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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스게임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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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레쉬폰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6.29 22: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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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7,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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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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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isode 5. 몰락한 종족 (3)

DUMMY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우리가 하룻밤을 보낸 움막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는 사람들의 사체가 늘어져 있었다.

박규태의 주도 아래, 시신을 강물에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이유로 수습한 것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기린 후,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슬슬 준비하세요.”


집결지로 모여드는 고블린들을 잡기 위해서는 분주히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박규태가 떠날 채비를 하는 우리를 보며 물었다.


“이제 가시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었지.


“사실 박규태 씨에게 맡길 일이 있습니다.”

“맡길 일이요?”

“저희가 집결지의 모든 병력을 해치우면, 남은 잔당을 토벌하라는 지령이 내려올 겁니다. 그때 박규태 씨가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네 곳의 부락에 남아있는 고블린들을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내 말에 박규태가 의아해했다.


“그건 어째서입니까?”

“모든 고블린들이 집결지에 모이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아이라던가 노인 같은 약자의 위치에 있는 놈들은 그대로 거점에 있을 겁니다.”


회귀 이전, ‘E4’ 스퀘어에서의 마지막 지령은 그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아마 그건 이번에도 같겠지.


“......알겠습니다.”


박규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아들었나 보군.


“그럼 부탁합니다.”

“무운이 있길 빌겠습니다.”


박규태와 사람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우리는 집결지로 떠났다.



*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네 시간이 지난 후였다.

나는 허공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지령의 종료까지 18시간 남았습니다.]


어제 고블린들을 상대할 때가 해가 저물 때 즈음이었으니, 지금은 정오쯤 됐으려나.

생각보다 시간은 넉넉하게 남았다.


“잠깐만.”


나는 지도상에 그려진 지형과 눈앞의 광경을 대조해 보았다. 절벽처럼 높게 솟아있는 암벽과 그사이에 자리한 커다란 동굴.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맞는 거 같네.”

“겨우 도착했어요.......”


백서현이 지친 듯이 몸을 축 늘어뜨렸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행군했는데도 적잖이 피로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쉴 수는 없지.


“어서 들어가자.”

“...알았어요.”


우리는 동굴 초입으로 진입했다. 안쪽은 바깥과 달리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이성현과 백서현이 말했다.


“......되게 으스스하군요.”

“자연동굴일까요?”


겉보기에는 자연동굴처럼 보인다. 하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인위적인 흔적은 이 동굴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만든 존재는 뭐... 고블린이겠지.

이곳에 있는 어떤 존재를 생각한다면, 마치 하나의 커다란 ‘감옥’ 같았다.


“......막상 들어오니까 조금 떨리네요.”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작전대로만 하면 괜찮을 거야.”

“......그렇겠죠?”


백서현의 능력은 어제 입증되었다. 게다가 이토록 폐쇄된 공간이라면 더욱 효과적이겠지.

걱정해야 할 쪽은 우리가 아니었다.


“이성현 씨도 타이밍에 맞춰 스킬을 사용해주시면 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동굴의 심부로 진입할수록 어둠은 짙어졌다.

벽을 짚어가며 이동하는 것도 슬슬 무리인 시점, 나는 한 물건을 꺼내 들었다.


“서현아.”

“네, 선배.”

“혹시 여기에 불 좀 붙여줄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는 듯 백서현이 흔쾌히 대답했다.


“물론이죠.”


딱,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막대의 끝부분에 불꽃이 타올랐다. 주변이 삽시간에 밝아졌다.

이건...... 마력제어인가?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고 마력을 발화시킬 줄이야.

나는 그 기교에 감탄하며 말했다.


“하룻밤 사이에 능숙해졌네.”

“어쩐지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대충 무엇 때문인지는 알겠다.

그녀의 고유 능력인 [마력 친화]는 마력을 두 배 이상 효율적으로 다루게 해주는 능력이었으니까.


이번에 우리가 준비한 비장의 카드도 그 덕분에 사용할 수 있던 게 분명했다.


깊은 통로를 따라 이동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무렵. 마침내 우리는 유의미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배, 바닥을 봐요.”


비교적 최근에 남겨진 다수의 족적.

그것은 우리가 쫓던 고블린들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 드디어 찾았군.


멀리서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지면을 두드리는 발구름 소리. 그건 한둘이 아니었다. 최소한 군집의 형태를 한 무리였다.


츠즈즈즈.


나는 횃불을 바닥에 문질러 불을 껐다. 한순간에 찾아온 어둠 속에서, 우리는 희붐한 불빛에 비친 고블린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저기 보이지?”

“......엄청나게 많네요.”


앞서 예상했듯이, 대략 백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성현이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잘 들어보니 뭐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정신을 집중하자 고블린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밤, 동포의 학살자를 처단한다!

─크르륵, ‘킹’을 끌어내려라!


