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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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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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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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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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0. 레이드 보스 (3)

DUMMY

함대의 인물 중 가장 계급이 높은 인물은 두말할 것도 없이 슬리벤 왕자다.

훗날 호네스티 왕국의 국왕이 확실한 인물. 그건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의 인물들도 이해하고 있다.

다만, 다른 두 국가.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의 인물은 왕족이 아니다.


‘왕족은 호네스티 왕국의 인물뿐인가.’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자리다.

왕족을 내세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자리. 그러니 호네스티 국왕은 이 자리를 이용하며, 슬리벤 왕자를 내세웠다.

왕족인데다 원조를 위해 단번에 움직인 슬리벤 왕자는 함대 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전투 상황이 아니라면 슬리벤 왕자의 명령권이 최우선 사안일 정도로, 슬리벤 왕자의 지지는 높다.

그러나 지금은 전투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전투에 문외한인 슬리벤 왕자는 주변 분위기와 플레이어의 모습을 이해하고 제 자리를 함장에게 내어주었다.


“전방에 미확인 몬스터 관측! 수는 알 수 없습니다!”


한 차례 늦은 관측반의 보고에 함장은 얼굴을 찌푸렸다.

몬스터를 관측할 수 있는 거리는 명확하다. 수평선의 거리까지가 대략적인 관측 거리다. 그러나 지금, 플레이어가 눈으로 찾아낸 몬스터는 수평선 너머에 존재하고 있다.

바다를 붉게 물들일 정도로 많은 몬스터는 수평선 너머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중이다.


‘관측 거리에 들어온 수조차도 알 수 없다는 건가.’


아직 목표로 삼은 특수 몬스터와의 거리는 한참 떨어져 있다.

겨우 바다에 나오고 두어 시간. 바다에 제대로 도착하기도 전에 몬스터의 대군과 직면했다.


“전 함선, 전투 준비!!”


수를 알 수 없는 몬스터 대군.

관측반의 보고를 들은 함장은 당황한 기색의 선원을 꾸짖듯, 고함과 함께 명령을 내렸다.

함장의 명령에 튕겨 나가듯 움직이기 시작한 선원은 아직 두려움을 지우진 못했다. 함장의 명령을 처리한 후에 다시 공포에 휩싸이는 미래가 보인다.

선원의 모습을 살핀 함장은 제 얼굴에 떠오른 당황과 곤혹을 전부 숨겼다.


‘그래,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지.’


표정을 다잡은 함장은 플레이어가 많이 탄 함선과 연락을 나누며, 가능한 정보를 얻고 있다.

관측반은 움직일 수 없다. 몬스터의 수가 지나치게 많은 탓인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지금 플레이어의 정보는 무시할 수 없다.

멀리서 보이는 붉은 바다는 점차 함대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 사이 플레이어가 탄 각 선박은 어느새 전투 준비를 끝내고, 당장이라도 싸울 듯이 기다리고 있다.

그에 비해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 두 국가의 함선은 한참 늦은 대응으로, 전투 준비에 바쁘다.


‘플레이어가 먼저 움직이는 건가.’


내가 오른 함선은 함대의 중앙에 있다.

반면, 플레이어의 선박은 함대의 최전선. 가장 앞에 선 함선들은 전부 플레이어가 만든 선박이다.

플레이어들이 선두를 원한 것과 두 왕국의 주민들이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고자 한 덕에 플레이어 무리만 단독으로 나선 모습이다.

그리고 그 탓에.


“···통제가 힘들겠는데.”


플레이어의 통제가 불가능하다.

이미 바다를 붉게 물들인 원인. 몬스터의 모습을 발견한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길드의 형태로 뭉치기 시작했다.

선박을 뛰어다니며, 플레이어만의 신체 능력을 십분 살린 움직임은 해상에서도 원활한 전투가 가능하다는 듯 쾌활하기만 하다.

일부 선박은 함대의 명령을 듣고 있다. 다만, 나머지 선박은 명령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


“하, 함대 일부가 제자리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의 함선으로 확인! 일부 함선을 제외한 대부분이 연락망을 닫았습니다!”

“···역시, 그들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불과한 건가?”


순식간에 올라온 보고에 함장은 애써 감추던 한숨을 흘렸다.

함장실의 분위기가 굳어가는 가운데.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던 슬리벤 왕자가 함장의 곁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함장. 저들은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주려 나선 것이네. 그렇지 않은가?”

“슬리벤 전하···?”


