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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스게임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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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레쉬폰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6.29 22:49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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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22
추천수 :
2,625
글자수 :
157,299

작성
21.06.0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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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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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
9쪽

Episode 7. 즉위(卽位) (1)

DUMMY

광활한 평원 지대. 바닥에 즐비하게 자라난 풀들을 제외하면 아무런 특색이 없는, 그야말로 평화롭다는 말이 어울리는 장소.

그곳에 선 나는 눈앞의 한 물체를 보았다.


들판의 중심에 놓인 천고불후의 ‘왕좌(王座)’.


그것의 주인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듯, 창연한 담녹색의 빛이 바래고 있었다.

담녹. 담녹인가······.

이 왕좌의 옛 주인이 누군지는 짐작이 갔다.


[고블린 ‘킹’이 있던 자리군요.]


로키가 내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제대로 활약하기도 전에 게임에서 탈락하다니······ 덕분에 볼거리만 놓쳤죠. ‘담녹’이 분노한 이유도 이해는 갑니다.]


나는 아련한 표정을 짓는 로키에게 물었다.


“여긴 어디지?”


[메시지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보긴 봤다.

눈앞의 왕좌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곳은 한 몰락한 종족의 ‘킹’이 시작했던 장소겠지.

그래서 더욱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흑(黑)’은 나를 이곳에 배치한 거지?

내 직위는 마족의 ‘킹’이지, 고블린의 ‘킹’이 아닐 텐데.

그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로키가 말했다.


[‘E1’ 스퀘어에는 인간종족의 ‘킹’이, 다른 스퀘어에는 각 종족의 ‘킹’이 있을 겁니다. ‘그랜드 마스터’가 그들을 움직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시작부터 한 스퀘어에 ‘킹’을 두 개나 배치할 수는 없으니, 저희는 당신이 있을 장소를 마련해야만 했습니다.]


로키가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바로 이곳. 제4회 <종족전쟁> 이후, 폐쇄되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1’ 스퀘어로 말이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랜드 마스터’들이 ‘킹’을 움직이지 않았으니, 모든 종족의 ‘킹’은 그대로 스퀘어에 남아있을 것이다. 원래 직위가 ‘킹’이 아니었던 내가 있을 장소는 없겠지.


······잠깐.


그 말은 즉, 나 말고 다른 마족의 ‘킹’이 존재한다는 소린가?


[자, 그럼 다들 준비되셨을 거라 믿습니다.]


“······기다려 봐.”


[여러분들은 ‘오프닝’에서 수많은 전략을 구사하셨을 겁니다. 중앙 장악을 위해 ‘폰’을 앞으로 진출시키는가 하면, ‘비숍’과 ‘룩’을 움직여 특별한 이득을 꾀하기도 했죠.]


“뭐?”


[하지만 지금부터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기물을 전개하셔야만 합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로키는, 지금 내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참. 생각해보면 이미 한 번 들으셨기에 따로 설명해 드릴 필요는 없겠군요. 그럼 바로 제5회 ‘즉위식(卽位式)’을 거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허공에 메시지들이 몰아쳤다.


[그랜드 마스터, ‘백(白)’이 자신의 ‘킹’을 내려봅니다.]

[그랜드 마스터, ‘靑(청)’이 자신의 ‘킹’을 내려봅니다.]

[그랜드 마스터, ‘赤(적)’이 자신의 ‘킹’을 내려봅니다.]

······.


[그랜드 마스터, ‘흑(黑)’이 자신의 ‘킹’과 당신을 내려봅니다.]


나는 수없이 쏟아지는 메시지들의 행렬을 보며 숨을 삼켰다. 내가 마족의 ‘킹’으로 선별 받았다면, 원래의 마족의 ‘킹’은 어떻게 됐을까.

그 해답이 여기에 있었다.


[번외 지령이 도착했습니다.]


+


< 번외 지령 - ‘진정한 마왕’ >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는 법. 패권을 잡는 것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본래 마족의 ‘킹’을 살해하고 온전한 직위를 취득하십시오.


조건 : 본래 마족의 ‘킹’ 살해


제한시간 : 없음


보상 : 진정한 마족의 ‘킹’의 직위


실패 시 : 폐기


+


[당신은 본래 마족의 ‘킹’을 살해해야 합니다.]

[둘 중 살아남은 단 하나의 존재만이 마족의 ‘킹’으로 인정됩니다.]

[이번 살해는 게임의 승패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서서히 다리에 힘이 풀렸다. 모래성이 무너지듯, 지금까지 세운 계획들이 허무하게 사라진다.

이제 이전과 같은 행보는 불가능했다.

자살이라는 수단도 막혔다.


[이거 참. 재밌는 상황이 펼쳐졌네요.]


나는 공허한 눈으로 로키를 바라보았다.


[저희가 멍청이도 아니고. 그런 행위를 두 번이나 가능하게 둘 것 같습니까?]


그랬다. 심판은 바보도, 머저리도 아니다.

이전과 같은 요행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당신이 마족의 ‘킹’과 마주칠 날이 정말 기대되는군요.]


잠자코 로키의 말을 듣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언젠가 내가 마족의 ‘킹’과 대면하는 그날.

그때가 되면, 나는 녀석을 이길 수 있을까?

만약 이긴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승리한다면······.

그걸 내가 원하는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걸.

그것도 아주 많이.


[‘즉위식(卽位式)’이 시작됩니다.]


즉위식?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게 방금까지 로키가 준비하던 것이자, ‘킹’의 첫 번째 행마라는 걸.


[당신은 마족의 ‘킹’입니다.]

[당신에게 특별한 혜택이 제공됩니다.]


