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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스게임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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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레쉬폰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6.29 22:49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75,317
추천수 :
2,625
글자수 :
157,299

작성
21.05.2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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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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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isode 3. 추격자들 (3)

DUMMY

나는 천천히 타이밍을 조절했다.

기회는 단 한 번뿐. 괴물들이 최대한으로 모이는 접경에 마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때가 왔다.


“서현아 지금!”


[기물, 백서현이 ‘중급 마법’을 사용합니다!]


내 말을 신호로 백서현의 손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이 피어올랐다. [중급 마법]의 화염구. 그것의 뜨거운 열기가 곁에 있던 내게도 전해졌다.


“먼저 쏠게요!”


말하는 순간, 그녀의 손에서 피어난 화염구가 엄청난 열풍을 동반하며 전방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지면과 화염구가 맞닿은 곳에서 커다란 불기둥이 치솟았다. 괴물들 중 일부가 전소(全燒)했고, 몇몇은 갑작스레 나타난 불지옥에 우왕좌왕했다.


역시, ‘비숍’급 스킬 아니랄까봐 상상 이상의 화력이다.


그 광경에 압도당하기도 잠시, 우리는 앞서 계획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앙 바위에 숨어 있던 나를 중심으로 양 갈래로 나뉘는 진형.

안 그래도 갑작스러운 공격에 정신없던 ‘추격자’들은 목표가 분산되자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였다.


“연우 님! 준비됐습니다!”


나는 바위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수많은 화살 세례가 정면에서 쏟아져 왔다.


[기물, 이성현이 ‘보호의 장막’을 사용합니다.]


다행히 이성현은 늦지 않았다. 내 몸을 감싸듯이 나타난 방어막이 외부의 접근을 차단했다.


캉! 카앙!


족히 수십 발은 되어 보이는 화살이 방어막에 튕겨져 나왔다. 성공적으로 공격을 무화시킨 방어막이었지만, 충격 때문인지 표면에는 실금이 서려 있었다.

괴물들까지 남은 거리는 오십 보 남짓.


제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아니, 해야만 한다.


나는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얼마나 더 달렸을까.


[과도한 충격에 ‘보호의 장막’이 파괴되었습니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화살을 묵묵히 견뎌내던 방어막은 제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여러 파편으로 쪼개졌다.


......부서졌나.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이미 녀석들에게 도착한 직후였으니까.


나는 천천히 방패를 들어 올리고 괴물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떨리는 눈빛으로 그 모든 동작을 지켜보던 놈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몸과 분리된 괴물의 머리통이 허공을 날았다.

괴물들은 왜소한 체구였기에 검을 중단으로 휘두르기만 해도 머리에 직격했다.


“크르르륵!”


괴물들이 대응 사격을 시작했다. 나는 화살이 날아오는 궤도를 향해 방패를 앞세웠다.


핏! 피잇!


방패의 면적이 크지는 않았기에 공격을 전부 방어하지는 못했다. 화살이 박힌 어깨에서 화끈한 통증이 일었다.

아프다.

정말 아프지만...... 이 정도 고통은 견딜만하다.

나는 정면에 있던 괴물의 목에 검을 찔러넣었다. 복부를 걷어차자 끄륵, 피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괴물.

그대로 머리를 짓밟아 확인사살을 마친다.


[당신은 ‘추격자’를 2개체 살해했습니다.]


이제 남은 ‘추격자’들은 스무 마리 정도.

백서현의 마법 덕분인지 그 수가 제법 줄어들어 있었다. 덕분에 편하기는 하지만...... 이러면 내가 받을 보상이 빠듯해진단 말이지.

조금 더 속도를 올려볼까.


[스킬, ‘웨펀 부스터’를 발동합니다!]


나는 조금 돌아온 마력을 칼날에 집중했다.

피를 흠뻑 머금은 붉은 칼날에 푸른 예기가 더해졌다. 이제 괴물을 베기도 한층 수월해졌을뿐더러,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캬아악?”


