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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스게임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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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레쉬폰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6.29 22: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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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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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7,299

작성
21.05.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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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isode 4. 엄습 (4)

DUMMY

“크으으읍!”


얕은 검상을 입은 박규태가 비명을 질렀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눈을 의심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방금 괴물이 보인 움직임. 얼핏 보기엔 단순한 기술로써 여겨질 수 있지만, 내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그건 분명한 [흘리기]였다.


그것도 ‘폰’급으로 추정되는 ‘스킬’.


일반적으로 스킬은 <종족전쟁>에 참가한 기물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기물에게 부여한 능력을 스킬이라고 부르니까.

그런데 일개 잡몹이 스킬을 사용한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신은 □□□의 모습에서 한가지 정보를 획득하였습니다.]

[정보가 갱신됩니다.]

[정보 Ⅰ : 녹색 괴물은 <종족전쟁>에 참가한 기물의 전유물인 ‘스킬’로 추정되는 기술을 사용했다.]


......예전에도 이런 메시지가 있었던가?

아무렴 어떤가.

지금 내게 그런 걸 고민할 시간 따윈 없었다.


“이, 인간!”

“케르륵, 인간이 여긴 어떻게?”


괴물의 유창한 말솜씨에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다.


“너희들 말도 할 줄 아냐?”

“......보통 괴물이 아니네요.”


나를 따라온 일행들도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케륵, 케르륵. 그리 말할 줄만 알던 녹색 괴물들이 고등한 사고를 한다니?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이 연거푸 무너지자, 놈들을 향한 내 경각심은 높게 치솟고 있었다.


[당신은 □□□의 발언에서 한가지 정보를 획득하였습니다.]

[정보가 갱신됩니다.]

[정보 Ⅱ : 녹색 괴물들은 고등한 ‘지능’을 갖추고 있다.]


등허리에 식은땀이 맺혔다.

놈들이 방심하는 틈을 노려 기습을 가하려는 작전이 한순간에 어그러졌다.

이래서야 정면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었다.

장비가 우리보다 월등히 좋을 뿐만 아니라, ‘스킬’을 사용하는 개체를 상대로 전면전이라니.


“......젠장.”


어디선가 나를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광대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을 때, 관객이 그를 조롱하는듯한 차가운 비소.


지금까지 잘 풀려서 쉽다고 생각했나?

그래 봤자 초반 구역인 ‘E4’ 스퀘어인데도?


회귀했기에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착각. 초반 스퀘어는 쉬울 거라는 안일한 생각.


어쩌면, 나는 오만했을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더 신중할 것을.”

“연우 님, 진정하세요. 어차피 지령 때문에 언젠가는 맞닥뜨릴 일이었습니다.”

“그래요, 선배.”


일행들이 뭐라고 내게 말을 거는 듯했지만, 그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검극을 벌이던 박규태에게 외쳤다.


“박규태 씨! 뒤로 빠지세요!”

“......윽! 알겠습니다.”


박규태가 괴물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났다.

나는 그 틈에 괴물들의 무장을 눈으로 훑었다.

놈들은 모두 검, 혹은 창 같은 냉병기를 들고 있었다. 다행히 원거리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활을 주력으로 사용했던 ‘추격자’들은 모두 전멸했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상처는 괜찮습니까?”

“......예, 다행히 움직이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종전의 당하는 모습이 창피한지, 박규태는 다친 어깨를 붙잡으며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박규태 씨가 느끼기에 놈들의 수준은 어땠습니까?”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검이 휘는가 싶더니, 제 어깨에 박혀 들었으니까요.”


......그런가.

역시 ‘스킬’과 상당히 비슷하다.


“다만 일전에 저희가 상대한 괴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확실히 많은 것이 뒤틀렸다. 신체 능력이 약할 터였던 괴물들은 건장한 성인 남성인 박규태와 비등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다.


“김연우 씨, 혹시 방도가 있겠습니까?”


나는 말 없이 박규태를 바라보았다. 그 침묵에 사람들 역시 불길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저도 마땅히 떠오르는 건 없군요.”

“......아.”


곳곳에서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한가지는 알 것 같습니다. 놈들이 집단을 이루고 대화할 정도의 지성을 가진 이상, 이들을 통솔하는 지도자가 있을 거라는 걸요.”

“......그렇다면?”

“제가 그놈을 칠 수만 있다면, 나머지 아랫것들은 쉽게 와해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으음, 그럴싸하군요.”


아무렇게나 말한 가설에 불과했지만, 생각해보니 꽤 그럴듯한 소리로 들린다. 뒤쪽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제가 그놈을 잡을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거니, 막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아니다. 사실 내가 뱉고 있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괴물들을 상대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죽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말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니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사람들이 서서히 전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지.”

“까짓거 누가 죽나 해보자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을 바로잡았다.

이제 저건 평범한 괴물이 아닌, 하나의 ‘기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기물’의 싸움은 이미 지독히도 경험한바 오래였다.



*



사람들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들어 올렸다. 이제 그들도 전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싸워야 했다.


“옵니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괴물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강을 건너오기 시작했다.


철벅! 철벅!


물장구치는 소리가 살벌하게 들려왔다. 사람들이 다가오는 괴물의 범람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기물, 백서현이 ‘중급 마법’을 사용합니다!]

[기물, 이성현이 ‘보호의 장막’을 사용합니다!]

[기물, ......]

.......