다행히 우리에 관한 얘기는 아니군.

후방에 우리가 근접했다는 걸 모르는 건가?

그렇다면, 뒤통수를 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다.


“서현아.”

“네, 알고 있어요!”


[기물, 백서현이 ‘중급 마법’을 준비합니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서현의 손에 거대한 마력이 응집되었다. 그게 지면에 맞닿는 순간.


[기물, 백서현이 ‘싱크홀’을 사용합니다!]


천지가 개벽했다.



*



쿠구구구구!


동굴 전체가 떨리면서 격동하기 시작했다. 균형을 잡기 힘들 정도의 진동. 그에 전신이 사시나무 떨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 크륵?

─이게 무슨...... 설마 ‘킹’인가!


쩌저저저적!


바닥이 일거에 무너지고 있었다. 발을 지탱하던 지면이 푹 꺼졌고, 고블린들이 그 아래로 떨어졌다.


─크아아아아악!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들리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의 유추가 가능했다.

바로 녀석들이 나락 아래로 처박혔다는 것을.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쉴 새 없이 떨리던 진동은 점차 잦아들었다.


[기물, 이성현이 ‘보호의 장막’을 해제합니다.]


이성현이 잔해를 막아주던 베리어를 거두자, 눈앞의 광경이 훤히 드러났다.


“하, 하하. 서현 씨 엄청난데요!”


마법이 직격한 자리. 그곳에는 반경 수십 미터는 족히 될법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백서현도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휴우... 낙승이네요.”


어제의 시연에서도 봤듯이, ‘싱크홀’이라는 스킬명에 걸맞은 위력이었다.

새삼 체감이 된다. ‘비숍’급인 인물은 우리 ‘폰’들과는 서 있는 지점부터가 다르다는 것이.


“그런데 어째서 지령을 완수했다는 메시지가 안 떠오를까요?”


백서현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방금 시전한 스킬은 전생의 나조차도 무시하기 힘든 일격이었다. 그런데도 고블린들이 모두 죽지 않은 건가?

나는 확인차 구멍에 다가갔다.

그리고 뜻밖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크르르륵.......”


끝이 보이지 않는 새카만 낭떠러지.

그 벽면에는 검을 꽂아 넣은 고블린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채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실소를 흘렸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연우 님, 혹시 거기 뭐가.......”


나는 구멍에 접근하려던 이성현을 제지했다.


“조심, 아직 놈들이 남아있습니다.”

“크르륵!”


말 끝나기가 무섭게, 구멍 아래에서 고블린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검에 매달려있었는데, 순수한 완력만으로 그 높이를 올라온 건가?

만만히 볼 녀석이 아니었다.

한 고블린이 우리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인간! 이 사단은 ‘킹’이 아닌, 네놈들 짓이로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이야.”

“어쩐지 ‘마법 추장’이 안 보인다 싶었더니...... 인간, 그것도 네놈들 짓이었나?”

“그것도 정답.”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사고하는 방식이 인간과 유사했다.

나는 눈앞의 고블린에게 물었다.


“이봐, 이름이 뭐지?”

“먼저 공격해놓고 대화를 시도하다니, 크륵! 어지간히 미친놈이로군.”


......살다살다 고블린한테까지 욕을 얻어먹을 줄이야. 솔직히 맞는 말이라 할 말은 없었다.


“네놈들에게 불릴 이름 따윈 없다. ‘전투 추장’이면 충분하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 녀석들이 기물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슨 ‘직위’였는가.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는 ‘폰’인가?”

“우리를 ‘폰’급 같은 떨거지라 생각하지 마라! 나는 위대한 존재에게 선택받은 ‘퀸’이었으니.”


‘퀸’인가. 생각보다 거물이었다.


“크르르륵...... 인간. 우린 한가하게 잡담이나 나눌 시간이 없다. 기물의 힘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는 지금, 그 전에 종족의 이름을 빼앗은 ‘킹’에게 복수를 마쳐야만 한다.”


고블린들이 이를 악물고 ‘킹’의 토벌에 나선 이유도 이해는 된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종족. 그들에겐 분을 돌릴 대상이 필요했다.


“종족의 명칭을 박탈당한 이상, 우린 지성도 없는 미물로 전락할 테니 그 전에 반드시 ‘킹’을 토벌할 것이다.”


자신들을 몰락시킨 주범인 ‘킹’을 죽이는 것.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녀석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전투 추장이 백서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농밀한 마력의 잔재. 분명 ‘폰’은 아닌 걸로 보이는데...... 혹시 그쪽 계집이 주술사인가?”

“......그런데요.”

“덕분에 많은 동족이 나락으로 처박혔군.”


하, 웃기는 소리.

애초에 우린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적이다.

살생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가진 스킬이 강하다는 소리겠지. 덕분에 우린 ‘킹’의 토벌에 차질을 겪게 생겼다. 따라서 네놈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제안이라고? 들을 필요도 없다.

