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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스게임의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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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레쉬폰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최근연재일 :
2021.06.2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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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7,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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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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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isode 8. 왕의 증명 (1)

DUMMY

나는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읽었다.


[‘프로모션’이 완료되었습니다.]

[당신은 고블린의 ‘퀸’이 되었습니다!]


전신에서 활력이 용솟음치는 게 느껴졌다. 마족의 ‘킹’이 되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강력한 ‘퀸’의 힘. 꽉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당신에게 첫 번째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은 모든 시련이 끝난 후, 지령이 완수되었을 때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심판이 말하길 내게 주어질 혜택은 총 세 개.

시련을 한번 완수할 때마다 보상이 한 개씩 주어지니, 앞으로 두 개의 시련이 더 남아 있는 셈이었다.


[그랜드 마스터, ‘흑(黑)’이 다음 시련을 준비합니다.]


경악한 ‘청(靑)’의 ‘퀸’이 내게 뭐라 소리쳤다.


“대체······ 지금 무슨 짓을 벌인 것이냐?”


말투가 꽤 날카롭다. 아마 이것이 가식을 벗은 녀석의 본래 모습이겠지.

나는 바닥의 시체에서 검을 뽑으며 대답했다.


“보다시피.”

“분명 ‘청(靑)’의 기물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째서 제 종족으로······ 그것도 ‘킹’이 아닌 ‘퀸’으로 [프로모션]을 했지?”


글쎄, 왜일까.

그건 아마 이 녀석이 알고 있지 않을까?

나는 품속의 보석을 떠올렸다.


─원래 계획은 고블린 ‘킹’이 되려고 했었다.


물론 그랬겠지.

무능한 동족들을 대신해서, 칼을 뽑아 든 것이 녀석이었으니까. ‘퀸’을 일곱 객체나 죽일 수 있었던 것도, 그것이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두려웠다.


그때 한 장면이 눈앞을 스쳐갔다.

승격을 앞둔 상황에서 망설이는 한 고블린.

녀석의 표정에는 짙은 고뇌가 묻어나고 있었다.


─고블린 ‘킹’이 된다면, 나는 반드시 죽을 테니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

당장에 녀석의 손으로 죽인 ‘퀸’의 숫자만 해도 일곱. 고블린의 ‘킹’이 된다고 해도, 다른 종족들에 비해 전력이 압도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결국, 고블린이라는 종족에 승산은 없었고.


─그래서 나는 ‘퀸’이 되었다.


그렇기에 녀석은 ‘킹’보다는 약하지만, 그다음으로 강한 직위를 선택했다.


─그러면······ 본래의 고블린 ‘킹’이 죽는다 해도, 나는 살 수 있을 테니까.


한 종족의 ‘킹’이 죽는 순간, 그 휘하의 모든 기물들은 <스타 보드>의 바깥으로 퇴출당한다.

게임이 시작하기 이전의 고향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솔직히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 둘째에 버금가는 직위와 무력을 챙겼으니까. 그로서는 최상의 결과였다.


하지만 ‘담녹(淡綠)’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퀸’을 다섯이나 소모해, 한 개의 ‘퀸’을 만들다니. 그런 비효율적인 일을 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어째서 ‘담녹’은 이 일을 용인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지.


[선왕(先王)의 두 번째 시련이 시작됩니다.]

[시련의 클리어 조건이 공개됩니다.]


+


─그랜드 마스터, ‘흑(黑)’은 당신이 전(前) 고블린 ‘킹’과 동등한 성과를 보이길 원합니다.


조건 : ‘청(靑)’의 ‘퀸’을 무참히 죽이시오.


+


······그래,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일단 시련에 집중하자.


─이제 동족을 농락하고, 마음껏 이용한 저치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차례다.


스스스슷!


나는 신체의 기운을 해방했다. 칼날의 위로 솟구치는 녹색의 강기. 내게서 느껴지는 동등한 격에 ‘청(靑)’의 ‘퀸’이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나는 말 없이 걸음을 내딛었다.

그런 내 모습에 ‘청(靑)’의 ‘퀸’이 자리를 박차고 하늘로 튀어 올랐다. 다섯 쌍의 날개를 수없이 펄럭이며 내게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래.”


나는 도망치는 녀석을 향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칼날에 덧씌워진 기운이 방출되며, 맹렬한 폭음이 천공을 울렸다. 푸른 하늘이 녹색의 검기에 갈가리 찢어졌다.


쐐애애애액!


허공을 선회하던 ‘청(靑)’의 기물들이 소나기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청(靑)’의 ‘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어깻죽지와 함께 등 뒤로 일렁이던 날개가 반절 날아간 녀석이 아래로 추락했다.


“이, 이게 무슨······!”

“‘퀸’이다! 고블린 ‘퀸’이 살아있다!”


지상에서 다른 기물들의 목숨을 빼앗던 ‘청(靑)’의 기물들이 고함을 질렀다. 나는 한층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전장을 내달렸다.


이제는 너희가 당할 차례다.