플레이어 선박이 앞으로 나선 이유. 그건 플레이어가 아니면 짐작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최적의 해석은 그들이 명령 체계를 무시했다는 사실보다, 본대를 위해 시간을 만들려 희생한다는 거짓이다.

플레이어는 죽지 않는다. 그 사실만은 명확히 알고 있는 함장과 선원들은 잠시 묘한 표정을 띠더니.

가장 먼저 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각 함선에 전하라!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본대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만든다. 그사이 본 함대는 물량전을 상정하고 전투를 준비하도록!”


완전한 거짓이다.

플레이어는 그저 몬스터와 전투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을 뿐. 함대의 상황을 생각한 플레이어 무리는 오히려 함대의 명령을 듣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선원들이 알게될 무렵에는 이미 전투가 끝난 후.


‘눈앞의 전투에 집중할 수 있네.’


적절한 변명이다.

제 할 일을 마친 슬리벤 왕자는 바삐 움직이는 함장의 곁에서 나와, 함장실 구석에 선 내 근처로 다가왔다.


“어떻습니까?”


다가온 직후 날아온 질문.

슬리벤 왕자는 시선으로 함장을 가리켰고, 손짓으로는 바다를 가리켰다.


“나쁘지 않군.”


함장에게 내린 변명은 좋은 이야기다. 당장 전투에 집중할 수 있고, 전의를 잃지 않으니.

다만, 훗날 거짓이 들킨다는 점에서 그리 좋은 방안은 아니다.

또한.


‘플레이어 한 사람이 여러 마리를 처리하고 있는 건가.’


레벨이 오른 플레이어의 신체 능력으로 바라본 바다 너머는 이미 전장으로 바뀌었다.

붉은 몬스터가 헤엄쳐 생긴 붉은 바다. 그 붉은 바다로 향한 플레이어 선박에서 발사되는 여러 색의 마법.

마법이 붉은 바다에 부딪힐 때마다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난다.


“각 개체는 고블린 정도인 모양이다.”

“고블린입니까. ···알겠습니다.”


몬스터의 위력은 한없이 낮다.

플레이어가 날린 마법 하나에 두세 마리가 쓰러진다. 문제가 되는 것은 수. 플레이어 무리가 벌써 열 차례 정도 마법을 날렸음에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분명 쓰러진 몬스터는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돌아간다. 색이 변하는 덕에 멀리서도 전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푸른색으로 돌아온 바다를 순식간에 메우는 붉은 몬스터로 인해 전선은 계속해서 밀리고 있다.


‘바다를 걸을 수 있는 스킬은 없나.’


플레이어가 나선 전선은 마법이 날아다닐 뿐이다.

저 모습을 보아하니 플레이어들도 수면 위를 걷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다.

해수면을 걷는 게 불가능하니 처음부터 접근을 막겠다. 그런 전술로 나선 플레이어들은 어느새 선박 근처에 작은 조각배를 띄웠다.


‘접근하려는 건가?’


붉은색의 몬스터가 함대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다.

이전, 플레이어가 특수 몬스터를 상대하려 했을 때와는 명백히 달라진 상황이다.

플레이어들은 몇 명이 조각배에 올라타더니, 특수 몬스터가 있는 방향. 붉은 바다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전투 준비 끝!”

“각 전함의 함포가 준비되었습니다!”


함대의 전투 준비가 끝났다.

선원의 보고를 들은 함장은 관측반의 보고와 눈으로 확인한 정보, 아직 함대에 남은 플레이어 함선의 보고를 듣고 한참 생각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붉은 바다는 플레이어 부대 덕분에 몬스터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러나 붉은 바다를 이룰 정도로 많은 몬스터를 상대로 정면 전투는 위험하다.

정면 전투가 가능한 것은 플레이어처럼 목숨이 여럿인 존재만 가능한 전투법. 함장은 가능한 많은 선원의 생명을 지키고, 완벽한 승리를 위해 전선에서 전투 중인 플레이어들의 싸움을 지켜봤다.


‘붉은 바다에 도전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이라···.’


함대의 중앙에 선 배와 전선의 최전선을 나아가는 조각배.

그 거리와 크기에 자세히 보이지도 않는 조각배는 차츰 붉은 바다로 나아갔다.

흔들리면서, 붉은 파도에 휩쓸리면서.


“···함장님, 명령을 부탁드립니다.”


붉은 몬스터의 거센 저항에 조각배는 파도를 넘을때마다 줄어든다.