나는 허리를 활처럼 구부려 괴물을 베어 넘겼다. 그리고 그 속도 그대로 몸을 회전했다.

원심력을 이용해 뒤편으로 근접한 괴물의 어깻죽지까지 단숨에 베어버리곤, 다음 사냥감을 향해 횡단으로 검을 휘둘렀다.

한 번의 공격이 끝나면 연이어 다른 공격이 시작되는, 물 흐르듯 매끄러운 검로(劍路).

괴물들이 순식간에 도살되어갔다.

그리고.


서거거걱!


주변의 모든 적을 쓰러뜨렸을 때.

내 행동은 비로소 멈췄다.


[당신은 ‘추격자’를 총 12개체 살해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 ‘백(白)’이 당신의 성과에 크게 만족합니다.]


어깨에 박힌 화살을 뽑으며 주위를 살폈다.

얼마 남지 않은 괴물들과 분투하는 사람들.

승기는 우리가 거머쥐고 있었다.


[모든 ‘추격자’들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전투가 끝났다.



*



나는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질척대는 괴물의 살점이 몸에 덕지덕지 들러붙었다.

조금 찝찝하긴 한데,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조금 무리한 모양.

그래도 지금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고 있자니 피로감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지령을 완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다크피스’ 1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다크피스’ 3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입꼬리가 실룩 올라갔다.

설마 시작부터 ‘다크피스’를 네 개나 얻을 줄이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앞으로 나서 괴물들을 처리한 보람이 있었다.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


당연히 받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손바닥 위로 새카만 물체가 후두두 떨어져 내렸다.


[다크피스].


나는 그것을 홀린 듯이 쳐다보았다.

흑요석처럼 새카만 색상에 유리를 쪼갠듯한 비규칙적인 외형. 주변을 은은히 밝히는 무형의 기운까지.

우주가 파편의 형태로 존재한다면 이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양의 조각이었다.


[‘다크피스’. 그것은 <스타 보드>에 존재하는 원시적인 에테르를 가공한 조각.]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위를 올려다보니 로키가 ‘다크피스’ 여럿을 허공에 띄워둔 채 우릴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과학식으로 설명하자면,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물질(暗黑物質)’이라 칭해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사람들이 로키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시, 심판.”

“여기는 어쩐 일로......?”


나도 궁금하다.

심판이 이 타이밍에 올 이유는 없을 텐데.

무슨 용건으로 여기에 온 거지?


[이런,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시면 제 연약한 마음이 찢어집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다크피스’의 사용법을 알려주려고 왔는데 말이죠.]


“......연약한 마음?”


[그건 둘째치고. 모두 여길 보시죠?]


모두의 주의를 집중시킨 로키가 짤다막한 손을 흔들었다. 녀석의 손에는 내가 들고 있는 것과 같은 흑색의 파편이 쥐어져 있었다.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부수세요!]


그대로 손에 힘을 주는가 싶더니, ‘다크피스’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로키가 손이 묻은 잔해를 털어내며 말했다.


[‘다크피스’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스킬을 강화하던, 신체를 강화하던. 무엇이든 가능하죠. 물론 ‘직위’마다 정해진 한계는 존재하지만.]


“무, 무엇이든?”


[물론. 하체가 부실한 당신은 그곳을 강화할 수도 있겠죠. 아하핫!]


사람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런 곳에 투자할 멍청이가 있겠냐.


[......전 차원을 관통하는 유머였는데. 이래서 인간들은 안된다니까.]


쯧, 하며 로키가 혀를 찼다.

나는 못마땅한 표정의 로키를 뒤로하고 ‘다크피스’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확실히, 녀셕의 말대로 사용법은 간단했다.

부수는 것.

그 간단한 행위만으로 우린 원하는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었다.


[‘다크피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럼, 무엇을 강화할까.

내가 가진 공격 스킬은 ‘웨펀 부스터’ 하나뿐이었다. 남은 마력을 모두 소모하는 만큼, 마력을 강화할 필요는 없었다.

민첩과 근력도 지금 당장은 필요가 없으니 제외.

