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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스게임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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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레쉬폰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6.29 22:49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75,164
추천수 :
2,625
글자수 :
157,299

작성
21.06.0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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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글자
11쪽

Episode 6. 폐위(廢位) (3)

DUMMY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공간.

그 속에서 나는 한 메시지를 보았다.


[고유 능력, ‘마왕화(魔王化)’의 지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육신에 남아 있는 마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마기가 모두 동떨어지는 순간, 나는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오겠지.


[그럼······ 이제 어떡할까.]


쿠웅!


커다란 바위가 내 옆에 떨어져 꽂혔다. 일순 등골이 섬뜩해졌다.

······아무래도 서둘러야겠는걸.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사고가 가속된다.


최대한 입구로 달려 동굴을 벗어날까?

아니, 그 전에 압사당한다.


마기를 펼쳐 돌무더기들을 막아내는 건?

애초에 남은 마기가 없었다. 게다가 저 많은 숫자를 하나하나 막는 게 가능할 리도 없지.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촤아악!


나는 검은 날개를 펼쳤다.

피막에 들러붙은 잔해물이 허공에 떨어져 나갔다.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기관이라 사용감이 어색했지만, 몇 번 날갯짓 해보니 금방 익숙해졌다.


······그럼 가보자.


첫 활공을 시작하는 새끼 새처럼, 나는 바닥을 도약했고. 이내 ‘싱크홀’ 아래로 뛰어들었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동굴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떴다. 몇 번인가 정신을 잃었는지 귓가가 먹먹하고 현기증이 일고 있었다.


그래도 목숨은 건졌나.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다행히 치열한 격전과 추락 속에서도 기계는 멀쩡했다.

플래시를 비추자 주변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으로 만든 인고(人蠱)처럼, 곤죽이 된 고블린의 사체들.

바로 백서현이 낙하시켰던 녀석들이었다.


“······쯧.”


절로 비위가 상한다. 텁텁한 공기와 비릿한 피비린내가 섞여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곤욕이었다.

나는 허공의 메시지를 보았다.


[지령 완수 보상 수령이 대기 중입니다.]


그래도 이걸 보니 조금 기분이 풀린다.

고블린 ‘킹’을 쓰러트리고 받은 보상. 무려 그 등급이 ‘킹’급 아이템인 만큼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상을 수령한다.”


말하자마자 손바닥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나는 놓칠세라 그것을 꽉 쥐었다. 한 주먹 안에 들어오는 크기. 스마트폰 불빛에 슬며시 비춰보자, 녹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보석이 보였다.


[‘킹’급 아이템, ‘학살자의 원혼석’을 획득하셨습니다.]


‘킹’급 아이템이라.

여태까지 내가 가져본 아이템 중 가장 높은 등급이 ‘나이트’였는데.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나는 녹색 보석의 정보를 살폈다.


+


<아이템 정보>


·이름 : 학살자의 원혼석 (킹)

·설명 : 전(前) 고블린 ‘킹’의 원혼이 잠들어 있는 보석. 무구에 장착할 수 있으며, 장착 시 모든 능력치가 2단계 상승한다.


+


······역시. 성능 하나는 확실하다.

모든 능력치를 2단계나 상승시켜주는 아이템.

단순히 칼이나 활 같은 무구였어도 엄청난 성능인데, 무구에 장착하는 보석류 아이템이라서 더욱 진가가 크다.

각 스퀘어마다 ‘다크피스’로 강화할 수 있는 능력치에는 제한기준이 존재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마력 능력치가 5단계에서 한계에 봉착했지.

하지만 이 아이템을 사용한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아이템을 당장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거지만.


보석류 아이템을 무구에 장착하기 위해선 [인첸트] 스킬이 필요하다. 그리고 ‘킹’급 아이템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등급의 스킬을 가진 인물은 내가 알기로 단 한 명뿐이었다.


‘퀸’급 기물, 한채영.


그 인물을 처음 만나는 것은 중반부터였다.

즉, 당장에 사용하지 못하는 이 아이템은 계륵이나 다름없다는 소리.


“빌어먹을.”


벌써부터 이 아이템을 보고 입맛을 다실 도둑놈들의 모습이 훤했다. 어떻게든 잘 숨겨봐야지.

나는 보석을 품속에 넣었다.


이제 이곳에서 빠져나갈 차례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가 떨어진 장소로 옮겼다. 구멍은 쏟아진 잔해물들로 막혀 있었다. 있는 힘껏 밀어보지만,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탈출은 불가능한가.

일행들이 구출해주길 바라는 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여기서 기다리는 것뿐인데.”


생각해보면 일행들이 지령을 완수하는 순간, 자동으로 다음 스퀘어로 이송될 것이다. 굳이 여기서 힘을 뺄 이유는 없었다.

나는 자리에 드러누웠다.