그 모습을 직접 보지 않더라도, 분위기로 알아차린 함장은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저 모습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대형을 전환한다! 각 함선에 연락하라!”

“예!”

“네!”


오버로드의 힘을 받고, 성장시킨 플레이어조차 붉은 바다를 넘지 못했다.

정면 전투는 위험하다는 결과로 남은 모습에 함장은 곧바로 각 함선에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함장의 연락에 천천히. 하나의 생물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함선들의 모습에 조금 감탄했다.


‘훈련되지 않은 플레이어 선박은 그렇다 쳐도, 두 국가가 섞인 상황인데도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네.’


평소 두 국가의 훈련으로 충분한 연대가 쌓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모습이다.

순식간에 함대의 진형을 고친 함장은 멀리, 전선에서 버티는 플레이어 함선을 향해 외쳤다.


“전진.”


이미 플레이어 측에도 상당한 피해가 나온 상황이다.

일부 함선은 붉은 몬스터의 공격에 침몰하고, 몇몇 함선은 반파. 전체 플레이어 세력의 2할이 무너진 전황에 함장은 망설임 없이 전선으로 향하기를 선택했다.

함장의 명령에 진형을 뒤바꾼 함대는 천천히. 확실하게 전선으로 향하며, 불을 뿜어냈다.


“발사!!”


바운티 왕국의 함선과 에체르티 왕국의 함선.

두 왕국의 함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간 마법은 확실하게, 오차 하나 없이 최전선.

플레이어 함선의 앞에 떨어졌다.


“드디어 오는 거냐!”

“야! NPC들 온다!”

“이벤트 조건 달성한 모양인데?!”


함대가 전선으로 나설수록 플레이어의 활기가 오르며, 이벤트로 착각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이건 이벤트가 아니다. 그저 플레이어 무리가 함대의 명령을 무시하고, 함대가 전력을 온전하기 위해 전선으로 나선 것뿐이다.


‘착각하도록 놔둘까.’


함대가 최전선으로 나오자, 붉은 바다는 더욱 거센 움직임을 보이며 다방면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플레이어 무리는 여전히 길드 단위로 나뉘어 무작정 공격. 반면, 함대는 명령을 통한 철저한 공격이다.

거세게 공격하는 붉은 바다에 맞서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한마디를 내뱉으며 마법과 스킬로 저항했다.


“패턴 왜 이러냐, 진짜!”

“버텨라!”

“이번 패턴 버티는 거 맞아?!”

“몰라! 공략 아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


최전선까지 가까워진 덕분에 붉은 바다를 이루던 몬스터의 모습도 보인다.

반은 물고기, 반은 인간. 인어가 생각나는 모습이다.


‘상체가 물고기이긴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징그럽다. 여태 잘 버틴 플레이어가 대단할 정도다.

각 함선의 함포가 불을 뿜고, 플레이어의 마법이 난무하는 전선이 이어질 무렵.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준비해둔 물건은 단일 개체를 상정한 물건으로, 지금처럼 다수를 상대로 사용하면 효과는 떨어진다.

지금은 그저 플레이어와 주민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충분할 듯하고.’


붉은 인어는 수가 많을 뿐으로 강하지는 않다.

지금도 함대의 마법으로 충분히 밀어내고 있다.

다만, 붉은 인어를 만든 것으로 보이는 특수 몬스터. 붉은 바다의 중심에서 헤엄치는 특수 몬스터를 쓰러뜨려야만 이번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

전선이 유지되는 건 양측의 전력을 소모할 뿐이다.


“섀도우 공. 어떻게, 돌파구는 없습니까?”


슬리벤 왕자 또한 나와 비슷한 상황이다.

소모전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이해한 슬리벤 왕자는 불안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렇게 물어도 할 말은 없는데 말이지.’


대답하지 않으니 슬리벤 왕자도 별수가 없다는 걸 깨달은 듯, 조용히 전선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양측 모두가 소모한 끝에, 플레이어와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 측이 진다.

다만.


“···움직이는 건가.”


몬스터는 사람을 쓰러뜨리기 위한 존재.

처음부터 사람을 위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에게 인내심이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건 특수 몬스터도 마찬가지다.


“함장님!”


시야 끝에 비치던 특수 몬스터, 고래.

그 몬스터의 주변으로 일어난 작은 잔물결이 일어난 후. 통신을 담당한 선원이 놀란 듯 함장을 불렀다.

선원이 보고하는 것보다 먼저.


- “구우우우우우우.”


대기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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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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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79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7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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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6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2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5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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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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