡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주마, 방금 보낸 좌표는 서쪽 협곡 방향과 꽤 차이가 있어. 지금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시간이 없어. 빨리 좌표지점으로 이동해]




그리고, 주마의 통신은 또다시 먹통이 되어버렸다.





“젠장, 젠장!”




제이슨은 보호 장갑을 착용한 주먹으로 자신이 기대고 있던 바위를 내리쳤다.




그때,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스치는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는 다시 망원경을 헬멧의 고글에 빠짝 대고 동쪽 협곡의 맨 밑바닥을 살피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분명히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는 움직이는 형체가 두 개 보였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었고, 햇볕이 미치지 않는 구역이라서 그들이 수색대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제이슨은 주마의 지시를 무시하고 황급히 협곡 아래쪽으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경사는 꽤 있었지만, 누가 닦아놓았는지는 몰라도 비교적 평탄한 이동 통로가 그의 주행을 용이하게 만들어줬다.




약 500 미터를 뛰어 내려갔을 무렵, 그는 조금 전 눈에 들어왔던 두 명의 병사가 시야에서 사라진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잠시 보행을 멈추고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망원경을 고글에 가져다 댈 찰나, 또다시 주마의 무전이 들려왔다.




[제이슨, 왜 이쪽으로 오지 않는 거지?]




그의 말투는, 마치 그가 자신을 훤히 바라보면서 내뱉고 있는 듯 원망 섞인 푸념과도 같았다.





“주마, 긴급하게 확인해야 할 사안이 발생했어. 금방 확인이 가능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줘”




[제이슨, 자네는 지휘관의 명령을 어기고 있어, 당장 좌표지점으로 가지 않으면.....]




순간 제이슨의 뇌리에는 주마가 말한 ‘좌표지점으로 가라’라는 말투가 각인 되었다.




만일 주마 일행이 서쪽 협곡 부근에 있는 게 맞는다면, 그쪽으로 ‘오라’고 표현해야 했을 것이다.




“더는 자네의 지휘를 거부하겠어. 그리고 그 책임은 내가 진다”




그는 망원경을 주머니에 넣고 전속력으로 협곡 바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기에, 협곡의 밑바닥은 암석으로 사방이 막힌 채로 반들반들한 현무암이 편평한 지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렇다면, 숨어있는 사람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주마! 어서 모습을 드러내!”




협곡의 바닥에 거의 도달했을 무렵, 제이슨은 소총을 장전하고 경계자세를 취했다.




“주마! 이 빌어먹을 자식! 어서 나와!”




제이슨은 협곡 바닥의 주변 암석들 사이 사이로 소총을 겨누며 흥분했다.




잠시 후, 근접 거리에서 발신된 듯한 깨끗한 무전음이 들려왔다.





[역시, 제이슨이군]




제이슨은 당황하며 몸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11시 방향에서 다가오는 키 큰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주마! 이건 장난이야? 아니면 나를 골탕 먹이려고 꾸며낸 일인가?”




“흥분하지 말고 총을 내려놓게”




주마는 자신이 들고 있던 소총을 바닥에 던졌다.




“여기에 누가 또 있지? 나는 분명히 이곳에 숨어있는 두 사람을 확인했어. 사실대로 이야기 하기 전에는 총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구!”




“제이슨, 오늘 정보부 정찰대의 작전은 없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숨어있는 부하를 여기로 불러내! 당장!”




“.......”



주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틀어 자신이 숨어있던 암석의 틈을 넌지시 바라봤다.



제이슨은 그쪽을 향해 조준을 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잠시 후, 바위의 틈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왔고, 제이슨은 그의 손에 아무런 무기가 없는 걸 분명히 확인했다.



하지만 그가 입고 있는 보호복은 어딘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저건... 혹시.....”




“정보국 정찰대의 보호복이냐구? 아니야. 잘 봐”





천천히 다가오는 그자의 행동은 눈에 띄게 느렸다.



그리고 제이슨의 눈에 그 모습이 완전히 포착되었을 때, 그 사람은 젊은 사병이 아니란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다가오던 사람은 헬멧의 통신장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이런, 젠장, 오랜만에 조작을 하려니 영 성가신 게 아니군”




헬멧에 가려진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사람의 것이 확실했다.




“이젠 잘 들리나? 주마, 수고했네”




주마는 그 사람에게 거수 경례를 하고는, 서 있던 자리에서 비켜났다.




“사....사령관....님?”




“제이슨, 대위 진급 시험에 통과한걸 축하하네. 안타깝게도 정보부 애들이 작전을 취소하는 바람에 오늘 외부 진출이 의미가 없어졌어. 그렇다고 우리 추격 작전을 취소하자니 수색대원들에게 면목이 서지도 않았고. 이건 어차피 계획된 일이었는데, 조금 앞당겨서 시행한 것 뿐이야. 마침 주마 중위가 진급평가 수행원이기도 했고”




제이슨은 할 말을 잃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본부 복귀 후에 하도록 하지. 참, 그리고.....”



사령관은 앞장을 서며 협곡 위로 향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주마 이야기로는.... 자네가 촬영장치 조립에 약간 서툴다고 하던데... 그 정도는 넘어가 주겠네. 진급식 이전에 주마에게 보충 교육을 받도록 하게”





“제이슨, 진급을 축하해. 부럽군”



주마는 멍하니 서 있는 제이슨의 어깨를 툭 하니 치고 지나갔다.




“그...그럼.....초기에 유실되었던 대원들은......”




주마는 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강풍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어. 하지만 그 정도 바람에 날아갈 대원들은 아니지. 원래 그 둘은 이동 중 길을 잃는 걸로 설정했었는데, 어색한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랄까.... 그 대원들은 이미 기지로 돌아가서 식사를 하고 있을 걸? 아무튼, 자네의 판단력은 거의 정답에 가까웠어. 그리고.... 자네에게 반말을 쓰는 것도 오늘까지만이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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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Chapter#165(285) 22.03.16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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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Chapter#163(283) 22.03.11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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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Chapter#161(281) 22.03.07 44 0 12쪽
160 Chapter#160(280) 22.03.04 4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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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Chapter#156(275) 22.02.23 5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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