나는 앞을 막아서는 ‘청(靑)’의 기물들을 베어냈다. 분명히 보이는 형체는 그림자일 터인데, 손끝에 걸리는 감각은 진짜 생명체와 동일했다.


푸콰악!


칼날에 부드럽게 썰리는 살가죽과 중간에 한 번씩 걸리는 뼈. 그것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고,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우스웠다.


스가가각!


검을 움직일 때마다 주변 적들이 일거에 무너졌다. 이젠 비명 하나 지르지 못하고 절명하는 녀석들. 지면에 깊은 상흔이 새겨지고, 녀석들의 검은 육신이 잿더미처럼 부서져 내렸다.


“으, 으아아아악!”

“도망쳐! 모두 ‘퀸’께서 있는 곳으로 도망가라!”


결국, 나를 막아서던 ‘청(靑)’의 기물들이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딜 가려고?”


나는 녀석들의 뒤를 쫓았다.

저들에게 남은 희망은 이제 ‘청(靑)’의 ‘퀸’ 말고는 없을 것이다. 이 전장에서 나를 상대할 ‘퀸’급 기물은 그 녀석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녀석들은 알까.

자신들의 ‘퀸’이 이미 내 공격에 격추된 지 오래라는 것을.


적들을 베어가며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은색으로 빛나는 돔의 끝자락에 도착해 있었다.


캉! 카아아아앙!


‘청(靑)’의 기물들이 각종 병장기와 스킬을 사용해 어떻게든 돔을 부수려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계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탈출이······!”

“‘퀸’이시여! 어서 스킬을 해제해주십시오!”


‘청(靑)’의 ‘퀸’이 탄식하듯 말했다.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 말에 나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았다.


[해당 전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벗어나기 위해선 스킬의 시전자를 죽이거나, 상대 세력을 모두 처치하십시오.]


그랬다. 내가 고블린의 ‘퀸’이 된 이상, 우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

그런데 스킬을 해제하지 않는다는 건······.


“페널티인가? 스킬을 한번 발동하면 끝나기 전까지 해제하지 못한다는 게?”

“······그렇다.”

“그래서 그 꼴인데도 도망치지 않았던 건가.”


나는 녀석의 행색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깻죽지부터 이어진 상처. 우측 날개와 오른팔이 잘려나가 남은 왼팔로 들고 있는 은빛의 검.

어떻게 봐도 싸울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럼 이제 죽어라.”


나는 자리를 박차 달려갔다.


카가가가각!


허공에서 검이 부딪쳤다. 무수히 튀는 파찰음 속에서 우리는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크으으읏······!”


내가 검에 기운을 더욱 불어넣자, ‘청(靑)’의 ‘퀸’이 속절없이 밀려났다.

녀석은 방금까지 ‘퀸’급 기물들과 격전을 펼쳤다.

게다가 지상의 기물들을 학살할 때 사용한 광역 스킬로 많은 기운을 소모했겠지.


그러니,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나는 그대로 밀어붙여 ‘청(靑)’의 ‘퀸’을 압박했다. 쉴 틈 없이 공격을 가속하자, 외팔이인 녀석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대로 다리를 잘라 무릎을 꿇리고, 남은 팔 한쪽마저 잘라내 무력화시켰다.


“아, 아아아······!”


그 일방적인 전투를 지켜보던 ‘청(靑)’의 기물들이 탄식했다.

내가 끝내기 위해 검을 들어 올리는 찰나.

‘청(靑)’의 ‘퀸’이 바닥을 기며 내게 다가왔다.


“······부디, 동지들을 살려줄 수 있겠나?”


고블린들을 그렇게 죽여놓고,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원래 고블린 ‘킹’이 들었다면 분노가 치솟았을 말이다. 하지만.


“그래.”


나는 고블린 ‘킹’이 아니었다.


푸우우욱!


녀석을 죽이자 주변을 둘러싼 은빛의 돔이 서서히 사라졌다. 살아남은 몇몇 ‘청(靑)’의 기물들이 재빨리 도망쳤다. 나는 그들을 쫓지 않았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은 과거의 기억을 재현한 공간이었으니까.


[시련을 완수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련도 막을 내렸다.


*


시체로 쌓여있던 벌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환상이었다는 것처럼, 평화로운 들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고개를 돌려 보니, 들판의 중앙에 자리한 왕좌에 앉아있는 로키의 모습이 보였다.


[잘 봤습니다. 역시 기대 이상이군요.]


설마, 지금까지 나를 지켜본 건가?

나는 로키에게 말했다.


“심판치고 너무 한가한 거 아냐?”


[당신은 요주의 인물이니까요. 계속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말이 없군.


[그럼 중간 현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로키가 말하자마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은 현재 두 개의 시련을 완수하였습니다.]


+


─당신에게 주어질 혜택은 이와 같습니다.


1. ‘킹’급 고유 능력 (O)

2. ‘킹’급 아이템 (O)

3. ‘다크피스’


*단, 이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그랜드 마스터’가 내리는 지령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합니다.


