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나라, 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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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온다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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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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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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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9. 대지의 바람(5)

꿈의 나라, 고구려




DUMMY

이정호는 중학교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하는 지금까지 10년여 동안 죽마고우로 같이 생활한 고일천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는 언제나 이름 뒤에 선생이라는 존칭을 쓴다. 고일천이 그런 표현은 부담스럽다고 몇 번인가 사양을 하였었다. 하지만 이정호는 고일천에 대해 선생이라는 호칭을 쓰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정호가 선생이라 부르자 모두가 고일천을 대할 때는 깍듯이 선생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존경을 표하였다.


“일천아! 너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너는 너 혼자가 아니란 말이다. 우리가 어릴 적 치기로 고구려 부활을 얘기한 게 아니란 말이다.”


라는 말로 정호는 단호하게 자신의 의지를 표하였다.


“고일천 선생은 일단 고향으로 돌아가신 후에 몇 년 전부터 한창 그 열기를 더해가고, 서서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중국공산당에 입당할 계획이다.”


정호의 설명에 이어 고일천이 말을 받아 계속한다.


“그렇습니다! 내는 내년 2월초 졸업식을 마친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1단계로 동지들을 규합할 계획입니다. 위구르지역에서 1,000명 정도의 동지들을 모은 후에는 중국공산당의 한 일원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지난 여름방학 때 내는 중국공산당의 주은래 동지를 만났고 구체적인 계획을 협의하였습니다.”


“선생님! 그럼 모택동 동지도 만나 보셨슴메?”


그들의 모임 제일 말석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물과 빵을 가져오는 등 심부름을 하던 서동민이 특유의 똘망똘망한 눈을 빛내면서 당찬 질문을 한다.


고일천은 서동민의 질문에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띤다.


“아! 서동민군! 동민군은 지난 학기에도 전교 1등을 했다면서... 그래 모택동 동지는 잠깐 수인사만 나눴고 3일 동안 그네들의 아지트에 있으면서는 주로 주은래 동지와 주동지의 불란서 빠리 대학 후배인 등소평 동지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민군하고 그 등소평 동지하고 닮은 점이 많네.”


“그래요! 어떤 점이 닮았슴메?”


“키가 작은 게 닮았슴둥.”


“하하하하!”


동민의 질문에 고일천이 또다시 어눌하게 함경도 사투리를 흉내 내고 키가 작다는 점이 닮았다는 말에 그 자리에 참석한 모두는 일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고 선생의 계획은 우리들에게 가장 큰 희망을 줄 것 임메. 상준이! 니는 아직까지 아무 말이 없는데...”


“내는 일단 고향에 돌아가련다. 정호나 태수는 어찌되었든 취직을 했으니까 그런데 내는 아직 일본에서 직장 잡기가 어려울 듯싶다. 마침 2년 전, 청진에 세워진 ‘청진공업고보’에서 선생들을 뽑는다고 하니 집에 돌아가서 몇 달 쉬다가 청진에 가 보려고 해.”


김상준은 덤덤하게 말을 한다. 이정호와 김상준은 불알친구이며 둘은 동갑내기이다. 생일이 열흘 빠른 상준이 언제나 정호에게


“내가 네 형 아님메?” 하고 놀리면 정호가 상준에게


“네가 나보다 열흘 세상에 나온 거 빼고 잘하는 게 뭔데? 공부도 내가 1등 이제 달리기도 내가 빠르지 키도 내가 크지 얼굴도 내가 너보다 훨씬 잘생기지 않았슴.”


하고 되받아치면 상준은 항상 얼굴이 뻘개져서 씩씩거리곤 했었다. 김상준은 갑산 김 씨이다. 이정호는 청해 이 씨, 최주혁은 삼수 최씨 그리고 김상준은 갑산 김 씨로 이 3대 성씨는 고려로 귀화하였었고 이들은 바로 이 여진 3대 부족의 후손들이다. 이들 3대 부족은 말갈로 불리던 고구려 광개토태왕 시절부터 시작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끈끈한 연대를 이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근데 정호야! 너는 정말 상해로 갈거니?”


상준의 걱정담긴 말에 그 자리에 모인 다섯 명의 초점이 모두 정호에게로 향한다. 모두가 막역한 관계인 이들 가운데에서도 이정호가 상해로 가는 이유는 고일천만이 알고 있다. 이정호는 작년 대학 3학년생으로 고등고시에 합격하였다. 고등고시 법무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한 이정호는 자신의 진로를 법조계가 아닌 행정 군사 분야로 결정하였다.

자신의 꿈, 우리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활동범위가 일본과 조선으로 제한적인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는 것보다는 행정 군사부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지금은 본격적인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정호는 자신과 우리들의 꿈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조상들의 땅, 조상들이 잠들어 있는 만주로 가야 한다고 결심하였다.


“내가 상해로 가려고 결심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님메. 무턱대고 가는 게 아니고 다 계획에 의해 가는 거니 걱정하지맙세. 그리고 주혁이 하고 동민이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학업에 열중하고 형이 연락하면 그 때 나와 같이 움직이면 된다. 알았슴메?”


