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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스게임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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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레쉬폰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6.29 22:49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75,194
추천수 :
2,625
글자수 :
157,299

작성
21.05.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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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8
추천
83
글자
9쪽

Episode 2. 적자생존 (3)

DUMMY

김도형이 황당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


이마에 힘줄이 돋은 걸 보니 욕이라도 내뱉을 기세. 나는 김도형의 입이 열리기도 전에, 녀석의 얼굴을 걷어찼다.


“끄아아아악!”


심상찮은 타격음과 함께, 발차기에 얻어맞은 김도형이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마운트 자세에서 해방된 남자.

일방적으로 얻어맞던 남자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마치 구원자라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고, 고맙습니다.”

“뭘요.”


나는 남자를 일으켜 세워줬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눈에 띄었다.

나중에 퉁퉁 부어오르면 고생 좀 하겠는데.


“으윽, 완전히 미친놈이군요. 다짜고짜 때리다니.”


그래도 구타당한 흔적을 보니, 목숨에 위협이 갈 정도로 심한 상처는 아니었다.


“일단 제 뒤로 오세요.”

“다, 당신은.......”

“저놈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괴물을 상대하라고 전달해주시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걸로 준비는 끝났고.

이제 남은 건 저쪽을 상대할 차례다.

가까스로 몸을 추스린 김도형이 크게 일갈했다.


“너, 너 이 씨발. 대체 뭐 하는 새끼야!”


여기선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예전 직업을 말했다.


“아마 취준생이겠지.”

“......하! 별 볼일도 없는 새끼가 참견질은. 당장 너부터 죽고 싶어?”


내가 별 볼일도 없는 놈이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만 지껄이고 덤비는 게 어때.”


나는 천천히 손목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자신을 얕본다고 여긴 것일까.

그런 내 모습에 김도형이 까드득, 이를 갈았다.


“......그래. 그렇게 죽고 싶으면 너부터 죽여줄게.”


말하는 순간, 김도형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기물, ‘김도형’이 ‘은밀한 장막’을 발동합니다!]


김도형의 오른쪽 어깨가 들썩였다. 얼굴을 향해 뻗어오는 스트레이트 펀치.

나는 그대로 상체를 젖혀 피해냈다.


휘이이익!


안면으로부터 몇 센티만을 남긴 채 허공을 가르는 주먹. 그 여파로 옅은 바람이 뺨을 스쳤다.


“이걸 피해?”


아무래도 녀석은 [은밀한 장막]의 효과를 맹신했던 모양이었다. 절대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내 직위는 인간종족의 ‘폰’뿐만이 아니라, 마족의 ‘킹’도 포함이었다.

김도형의 스킬은 내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설마, 우연이겠지.”


그 사실을 모르는 김도형은 결국 한순간의 우연이라 치부하고 공격을 속행했다. 나는 다시금 날아드는 주먹을 응시하며 기민하게 피해냈다.


휘익, 휘익!


연신 공격이 빗나갔다. 맞을 듯 말 듯 한 아슬아슬한 간격. 그에 열불이 뻗치는 듯 김도형의 얼굴이 점차 붉어졌다.


“씨발! 좀 맞아라!”


나는 이상하리만큼 크게 흥분한 녀석을 보며 생각했다.

이것도 [피바라기]의 영향인가? 계속해서 피를 갈구하지만, 그 대가로 쉽게 이성을 잃는다.

‘나이트’급 고유능력이 그에게 전투를 지속할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지만, 덧붙여진 ‘페널티’가 그 이점을 하나도 남김없이 갉아먹고 있었다.

덕분에 나로서는 편해진 일이다. 분노라는 감정에 몸을 맡긴 상대만큼, 상대하기 쉬운 적도 없었으니까.


“이제 내 차례지?”


그럼 반격 개시다.

나는 주먹을 감아쥐며, 김도형에게 쇄도했다.

움찔, 기세에 위축된 김도형이 잠시 주춤했다. 그 한순간의 방심을 노리고서, 주먹을 내질렀다.


퍼어억!


묵직한 손맛이 전해져왔다. 공격이 제대로 들어간 듯 김도형의 입술이 터져버렸고, 내려앉은 콧구멍에서는 핏줄기가 솟구쳤다.


“크읏.”


김도형이 소매로 흘러내린 피를 훔쳤다.


“이 개새끼가!”


이젠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 김도형의 눈동자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광기를 발산하며 거리를 좁힌 그가 주먹을 내뻗었다.


“뒈져!”


그 나름의 회심의 일격.

하지만 내가 더 반응이 빨랐다.

나는 김도형의 팔목을 타격해 공격을 쳐냈다.


타악!


찰진 소리와 함께 주먹이 비껴갔다. 무게중심이 무너져 급격히 앞으로 쏠리는 몸.

지금이 기회였다.

나는 곧바로 녀석의 흉부를 걷어찼다.


“커어헉!”


김도형이 가슴을 움켜쥐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나는 끝을 내기 위해 녀석에게 다가갔다.


“케헥. 자, 잠깐만.”


김도형의 눈동자에 점차 공포가 서렸다.


“기, 기다려. 기다려 봐!”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에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제한 시간이 3분 남았습니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다.