+


고생한 보람이 있는 내역이었다.

이제 다음으로 받을 보상은 ‘다크피스’인가.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앞의 두 가지 보상에 비해 마지막 보상이 좀 부족하지 않냐?”


‘다크피스’.

물론 좋은 아이템이다. 자신의 능력치와 스킬, 무구 같은 장비까지 모두 강화할 수 있는 만능형 아이템이니까.

그런데, 앞의 두 가지 혜택과 비교하면 조금 밀리는 감이 있었다.


[······글쎄요. 과연 당신이 모든 시련을 완수하고 나서도 그 말이 나올지 궁금하군요.]


또 모호한 말.

이 자식들은 좀 명확하게 말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건가? 이젠 규칙에 걸린다느니, 이러는 것도 다 핑계처럼 느껴진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것보다, 나는 왜 아직도 고블린의 행색이지?”


[왜겠습니까?]


“설마 다음 시련도 이 몸으로 진행하나?”


이젠 슬슬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낮은 시야가 불편하기도 했지만, 뭔가 인간의 존엄성이 상하는 기분이거든.


[이번 시련만 완수하신다면,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그러니 바로 진행하도록 하죠.]


로키가 손가락을 튕기자, 서로의 위치가 바뀌었다. 옥좌에 앉아있는 나와, 그걸 지켜보는 로키.

······뭐지?

나는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때.


[가만히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


로키의 말에 나는 하던 행동을 멈췄다.

녀석이 무언가를 들고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끼가 낀 것만 같은 담녹색의 왕관. 그 수수한 외형에 어울리듯, 색바랜 빛이 눈에 띄었다.


[그럼······ 성공적인 즉위를 축하드리며.]


로키가 까치발을 들며 내 머리 위에 왕관을 씌웠다.


[이젠, 그 자격을 증명하시길 바랍니다.]


그 말과 함께 서서히 뒤바뀌는 풍경.


[선왕(先王)의 마지막 시련이 시작됩니다.]

[제4회 <종족전쟁>의 전장을 재현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당신은 고블린의 ‘킹’이 되었습니다.]


제4회 <종족전쟁>에서 고블린 ‘킹’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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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pisode 9. 백병지왕 (2) +2 21.06.24 1,751 78 15쪽
29 Episode 9. 백병지왕 (1) 21.06.21 1,776 76 11쪽
28 Episode 8. 왕의 증명 (3) 21.06.18 1,803 78 13쪽
27 Episode 8. 왕의 증명 (2) 21.06.16 1,830 80 11쪽
» Episode 8. 왕의 증명 (1) +5 21.06.10 1,865 83 12쪽
25 Episode 7. 즉위(卽位) (4) +3 21.06.09 1,877 81 15쪽
24 Episode 7. 즉위(卽位) (3) +1 21.06.07 1,881 81 10쪽
23 Episode 7. 즉위(卽位) (2) +1 21.06.05 1,912 80 10쪽
22 Episode 7. 즉위(卽位) (1) +3 21.06.04 1,942 80 9쪽
21 Episode 6. 폐위(廢位) (3) +3 21.06.03 1,961 83 11쪽
20 Episode 6. 폐위(廢位) (2) +2 21.06.02 2,003 75 10쪽
19 Episode 6. 폐위(廢位) (1) +1 21.06.01 2,057 71 8쪽
18 Episode 5. 몰락한 종족 (4) +2 21.05.31 2,109 65 9쪽
17 Episode 5. 몰락한 종족 (3) 21.05.29 2,138 67 12쪽
16 Episode 5. 몰락한 종족 (2) +1 21.05.28 2,207 71 9쪽
15 Episode 5. 몰락한 종족 (1) +5 21.05.27 2,298 72 11쪽
14 Episode 4. 엄습 (4) +5 21.05.26 2,356 76 11쪽
13 Episode 4. 엄습 (3) +2 21.05.25 2,413 73 9쪽
12 Episode 4. 엄습 (2) 21.05.24 2,492 76 9쪽
11 Episode 4. 엄습 (1) +1 21.05.23 2,565 78 9쪽
10 Episode 3. 추격자들 (3) +6 21.05.22 2,633 79 11쪽
9 Episode 3. 추격자들 (2) +4 21.05.21 2,684 78 16쪽
8 Episode 3. 추격자들 (1) +5 21.05.20 2,757 82 10쪽
7 Episode 2. 적자생존 (3) +10 21.05.19 2,824 83 9쪽
6 Episode 2. 적자생존 (2) +5 21.05.18 2,925 91 11쪽
5 Episode 2. 적자생존 (1) +4 21.05.17 3,154 103 8쪽
4 Episode 1. 오프닝 (3) +9 21.05.15 3,458 114 10쪽
3 Episode 1. 오프닝 (2) +6 21.05.14 3,580 125 17쪽
2 Episode 1. 오프닝 (1) +4 21.05.13 3,847 125 12쪽
1 Prologue. 게임이 재시작됩니다 +9 21.05.12 4,574 15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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