이정호의 상해 행은 이미 지난 9월 결정된 사항이다. 일본 대본영 정보국의 중국 본토 정복계획의 일환으로 이정호는 이미 그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내용은 고일천외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불알친구인 김상준 뿐만 아니라 김태수, 최주혁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정호의 입에서 상해로 간다는 말이 나왔을 때 그가 무턱대고 임시정부로 가서 독립운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다.


“주혁아! 동민아! 그리고 고일천 선생, 태수 와 상준이! 이제 우리 여섯 명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놨다는 각오를 다시 합세!”


이정호는 3년 전, 청해사숙에서 했던 결의가 그냥 의분에 차서 한 순간의 감정으로 한 말들이 아니라 죽음을 각오하는 자신들의 사명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어쩌면 1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이 가는 앞길에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슴메. 우리들 각자에게 견딜 수 없는 갈등과 고민,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가해질지도 모름메.”


고향 함경도 각지에서 내노라하는 수재들이 원수의 심장인 동경에 모여 몇 년 동안 밤을 꼬박 새우고 코피를 쏟아가며 공부를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 모든 과정이 자신과 집안의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이 그들에게 있었다. 조국의 독립과 요동의 땅을 되찾는 일이다. 이정호의 말은 계속된다.


“이 모두를 극복하는 날, 우리는 새로운 조국을 맞이할 수 있슴메. 새로운 조국의 햇살이 비치는 날, 우리들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겠지만 조국과 민족은 우리의 이름을 잊지 않을 것임메!”


이정호가 말을 마치자 일행 모두는 비장한 마음을 각자의 가슴속에 묻는다.


“태수! 너는 애기 보고 싶어 죽겠지비!”


정호가 농담을 던지자 무거웠던 분위기는 일순 반전되고 금방 자신들의 신변잡기 얘기로 돌아선다. 여섯 사람의 웃음소리가 ‘무과수’ 과자점 밖을 빠져나가 동경시내 긴자거리에 울려 퍼지는 듯하다. 저녁 9시가 조금 넘긴 시간, 어둠이 짙게 깔린 긴자거리에는 물을 붓듯이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분주한 사람들 발걸음 사이로 때 이른 함박눈이 새록새록 내리고 있고 사람들 저마다의 얼굴에는 활기가 차 있다.

그네들 얼굴 표정 어디에도 곧 다가올 전쟁으로 인한 깊은 수렁, 지옥과도 같은 어두움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긴자에서 불과 3Km 떨어진 ‘대일본 육군본부 대본영 정보국’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중국 본토를 향해 총의 칼날을 들이대기위한 구실을 만들기 위해 작전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리장성 북쪽의 동북 3성, 요동지방을 이미 그들의 손아귀에 넣었다. 이제 그들의 총구는 중국 중원을 향하고 있다.




우리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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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9. 소년, 긴 겨울잠을 자다(4) 21.06.20 91 1 7쪽
59 58. 소년, 긴 겨울잠을 자다(3) 21.06.20 80 1 7쪽
58 57. 소년, 긴 겨울잠을 자다(2) 21.06.20 89 1 8쪽
57 56. 소년, 긴 겨울잠을 자다(1) 21.06.20 101 1 7쪽
56 55. 최후의 작전(8) 21.06.18 128 2 7쪽
55 54. 최후의 작전(7) 21.06.18 89 2 7쪽
54 53. 최후의 작전(6) 21.06.18 79 1 7쪽
53 52. 최후의 작전(5) 21.06.18 86 1 7쪽
52 51. 최후의 작전(4) 21.06.18 84 0 7쪽
51 50. 최후의 작전(3) 21.06.18 87 0 7쪽
50 49. 최후의 작전(2) 21.06.17 109 2 7쪽
49 48. 최후의 작전(1) 21.06.17 99 1 7쪽
48 47. 연합전선(4) 21.06.17 86 1 10쪽
47 46. 연합전선(3) 21.06.17 87 1 8쪽
46 45. 연합전선(2) 21.06.17 93 1 7쪽
45 44. 연합전선(1) 21.06.16 126 1 8쪽
44 43. 소년이 온다(5) 21.06.15 147 2 8쪽
43 42. 소년이 온다(4) 21.06.15 128 1 7쪽
42 41. 소년이 온다(3) 21.06.15 112 2 7쪽
41 40. 소년이 온다(2) 21.06.15 122 2 7쪽
40 39. 소년이 온다(1) 21.06.15 126 2 7쪽
39 38. 용의 눈물(2) 21.06.14 165 2 8쪽
38 3. MODE #1 (3) 21.06.14 161 3 8쪽
37 36. 태평양 저편에서(5) 21.06.14 147 2 7쪽
36 35. 태평양 저편에서(4) 21.06.14 127 1 7쪽
35 34. 태평양 저편에서(3) 21.06.14 140 2 7쪽
34 33. 태평양 저편에서(2) 21.06.14 143 2 8쪽
33 32. 태평양 저편에서(1) 21.06.14 171 2 8쪽
32 31. 대지의 바람(7) 21.06.13 17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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