그래, 유언 정도는 들어줄까.


“저, 저기를 봐.”


나는 김도형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마법을 사용하는 백서현의 지휘 아래, 녹색 괴물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네가 나를 상대하는 동안, 다른 새끼들이 괴물들을 모조리 잡고 있잖아.”


확실히 그랬다.

근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상황은 의도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김도형을 상대하는 동안, 다른 이들이 괴물을 상대하도록 말이다.


“켁, 케헥. 멍청하긴. 아직도 이상한 점을 모르겠어?”


물론, 나는 김도형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지면에 널려있는 다섯 마리의 괴물 사체.

살아남은 세 마리의 괴물은, 이미 세 명의 인원이 상대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내 몫은 없었다.


“저놈들은 배신자야! 자기들만 살려고 하는 위선자들이라고!”


김도형이 잠시간 숨을 고르더니, 입꼬리를 씩 말아 올리며 말했다.


“그러니...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


뭐, 예상은 했다.

목숨 구걸이 아니라서 의외긴 했지만.


“이미 괴물들을 잡는 건 무리니까... 저 녀석들에게 복수하는 거야.”


[제한 시간이 2분 남았습니다.]


“내, 내가 도와줄게. 거기다 우리의 힘이라면 앞으로 생존하기도 수월할 거야. 그렇지?”


[제한 시간이 1분 남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내가 침묵을 유지하자, 김도형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런, 시발! 뭐라고 말이라도 해!”


나는 김도형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대로 읊어주었다.


“조건은 ‘하나 이상의 생명체 살해’. 그게 꼭 괴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법은 아니지.”

“너, 너......!”


그 말대로, 굳이 괴물을 죽이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지령에 명시된 내용은 생명체의 살해.

개중에는 인간 역시 포함되고─

지금 쓰러져 있는 이 녀석 역시 생명체의 범주에 속해있었다.


“나를 놀렸.......”


나는 지면을 더듬어 쓸만한 무기를 찾았다. 부스럭거리는 잔디들 사이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손아귀에 들려왔다.

바로 평범한 나뭇가지였다.


[스킬, ‘웨펀 부스터’를 발동합니다!]


나뭇가지의 겉면에 푸른 마력의 기운이 서렸다.

이 스킬을 사용하면 한낱 나뭇가지조차, ‘검기(劍氣)’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니게 된다.

그 가공할만한 살상력은, 이미 무력화된 상대를 죽이기에 충분한 무기.


“이제, 끝을 내자.”


촤아악!


나는 녀석의 목을 향해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끄, 끄어어.......”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잘려나간 경동맥으로부터 피가 역류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과하다 싶은 출혈량은 그가 살아남긴 틀렸음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수십여 초가 지나고.


[당신은 1개체의 생명체를 살해했습니다.]


투욱, 김도형의 몸이 축 늘어졌다.

나는 말없이 시선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시체와 근접했던 탓인지 전신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찝찝함에 얼굴에까지 튄 피를 손등으로 닦으려 했지만, 점성 때문인지 잘 닦이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 역시 마찬가지로, 전신에 피칠갑을 한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경악, 놀라운 광경을 본듯한 표정들.

하지만 나를 경멸하는 기색은 없었다.

내가 죽인 사내가 자신들을 죽이려 했던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를 알기에.

그들은 그저 침묵할 따름이었다.


[제한시간이 모두 경과되었습니다.]

[당신은 성공적으로 지령을 완수하였습니다.]


성공적으로 지령이 완수되었다는 메시지. 그 메시지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중얼거렸다.


“살았나......?”


살았다. 살아남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양손을 위로 치켜들며 외쳤다.


“......끝났다!”


깊은 희열이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살았다는 안도감, 생존했다는 기쁨. 이 모든 것이 한데 아울러 가슴속에 차올랐다. 하지만.


“......하하.”


이 상황에 떨어졌다는 슬픔인지, 한 생명체를 제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인지. 살아남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짙은 음영이 드리웠다.


그들이 치켜든 두 손.


피를 잔뜩 머금은 두 주먹에는 진득하게 달라붙은 살점, 뇌수인지 모를 액체가 묻어났다.

아름다운 승리에 취한 줄 알았건만, 실상은 살생으로 얼룩진 초라한 몰골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깨달았다.


「적자생존(適者生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도태된다.

......그렇다면, 이제는 적응해야 했다.


[두 번째 지령이 도착했습니다!]


부디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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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pisode 3. 추격자들 (1) +5 21.05.20 2,760 82 10쪽
» Episode 2. 적자생존 (3) +10 21.05.19 2,829 83 9쪽
6 Episode 2. 적자생존 (2) +5 21.05.18 2,928 91 11쪽
5 Episode 2. 적자생존 (1) +4 21.05.17 3,158 103 8쪽
4 Episode 1. 오프닝 (3) +9 21.05.15 3,463 114 10쪽
3 Episode 1. 오프닝 (2) +6 21.05.14 3,583 125 17쪽
2 Episode 1. 오프닝 (1) +4 21.05.13 3,853 125 12쪽
1 Prologue. 게임이 재시작됩니다 +9 21.05.12 4,580 15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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