나는 중지를 치켜들며 놈에게 말했다.


“거절한다.”


그러자 전투 추장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아니.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뭐?”

“네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짐작이 간다.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자리가 어딘지 잊은 것은 아니겠지?”


물론,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녀석들이 증오해 마다하지 않는 고블린 ‘킹’이 있는 장소가 아닌가.

......설마.

나는 녀석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바로 이해했다.


“......그러니까, 이 소란을 듣고 고블린 ‘킹’이 이곳에 나타날 테니, 같이 상대하자는 건가?”

“크륵!”


생각지도 못한 외통수였다.


“그리고 게임을 치르는 네놈들이라면 알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를.”


확실히.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둘도 없는 기회였다.

전(前) 고블린 ‘킹’.

그 녀석을 우리가 토벌한다면 분명 커다란 보상이 있을 것이다. 비록 적이지만, 힘을 합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런데 말이다.......


“개소리는 그만 집어치우지?”


힘을 합쳐 강대한 적을 쓰러뜨리자니. 그런 형편 좋은 이야기가 나올 리가 있나.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 자식들 공갈을 치고 앉았다.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봤자 우리에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결국, 주어진 지령을 수행해야 하는 이상, 우리는 눈앞의 고블린들과 격돌할 수밖에 없었고.


“잔말 말고 덤벼라.”


놈들과 우리의 입장은 명백한 적으로, 그 차이는 불변했다.


“크륵! 이런 시건방진 후배를 보았나.”


전투 추장이 맨손으로 자세를 잡았다. 명백한 전투태세.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게임의 참혹성을 교육해주마.”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나는 검을 치켜들며 기동 자세를 잡았다. 곧바로 녀석을 향해 달려들 수 있도록, 혹시 모를 공격에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참, 그리고 한가지 말해두는데 나는 네 후배가 아냐.”

“크르르륵! 시끄럽고, 덤벼라!”


까칠하긴.

아무래도 녀석은 마지막 ‘스퀘어’까지 도달했던, 까마득한 선배의 교육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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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isode 9. 백병지왕 (2) +2 21.06.24 1,753 78 15쪽
29 Episode 9. 백병지왕 (1) 21.06.21 1,778 76 11쪽
28 Episode 8. 왕의 증명 (3) 21.06.18 1,806 78 13쪽
27 Episode 8. 왕의 증명 (2) 21.06.16 1,833 80 11쪽
26 Episode 8. 왕의 증명 (1) +5 21.06.10 1,867 83 12쪽
25 Episode 7. 즉위(卽位) (4) +3 21.06.09 1,879 81 15쪽
24 Episode 7. 즉위(卽位) (3) +1 21.06.07 1,883 81 10쪽
23 Episode 7. 즉위(卽位) (2) +1 21.06.05 1,914 80 10쪽
22 Episode 7. 즉위(卽位) (1) +3 21.06.04 1,943 80 9쪽
21 Episode 6. 폐위(廢位) (3) +3 21.06.03 1,963 83 11쪽
20 Episode 6. 폐위(廢位) (2) +2 21.06.02 2,005 75 10쪽
19 Episode 6. 폐위(廢位) (1) +1 21.06.01 2,060 71 8쪽
18 Episode 5. 몰락한 종족 (4) +2 21.05.31 2,111 65 9쪽
» Episode 5. 몰락한 종족 (3) 21.05.29 2,141 67 12쪽
16 Episode 5. 몰락한 종족 (2) +1 21.05.28 2,210 71 9쪽
15 Episode 5. 몰락한 종족 (1) +5 21.05.27 2,300 72 11쪽
14 Episode 4. 엄습 (4) +5 21.05.26 2,358 76 11쪽
13 Episode 4. 엄습 (3) +2 21.05.25 2,416 73 9쪽
12 Episode 4. 엄습 (2) 21.05.24 2,494 76 9쪽
11 Episode 4. 엄습 (1) +1 21.05.23 2,568 78 9쪽
10 Episode 3. 추격자들 (3) +6 21.05.22 2,635 79 11쪽
9 Episode 3. 추격자들 (2) +4 21.05.21 2,686 78 16쪽
8 Episode 3. 추격자들 (1) +5 21.05.20 2,759 82 10쪽
7 Episode 2. 적자생존 (3) +10 21.05.19 2,827 83 9쪽
6 Episode 2. 적자생존 (2) +5 21.05.18 2,927 91 11쪽
5 Episode 2. 적자생존 (1) +4 21.05.17 3,157 103 8쪽
4 Episode 1. 오프닝 (3) +9 21.05.15 3,461 114 10쪽
3 Episode 1. 오프닝 (2) +6 21.05.14 3,582 125 17쪽
2 Episode 1. 오프닝 (1) +4 21.05.13 3,851 1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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