특별한 혜택이라. 동굴에서 로키가 말했던 ‘무력의 강화’라는 게 아마 이걸 말하는 듯싶었다.

나는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았다.


[이미 마족의 ‘킹’에게 혜택이 제공되었습니다.]

[당신은 능력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뭐야?

이건 줬다 뺏는 것도 아니고, 주기도 전에 뺏어간다.


[······큭. 크하하핫! 정말 ‘흑(黑)’도 너무하시는군요.]


나는 웃는 로키를 향해 말했다.


“웃지만 말고. 답부터 해주지?”


한참을 끅끅 웃던 로키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크흠. ‘그랜드 마스터’가 ‘킹’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한정되어있습니다. 분명 저희 측에서 ‘흑(黑)’에게 두 명분의 양을 제공했는데, 그 모두를 마족의 ‘킹’에게 부여했나 보군요.]


마족의 ‘킹’이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랜드 마스터, ‘흑(黑)’.

이 자식이 내 몫까지 모두 마족의 ‘킹’에게 넘겨줬단 말이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럴 줄 알고 저희가 따로 준비한 보상이 있으니까요.]


로키가 말하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심판이 임의로 지정한 혜택이 당신에게 제공됩니다.]


+


─당신에게 주어질 혜택은 이와 같습니다.


1. ‘킹’급 고유 능력

2. ‘킹’급 아이템

3. ‘다크피스’


*단, 이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그랜드 마스터’가 내리는 지령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합니다.


+


엄청난 보상에 입이 떡 벌어졌다.

본격적으로 행마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만한 혜택을 받고 시작한다니. ‘킹’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활약을 내보인 건, 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로키가 내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후후, 방금까지 침울한 표정이셨으면서, 이제는 너무 기뻐하시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나는 당당했다.


“계획을 바꿨으니까.”


[오호라.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아니.”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스포일러니까 말하지 않는다, 같은 게 아니다.

그저 뭐든지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녀석이 눈꼴실 뿐.


[뭐, 알겠습니다. 어차피 ‘즉위식’의 진행은 마쳤고······ 저는 지켜보기만 하면 되거든요.]


로키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치뤄질 시련을 말이죠.]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랜드 마스터, ‘흑(黑)’이 지시를 내립니다.]

[아홉 번째 지령이 도착했습니다!]


+


< 아홉 번째 지령 - ‘자격 증명’ >


─너는 마족의 ‘킹’으로 선별 받았다. 그 자격을 증명하라. 모든 시련을 돌파하라.


조건 : 모든 시련의 돌파


제한시간 : 없음


보상 : ‘킹’급 고유 능력, ???


실패 시 : 보상의 몰수


+


나는 이번에 내려진 지령을 보았다.

우리가 ‘E4’ 스퀘어에서 기물로서의 가치를 증명했었던 만큼, ‘킹’도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실패 시의 대가는 보상의 몰수.

역시나 목숨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 ‘흑(黑)’의 의지에 따라 시련을 준비합니다.]

[제3회 <종족전쟁>의 전장을 재현합니다.]


사아아아아아─


주변 정경이 변하고 있었다. 푸릇한 평원 지대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장의 한복판으로.

나는 그 핏빛 대지 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로키가 키득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이번 행마의 목적은 ‘킹’의 무력을 강화하는 거라고.]


로키의 말대로였다. 무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선왕(先王)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지옥 같은 실전뿐이라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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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pisode 7. 즉위(卽位) (4) +3 21.06.09 1,881 81 15쪽
24 Episode 7. 즉위(卽位) (3) +1 21.06.07 1,888 81 10쪽
23 Episode 7. 즉위(卽位) (2) +1 21.06.05 1,917 80 10쪽
» Episode 7. 즉위(卽位) (1) +3 21.06.04 1,946 80 9쪽
21 Episode 6. 폐위(廢位) (3) +3 21.06.03 1,965 83 11쪽
20 Episode 6. 폐위(廢位) (2) +2 21.06.02 2,010 75 10쪽
19 Episode 6. 폐위(廢位) (1) +1 21.06.01 2,064 71 8쪽
18 Episode 5. 몰락한 종족 (4) +2 21.05.31 2,116 65 9쪽
17 Episode 5. 몰락한 종족 (3) 21.05.29 2,145 67 12쪽
16 Episode 5. 몰락한 종족 (2) +1 21.05.28 2,214 71 9쪽
15 Episode 5. 몰락한 종족 (1) +5 21.05.27 2,306 72 11쪽
14 Episode 4. 엄습 (4) +5 21.05.26 2,363 76 11쪽
13 Episode 4. 엄습 (3) +2 21.05.25 2,421 73 9쪽
12 Episode 4. 엄습 (2) 21.05.24 2,500 76 9쪽
11 Episode 4. 엄습 (1) +1 21.05.23 2,572 78 9쪽
10 Episode 3. 추격자들 (3) +6 21.05.22 2,640 79 11쪽
9 Episode 3. 추격자들 (2) +4 21.05.21 2,691 78 16쪽
8 Episode 3. 추격자들 (1) +5 21.05.20 2,764 82 10쪽
7 Episode 2. 적자생존 (3) +10 21.05.19 2,834 83 9쪽
6 Episode 2. 적자생존 (2) +5 21.05.18 2,932 91 11쪽
5 Episode 2. 적자생존 (1) +4 21.05.17 3,163 103 8쪽
4 Episode 1. 오프닝 (3) +9 21.05.15 3,470 114 10쪽
3 Episode 1. 오프닝 (2) +6 21.05.14 3,588 125 17쪽
2 Episode 1. 오프닝 (1) +4 21.05.13 3,857 125 12쪽
1 Prologue. 게임이 재시작됩니다 +9 21.05.12 4,583 15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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