그럼...... 남는 건 체력뿐인가.


[당신에게는 ‘마력’의 강화를 추천해 드리고 싶군요.]


“......뭣?”


대체 어디서?

나는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뒤를 돌아보니 로키가 턱을 쭉 뺀 채 귓속말을 속삭이던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이런, 귓구멍이 막히셨나요? 당신에겐 ‘마력’의 강화를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마력의 강화를 추천한다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로키를 노려보았다.


“그건 어째서지?”


[그야...... 당신의 ‘고유 능력’ 때문일까요?]


고유 능력 때문이라고?

......한가지 짐작 가는 게 있다.

바로 내 ‘기물 정보’ 세 번째에 기술된 이것.


+


3. 마왕화(魔王化) (킹)

【지켜보겠다.】

─마족의 힘을 일깨운다.


+


이게 어떤 것인지는 크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마족의 ‘킹’으로 [프로모션]했을 때 생겼던 변화. 그 모습으로 변하는 거겠지.

확실히 그때 내가 가졌던 무력은 체감상 엄청났었던 만큼, 로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이젠 대놓고 말하는 건가.”


[흐음...... 뭐가 말입니까?]


“마족의 직위 말이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내 직위에 장난질을 쳤다는 것을 심판이 간접적으로 시인했다는 것이다.


[크흐흐,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오리발을 내미시겠다 이건가?

그래도 확실히 고려할만한 사안이기는 했다.


[‘다크피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정을 내렸다.


[그랜드 마스터, ‘백(白)’이 당신의 요청을 받아들여 육성 방향을 결정합니다.]

[‘다크피스’ 4개를 사용해 마력을 강화합니다.]

[마력 0단계 ▶ 마력 4단계]

[마력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지친 신체에 활력이 돌아왔다.

청명한 마력의 기운이 심장 위로 고요히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어째서 ‘심판’이 내게 조언을 해주는 거지?”


심판의 조언, 그것은 분명히 중립을 벗어났다.

게임의 정당성을 의심한 ‘그랜드 마스터’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이번 전투는 잘 봤습니다. ‘폰’인 주제에 혼자서 무쌍을 찍으시더군요?]


“대답해.”


[스스로가 제 무덤을 파는 줄도 모르고 말이죠.]


틀렸다. 이 녀석.

전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아.

‘그랜드 마스터’들은 왜 아직도 잠잠한 거지?


[제가 왜 당신께 그런 조언을 해드렸는지, 잘 고민해보셔야 할 겁니다. 그럼.......]

[우리의 ‘광대’여, 부디 열심히 춤춰주시길.]


광대라고?

어째서 나를 그런 호칭으로 부르는.......


내가 채 되묻기도 전에 로키는 이전과 같이 공기 중에 흩어지며 사라졌다. 대신.


[그랜드 마스터, ‘백(白)’이 다음 지시를 내립니다.]


자리에 남은 것은 다음 비극을 알리는 메시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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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pisode 8. 왕의 증명 (2) 21.06.16 1,838 8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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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pisode 5. 몰락한 종족 (1) +5 21.05.27 2,306 72 11쪽
14 Episode 4. 엄습 (4) +5 21.05.26 2,363 76 11쪽
13 Episode 4. 엄습 (3) +2 21.05.25 2,421 73 9쪽
12 Episode 4. 엄습 (2) 21.05.24 2,500 76 9쪽
11 Episode 4. 엄습 (1) +1 21.05.23 2,572 78 9쪽
» Episode 3. 추격자들 (3) +6 21.05.22 2,640 79 11쪽
9 Episode 3. 추격자들 (2) +4 21.05.21 2,691 78 16쪽
8 Episode 3. 추격자들 (1) +5 21.05.20 2,764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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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pisode 2. 적자생존 (2) +5 21.05.18 2,932 91 11쪽
5 Episode 2. 적자생존 (1) +4 21.05.17 3,163 10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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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pisode 1. 오프닝 (2) +6 21.05.14 3,588 12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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