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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스게임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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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레쉬폰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6.29 22:49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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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93
추천수 :
2,625
글자수 :
157,299

작성
21.05.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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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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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Episode 4. 엄습 (3)

DUMMY

우리는 나무에 남겨둔 표식을 되짚어가며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도착하자마자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식량, 식량을 발견했다면서요?”

“물은 어디에 있나요!”


메시지의 내용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한다. 지령의 조건이 차근차근 채워지는 것을 그들도 봤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겠지.


“다들 잠시만 비켜주시겠습니까?”


인파를 물린 박규태가 내 앞에 섰다.


“김연우 씨. 어딜 가실 거면 말씀 정도는 해주셨으면 합니다. 갑자기 사라지셔서 놀랐거든요.”


그건 좀 미안하다.

어쨌거나 내가 서두른 건 사실이었으니까.


“음... 그리고 저도 궁금해서 그런데. 정말로 식수를 발견하셨습니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걸 묻다니. 대표라곤 하지만 역시 그도 사람이다.


“물론입니다. 모두 설명해드릴 텐데....”


하루 끼니를 걸러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일단... 식사라도 하면서 마저 대화합시다.”


나는 어깨에 메고 있던 줄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박규태가 그것을 보곤 물었다.


“그건 뭡니까? 덩굴?”

“‘고벨리누스의 줄기’입니다.”

“고벨...... 네? 처음 듣는 식물명인데요.”


그렇겠지. 이곳에서만 자라는 식물이니까.


“그건 어디다 사용하는 겁니까?”

“간단합니다. 이 줄기의 진액은 독소를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죠.”

“독소요?”

“예. 그리고 우린 이 줄기를 사용해서 한 가지 요리를 할 겁니다.”

“요리라니, 대체 무엇을.......”


나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사람들의 뒤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수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

“서, 설마?”


저기 수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어젯밤 자신들이 치운 것이었으니.

백서현도 이건 몰랐는지 놀란 표정이었다.


“선배, 농담이시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로 저거라고요?”


정말로 그거다.

‘고벨리누스의 줄기’는, 녹색 괴물들이 가진 독소를 제거하는 데 사용된다.



*



나는 수풀에서 괴물의 사체를 꺼냈다. 아직 핏물이 남아 있는 고깃덩어리. 다행히 부패하지 않아 식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사람들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으... 저걸 먹는다고요?”

“정확히는 먹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 이걸 어떻게 요리해볼까.

확실하게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줄기의 진액에 살점을 끓여 먹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냄비 같은 조리도구가 없었다.

그렇다면, 살점에 진액을 발라 구워 먹는 게 최선이다.


사각. 사각.


나는 주변의 나뭇가지를 칼로 깎아 기다란 막대를 만들었다. 그리곤 줄기를 손으로 으깨 흘러내린 진액을 살점에 발랐다.

살점은 막대에 꽂혀 꼬치의 형태를 갖추었다.

좋아. 제대로 만들어졌나.


타닥. 타닥.


모닥불에 위에 올려진 꼬치가 구워지면서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이윽고 살점이 맛깔스럽게 익었을 때.

나는 꼬치를 들어 한입 베어 물었다.


꼬르륵.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배가 요동쳤다.

나는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정말 안 먹을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좀 꺼림칙한데.......”

“저희가 숲을 돌아다녔을 때, 별다른 과일이나 동물의 흔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


백서현과 이성현이 입을 다물었다.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여기 ‘E4’ 스퀘어에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이곳에 서식하는 괴물뿐이었다.

문제는 그마저도 넉넉하지 않았다.

괴물들의 사체 중 여덟 마리는 백서현이 마법으로 까맣게 태워버렸고, 남아 있는 것마저도 칼에 난자되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선배, 저도 하나만 주세요.”


먼저 용기를 낸 건 백서현이었다.


“자 여기.”

“......잘 먹을게요.”


잠시 머뭇거리던 백서현이 눈을 질끈 감으며 살점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한참이나 입을 우물거리던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의외로 먹을만하네요?”

“그렇지?”


쫄깃한 식감이 돼지의 사태와 유사했다.


“하나만 더 먹을게요.”

“뭐,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니까.”


예상외의 호평 덕분인지 사람들도 하나둘 모닥불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박규태 역시 꼬치를 한입 베어 물더니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정말로 먹을만하군요. 조금 누린내가 나긴 하지만 못 참을 정도까진 아닙니다.”


괴물의 고기가 맛있다는 사실을 기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티가 역력했다.

슬슬 이야기를 꺼내도 되겠군.


“그럼, 아침에 탐색을 나섰을 때의 일입니다.”


나는 탐색과정에 일어난 일을 모두 설명했다.

이야기를 경청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점차 굳어갔다. 박규태가 살점을 다 먹고 남은 막대기로 바닥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렇군요. 숲에서 수로를 찾았는데 그곳엔 괴물들의 부락이 있었다라.......”


박규태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그걸 발견했다고 바로 지령을 내리다니. ‘그랜드 마스터’라는 존재도 참 배려심이 없군요.”


배려심이라.