새카만 어둠이 만연한 공간이 보였다. 폐소공포증도 없는데, 어쩐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혼자인가.”


[아뇨? 혼자가 아닌데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채우기 위해 혼잣말을 했지만, 예상외로 대답은 들려왔다. 이미 한번 겪어본 전적이 있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심판이냐?”


작은 빛무리와 함께 로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혀 당황하시지 않다니. 잠깐 사이에 반응이 재미없어지셨군요.]


“하, 그동안 너희들한테 당한 게 얼만데······.”


순간 아차 싶었다.

자연스럽게 나와버린 회귀 이전의 이야기.

나는 로키의 눈치를 살폈다.


[참. 그랬었죠.]


······참으로 태연하군.

그래, 우리 서로 터놓고 대화를 해보자고.


“그래서, 여기는 왜 왔지?”


[저희가 무슨 볼일이 있어야지만 만나는 사이이던가요? 저는 단지 당신의 생사를 확인하러 왔을 뿐입니다.]


“그럼 조금만 더 일찍 오지 그랬어. 그랬다면 저 고블린들처럼 곤죽이 된 너를 볼 수 있을 텐데.”


내 말에 로키가 피식 웃었다.


[흐음······ 조금 건방진데. 기물 주제에 너무 기어오르시는 거 아닙니까? 저에게는 당신을 처분할 권한이 있습니다.]


물론, 녀석에게는 그럴 권한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건.


“그럴 거면 진작에 죽였겠지.”


녀석의 행동을 보고 나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짜 이곳에 온 이유가 뭐야.”


심판이 시원찮은 이유로 이곳에 올 이유는 없었다. 분명 내게 알려야 할 무언가가 있겠지.


[흠, 저랑 같이 재밌는 구경 하나 하시지 않겠습니까?]


로키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홀로그램 화면이 나타났다. 이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것이었기에, 내 시선도 당연히 그쪽으로 향했다.

화면에는 일행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선배를 구하러 가야 해요!」

「······아뇨. 저희는 다른 부락으로 이동합니다.」

「어째서! 여기 있는 모두가 선배한테 도움받았잖아요······!」

「저희에게 내려진 지령은 모든 괴물들의 토벌입니다. 사적인 감정으로 김연우 씨를 구하러 갔다가 실패한다면··· 저흰 모두 죽고 말겠죠.」


······이건, 바깥의 상황을 중계하는 건가?


「오늘 김연우 씨가 출발하기 전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집결지의 모든 병력을 처리하면, 남은 잔당을 처리하라는 지령이 내려질 거다.」

「······그건 저도 들었어요.」

「아마 김연우 씨는 이 상황을 미리 예견했을 겁니다. 강적을 자신이 묶어두는 동안, 저희가 지령을 완수하길 바랐겠죠. 그렇다면 그 뜻을 이뤄주는 게 김연우 씨를 위한 일일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박규태. 합리적인 사람이다.


「······좋아요. 그럼 빠르게 해치우고 선배를 구하러 가죠.」


그리고 화면이 멈췄다.


[그럼 다음 장면으로.]


뭐야. 이거 라이브 아니었어?

두 번째 화면은 일행들이 부락의 고블린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잘 싸우는군요. 이제 마지막입니다.]


마지막 화면은, 이 동굴의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아, 아아아······.」


백서현이 무너진 동굴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이성현은 공허한 눈으로 멍하니 서 있었고, 박규태는 묵묵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들이 밝은 빛에 휩싸이며 다음 스퀘어로 진입하는 것을 끝으로 홀로그램은 사라졌다.

동굴 안에는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어땠습니까.]


나는 이걸 보여준 녀석의 의도를 가늠했다.

계산이 되지 않기에, 대충 답했다.


“뭘 묻고 있어. 괜찮지.”


어째 박규태와 백서현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질 듯하지만······ 그리 상관은 없겠지.

이다음 스퀘어에서 둘이 안 만날 수도 있으니까.


[그럼, 이상한 점은 못 느끼셨습니까?]


“이상한 점이라니?”


······잠깐. 일행들은 모두 다음 스퀘어로 진입했는데, 나는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 거지?

나는 로키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이봐. 나도 빨리 ‘E5’ 스퀘어로 보내주지?”


[아뇨. 당신은 다음 스퀘어로 못 갑니다.]


······뭐라고?


“장난은 그만하지? 나는 이번 스퀘어에서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마쳤어.”


[흠. 확실히 당신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성공적으로 내려진 지령을 완수했으니, 다음 무대로 넘어가고 싶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반달처럼 휜 로키의 눈이 나를 응시했다.


[그 모든 결정은 ‘그랜드 마스터’가 하는 겁니다.]


······빌어먹을. 그렇겠지.

