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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하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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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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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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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65(285)

DUMMY

285



발파 작업 도중 두 명이 숨졌고, 여섯 명이 큰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모그라스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건 작업을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난 날이었다.




“기술적인 문제는 대충 해결되었다고 했잖아요”



마리아의 시선은 여전히 모그라스 내부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요... 기본적인 조건은 어느 정도 갖추어 진 걸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멈춰있던 기계를 움직이려면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 몇 가지 있어요. 지금, 우리 기술자들은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로스코프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많이 활기차 보였다.




“저게.... 만약.... 제대로 움직인다면... 어디로 향해야 할지는 알고 있겠죠?”




“물론이요. 그걸 모른다면, 이 고생을 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게 어딘지, 또.... 왜 거기로 가야 할지를 미리 알고 싶어요”




“당신에게 설명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뭐라구요?”




“월드모그라스는 우리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라이언 총통의 결단력으로 만들어진 지상 문명 최후의 보루였어요, 하지만, 땅을 파고 내려가 대규모의 인원이 삶을 지탱할 만한 공간이 과연 존재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지요. 처음으로 선택된 장소가 바로 우리가 서 있는 이 지역이었습니다. 여기는 최선의 장소가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럼.....”




“여기는 단지, 굴착이 용이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파고 들어올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것 외엔, 큰 장점은 없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일단 이곳으로 최소한의 인원을 수용한 이후에, 여기보다 나은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한 거지요”




“거기가 바로 2차 정착지로군요”




“그래요. 2차 정착지는 이곳보다 훨씬 많은 물이 존재하고 있었고, 단단한 암반이 주변을 형성하고 있는 천혜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거기도 뭔가 큰 문제가 있어서 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나는 거기가 어딘지를 알고 싶다는 거에요”




“2차 정착지는 처음부터 최고의 장소로 선정되었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표면으로부터의 깊이를 계산할 때, 뭔가 큰 착오 내지는.....”



거기까지 말을 하다가, 그로스코프 의장은 갑자기 말을 흐렸다.




“착오 내지는.... 또 뭐에요....?”




“그건...... 그건......”




“혹시..... 누군가가..... 고의로?”



마리아의 빠른 눈치에, 그로스코프는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정황은 있지만... 증거는 아직 찾지를 못했어요. 아직 까지는 단순한 실수로 귀결된 상태입니다”




“좋아요. 난 거기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제 3 지역에 관해 내가 자세히 일 필요가 없다는 게 무슨 의미죠?”




“..... 제 2 정착지에서 일어났던 일이.... 다시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로스코프는 고개를 떨구며 힘없이 말했다.




“그러니까... 누군가 고의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공간을 지정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인가요?”




“......”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치자구요. 하지만, 도대체 왜......”




“.......”




“왜냐구요!”



마리아는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만약, 당신이 어느 집단의 우두머리라고 가정해봅시다. 큰 환란이 닥쳐서 사람들을 구하긴 해야겠는데... 선택의 폭이 너무 좁은 거에요... 그리고 모두를 살릴 수는 없는 처지에 맞닥뜨렸습니다. 일부만을 구하겠다는 아픈 결정을 내렸지만, 버림을 받을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반항에 대비할 수는 없는 처지지요. 그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하겠소?”




“........”




“거기에도 여러 방법은 있겠지만.... 거짓말도 그중 한 가지 선택지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그러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단정이 아니에요. 단지 정황상의 추측일 뿐입니다.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드리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이런......”



마리아는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만약 저 기계를 움직일 수 있다면, 나는 제 3의 장소라고 지정된 곳으로 먼저 가보고 싶습니다. 거기에 당신이 동참하는 건 무리에요”




“가서, 뭘 어쩌려구요”




“그곳이 이곳, 그리고 제2의 정착지에 비해서 과연 얼마만큼 다른 곳인지 확인을 해 봐야겠죠. 조금 전 내가 말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곳조차 절망적일 수 있겠지만..... 아니, 그런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궁금하군요”




“만약에....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요?”




“그 이후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나도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



그로스코프는 한창 작업에 열중인 기술자들 곁으로 힘없이 다가가서 그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를 해줬다.




마리아는 수심에 빠져있었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멀리서 빅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왕님!”



깜짝 놀란 마리아가 고개를 돌리자, 빅터의 거대한 몸집이 멀리서부터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당황해하면서도 최대한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마음먹었다.




“여왕이란 호칭은 당분간 쓰지 말라고 했잖아요”



빅터가 가까이 다가온 후, 마리아는 조용하면서도 심각하게 그를 타일렀다.




“죄, 죄송합니다....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서 그만.....”




“뭐에요. 그렇게 허겁지겁 나를 찾아온 이유가”




“가, 가르시아가 돌아왔어요”




“뭐에요?”




“그가 돌아왔다구요. 젊은 호위 병사 한 명과 함께..... 또......”




“지금 어디에 있어요?”




“너무나 많이 지친 상태더군요... 일단 조금 쉬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지금 어디서 쉬고 있냐구요!”




“옛 연구소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다시 가서 확인을 해요! 그리고 나도 곧 그리로 가겠어요”




“여기 일은.....”