바둑을 둘 때 바둑알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듯이, ‘백(白)’에게 우리는 그런 하찮은 존재였다.

우리를 배려해줄 리가 없지.


“그래도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나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아까 생각해둔 작전을 제안한다.


“저희가 갔을 때, 움막은 비어있었습니다. 아마 괴물들은 외출 중이었겠지요.”

“......흠.”

“오늘 밤중에는 괴물들이 집으로 돌아올 테니, 빈 움막에 숨어 방심한 놈들을 급습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겁니다.”


결정권을 가진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 명확한 긍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연우 씨의 말만 듣고 바로 움직이기는 조금 걸리는군요.”


상당히 신중하군.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선 ‘괴물의 거점’이라는 곳을 한번 살펴보고 싶습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은 내 말대로 행동하기로 했다.


─움막의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군요. 한 다섯 명 정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입니다.

─문제는 그 개수가 여덟 개라는 건데....

─아무래도 괴물의 수가 생각보다 많은듯하군요. 정면승부는 턱도 없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움막에 숨은 지 어느덧 몇 시간이 지났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해. 사람들이 기다림에 지쳐가는 가운데.

바깥을 들여다보던 백서현이 말했다.


“잠깐, 지금 오는 거 같아요.”


강을 건너오기 시작하는 물경 오십이 넘는 괴물의 무리. 덕분에 우리는 놈들의 행색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숨죽여 경악했다.


......무장을 갖췄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하지만 눈을 비비고 봐도 바뀌는 건 없었다.

내 굳은 표정을 본 백서현이 걱정스레 물었다.


“선배?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이상해.”

“네?”

“뭔가 잘못됐어.”


분명 어설프지만, 이래저래 격식은 갖춘 갑주와 허리춤에 달린 예리한 검. 그건 본디 내가 알고 있던 원시적인 괴물의 형상이 아니었다.

마치 커다란 전투를 앞둔 병사와도 같은 모습.


......설마 우리가 기습할 걸 미리 알고 있었나?


아니, 그건 아니다. 지금 괴물들은 우리가 움막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낌새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저런 만만의 준비를?

나는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선 잠깐 후퇴를 하는 게.......”

“네? 그렇지만 선배. 여기서 도망치다간 이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텐데요?”


......확실히 그 말이 맞다.

여기서 도망치고자 한다면 도망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괴물들은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럼 이보다 상황은 악화될 터.

지금, 놈들을 토벌하기는 해야 했다.


[기물, 박규태가 ‘통솔’을 사용합니다.]


─김연우 씨, 들립니까?


머릿속으로 박규태의 목소리가 들렸다.

[통솔] 스킬의 소유자는 자신의 지휘를 받는 기물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걸 수 있었다.


─괴물들이 저희 움막으로 근접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먼저 행동할 테니, 조력 부탁드립니다.


그래, 고민할 때가 아니다.

아무리 이전과 상황이 다르다지만, 우리가 유리한 것은 변함이 없었다. 작전대로 행동하자.


터벅, 터벅.


우리가 있는 움막으로 누군가가 접근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입구로 들어오는 녀석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켁...... 케헤헥......?”


심장이 꿰뚫린 괴물 한 마리가 절명했다.

지금이다.

나는 바깥으로 뛰쳐나오며 외쳤다.


“모조리 죽여버리세요!”


하지만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 이놈들 뭔가 이상합니다!


머릿속에 울리는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박규태가 있는 곳을 보았다.

그는 한 괴물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괴물을 향해 열심히 검을 휘둘러 보지만, 연신 빗나가는 공격. 박규태가 밀리고 있었다.


괴물이 무기를 꺼내 든 것은 그때였다.


녀석은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자세를 잡더니 그대로 검을 위로 추어올렸고.


[□□□이 ‘흘리기’를 사용합니다!]


푸우욱!


비껴간 칼날이 박규태의 어깨에 박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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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isode 6. 폐위(廢位) (1) +1 21.06.01 2,057 7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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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pisode 5. 몰락한 종족 (2) +1 21.05.28 2,207 71 9쪽
15 Episode 5. 몰락한 종족 (1) +5 21.05.27 2,298 72 11쪽
14 Episode 4. 엄습 (4) +5 21.05.26 2,356 76 11쪽
» Episode 4. 엄습 (3) +2 21.05.25 2,414 73 9쪽
12 Episode 4. 엄습 (2) 21.05.24 2,492 76 9쪽
11 Episode 4. 엄습 (1) +1 21.05.23 2,565 7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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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isode 3. 추격자들 (2) +4 21.05.21 2,684 78 16쪽
8 Episode 3. 추격자들 (1) +5 21.05.20 2,757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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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pisode 2. 적자생존 (2) +5 21.05.18 2,925 91 11쪽
5 Episode 2. 적자생존 (1) +4 21.05.17 3,154 103 8쪽
4 Episode 1. 오프닝 (3) +9 21.05.15 3,458 114 10쪽
3 Episode 1. 오프닝 (2) +6 21.05.14 3,580 125 17쪽
2 Episode 1. 오프닝 (1) +4 21.05.13 3,847 1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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