우리는 한낱 체스말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랜드 마스터’가 당신을 버린다면? 지금 당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로키의 말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흥분이 아닌, 불안으로 인한 현상이었다.

만약 ‘백(白)’이 나를 이곳에서 꺼내주지 않는다면, 이 어둡고 음습한 공간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 건가?

마음 한구석에 슬그머니 공포가 치밀어 올랐다.


[푸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니 놀리는 보람이 있군요.]


······빌어먹을 새끼가.

언젠간 반드시 죽여버리고 말겠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첫 기물을 배치하는 ‘오프닝’이 끝나고 나면 진행되는 단계가 있습니다.]


나는 속으로 분을 삭이며 물었다.


“그게 뭐지?”


[대국(對局)에서 백이 말을 움직이면, 흑이 움직일 차례이듯이. 이번에는 이 게임의 핵심 기물이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직위가 움직일 차례죠.]


······설마.

어쩐지 그 직위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바로 ‘킹’의 행마 시간입니다!]


로키의 말에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런 내게 녀석이 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도 ‘킹’의 직위를 갖고 있죠.]


마족의 ‘킹’.

그 직위를 떠올리자마자 한 녀석이 반응했다.


[그랜드 마스터, ‘흑(黑)’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런 상황은 겪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E5’ 스퀘어로 이동할 줄 알았는데···.


[불안한 표정이군요.]


“······.”


[당신에게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이번 행마의 목적은 ‘킹’의 무력을 강화하는 거니까. 오히려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신은 다른 종족의 ‘킹’들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겠지만요.]


로키의 웃음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내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랜드 마스터 ‘흑(黑)’이 당신을 집습니다.]


한없이 무력해지는 감각.

이 느낌이 싫었지만, 저항할 수단은 없었다.


[그럼, 다음 스퀘어에서 봅시다.]


로키의 말을 끝으로 서서히 의식이 흐려졌고.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나는 내가 모르는 세계에 도착해 있었다.


[당신은 ‘■1’ 스퀘어에 배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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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isode 9. 백병지왕 (2) +2 21.06.24 1,753 78 15쪽
29 Episode 9. 백병지왕 (1) 21.06.21 1,778 76 11쪽
28 Episode 8. 왕의 증명 (3) 21.06.18 1,806 78 13쪽
27 Episode 8. 왕의 증명 (2) 21.06.16 1,833 80 11쪽
26 Episode 8. 왕의 증명 (1) +5 21.06.10 1,867 83 12쪽
25 Episode 7. 즉위(卽位) (4) +3 21.06.09 1,879 81 15쪽
24 Episode 7. 즉위(卽位) (3) +1 21.06.07 1,883 81 10쪽
23 Episode 7. 즉위(卽位) (2) +1 21.06.05 1,914 80 10쪽
22 Episode 7. 즉위(卽位) (1) +3 21.06.04 1,943 80 9쪽
» Episode 6. 폐위(廢位) (3) +3 21.06.03 1,963 83 11쪽
20 Episode 6. 폐위(廢位) (2) +2 21.06.02 2,005 75 10쪽
19 Episode 6. 폐위(廢位) (1) +1 21.06.01 2,060 71 8쪽
18 Episode 5. 몰락한 종족 (4) +2 21.05.31 2,111 65 9쪽
17 Episode 5. 몰락한 종족 (3) 21.05.29 2,139 67 12쪽
16 Episode 5. 몰락한 종족 (2) +1 21.05.28 2,210 71 9쪽
15 Episode 5. 몰락한 종족 (1) +5 21.05.27 2,300 72 11쪽
14 Episode 4. 엄습 (4) +5 21.05.26 2,358 76 11쪽
13 Episode 4. 엄습 (3) +2 21.05.25 2,416 73 9쪽
12 Episode 4. 엄습 (2) 21.05.24 2,494 76 9쪽
11 Episode 4. 엄습 (1) +1 21.05.23 2,568 78 9쪽
10 Episode 3. 추격자들 (3) +6 21.05.22 2,635 79 11쪽
9 Episode 3. 추격자들 (2) +4 21.05.21 2,686 78 16쪽
8 Episode 3. 추격자들 (1) +5 21.05.20 2,759 82 10쪽
7 Episode 2. 적자생존 (3) +10 21.05.19 2,827 83 9쪽
6 Episode 2. 적자생존 (2) +5 21.05.18 2,927 91 11쪽
5 Episode 2. 적자생존 (1) +4 21.05.17 3,157 103 8쪽
4 Episode 1. 오프닝 (3) +9 21.05.15 3,461 114 10쪽
3 Episode 1. 오프닝 (2) +6 21.05.14 3,582 125 17쪽
2 Episode 1. 오프닝 (1) +4 21.05.13 3,851 125 12쪽
1 Prologue. 게임이 재시작됩니다 +9 21.05.12 4,577 15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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