빅터가 모그라스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신기해하자, 안쪽에 서 있던 그로스코프 의장이 그를 노려 봤다.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르시아의 행방부터 확인해요, 빨리!”




그러면서, 마리아도 그로스코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그로스코프는 그녀가 서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다.... 들었습니다. 가르시아가 돌아왔다구요.....”




“그, 그래요... 돌아온 모양이에요....”




“부탁이 있습니다”




“뭐....죠?”




“제 3의 장소에 관한 건은.... 아직 그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그건.... 당연히.....”




“당신이 말했듯이, 가르시아와 유진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 정보가 언제 유진에게 넘어갈지 몰라요. 그럴 경우, 우리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갑니다”




“알겠어요. 하지만.... 설령 그들이 제3의 장소에 대해 알게 되더라도.....”




“모그라스가 없으면 소용없을 거라는 말이죠?”




“그래요”




“그렇지 않아요”




“네?”




“유진에게는 이미 멀쩡한 모그라스가 총 네 대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동이 가능한”




“뭐라구요? 그런 이야기를 왜 이제야 하는 거에요?”




“우리의 목적은 이 한 대의 모그라스를 운전해서 그곳으로 가는 겁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기계가 몇 대가 있건... 그건 중요치 않아요”




“알았어요.....”




“절대로... 이 이야기를 그에게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여기에 와있다는 것도, 우리가 이 기계를 찾아서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도”




“알았다구요”



마리아는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고 하다가, 눈에 들어온 채굴 작업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그녀는 당황한 채 열심히 돌을 깎아내고 있던 작업자들에게 다가갔다.




“여러분! 잠깐 할 이야기가 있어요”



온통 땀과 돌가루에 절어 있던 스무 명 남짓한 작업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아래쪽에 서 있던 마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모두, 모두 여기로 모이세요”



마리아의 손짓에, 모두는 험한 바위 사이를 헤집고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여전히 모그라스 내부에 서 있던 그로스코프는 마리아가 하는 행동을 멀찍이서 유심히 바라봤다.



장정들이 마리아를 에워싸고 모인 후에, 그들은 뭔가를 심각하게 말하는 마리아에게 집중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마리아는 다시 인부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손을 잡고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마리아와 대면한 인부들은 다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로스코프는 그들의 표정이 작업장에서 내려올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꼈다.




“잠시 쉬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폐허가 된 연구소의 구석 방 침실 위에 누워있던 가르시아는 지친 몸을 겨우 가누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군요”



마리아는 상기된 표정을 한 채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렇소, 마리아. 빨리 오게 된 이유가 있지”



가르시아는 풀어진 상의 단추를 채우고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결과는?”




“결과?”




“그래요. 내가 얼마나 궁금해 할 지, 잘 알면서”




“미안하게도, 얻어온 건 아무것도 없소”



가르시아는 애써 마리아의 시선을 피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그렇소. 당신이 말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더군”




“뭐? 뭐가? 뭐가 사실이 아니란 말이야!”




“.......”




“허튼수작을 부리면......”



마리아는 가르시아가 앉아있는 침대 쪽으로 더 다가갔다.




“그럴 여력도, 의지도 없소. 나의 마리아”



그제야 가르시아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향해 기운 없는 웃음을 보였다.




“장난치지 말아요”




“장난? 왜 이러시나, 왜 그리 여유가 없어진 거요, 당신?”



가르시아의 빈정거림에, 마리아는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녀는 가르시아의 멱살을 움켜잡고 그를 침대에서 번쩍 일으켰다.




“돌아왔으면.... 당연히 나를 먼저 찾아야 했을 거 아냐. 그리고 내가 이렇게까지 찾아왔는데, 기껏 한다는 소리가.....”




“내가..... 당한 꼴을.... 알면.... 이러면..... 안 돼지.... 컥”



목이 졸린 가르시아는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마리아를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마리아는 천천히 그의 멱살을 풀어주며 침대에 던지듯이 밀쳐버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도대체. 내 아이들은”



마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그쳐도, 가르시아는 졸렸던 목 부위만 어루만지며 딴 곳을 바라봤다.




“말해! 어서!”



천둥 같은 마리아의 호령에, 가르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이들을 볼모로... 당신을 협박했다는 니히만은.... 존재하지 않았어”




“뭐, 뭐....라고?”




“당신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어. 아니면... 허황된 상상을 하고 있던지”




“니히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니, 니히만 박사는 분명히 존재해. 내 눈으로 직접 봤지. 하지만, 당신이 말한.... 그 니히만은 없었다구”




“그럴 리가 없어..... 그자는 분명히 나한테....”




“마리아, 아마 그건 니히만을 빙자한 다른 자일 거야.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




“아니야, 아니야....”



마리아의 눈이 허공을 향하며 부르르 떨렸다.




“협상은 결렬됐어. 그리고 나는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 나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구. 그리고 모든 원인은 당신한테 있어”




“가르시아, 당신이 그쪽에서 이용당한 걸 거야. 안 그래?”



마리아는 가르시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이 직접 니히만을 만나보던지”



가르시아는 마리아의 손을 뿌리치고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뭐? 날더러 거길 가서 니히만을 만나보라는 이야기야?”




“아니”




“.......”




“니히만은 지금 여기에 와있어. 나와 함께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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