백서현이 마법을 운용했으며, 이성현은 방어막을 준비했다. 사람들의 손에 들린 무기가 괴물들을 향해 겨누어졌고.

마침내, 서로의 육체가 부딪치기 시작했다.


퍼억! 콰드득!


거칠게 날아온 도끼가 한 남자의 가슴팍에 꽂혔다. 괴물의 손에서 휘둘러진 철퇴가 사람의 머리통을 깨부쉈으며, 멀리서 뻗어오는 창이 사람들의 몸에 바람구멍을 내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씨바알! 왜 이렇게 강해!”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마구잡이로 무기를 휘두르는 사람들과 차분하게 격차를 좁혀 공세를 퍼붓는 괴물들. 그 노련한 움직임 앞에 사람들은 그저 무력한 먹잇감에 불과했다.

이성현이 발작하듯 외쳤다.


“연우 님!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아니, 그럴 리가.

나는 그 피 튀기는 혈전을 외면했다. 그들을 고기 방패로 내세운 건 나였으니까.

차마 괜찮다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확실하게 ‘우두머리’만큼은 잡아주지.


사람들이 몸 바쳐 수비망을 형성할 때, 나는 몰래 적진으로 파고들었다. 지금 내 눈에는 한 마리의 괴물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 자식이 우두머리다.


판단한 근거는 간단했다. 제사복을 연상시키는 옷차림과 오른손에 들린 낡은 고목 지팡이.

그리고, 녀석이 괴성을 지를 때마다 들려오는 메시지가 그것을 확신케 했다.


“케툰! 케라카! 케툰!”


[□□□의 주술이 전방에 울려 퍼집니다!]

[□□□가 광분상태에 돌입합니다!]


주술은 사용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스킬이다.

일반적인 버프 스킬과 비교했을 때 효과는 탁월했지만, 뒤따르는 페널티가 확고하기 때문.

주술은 사용한 술사의 생명력을 담보로 한다.

그런데, 그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은 술사뿐만이 아닌, 주술의 효과를 받는 대상도 포함이었다.


만약 주문을 중간에 끊을 수만 있다면, 다른 괴물들은 상당한 페널티를 받으리라.


문제는 그 사실을 적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주술사를 경호하고 있던 괴물들이 내 앞을 막아섰다. 나는 놈들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철벅! 철벅!


진각을 내디딜 때마다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날붙이를 피해 나는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 ‘웨펀 부스터’를 발동합니다!]


칼날 위로 새파란 기운이 솟구쳤다.

‘다크피스’ 네 개로 강화된 마력이 응집된 만큼, 그 위력은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서걱!


내게 검을 휘두르던 괴물의 팔이 잘려나갔다. 단면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허공에 튄 물방울에 섞여들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스각! 스가각!


순식간에 경호 역을 맡은 괴물 둘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방패를 든 괴물이 앞을 막아보지만, 검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괴물의 몸이 방패와 함께 통째로 토막 났다.


“크아아! 이 녀석은 대체 뭐냐!”

“전군! 마법 추장을 지켜라!”


뒤늦게 사람들에게 달려든 괴물 몇몇이 회군하여 내게 달려오고 있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녀석들의 심장부에 도달해 있었으니까.


“케툰! 케.......”

“거기까지.”


푸욱!


나는 주술사의 복부에 칼날을 박아 넣었다. 끊임없이 주문을 읊던 녀석의 입이 굳게 닫혔다.


“......검기 스킬?”


칼날에 덧씌워진 마력을 유심히 바라보던 주술사가 망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가. 그 악순환이 다시금 시작된 건가.”

“악순환이라고?”


나는 대화가 가능하겠다 싶어 먼저 물었다.


“어째서 너희들이 지금 이곳에 있지?”

“어째서......? 크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질문을 잘못했군. 그러니까 스킬을 사용하는 기물이 어떻게 여기 스퀘어에 있냐고.”


그제야 내 말을 알아들은 주술사가 말했다.


“인간. 너희들은 ‘기물’인가?”

“그래.”

“지금 이곳은 ‘스퀘어’고?”

“그렇다면?”


주술사가 침묵했다.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던 녀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크르륵, 그렇단 말이지.......”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은데.


“인간. 선물이다.”


나는 서둘러 주술사의 목에 검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놈의 입이 열리는 게 더 빨랐다.


“내일. 동포의 배신자. 처단.”


이 녀석.......

일부로 스스로 정보를 내뱉었다.


[당신은 □□□의 진술에서 한가지 정보를 획득하였습니다.]

[정보가 갱신됩니다.]

[정보 Ⅲ : 녹색 괴물들은 내일 ‘무언가’를 토벌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꿰뚫린 주술사의 목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녀석이 내뱉은 짧은 단말마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 대상은.......


그랜드 마스터, ‘백(白)’이었다.


[충분한 정보가 수집되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 ‘백(白)’이 앞서 내린 지령을 철회합니다.]

[새로운 지령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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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pisode 5. 몰락한 종족 (1) +5 21.05.27 2,298 72 11쪽
» Episode 4. 엄습 (4) +5 21.05.26 2,356 76 11쪽
13 Episode 4. 엄습 (3) +2 21.05.25 2,413 73 9쪽
12 Episode 4. 엄습 (2) 21.05.24 2,492 76 9쪽
11 Episode 4. 엄습 (1) +1 21.05.23 2,564 7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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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isode 3. 추격자들 (2) +4 21.05.21 2,684 78 16쪽
8 Episode 3. 추격자들 (1) +5 21.05.20 2,757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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